문어가 되었다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새글

강책방
그림/삽화
강책방
작품등록일 :
2024.08.26 11:56
최근연재일 :
2024.09.17 19:20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710
추천수 :
49
글자수 :
132,282

작성
24.09.08 19:20
조회
17
추천
2
글자
12쪽

올드 펫 말미잘의 최후

DUMMY





5층으로 올라가자, 저 멀리 거대한 촉수를 웅크린 채 잠들어 있는 말미잘이 눈에 들어왔다. 말미잘은 그 크기만으로도 압도적이었고, 그의 주변에는 독이 서린 촉수들이 한껏 펼쳐져 있었다.


나는 항아리에 담긴 아즈라 액을 코에 한가득 머금었다. 소방관이 물을 뿌리듯 아즈라 액을 말미잘의 촉수를 향해 뿜어내기 시작했다. 에메랄드색의 비가 추적추적 말미잘의 몸을 적셔나갔다. 그러나 말미잘은 여전히 꿈속에 빠져 있는 듯했다.


나는 조심스럽게, 한 발자국씩 말미잘에게 다가갔고, 셸이 가르쳐준 마나 운용법을 떠올리며, 8개의 촉수 각각에 마나의 실을 뿌리내렸다. 내 몸을 타고 흐르는 마나의 흐름이 온몸을 감싸며, 마치 새로운 힘이 내 안에 깃든 듯했다.

그 힘을 믿고, 나는 말미잘의 몸체를 향해 주먹을 날리기 시작했다.


퍽! 퍽! 퍽!


말미잘의 몸체에 강렬한 타격이 전해지자, 빨갛게 변해가며 반응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전과는 확연히 다른 결과였다. 펀치마다 마나의 힘이 실려 있었고, 그 힘은 말미잘의 두꺼운 피부를 뚫고 들어가 상처를 남겼다.


“꾸엑!”


말미잘이 깨어났다. 거대한 촉수들이 나풀나풀 펼쳐지며, 번뜩이는 독침이 나를 향해 날아왔다. 나는 몸을 재빨리 돌려 피했다. 하나, 둘, 셋— 수많은 독침이 내 옆을 스쳐 지나갔다.


“허잇!”


나는 왼쪽 세번째 촉수를 휘둘러 두상을 향해 찔러오는 말미잘의 촉수를 잘라내는데 성공했다.


빠르게 몸을 돌려 다시 공격을 이어갔다. 말미잘의 몸통을 향해 날카로운 훅을 연이어 꽂아 넣었다. 내 촉수가 마치 복싱 링 위의 파이터처럼 가볍고도 강력하게 움직였다.


“끼이익!”


말미잘은 고통에 몸부림쳤다. 나는 물러서지 않고, 더욱더 공격을 가했다. 마나의 실이 촉수를 통해 뻗어나가며, 내 주먹이 터질 듯한 힘을 내었다. 주먹이 들어갈 때마다 말미잘의 몸은 더 깊이 움푹 파여갔다.


말미잘은 필사적으로 반격하려 했지만, 나는 빠른 촉수놀림으로 그의 공격을 피했다. 촉수를 휘둘러 나의 주먹을 더욱 강하게 만들어가며, 마지막으로 치명적인 어퍼컷을 날렸다.


말미잘의 중심부에 강력한 타격이 들어가자, 그의 몸체가 크게 뒤틀렸다. 나는 끝까지 힘을 쏟아부어, 마나의 힘을 실은 마지막 펀치를 날렸다.


쾅!


말미잘의 몸체가 크게 흔들리며, 그의 촉수들이 힘없이 늘어졌다. 나는 거친 숨을 내쉬며, 승리의 순간을 느꼈다.


“드디어 잡았다. 징그러운 놈.”


- 아직 끝나지 않았어 뒤에서 온다!


미쳐 생각할 겨를도 없이 코로 물을 뿜어 그 자리를 벗어났다. 뒤에서 나타난 촉수가 어느새 내 오른쪽 첫 번째 촉수를 꿰뚫었다.


‘어느 틈에?’


흔들리는 시선을 바로잡으며 촉수가 나온 방향을 응시하자 바닥을 뚫고 올라온 촉수가 보였다.


아니 바닥을 뚫은것이 아니라 끊어진 촉수가 생명을 가진것처럼 나를 향해 공격을 해온것이다.


‘아니 이게 무슨 공상과학소설도 아니고.’


“끼엑!”


말미잘은 아무일도 없다는듯 다시 촉수를 펄럭였다.


