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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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책방
그림/삽화
강책방
작품등록일 :
2024.08.26 11:56
최근연재일 :
2024.09.18 19:20
연재수 :
2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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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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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글자수 :
137,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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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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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붉은 사슴뿔 산호의 위력

DUMMY




우물우물


백상아리 같은 입에는 어느새 문어 다리가 질겅질겅 씹히고 있었다.


징그럽게도 촉수는 그룰락의 입에서 맹렬히 꿈틀거렸다.


“씨이발.”


촉수를 먹혔다는 굴욕에 내 입에서 욕지거리가 튀어나왔다.


아직 나도 먹어본 적이 없는데 저런 생선 대가리한테 먹히다니 치욕스러웠다.


고개를 내려다보자, 기둥을 잃은 나무 그루터기처럼 처량한 모습의 3개의 촉수였던 것이 보였다.


“왼쪽에 2개 오른쪽에 1개···.”


이제 남은 것은 5개의 촉수, 방금전처럼 팔을 묶는 것은 오히려 불리했다.


훙! 훙!


어느새 식사를 끝마친 그룰락은 자신감을 표출하듯, 커다란 몽둥이를 휘두르며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다급하게 주위에 있는 산호초의 색과 질감으로 변했고, 문어를 놓칠세라 한달음에 헤엄쳐온 그룰락은 주변에 자리한 수많은 산호초 군락을 거대한 몽둥이로 파괴하고 있었다.


“크롸롸롸! 맛있는 놈 산호초에 숨어있는다고 살듯싶으냐?”


그의 말처럼 지금은 빠르게 산호 사이를 이동하며 도망가고 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몽둥이에 타코야키가 될 날이 머지않은 듯싶었다.


산호초가 더 많이 자생하고 있었다면 버틸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때 마침 게걸스러운 주머니 속에 잠들고 있는 붉은색 산호가 떠올랐다.


‘스승님! 저 생선 대가리에게 붉은 사슴뿔 산호가 통할까요?’


- 당연히 통하겠지.


분명 위급한 상황인데 제라하드의 목소리가 차분하다. 어쩌면 그는 ‘강신’을 기대하고 있는듯했다.


산호초 사이를 이동하면서 황급히 촉수에 잠들어 있던 게걸스러운 주머니를 꺼내 들었다.


“빨간색 사슴뿔 모양의 산호를 빨리 뱉어!”


치아를 닮은 지퍼가 ‘드르륵’ 열리더니 이내 선홍빛의 혀가 무언가를 나한테 전해 주었다.


“아니 이건 마약 성분이 들어있는 다크레프 해초잖아! 이거 말고 빨간 거!”


선홍빛의 혀는 이내 치아를 혀로 한 바퀴 닦더니 우물거리며 붉은 사슴뿔 산호를 뱉어냈다.


그런데 이거를 어떻게 먹이냐?


“크롸롸! 거기 있었구나!”


살벌한 소리를 내면서 대가리를 향해 쇄도하는 몽둥이를 보자 붉은 사슴뿔 산호를 오른쪽 네 번째 촉수로 움켜쥐고는 옆에 있는 갈색 산호로 몸을 피했다.


쾅!


박살이 나는 소리와 함께 나는 산산조각 난 산호초 더미와 함께 날아가고 있었다.


[충격 내성이 Lv 7로 상승했습니다]



아오. 무식하게 힘만 세네.


그나마 충격 내성이 있어서 지금까지는 버티고 있었지만, 한대만 정통으로 맞는다면 전투 불능 상태가 될 것이 뻔했다.


충격에 의식이 조금씩 흐려지고 있었지만, 산호를 잡은 오른쪽 촉수에서 느껴지는 불타는 듯한 통증에 정신이 조금 들었다.


주변을 살펴보니 폭격을 맞은 것처럼 주변 지형이 반파되었고, 더 이상 멀쩡한 산호초는 보이지 않았다.


“크르르르, 플랑크톤 같은 놈 드디어 잡았다!”


