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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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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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책방
작품등록일 :
2024.08.26 11:56
최근연재일 :
2024.09.1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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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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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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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8.26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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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문어가 되었습니다..?

DUMMY

나는 평범한 회사원이다.


내 취미는 중고 서점에 들러서 낡은 서적을 구매하는것이다.


오래된 책 냄새와 많은 손이 닿아 부드러워진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나도 모르게 웃음이 지어진다.


오늘도 빠르게 업무를 마치고 단골 서점에 갈 예정이었지만


“문대리, 저녁에 약속 없지?”


“네, 박 부장님. 무슨 일이십니까?”


“내일 아침 첫 회의에 제출할 보고서가 하나 있어. 오늘 중으로 준비해야 할 것 같아.”


“알겠습니다. 부장님. 어떤 내용의 보고서인가요?”


“지난 분기 대비 매출 성장 분석 보고서야 데이터는 방금 문대리 메일로 보냈으니까, 내일까지 정리해 줘.”


“네 알겠습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 상세하게 준비해야 하나요?”


“하···. 문대리 지금 몇 년 찬데 그것까지 세세하게 말해줘야 하나? 그 정도는 말 안 나오게 센스 있게 만들어놓게.”


“···.”


그 말을 끝으로 박 부장은 서류 가방을 들고 회사를 빠져나갔다.


‘미친 박 부장 새끼 꼭 퇴근 시간 전에 일을 주는 건 뭐야?’


서점에 생각에 좋아졌던 기분이 한순간에 가라앉았다.


타다닥. 타닥.


그렇게 껐던 컴퓨터를 다시 켜 보고서를 작성하고 있었는데


“문어준! 너 퇴근 안 하냐? 끝나고 치맥 하러 가자!”


“미안. 박 부장님이 내일 아침 회의에 필요한 보고서를 퇴근 직전에 넘겨서 야근해야 할 것 같다.”


입사 동기이자 동갑인 이민준이 친근하게 말을 걸어왔다.


“박 부장님도 너한테만 너무 그러는거 아니야?”


“쉿! 여기 사람들 다 듣는데 그런 말 하면 어떻게 해”


아니 여기가 탕비실도 아니고 뒷말하다 걸리면 어떻게 하려고.


“아니 뭐 어때서 그래 박 부장이 너 괴롭히는 거 회사 사람들이 모두 아는데 별문제 있겠어?”


나는 이민준의 입을 급하게 틀어막고 등을 떠밀어 사무실에서 강제로 나가게 했다.


‘휴 큰일 날 뻔했네 괜히 입방아 오르면 나면 힘들지 아우 피곤해 이거 끝나면 서점 문 닫겠네.”


깊은 한숨을 쉬면서 보고서를 열심히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밤 10시가 다 되어 갔을 때 보고서를 끝낸 나는 회사를 나섰다.


뚜벅. 뚜벅.


힘없는 발걸음을 옮기던 중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골목길로 발이 저절로 움직였다.


“우리 동네에 이런 곳이 있었나?”


그 끝에는 처음 보는 오래된 서점이 자리하고 있었고, 서점에는 아무런 인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실례합니다. 계세요?”


주인을 불러봤지만, 묵묵부답에 서점을 잠시 살피곤 안으로 들어갔다.


천장은 에디슨 전구 모양으로 따뜻한 노란색 빛을 뿜어내고 있었다.


“오 분위기 좋은데?”


책장과 작은 테이블이 줄을 맞춰 세워져 있었고 그곳에는 오래된 책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한국고전문학전집, 수학의정석, 生과死···.”


예전에 집필된 도서의 경우 한자로 작성된 경우가 많이 존재했다.


그런 책 역시 내 취향이다.


책장 모퉁이를 돌았을 때 서점 한구석에서 검은색 가죽으로 된 낡은 책이 눈에 띄었다.


“···네크로노미콘? 이런 마도서가 허름한 서점에 존재하다니. 세상을 파괴하라는 신의 계시인가?”


실없는 소리를 하던 나는 책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표지는 오망성과 함께 문어 촉수가 난잡하게 그려져 있었다.


기분 나쁜 디자인이었지만 호기심에 나는 무심코 페이지를 펼쳤다.


그 책에는 해석할 수 없는 기묘한 문자와 삽화가 가득했다. 그 순간, 책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왔고 내 입에서 방언 터지듯 주문이 흘러나왔다.


내 목소리 울림과 함께, 공간이 일그러지기 시작했고, 나는 의식을 잃었다.



* * *



어둠 속에서 눈이 떠졌다. 머리가 욱신거리고, 온몸이 두들겨 맞은듯 아렸다.


이 느낌은 수면 마취가 풀렸을 때 통증 같다.


‘아으으··· 교통사고를 당해서 중환자실에 누워있는 건가?’


걱정이 스멀스멀 피어오르기 시작할 때 서서히 주변이 선명해지자 깜짝 놀랐다.


나는 물이 가득 찬 유리병 속에 갇혀있다.