방심을 유도하기 위해 연기를 하다니 생각보다 지능이 뛰어난 마물이다.


나는 다시 마음을 다 잡으며 찔러오는 촉수를 잘라내는것이 아닌 쳐내는대에 집중을 했다.


오로지 두개의 촉수만 공격을 하는데 집중했다.


계속해서 펀치를 날렸지만 점점 몸이 굳어가는것이 느껴졌다. 몸이 굳기 전에 조금이라도 데미지를 입혀야한다.


하지만 너무 급했던 것일까?


방어하던 6개의 촉수중 왼쪽 세번째 촉수가 나를 향해 찔러오는 말미잘의 촉수를 쳐내지 못한채 공중을 허우적 댔다.


“!”


마치 시간이 멈춘듯 촉수가 눈앞에 천천히 다가오는것이 또렸하게 보였다. 하지만 내 사고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나의 촉수들은 공격을 막을 속도가 부족했다.


여기서 끝인가?


문어의 몸으로 여기까지 오기까지 힘들었다. 이제는 쉬어야할때인것같다.


“억!”


순간 코밑에 느껴지는 엄청난 압박감과 함께 내몸이 뒤로 날아가고 있었다.


눈앞이 점점 흐려지던 그때


풍덩! 철퍽! 철퍽!


어느새 나는 몸을 맡긴채 항아리에서 잠수를 하고있었다.


“문어준! 몸이 굳은거는 좀어때 더 할수 있겠어?”


물밖에서 에리아의 목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아 맞다. 말미잘한테 당하거나 몸이 굳어버리면 아즈라 액으로 목욕시켜달라고 했구나.


우리의 작전은 그러했다.


피트 스톱(Pit Stop)


F1 경주중간에 타이어를 교체하거나 연료를 보급하거나 하는 전략이다. 우리의 경우에는 아즈라 액에 빠뜨린 다음 동결건조 음식을 먹는것으로 응용했다.


어느새 수십명의 유령들이 나의 촉수를 주물러주고 입에는 아즈라 액과 딱딱한 음식을 가루로 만들어서 흘려보내주고 있었다.


“이제 다왔다! 조금만 더 힘내면 저 흉악한 놈을 죽일수 있다!”


평소에 보지 못한 환한 미소를 띄우며 셸이 나한테 말했다.


“어라 저게 뭐지?”


등 뒤에서 들리는 유령의 말을 듣고 정면을 쳐다보니 멀리서 말미잘이 멀리뛰기 동작을 취하는것 처럼 고개를 아래로 숙이고 있었다.


“···설마 지금 저거 점프하려는 거 아니죠?”


“맞을지도···?”


멍하니 바라보던 나는 이내 말미잘이 껑중 뛰는 모습을 보고는 식겁해 빠르게 피트 스탑을 멈추고 다시 링위로 올라갔다.


나는 촉수와 물 분사를 사용해서 빠르게 말미잘에게 다가갔다.


수십개의 독침이 나를 향해 쏘아왔지만 나비처럼 요리조리 피해낸 나는 곧이어 펀치 사정거리까지 이동해 전과 마찬가지로 6개의 촉수로 방어 2개의 촉수로 공격을 시도했다.


신명나게 쳐 맞던 말미잘은 화가 났는지 갑자기 상모돌리기를 하듯이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다.


투두둑 투두둑


이내 6개의 촉수가 바닥에 떨어지더니 생명을 가진것처럼 나를 향해 쏘아오기 시작했다.


- 7시방향! 4시방향! 9시방향!


제라하드가 열심히 사각지대의 공격을 경고해준 덕분에 위기를 넘길수 있었지만 그렇다고 유리해진것도 아니다.


공격을 포기한채 8개의 촉수를 오로지 회피하거나 방어하는데에 집중하던 나는 몸 이곳저곳에 촉수에 스쳐 피가 나기 시작했다.


“아아아 미치겠네 당겨주세요!”


다시한번 느껴지는 숨이 막히는 압박감과 함께 몸이 슝 하고 날아가 항아리에 꽂혔다.


“100점!”


“예?”


뒤에서 의미를 알수없는 점수를 부르짖었다.


나는 다시 한번 케어를 받고 있었고 말미잘은 화가났는지 처음과는 달리 훨씬더 먼 거리를 점프해 다가왔다.


“한번만 더 점프하면 이곳까지 올지도 모르겠어. 문어준 이번에는 반드시 끝내야해 아니면 우리도 널 도와줄수 없어.”