한쪽 어깨에 몽둥이를 둘러멘 채 서서히 다가오는 그룰락이 보였다. 먹물을 분사해 보려고 노력했지만, 몸 상태가 엉망이라서 그런지 피만 뿜어져 나왔다.


“그래도 문어의 몸이라서 다행이다. 적어도 쌍코피는 나지 않으니.”


나는 선혈이 흘러나오는 포신 모양의 코를 쓱 닦으면서 말하자 그룰락이 한껏 뒤틀린 표정으로 말했다.


“죽기 직전까지 허세를 부리다니··· 문어 주제에 제법이지만 그것도 오늘까지다.”


그룰락은 몽둥이를 손에서 놓고 우악스러운 손으로 문어 두상을 움켜잡자 나는 남아있는 촉수를 빠르게 움직여 그의 손가락을 꺾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지만 잦은 마나 사용과 몽둥이찜질에 체력이 다 빠진 나는 손가락을 꺾기는커녕 오히려 어린이들이 가지고 노는 액체 괴물처럼 촉수가 흐물흐물하게 변했다.


“크르르, 내일 아침 똥이나 되어라.”


그룰락이 한입에 나를 삼킬 듯이 커다란 입을 벌려 나를 삼키기 직전 나는 붉은 사슴뿔 산호를 움켜쥔 오른쪽 촉수를 그의 입에 쑤셔 넣었다.


“읍!”


우물우물


그룰락은 내 촉수를 삼키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마치 산해진미라도 음미하면서 씹었다. 촉수 하나를 다 해치운 그는 다시 한번 입을 벌려 나를 집어삼킬 준비를 했다.


“크흠··· 크륵! 자알 먹겠습니다!"


그의 입이 다시 크게 벌어지려던 순간, 그의 표정이 갑자기 일그러졌다.


"크윽··· 컥컥! 어헉··· 컥컥!"


그룰락의 목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방금 삼킨 붉은 사슴뿔 산호의 독이 빠르게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커다란 눈이 점점 더 크게 벌어졌고, 고통스러운 신음이 물속에서 울려 퍼졌다.


"우웁··· 컥컥!"


그룰락은 몸부림치며 두 손으로 목을 움켜쥐었지만, 독은 이미 그의 신경계를 빠르게 침범하고 있었다. 그의 몸이 덜덜 떨리더니, 힘이 빠진 듯 물속에서 둥둥 떠다니기 시작했다. 그룰락은 정신을 잃은 듯 물속을 부유했다.


나는 흐물흐물한 상태로 그 광경을 바라보며, 그룰락의 힘이 서서히 빠져나가는 것을 확인했다.


“해치웠나?”


나는 한동안 그룰락의 움직임을 주시하며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죽은 것 같은데 뭔가 이상하다.


평소 같았으면 ‘띠링!’하고 레벨업 알림이 떠야 할 상황이었지만,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거북이들을 도우러 갈까? 아니면 확실하게 마무리해야 하나···


고민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때, 물속에서 들려오는 기괴한 소리.


“끼릭!?”


그룰락의 목에서 불길한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그의 팔과 다리가 마치 망가진 인형처럼 기괴하게 꺾이기 시작했다. 그룰락의 몸이 무언가 변하고 있었다.


그의 눈에서 터질 듯한 핏줄이 생성되더니, 붉은 기운이 눈을 가득 채웠다. 핏줄이 그의 눈두덩이를 뒤덮으며 그가 피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그의 비늘은 하나둘씩 터져나가며 물속을 가득 채웠다. 비늘이 우수수 떨어져 나가면서도 그의 피부는 점점 두꺼워졌고, 붉은 근육들이 서서히 그 자리를 대체했다.


"크르르르──”


팔다리는 점점 더 굵어지기 시작했다. 그의 팔과 다리가 터질 듯이 부풀어 오르며, 보통 멀록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거대하고 무섭게 변해갔고, 그는 마치 광전사처럼 기괴한 모습으로 돌변했다.


그룰락의 얼굴엔 분노로 가득 찬 미소가 서렸다..


“크롸롸롸롸───────”


이성을 완전히 잃어버린 듯했으며, 눈에서 흘러내린 피가 뺨을 따라 줄 줄 흘렀다.


