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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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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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책방
작품등록일 :
2024.08.26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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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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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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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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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크라켄의 강림

DUMMY





한점의 빛도 들어오지 않는 깊은 심해 바닥 위에서 한 남성이 심해 가오리를 탄 채 주변을 수색하고 있었다.


그의 노란 눈은 정밀한 기계처럼 한쪽으로 조금씩 그를 인도해 주고 있었다. 반대쪽 파란색 고양이눈 또한 지나가던 심해생물마저 겁낼 공포를 표출하고 있었다.


카이렌은 가오리의 안장에 엎어져 누워있었다. 말을 타고 다니는 사람들은 그 모습을 신기하게 볼 수도 있지만 해류의 저항 때문에 누워서 타는 것이 체력과 마나 소모에 큰 이점이 있었기에 그는 그 자세를 애용했다.


심해의 무거운 해류를 가르며 나아가기를 몇 시간째 그의 노란색 눈은 어느 한 장소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이상함을 느꼈다. 크라켄의 눈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추적 대상을 보고 있도록 만들어진 아티팩트인데, 바위 지역을 바라본다는 뜻은 그 문어가 바위 아래에 있다는 의미인데 이토록 깊은 심해 바위보다 아래에 생물이 자리 잡고 있을 리는 없을 터였다.


쿠쿵───!


엎어져 있던 몸을 일으켜 세워 바위를 심란하게 쳐다보던 카이렌은 갑작스럽게 울리는 굉음과 진동에 불안과 두려움이 피어났다.


‘혹시 심해화산의 2차 분화가 진행되는 건가?’


얼마 전 일어난 화산 폭발로 이미 크라켄교는 큰 피해를 보았다. 늙거나 어린 신도의 경우에 피해는 더 컸으며, 그로 인해 심해지부를 나와 근처의 바위굴에서 목숨을 유지하는 환자들이 넘쳐흐를 정도였으니 말이다.


“심해화산 지부로 돌아가자!”


그는 가오리의 목줄을 돌려 폭발의 피해가 더 크기 전에 심해 화산 지부 근처의 병자들을 구출하려고 마음을 먹었을 때 기묘한 현상이 바위 바닥에서 관찰이 되었다.


콰콰콰콰──


거대한 바위가 둘러 쪼개져 좌우로 나뉘고 있는 게 아닌가. 처음에는 지진의 여파로 착각했지만, 일정하게 갈라진 간격을 미루어 보았을 때 인공적으로 만들어진 개폐장치가 분명했다.


병자를 구출하려는 목적도 잊은 채 바위가 나누어지는 모습을 관망하던 그의 눈앞에 한 마리의 문어가 눈에 들어왔고, 크라켄의 눈이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찾았다.”


그의 입에서는 음산함과 기쁨이 함께 묻어나왔다.



* * *



『결박의 사슬!』


마나가 카이렌의 몸에서 빠져나오더니 이내 거대한 사슬이 문어의 몸을 결박했다. 그는 가오리를 타고 천천히 문어한테 접근하던 와중 기묘한 기분을 느꼈다. 문어와 크라켄님의 모습이 겹쳤기 때문이다.


‘그럴 리가 없어, 저런 하찮은 문어 녀석이 크라켄 님일 리가.’


카이렌은 강하게 눈을 비비고는 잡생각을 멀리 떠나보냈다. 결박의 사슬에 묶인 문어준은 탈출하기 위해서 젖 먹던 힘까지 끌어올렸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사슬에 마나를 차단하는 효과가 있는지 스킬을 전혀 사용할 수가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미잘이는 역소환되었고 언제나 도움을 주던 제라하드 역시 사슬의 여파인지 지금은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때 그의 옆에서 귀가 찢어지는 소음이 들렸다.


“끼에엑!!”


꼬리를 치면서 천장을 빠져나오던 타이슨은 문어준의 이상을 느끼고는 카이렌에게 돌진하기 시작했다. 그의 펀치는 눈이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빠르지만, 카이렌한테는 너무 느렸다.


『결박의 사슬!』


또 하나의 사슬이 허공에 생성되더니 이내 타이슨의 몸체를 돌돌 말았다. 신체 구조상 한번 묶이면 빠져나오기 힘든 타이슨은 그대로 어두운 신전 바닥을 향해서 천천히 떨어지고 있었다.


“마물끼리 동료라도 된 건가? 재밌는 일이군.”


카이렌은 떨어지는 타이슨한테 잠시 눈길을 주더니 이내 문어준을 둘러메고는, 가오리를 타고 심해에 위치한 화산지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심해화산 지부까지 30분 정도를 남았을 무렵 카이렌의 눈에 전투의 흔적이 새겨진 경계병의 초소가 발견되었다. 평소 외부인의 접근을 알리거나 방어하기 위해서 교단 근처에 여러 군데 세워진 초소는 여러 명의 신도가 돌아가면서 경계하고 있는 곳이다.


평소 같았으면 지나가는 카이렌을 향해서 짧은 목례라도 해야 했지만 돌로 만들어진 초소에는 무언가에 의해 부서진 흔적이 즐비했다.


