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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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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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책방
작품등록일 :
2024.08.26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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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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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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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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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마나 운용법을 배웠더니 강해짐

DUMMY





에리아는 셸에게 다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셸, 혹시 이곳에 두꺼운 가죽이나 방패 같은 게 있어?”


셸은 바닥에 등을 붙인 채 잠시 침묵했다.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켜 주위를 둘러보더니 한숨을 내쉰 그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있었지··· 예전에. 하지만 시간이 너무 오래 흘렀어. 그 방패와 가죽들, 다 썩고 부식됐고 지금은 쓸모가 없게 되어버렸지.”


그의 말에는 씁쓸함이 배어 있었다. 과거의 무력감을 떠올리며 셸은 자신의 실패를 되새기듯 고개를 떨구었다.


“이 신전이 너무 오래된 탓이야. 우리들도, 여기 있던 모든 것들이··· 결국엔 다 부서지고 사라져 버리겠지.”


“···.”


셸은 그 말을 끝으로 다시 등을 바닥에 붙이며 눈을 감았다.


에리아는 나한테 다가와 고개를 저으면서 말했다.


“미안하지만 가죽과 방패는 안 될 것 같아.”


“없어서 아쉽긴 하지만 괜찮아요. 그거 없다고 죽는 거 아니니까.”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이곳 유령들은 너무 깊은 절망에 빠져있었다. 그들의 절망감이 나한테 느껴졌다.


- 저기 누워있는 셸이라는 사람은 코랄리아의 기사 출신이라고 했지?


‘네 맞습니다. 에리아가 기사라고 하더군요.”


제라하드가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말을 이어갔다.


- 내가 알기로 기사들은 일반인과 다른 마나 운용법을 이용해서 훨씬 강한 힘을 내는 것으로 알고 있다네. 지금의 자네가 말미잘에게 통할만한 마법을 못 하니 그를 설득해서 마나 운용법을 가르침을 받는 게 어떻겠나?


‘···문어인 제가 마나 운용법을 배울 수 있을까요?’


- 글쎄··· 한번 해봐야 알겠지.


판타지 세계에서 자주 나오는 마나 운용법은 일반인을 초인으로 만들어주는 사기적인 기술이었다.


심장이 작게 떨리기 시작했다. 나중에 마나를 제 것처럼 다루게 된다면 소드 마스터가 될 수도 있을 수도?


나는 한달음에 유일한 기사 출신인 셸에게 다가가 말했다.


“저기 선생님?”


“···?”


셸은 눈만 뜬 채 그저 가만히 누워있었다.


나는 셸의 옆에 다가가 촉수를 살짝 흔들며 다시 한번 불렀다.


“저기, 선생님?”


셸은 한동안 대답이 없더니, 마지못해 나를 쳐다보았다. 피로와 무력감이 가득한 눈빛이었다.


“...무슨 일이냐?”


그의 목소리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나는 잠시 머뭇거렸지만, 이내 결심하고 말을 꺼냈다.


“선생님께서 코랄리아의 기사 출신이라고 들었습니다. 혹시··· 저에게 마나 운용법을 가르쳐주실 수 있을까요? 그 힘이 있다면 말미잘과 싸울 때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셸은 내 말을 듣고 천천히 일어났다. 그의 표정은 전보다 더 어두워졌고, 눈빛은 차갑게 변했다. 그는 고개를 저으며 단호하게 대답했다.


“안 된다.”


그의 말에 나는 순간 당황했다.


“하지만, 그 힘이 있으면···”


셸은 나의 말을 끊고 단호하게 말했다.


“너에게 가르쳐줄 생각은 없다. 그 기술은 아무나 쓸 수 있는 게 아니야. 그리고··· 나 같은 놈이 이제 와서 누구를 가르친다고? 그만둬.”


그는 다시 몸을 돌려 누워버렸다.


셸은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았고, 나도 더 이상 그를 설득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셸이 눕는 순간, 칼로스가 입을 열었다. 그는 특유의 유쾌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셸, 너무 그렇게 심각하게 굴지 마. 이 문어가 등장하면서 재미있어졌잖아. 한 번 이 문어한테 네 마나 운용법을 전수해 보는 게 어때? 어쩌면 나갈 방법을 정말로 찾을지도 모르잖아?”


칼로스가 유쾌하게 셸을 설득하는 동안, 에리아가 그를 보조하며 진지하게 말을 이어갔다.


“셸, 우린 이 신전에서 너무 오랫동안 갇혀 있었어. 그동안 아무도 우리를 구해줄 방법을 찾지 못했지만, 지금 이 문어는 달라.”


칼로스가 여전히 유쾌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맞아, 이 문어를 보면 어때? 우리에게 희망을 가져다줄지 모르잖아? 게다가 나중에 자네가 문어를 가르친 어인이라고 하면 꽤 멋지지 않겠어?”