유령들은 말미잘의 공포 스킬 때문에 아직 거리가 있는데도 몸이 살짝씩 굳어 있었다. 에리아한테 그러겠노라 말한 나는 다시한번 링위로 올라섰다.


“이제 정말 끝장을 보자.”


나는 폐가 튀어나올정도로 숨을 깊게 마신 다음에 코로 먹물을 뿜었다. 끈적끈적한 먹물과 아즈라 액이 몸에 섞이자 말미잘은 움직이는게 부자연스러워졌다.


그가 당황할때 재빠르게 접근한후 몸을 리듬을 타면서 좌우로 흔들었다. 점점 빠르게 8자를 그리며 몸을 좌우로 흔들던 나는 2개의 촉수로 연속적인 훅을 날렸다.


쾅! 쾅! 쾅! 쾅!


소리에서 알수 있듯이 펀치의 속도와 파워가 훨씬 빠르고 강해졌으며 말미잘의 촉수는 나의 몸놀림에 홀려 빈번이 촉수가 허공을 갈랐다.


뎀프시롤


상체가 무한(∞) 모양을 그리는 미칠듯한 위빙으로 상대의 공격을 피하는 동시에, 좌우로의 체중이동을 통해 묵직한 훅을 좌우 연타로 날려 상대의 가드를 무너뜨리고 연속적인 타격을 가하는 기술이다.


인간들은 뎀프시롤 구사했다가는 상체의 무게중심이 금방 무너지며 엄청난 체력소모가 뒤따르지만 문어인 나는 6개의 촉수를 사용해 무게 중심을 적절히 컨트롤하고 있었다.


어느새 말미잘은 촉수를 늘어뜨린채 나한테 일방적으로 폭행을 당하고있었다.


말미잘의 양쪽 허리는 펀치에 맞아 씨뻘겋게 멍이 들었고, 바닥에는 힘없이 끊어진 촉수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허억... 허억..."


잠시 숨을 고르며, 나는 확실하게 끝장을 내기 위해 다시 촉수를 들어 올렸다.


- 고마워···.


머릿속에서 처음 들어보는 간절한 여성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주위를 둘러봤지만, 환희의 표정을 짓고 있는 유령들 외엔 아무도 없었다. 내가 모르는 여성 유령이 있는것인가?


혼란스러운 가운데, 나는 다시 주먹을 들어 올렸다.


- 나를 이렇게 만든건 악신의 저주 때문이야. 내가 원한 게 아니었어··· 지금에서야 너한테 죽을수 있어서 참 다행이야.


말미잘이 텔레파시로 나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이번에는 그 목소리 속에 간절함이 묻어 있었다. 그녀가 이렇게 정신을 차린 것도, 이 싸움에서 쳐맞은 덕분인가.


"뭐라고···?"


어이가 없어 잠시 멈칫했다. 말미잘의 촉수는 더 이상 공격해 오지 않았고, 그저 바닥에 늘어져 있었다.


- 악신이 나를 저주해, 난 이성을 잃고 그가 원하는 대로 움직였어 고통과 혼돈만을 퍼뜨리며 수많은 사람에게 해를 입혔지. 하지만 네 덕분에 정신을 차렸다. 이제야 조금··· 자유로워졌어. 제발, 나를 깔끔하게 끝내줘. 더 이상 이런 짓을 하고 싶지 않아.


말미잘의 목소리는 더 이상 겁에 질린 울음이 아니라, 체념한 듯한 간절함과 후회로 가득 차 있었다.


나는 잠시 주먹을 내려놓고 그녀를 쳐다보았다. 그동안 말미잘이 저지른 짓을 생각하면 관용을 베풀고 싶진 않았지만, 그녀의 눈빛에는 진심이 서려 있었다.


“그렇게 많은 고통을 줘놓고 이제 와서 사과한다고 다 해결되는 건 아니야···”


나는 그녀에게 차갑게 말했다.


- 그건 알아. 하지만 이 고통에서 해방될 수 있다면, 네 손에 죽는 게 마지막으로 나의 구원이 될 거야.


말미잘은 더 이상 저항하지 않았다. 나는 마음속에서 찜찜한 감정이 일었지만, 그녀를 깔끔하게 죽여주는 것이 이 싸움의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 끝내줄게. 이것이 너의 마지막이야.”


나는 주먹을 다시 들어 올리고, 그가 상처 입은 허리를 정확히 겨냥해 마지막 한 방을 날렸다.


펑!