‘이 흔적은 티아마트의 성전사 놈이군.’


초소 주변에 하얀색 소금으로 만들어진 화살이 채 녹기도 전에 둥둥 떠다니고 있었다. 습격당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초소 안에는 신도의 시체와 피가 빠져나오지 못한 채 초소에 가득 차 있었다.


그는 바닥을 발로 ‘쿵’ 찍으며 분노에 휩싸였다.


“망할 티아마트 놈! 우리의 대의를 방해하는 걸로도 모자라 해치기까지 해!”


카이렌은 초소 전체가 울릴 정도로 큰 소리로 말하더니 이내 초소를 떠다니는 피를 향해 손짓하며 말했다.


『눈먼 상어의 코』


물을 유영하던 피가 그의 코에 빨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티아마트 성전사도 작은 상처를 입은 것이 분명해’ 그는 코를 벌렁거리며 가오리를 타고 그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 * *



“저기요! 제 말 들려요? 저는 크라켄님의 부름을 받고 이 세계에 온 사람입니다!”


악을 써가며 괴인을 향해 말을 해봤지만, 입에서는 문어의 울음소리만 빠져나왔다.


이놈의 사슬 때문에 텔레파시도 사용이 안 되고 완력으로도 이것을 못 끊으니 도저히 빠져나갈 구멍이 보이지 않았다. 괴인은 신도의 시체를 보고 화가 난 것인지 엄청난 속도로 이동하고 있었다.


그때 저 멀리 푸른색 해마를 탄 한 남성을 발견할 수 있었다.


카이렌이 가오리를 멈춰 세우더니 곧이어 그의 몸에서 검은색 기운이 일렁였고, 그의 몸과 가오리가 어둠에 녹아들듯 눈으로 포착하기 어려워졌다.


해마를 탄 남성한테서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티아마트 여신님 당신의 종이 간악한 크라켄 놈들을 소멸시키고 있습니다. 부디 가호가 함께하···.”


그는 작은 목소리로 끝없이 티아마트 여신에 대한 찬양과 크라켄교에 대한 혐오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고개를 돌려 괴인을 바라보니 그의 차가웠던 눈이 용암보다 더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이윽고 가오리를 탄 괴인이 해마 남성과 20m가 채 안 남았을 때 그의 마법이 시전되었다.


『쇠락의 근육』

『혼란한 머리』

『절망의 피부』

『결박의 사슬』


3가지의 다채로운 마법이 시전되자 해마를 탄 남성은 근 손실이 발생해 덩치가 작아졌고 두통이 있는 듯 머리를 감싸 쥐었으며 몸을 으슬으슬 떨었다.


또한 나를 묶은 것과 똑같은 사슬이 그의 몸을 향해 쇄도했다.


쾅!


남성은 그의 거대한 근육질의 몸과 어울리는 거대한 해머를 들고 사슬을 가볍게 쳐냈다. 소리로 추정하건대 저 망치에 살짝이라도 닿으면 내 몸은 오체분시가 될 게 분명해.


“어떤 놈이냐! 당장 나와 정정당당하게 승부를 겨루자!”


남성은 괴인을 볼 수 없었기에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괴인을 찾고 있었다.


스륵───


『신성한 소금 화살』


남성의 손에서 흘러나온 마나가 주변의 물을 빨아당기더니 이내 하얀색의 소금으로 만들어진 신성한 기운을 담은 화살이 만들어져 주변을 찢어발기듯이 파괴하기 시작했다. 어찌나 화살에 담긴 힘이 강력한지 바위, 산호 할 것 없이 모든 것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다간 저 화살에 당할 텐데.


괴인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가오리에 내려서 바닥에 딱 붙어서 잠영을 시작했고, 괴인의 머리 위로는 소금 화살이 물조차 찢어버릴 듯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렇게 괴인과 남성과 불과 5m를 앞에 두고 있을 때.


“잡았다!”


성인 남성의 허벅지보다 두꺼운 전완근을 가진 남성은 망치를 정확히 괴인을 향해 휘둘렀다. 하지만 괴인의 몸은 물로 변해 그의 망치질은 전혀 데미지를 주지 못했다.


전완근의 크기로 추정하건데 남성의 힘은 분명 괴인보다 몇 단계 위일 것이다. 하지만 통하지 않는다면 그게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물로 변한 괴인은 어느새 남성의 목을 손으로 조르고 있었다.


“켁! 켁!”

“네놈은 누구냐”

“나는 위대하신 티아마트 님의 종이자 성기사인 토르반 크리엘이다!”

“여기에는 무슨 일로 왔지?”

“하하 당연히 역겨운 크라켄 놈들을 없애기 위해서지!”

“어떻게 알고 왔나?”

“펠라고스가 울릴 정도의 화산 폭발을 벌여놓고 모르는 게 바보 아닌가? 너희들 때문에 많은 수의 생명이 바스러졌다!”


가만히 지켜보던 나는 마지막 대답에 뜨끔했다. 일부러 한 짓은 아니지만 나는 죄책감이 몰려왔다.


“나는 크라켄 놈들이 제일 싫다. 수 많은 어인과 생물들을 실험하고 죽이고 그게 네놈들의 추악한 본모습이지!”