에리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당신은 누구보다 강했잖아요. 코랄리아의 기사로서 많은 사람들을 지켜왔고, 우리도 마찬가지였죠.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하지 않았잖아요? 우리가 이곳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당신의 도움이 필요해요.”


셸은 여전히 무겁고 어두운 표정이었지만, 에리아의 말에 조금씩 마음이 흔들리는 듯 보였다. 그녀는 그의 눈을 바라보며 더욱 간절한 목소리로 덧붙였다.


“셸, 부탁이에요. 문어준이 보여준 용기와 의지를 우리가 함께 이어가야 해요. 그 기술을 가르쳐주지 않으면, 이 신전에서 벗어날 방법이 정말 없을지도 몰라요.”


칼로스와 에리아의 간절한 목소리가 셸의 마음을 조금씩 녹이는 것 같았다. 그는 한동안 침묵을 지키더니, 천천히 몸을 일으켜 앉았다. 그의 눈에는 여전히 고통이 남아있었지만, 그 눈빛 속에는 약간의 결심이 담겨 있었다.


“...내가 도와준다고 해서 모든 게 해결될 거라는 보장은 없어.”


셸은 조용히 말했다.


“하지만, 한번 해보자고.”



* * *



셸은 나를 넓은 공간으로 안내했다.


“이곳은 3층의 다목적실이다. 수련하기에 그나마 멀쩡한 곳이지”


그의 말대로 바닥이 부서진 곳이 없고 깔끔했고 제법 널찍해서 이리저리 굴러다녀도 문제가 없을 것 같다.


“우선 네가 할 수 있는 동작이나 공격을 보여주게.”


“예! 알겠습니다. 스승님!”


나는 힘차게 대답을 마친 후 허공을 향해 섀도복싱을 시작하기 시작했다.


쉭! 쉬쉭!


허공에 떠오른 거대 말미잘의 몸통에 원 투 펀치를 꽂아 넣고 좌우를 흔들어가며 연속적인 훅을 명중시켰다.


상상 속 말미잘은 내 주먹을 오히려 간지러워하는 듯 했지만 나는 낙담하지 않고 끊임없이 주먹을 꽂아 넣었다.


“···동작 그만.”


“동작 그만!”


조금 나의 동작을 보던 셸은 이내 나에게 다가와 이것저것 말해주기 시작했다.


“지금 너는 몸에 있는 마나를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 온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서는 마나를 효율적이고 날카롭게 쓰지 못하고 그냥 때려 박기만 하고 있어 그래서는 말미잘은 쓰러지기 전에 마나가 먼저 고갈될거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스승님?”


“···시범을 보여주고 싶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유령이라 올바른 마나 사용법을 보여주지 못해.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셸의 목소리는 절망을 넘어서 자포자기의 감정이 느껴졌다.


“대략적인 개념을 알려주마. 우선 마나를 가늘고 길게 뽑아서 사지육신에 뻗어나가는 느낌을 먼저 잡아야 한다. 너의 경우에는 8개의 촉수에 가느다란 마나의 실을 뿌리내려야 한다.”


나는 셸의 말을 듣고는 눈을 감고 내 몸을 관조하기 시작했다. 온몸 구석구석에 있는 이질적인 기운 마나가 느껴졌다. 제라하드에게 배웠던 물 마법 활용과는 다른 느낌으로 마나를 가늘고 길게 뽑아서 실을 만들어 온몸에 흘려보냈다.


그러자 조금 몸에 힘이 들어간 느낌이 들었다.


“그 상태를 유지한 채 다시 한번 섀도 복싱을 해봐”


나는 다시 한번 섀도 복싱을 시작했다.


나는 이제 막 구현한 마나실을 온몸에 퍼뜨리며, 다시 허공을 향해 촉수를 내질렀다.


마나를 더욱 날카롭고 정교하게 사용하기 위해 신경을 집중했다.


마나실이 촉수 끝까지 퍼져나가며, 주먹을 날릴 때마다, 마나가 촉수와 완벽하게 동기화되어 움직였다. 이번엔 마치 촉수 끝에 보이지 않는 검이 달린 것처럼, 주먹이 공기를 가를 때마다 날카로운 기운이 느껴졌다.


‘이제 조금씩 감을 잡아가는 것 같아.’


나는 점차 속도를 높이며 공격을 이어갔다. 허공을 가르는 촉수는 이제 단순한 근육의 움직임이 아니라, 마나의 힘이 더해져 훨씬 날카롭고 강력하게 변해갔다. 마치 거대한 촉수가 아닌, 유연하고 날렵한 칼날처럼 허공을 찌르고 베어냈다.