영화에서처럼 인조인간을 만들기 위해 신체 개조를 당하는 상황인가?


그것도 아니면 외계인이 인간을 관찰하기 위한 납치?


오만가지 생각이 떠올랐고 뒷머리를 긁적이기 위해서 팔을 들어 올렸지만


‘어라 내 팔이 이렇게 길었나?’


내 팔이 두상을 2바퀴를 돌자 의아했다.


반대팔을 살펴보니 문어 다리가 보였다.


‘···에?’


[감정 스킬이 발동됩니다!]


► 종족 : 스몰 캐논 옥토퍼스 Lv 1

► 칭호 : 문어준

► 스킬 : [감정 Lv 1], [이중 의식 Lv ?], [물어 뜯기 Lv 1], [먹물 발사 Lv 1], [촉수타격 Lv 1], [위장 Lv 3]


내 눈앞에 웹소설에서 흔히 보던 상태 창이 떠 올랐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문어가 되었다 이 말인가?’


‘어렸을 때부터 별명이 문어 대가리였는데 허허 진짜 문어가 될 줄이야.’


‘시발! 나는 작가한테 5000자가 넘는 쪽지를 보낸 적도 없는데 왜!!!”


흔히들 말하는 웹소설 결말에 화가 난 독자가 작가한테 분노의 메일을 보냈더니 그 세계로 빨려 들어갔다는 이야기.


정신을 차리고 고개를 들어 주변을 살펴보자, 수백 개의 유리관들이 상품을 진열하듯 한 벽면에 차례대로 세워져 있었다.


그 안에는 다양한 형태의 문어라고 불릴만한 생물들이 잡혀있었고 하나같이 불안한 표정이었다.


끼익.


저 멀리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곧 넓은 공동을 가득 채우는 2개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마리아, 내일 실험을 위한 준비가 다 되었나?”


“네. 이안님 문어들이 우리 실험의 핵심 재료라는 게 좀 마음이 불편하지만, 크라켄의 맹독을 위해서라면 필요한 일이죠. 실험실의 2450번 문어는 이미 특별관리 중입니다.”


두 명의 검은 로브를 쓴 사람이 내 앞에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내 유리관 구석을 살펴보니 처음 보는 문자였지만 2450이 적혀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엄마 나 실험당하나 봐.’


“수많은 문어가 죽어 나갔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지 우리의 대의를 위해서라면···.”


“내일 실험이 성공하길 기도하겠습니다. 크라켄의 은총이 우리 모두와 함께하기를.”


잠깐만 저 말은 내가 실험을 당할 예정이고 99% 죽는다는 말이지?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나는 죽기 싫었다.


‘아직 보지 못한 책이 집에 한가득 쌓여있다고!’


소리 없는 절규를 지른 나는 어떻게든 살아남기 위해 주위를 살펴봤다.


실험실 바닥은 축축하게 젖어있었고 유리관 바로 아래에는 물이 빠져나갈 수 있는 배수구가 있었다.


‘그래 어떻게든 유리관을 빠져나오기만 하면 배수구로 탈출할 수 있을 거야.’


유리관을 두드렸지만 아니 무슨 방탄유리로 만들었나 꿈쩍도 하지 않았다.


괴한들은 내가 유리를 아무리 두들겨도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헉.. 헉..”


힘이 빠지자, 관처럼 생긴 내 코에서 먹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에이씨 모르겠다. 이렇게 된 거 먹물이나 뿜자.


한참 먹물을 뿜어내자, 유리관 속 물이 석유처럼 검게 변색이 되었고 설상가상으로 유리관 이음새에서 먹물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먹물 발사 숙련도가 상승합니다. 먹물 발사가 Lv 2가 되었습니다.]


“2450번 문어가 말썽이군. 마리아 기절시킨 후 물을 갈아주게.”


“예 알겠습니다. 『슬립 !』”


[정신 공격 슬립이 이중 의식에 막혀 무효로 돌아갔습니다.]


여자의 외침과 함께 잠깐 의식이 흐려졌지만 이중의식? 이라는 스킬의 효과로 풀려났다.


내가 잠에 빠진 듯 가만히 떠 있자, 여자는 유리관 이음새를 풀고 뚜껑을 열어 나를 끄집어냈다.


축 늘어진 연기에 속아 넘어간 여자의 얼굴을 향해 레벨업한 먹물을 한 방 먹였다.


“으악!”


당황한 여자는 꽉 쥔 손을 풀었고 그 틈을 타 나는 배수구에 몸을 낑겨 넣어서 실험실에서 탈출할 수 있었다.



* * *



유리관을 벗어나 배수구를 통해 신속하게 탈출한 나는, 어두운 수로를 따로 조용히 헤엄쳤다.


‘어우 여기는 배수로 청소도 안 하나 더러워죽겠네.”


수로에는 먹다 남은 생선 가시와 원래의 모습을 알 수 없는 음식물이 곳곳에 끼어있었고 참을 수 없는 악취가 풍겼다.