“아니 무슨 게임도 아니고 2페이즈가 있냐?”


맥 빠진 소리를 늘어놓자 싸움을 피해 주변을 떠다니던 미잘이가 내 입으로 여러 가지 해초를 집어넣었다.


우물우물


쓰고 시고 톡 쏘는 게 일반적인 해초는 아니었다. 혓바닥을 유린하는 끔찍한 맛에 표정이 찌푸려졌지만, 효과는 즉각 이었다. 힘을 잃은 촉수에 생기가 돌았고 흐려져 가던 정신이 또렷해지는 게 커피 농축액을 들이켠 것 같았다.


치아 사이에 낀 해초를 촉수로 빼서 살펴보니 마약 성분이 들어있는 다크레프였다.


“뿅 간다.”


엄청난 각성효과에 나는 7일 밤도 새울 수 있을 정도의 활력과 몰입력이 생겼다.


까딱까딱


4가닥 남은 촉수로 그룰락에게 도발하자 성난 황소처럼 그는 돌진하기 시작했다. 어찌나 빠른지 흡반의 공기를 이용한 회피기동 즉 ‘에어 대쉬’가 아니었으면 한방에 절명할뻔했다.


쾅!


자신의 속도를 이기지 못했는지 커다란 바위를 만나고 나서야 겨우 멈춘 그룰락은 씩씩거리며 다시 한번 나한테 돌진했다.


또렷해진 집중력으로 자세히 관찰하자 그의 움직임이 슬로우처럼 보였다. 우람한 오른팔의 삼각근을 내세운 채 돌진하는 그의 몸체를 에어 대쉬로 사뿐히 피해낸 후 나는 관자놀이를 향해 벼락같은 스트레이트를 날렸다.


퍼억!


비늘이 있었던 전과 달리 비늘 빠진 생선이 된 그는 더 이상 단단하지 않았다. 하지만 장점이 있으면 단점도 있는 법 비늘이 떨어지자, 몸이 좀 더 유연해졌는지 날아가는 몸을 돌려세우며 허리를 180도로 꺾곤 바위 같은 주먹을 날렸다.


느려진 세상 속에서 종이 한 장 차이로 주먹을 피한 후 나는 후속타로 그의 비어있는 보디에 어퍼컷을 찔러넣었다.


어퍼컷을 막고도 그룰락은 터프하게 한쪽 팔로 후속타를 날렸고, 급히 에어 대쉬로 그곳을 벗어남과 동시에 그의 뒤를 돌아가서 후두부를 향해 섬전 같은 훅을 날렸다.


빠득!


뒤통수가 함몰되는 소리와 함께 그룰락이 앞으로 고꾸라졌다. 모래에 머리를 처박고 있던 그룰락이 고개를 들자, 그의 입에서는 대량의 혈액이 빠져나왔다.


펀치의 위력이 저 정돈가 생각했지만, 뒤통수가 아닌 목을 움켜잡고 괴로워하는 것이 붉은 사슴뿔 산호의 효과로 보였다.


그는 방금전까지의 패기는 어디 갔는지 멀록무리가 있는 곳으로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그의 눈에는 어느새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한쪽 팔로 수영을 열심히 했지만, 균형이 맞지 않아 느린 속도로 나아갔고, 순식간에 내게 뒤를 잡히고 말았다.


“저, 저리가!”


훙! 훙!


겁먹은 양아치처럼 그룰락은 통할 리가 없는 주먹을 날리면서 나에게 멀어졌다. 복싱을 3일 배운 사람처럼 정직한 궤도에 나는 콧 방귀를 뀌면서 그의 몸 안쪽에 파고들었다.


첫 번째는 가볍게 턱을 향한 왼쪽 잽


두 번째는 명치를 향한 오른쪽 스트레이트


세 번째는 고꾸라지는 그의 턱을 향한 왼쪽 어퍼컷


네 번째는 뒤로 젖혀지는 얼굴을 함몰시키는 라스트 스트레이트


땡땡땡땡!


귓가에서 과거에 들었던 KO 종소리가 들리는 듯 했고 종소리를 대신해서 반가운 소리가 들렸다.