[촉수 타격이 Lv 7로 상승했습니다]


셸은 문어의 상태를 유심히 지켜보더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으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렇게까지 빠르게 마나 실을 구현하다니··· 코랄리아의 기사 준비생 놈들이 보면 아마 자신들의 노력이 헛된 것처럼 느껴지겠지.’


“좋다, 아주 좋다. 마나를 촉수에 완벽하게 스며들게 했구나. 이제 너는 초보적인 마나를 운용하는 전사가 되었다.”


셸은 내 섀도복싱 동작을 다시 한번 지켜본 후, 진심 어린 칭찬을 덧붙였다. 그의 목소리에는 이제까지의 적대감 대신 따뜻한 기운이 담겨 있었다.


“감사합니다, 스승님.”


나는 고개를 살짝 숙여 그의 가르침에 감사의 뜻을 표했다.


“지금 너의 펀치라면 말미잘에게도 충분히 통할 것이다. 어제와는 다르게, 이젠 정말로 승산이 있어. 하지만 무리는 하지 말아라.”


셸의 말에 담긴 진심이 느껴지자, 나는 더 강해진 의지를 다지며 그의 충고를 마음에 새겼다.



* * *



셸에게 족집게 특강을 받은 나는 그 어느 때보다도 자신감에 가득 차 있었다.


두 가지의 가장 큰 문제 중에 하나였던 공격력 부분을 해결했다.


지금의 펀치라면 말미잘의 동체를 돈가스 망치로 두드리듯이 쫙 펴버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문제가 남아있었는데 그것은 말미잘의 독침이었다.


“어제 너를 치료해 준 해독초의 정체가 뭐냐고? 음··· 4층에 있는 에반한테 한번 가봐!”


에리아가 말해준 대로 나는 에반에게서 말미잘의 맹독을 이겨낼 수 있는 해독초, 아즈라 해초에 대해 들었다.


“아즈라 해초는 독에 영험한 효과를 지녔어. 마나를 흘려보내면 에메랄드 빛 액체로 변하게 되는데 효과가 몇배로 증폭이 되지 하지만 하루가 지나면 모두 증발되는 단점이 존재하네.”


또한 그의 말에 따르면, 이 특별한 해초는 내가 처음 신전으로 들어왔던 그 작은 호수에서 자란다고 했다.


“그 호수라면 쉽게 찾을 수 있을 거야. 내가 가고 싶지만 나는 이 신전을 벗어나지 못해 그리고 조심해야 해, 그곳에도 위험이 도사리고 있을 테니까.”


에반의 경고가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호수에 자라는 아즈라 해초를 채집하는 것은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을 것이다.


그의 말이 떠오르자, 나는 다시 한번 주변을 경계했다.


호수에 다가갈수록 어딘가 불길한 기운이 느껴졌다.


물은 잔잔했지만, 그 잔잔함 속에 무언가 숨어 있는 것 같았다. 어쩌면 말미잘보다 더 위험한 존재가 있을지도 모른다.


호수에 도착하자마자, 나는 촉수를 조심스럽게 뻗어 주변을 살폈다.


얕은 물 속에서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지만, 호수에 깊게 들어갈수록 물속에서 느껴지는 차가움이 단순한 물의 온도 이상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무엇인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해초를 채집해야 했기에 나는 물속으로 더 깊이 잠수했다.


깊은 물 속에서 파란빛이 더욱 강하게 반짝였다.


그것이 바로 아즈라 해초였다.


촉수를 뻗어 해초를 하나씩 채집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순간, 호수의 물결이 갑자기 크게 흔들렸다. 물속에서 커다란 그림자가 빠르게 움직이는 것을 포착했다.


‘역시 괴물이 있었구나···!’


나는 속으로 외치며 해초를 채집하는 속도를 높였다.


동시에 주변을 예의주시했다. 물속 깊은 곳에서 나를 노리는 커다란 무언가가 서서히 다가오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거대한 바위처럼 움직였고, 거대한 눈이 나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이대로는 위험해···!’


나는 최대한 빠르게 해초를 채집하고, 재빨리 호수 바닥에서 벗어나기 위해 촉수를 힘껏 뻗었다.


그 순간, 커다란 그림자가 빠르게 나에게 돌진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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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크라켄의 부름 24.09.10 16 2 11쪽
17 말미잘 유령 24.09.09 19 2 12쪽
16 올드 펫 말미잘의 최후 24.09.08 17 2 12쪽
15 거대 거북이의 피 24.09.07 21 2 12쪽
» 마나 운용법을 배웠더니 강해짐 24.09.06 24 2 12쪽
13 셸과 핀의 과거 24.09.05 15 2 11쪽
12 카이렌 녹스의 추적 24.09.04 21 2 12쪽
11 거대 말미잘과 한판 24.09.03 21 2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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