짧은 비명 소리가 울리고, 말미잘의 촉수가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녀가 마지막으로 남긴 체념 어린 미소와 함께, 말미잘의 고통스러운 삶은 끝이 났다.


[축하합니다! 〈올드 펫 말미잘 Lv 26〉 사냥에 성공하셨습니다!]


[저주받아 강해진 개체를 사냥해 훨씬 더 많은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x 10


끊임없이 울려퍼지는 레벨 상승 메세지와 함께 상처와 땀으로 범벅이 되었던 몸이 다시 활력을 되찾았다.


말미잘은 죽고나서 시체를 남기지 않은채 재가 되어서 사라졌다. 아쉽다 말미잘 매운탕 맛있는데···


- 어쩐지 이상했네. 말미잘이 저렇게 오래 살수가 없는 법인데··· 저주를 받아 자연의 법칙을 거슬렀구나.


잿가루가 수북히 쌓여있는 장소에 번쩍이는 보석 두개가 빛나고 있었다.


- 왼쪽에 있는 푸른색의 돌은 마석이다. 마물이 섭취할경우 힘이 강해지거나 스킬이 바뀌는등 다양한 현상이 관찰되지


저번에 먹었던 오돌뼈의 형체를 실물로 보니 영롱한 푸른빛이 꽤 먹음직스러웠다.


나는 촉수를 뻗어 한입에 마석을 섭취했더니 푸른색의 마나가 몸을 한바퀴 감싸더니 이내 몸에 흡수되었다.


[감정이 Lv 3로 상승했습니다]


오! 감정 스킬이 올랐다.


나는 자연스럽게 다음 보석을 무심코 쳐다봤는데


[감정 스킬이 발동됩니다!]


► 이름 : 스테판의 보옥

► 효과 : [텔레파시 Lv 1], [유령 소환 Lv 1]

► 설명 : 고대 크라켄 교단의 주교였던 스테판은 마물들과의 진정한 교감을 꿈꾸며, 그들과 대화를 나누고자 하는 열망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그는 생전 마물들을 이해하고 그들과 하나가 되고자 했으며, 심지어 죽음을 넘어선 존재와도 소통하기 위해 자신의 혼을 깎아내어 이 보옥을 창조했습니다.


감정 레벨이 올라가니까 물건들도 감정할수 있게되었네.


- 오오! 상급 아티팩트일줄이야! 당장 먹어라 문어준!


나는 제라하드의 말을 믿고 보옥을 한입에 삼켰다. 순간, 강력한 에너지가 몸 안에서 소용돌이치며 퍼져 나갔고, 머릿속에 새로운 감각이 깨어나는 것을 느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문어가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후원 감사합니다! 24.08.30 42 0 -
25 멀록들을 향한 거북이들의 반격 NEW 17시간 전 5 1 12쪽
24 주말 점심에는 신성한 연못 스파! 24.09.16 8 1 11쪽
23 섬을 공격하는 멀록 24.09.15 10 1 12쪽
22 거북섬 탐험 24.09.14 10 0 12쪽
21 멀록 정찰병 24.09.13 14 1 11쪽
20 거북섬을 향해 24.09.12 12 1 13쪽
19 크라켄의 강림 24.09.11 17 2 12쪽
18 크라켄의 부름 24.09.10 17 2 11쪽
17 말미잘 유령 24.09.09 19 2 12쪽
» 올드 펫 말미잘의 최후 24.09.08 18 2 12쪽
15 거대 거북이의 피 24.09.07 21 2 12쪽
14 마나 운용법을 배웠더니 강해짐 24.09.06 24 2 12쪽
13 셸과 핀의 과거 24.09.05 16 2 11쪽
12 카이렌 녹스의 추적 24.09.04 22 2 12쪽
11 거대 말미잘과 한판 24.09.03 22 2 12쪽
10 댄스 신고식 24.09.02 24 1 13쪽
9 유령 3인방 24.09.01 31 2 11쪽
8 고대 크라켄 신전의 유령 24.08.31 31 2 12쪽
7 [초급 : 물 마법 Lv 1]을 획득하셨습니다. 24.08.30 31 2 11쪽
6 상남자들의 목숨을 건 대결 24.08.29 39 2 11쪽
5 첫 번째 진화!! 24.08.28 49 3 11쪽
4 초롱아귀는 무서워 24.08.27 49 3 12쪽
3 새우를 먹어보자! +1 24.08.26 61 3 12쪽
2 화산 폭발 +1 24.08.26 71 4 12쪽
1 문어가 되었습니다..? 24.08.26 89 4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