띠링!



[축하합니다! 〈대족장 멀록 Lv 68〉 사냥에 성공하셨습니다!]


[저주받은 개체를 사냥해 훨씬 더 많은 경험치를 얻었습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x 10


[자신보다 30레벨 높은 마물을 잡는데 성공하셨습니다.]

[칭호 〈무모한 도전자〉가 〈불굴의 승리자〉으로 바뀌었습니다!]


[에어 펀치가 Lv 2로 상승했습니다]



“멀록 대족장 그룰락을 물리쳤다!!!!!”


거북이들의 사기를 높이고 멀록의 전의를 상실시키기 위해 힘껏 외쳤다.


나의 외침에 주변에서 전투를 벌이던 멀록들과 거북이들 모두 그 광경을 목격했다. 거대한 대족장이 바다 속에 무력하게 가라앉는 모습을 본 멀록들의 얼굴에는 공포와 혼란이 스치기 시작했다. 그들은 그룰락의 패배가 자신들의 운명을 결정지을 거라는 걸 직감한 듯했다.


멀록들 사이에서 작은 동요가 일어나기 시작하더니, 곧 공포에 질린 한 마리가 먼저 뒤돌아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나머지 멀록들도 하나둘씩 등을 돌리며 허둥지둥 바다를 가르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대족장이 죽었다!”

“이대로는 안 돼! 도망가야 해!”


멀록들은 서로를 밀치며 혼비백산한 채로 도망치기 시작했고, 그들의 허둥거리는 발걸음이 빠르게 물속으로 사라져 갔다. 전투의 긴장감은 순식간에 사라졌고, 거북이들은 이 모습을 멍하니 지켜보다가 이내 승리의 분위기가 섬을 감싸기 시작했다.


"멀록들이 도망간다! 우린 승리했다!"


거북이들 중 하나가 외치자, 그 소리가 퍼지며 거북이들은 힘겹게 싸우던 싸움의 끝을 맞이했다.


주인공 문어준은 숨을 고르며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끝났다..."


그 말을 끝으로 문어준은 정신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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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 후원 감사합니다! 24.08.30 45 0 -
» 붉은 사슴뿔 산호의 위력 24.09.18 7 0 11쪽
25 멀록들을 향한 거북이들의 반격 24.09.17 10 1 12쪽
24 주말 점심에는 신성한 연못 스파! 24.09.16 10 1 11쪽
23 섬을 공격하는 멀록 24.09.15 12 1 12쪽
22 거북섬 탐험 24.09.14 12 0 12쪽
21 멀록 정찰병 24.09.13 15 1 11쪽
20 거북섬을 향해 24.09.12 14 1 13쪽
19 크라켄의 강림 24.09.11 18 2 12쪽
18 크라켄의 부름 24.09.10 18 2 11쪽
17 말미잘 유령 24.09.09 21 2 12쪽
16 올드 펫 말미잘의 최후 24.09.08 19 2 12쪽
15 거대 거북이의 피 24.09.07 22 2 12쪽
14 마나 운용법을 배웠더니 강해짐 24.09.06 26 2 12쪽
13 셸과 핀의 과거 24.09.05 18 2 11쪽
12 카이렌 녹스의 추적 24.09.04 24 2 12쪽
11 거대 말미잘과 한판 24.09.03 24 2 12쪽
10 댄스 신고식 24.09.02 26 1 13쪽
9 유령 3인방 24.09.01 32 2 11쪽
8 고대 크라켄 신전의 유령 24.08.31 33 2 12쪽
7 [초급 : 물 마법 Lv 1]을 획득하셨습니다. 24.08.30 34 2 11쪽
6 상남자들의 목숨을 건 대결 24.08.29 41 2 11쪽
5 첫 번째 진화!! 24.08.28 58 3 11쪽
4 초롱아귀는 무서워 24.08.27 51 3 12쪽
3 새우를 먹어보자! +1 24.08.26 63 3 12쪽
2 화산 폭발 +1 24.08.26 72 4 12쪽
1 문어가 되었습니다..? 24.08.26 91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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