“모조리 틀린 말이군. 너희 티아마트는 크라켄교의 존재 이유를 전혀 알려고 하지 않는다. 네 녀석도 마찬가지지 자신의 여신이 무조건 옳다고만 믿어 다른 신들은 이교도라 부르짖으며 파괴하려고 한다. 그런 너희에게 나는 딱 한 가지의 자비를 베풀 뿐이지.”


『부패』


괴인의 손에서 마나가 흘러나오자, 남성의 목부터 순식간에 피부가 썩어가기 시작하더니 온몸에 퍼져나갔다. 마치 닭고기를 밀웜이 들어있는 통에 빠트린 후 10배속을 한 듯 곳곳에 송송 구멍이 뚫려가고 있었다.


“으아아악!”


남성의 목에서는 비명이 흘러나왔고, 결국에는 끈 떨어진 인형처럼 몸이 축 늘어졌다. 괴인은 자신의 몸에 달라붙은 남성의 고름을 한번 털더니 이내 가오리와 내가 있는 곳으로 천천히 헤엄쳤다.


하지만 내 눈에는 보여, 저 남성은 죽지 않았다.


괴인의 등 뒤에서 남성의 오른팔에 초록색의 빛이 흘러나오더니 구멍이 점점 살로 메꿔지는 게 보였다. 그의 몸은 여전히 썩어가고 있었지만, 오른팔만큼은 팔씨름 선수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비대해졌다.


“죽어라──!”


남성의 오른손에 들린 망치가 번개와 굉음을 토해내며 물을 가르며 괴인의 머리를 폭사시킬 듯이 날아왔다.


그때 신묘한 현상이 발생했다. 엄청난 속도로 날아오던 망치가 제자리에 박혀있었고,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시간이 멈춘 듯 남성과 괴인은 굳어있었다.


“···시간이 멈췄나? 으, 으윽···.”


어떤 존재가 내 몸을 잠식하는 것이 느껴졌다. 하나의 몸에 두 개의 영혼이 들어선 감각과 함께 몸은 신성한 보라색의 불꽃에 타오르기 시작했고 촉수가 내 의지를 벗어나 스스로 움직였다.



다른 존재가 만들어낸 기적에 결박의 사슬은 마치 종이처럼 찢겨나갔다.


비로소 나는 알 수 있었다. 나의 몸에 위대한 존재가 들어왔다는 사실을


보라색 불꽃은 주변 바닷물을 엄청난 온도로 증발시키고 있었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나의 몸에 들어선 존재가 크라켄 이라는 것을, 시간이 멈춘 것이 아닌 나의 인지 속도가 수십 배는 빨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


남성의 거대한 망치에 촉수가 살짝 닿자 망치는 열기에 의해 녹아내렸다. 마치 용암 속에서 종이가 불타듯, 무기였던 망치는 크라켄의 힘 앞에 저항할 수 없었다.


주인공의 촉수는 이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크라켄의 힘이 문어준의 몸을 통해 흐르며, 신성한 기운이 바닷속을 채웠다. 주위의 물고기들조차 이 강력한 힘 앞에서 두려워 떨며 도망쳤다.


이 힘은 단순한 힘이 아니었다. 그것은 신의 권능이었다. 크라켄이 자신의 힘을 문어준에게 부여해, 그를 도구로 사용하고 있었다.


문어준은 그 힘 앞에서는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었다. 오로지 그 힘에 몸을 맡긴 채, 신의 의지대로 행동할 수밖에 없었고, 그 힘에 짓눌려 의식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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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섬을 공격하는 멀록 24.09.15 10 1 12쪽
22 거북섬 탐험 24.09.14 10 0 12쪽
21 멀록 정찰병 24.09.13 14 1 11쪽
20 거북섬을 향해 24.09.12 11 1 13쪽
» 크라켄의 강림 24.09.11 17 2 12쪽
18 크라켄의 부름 24.09.10 16 2 11쪽
17 말미잘 유령 24.09.09 18 2 12쪽
16 올드 펫 말미잘의 최후 24.09.08 17 2 12쪽
15 거대 거북이의 피 24.09.07 21 2 12쪽
14 마나 운용법을 배웠더니 강해짐 24.09.06 23 2 12쪽
13 셸과 핀의 과거 24.09.05 15 2 11쪽
12 카이렌 녹스의 추적 24.09.04 21 2 12쪽
11 거대 말미잘과 한판 24.09.03 21 2 12쪽
10 댄스 신고식 24.09.02 23 1 13쪽
9 유령 3인방 24.09.01 30 2 11쪽
8 고대 크라켄 신전의 유령 24.08.31 31 2 12쪽
7 [초급 : 물 마법 Lv 1]을 획득하셨습니다. 24.08.30 31 2 11쪽
6 상남자들의 목숨을 건 대결 24.08.29 38 2 11쪽
5 첫 번째 진화!! 24.08.28 49 3 11쪽
4 초롱아귀는 무서워 24.08.27 48 3 12쪽
3 새우를 먹어보자! +1 24.08.26 61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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