8개의 촉수를 서둘러 움직인 나는 배수로가 점차 넓어짐을 느꼈다.


그때 저 멀리에서 수백 명의 사람들이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크라켄을 위하여!”

“크라켄을 위하여!”


“언젠가 우리는 심연의 군주 크라켄님을 다시 이 세상에 불러 내리라! 크라켄님의 힘으로 우리는 바다를 정복하고, 세상의 질서를 새롭게 하리라!”


“새로운 질서를!”

“새로운 질서를!”


“빌어먹을 티아마트 놈들을 펠라고스에서 물리치고 크라켄교가 우뚝 서리라!”


“타도 티아마트!”

“타도 티아마트!”


거대한 공간에 백 명의 신도들이 검은 로브를 쓴 채 외치고 있었고, 중앙의 제단에서는 고위 사제로 보이는 사람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들의 목소리가 벽을 울리고 있었다. 나도 모르게 고위 사제의 웅변 스킬에 점점 빠져들었다.


나는 무심코 고위 사제를 뚫어져라 쳐다보았다.


[감정 스킬이 발동됩니다!]


► 종족 : 어인족 ???

► 칭호 : 알라스테어 크레이븐, 새벽의 분노

► 스킬 : ???


그때였다.


“어떤 쥐새끼 같은 놈이 신성한 집회에 불경한 발을 들이밀었는가! 『크라켄의 채찍!』”


고위 사제의 주문이 끝남과 동시에 허공에서 반투명한 보라색의 거대한 문어 촉수가 생성되더니 내가 있던 배수로를 내리쳤다.


쾅! 쾅! 쾅!


죽 죽을뻔했다. 3cm만 더 위를 내리쳤으면 문어포가 될 뻔했네.


고위 사제는 자신의 착각이라고 생각했던 건지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이내 신경을 껐다.


뚫어져라 쳐다보면 감정 스킬이 저절로 발동되는 것 같다.


매끈매끈한 두상을 문어 다리로 쓸어내렸다.


참고로 문어의 장기는 모두 머리에 있기 때문에 머리를 쓸어내린다는 의미는 가슴을 쓸어내린다는 의미다.


배수로를 힐끔 보던 신도들도 이내 고위 사제를 다시 쳐다본다.


식겁했던 나는 배수로를 지나쳐 집회 공간을 벗어났다.




* * *



어둡고 음습한 수로를 따라 조심스럽게 헤엄치며 나아갔다.


마침내, 나는 어느 섬뜩하게 침묵이 감도는 공간에 도달했다.


이곳의 공기는 무겁고, 벽면에는 불가사의한 상징들이 조각되어 있었다.


눈이 8개가 달린 문어부터 낙지 10마리를 섞어놓은 것 같은 조각상도 있었다.


알 수 없는 기운이 서려 있는 물건들이 좌우로 진열되어 있었는데 각각의 물건은 유리로 된 상자에 들어있었다.


‘이곳은 크라켄교 창고인가?’


배수로에서 슬며시 나와 둘러보자, 안쪽 끝에 커다란 제단이 보였다


그 위에 무언가가 놓여 있었는데


“이건···. 네크로노미콘???”


너무 놀라 육성으로 말했지만, 입에서는 문어 울음소리만 들릴 뿐이었다.


서점에서 나를 끌어당겼듯 네크로노미콘은 또다시 나를 페로몬에 홀린 개미로 만들었다.


- 당장 나를 집거라 문어 괴물이여!


마치 귓가에 누군가 말을 거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6개의 촉수로 이동했고 2개의 촉수로 네크로노미콘을 잡았다.


그 순간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


왜애애애애애애앵~


천장에 달린 빛나는 벽돌이 요란하게 반짝이기 시작한다.


보물창고 밖에서는 수십 명의 사람이 뛰어오는 발소리가 들렸고 나는 순간 얼어붙었다.


“엿됐다.”


- 도망치거라 이곳에서 당장!


‘여전히 들려오는 환각. 실험실의 괴한들이 환각제를 먹였나 왜 이러지?’


- 환각이 아니다. 이놈아, 저놈들한테 잡히면 너는 문어구이가 된다고!!


쾅!


문을 여는 소리와 함께 검은 로브를 뒤집어쓴 크라켄교 신도들이 몰려오기 시작했다.


작가의말

안녕하세요!

문어가 되었다 작가 강책방입니다.

난생 처음 써본 판타지 소설입니다! 재밌게 읽어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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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주말 점심에는 신성한 연못 스파! 24.09.16 8 1 11쪽
23 섬을 공격하는 멀록 24.09.15 10 1 12쪽
22 거북섬 탐험 24.09.14 10 0 12쪽
21 멀록 정찰병 24.09.13 14 1 11쪽
20 거북섬을 향해 24.09.12 11 1 13쪽
19 크라켄의 강림 24.09.11 16 2 12쪽
18 크라켄의 부름 24.09.10 16 2 11쪽
17 말미잘 유령 24.09.09 18 2 12쪽
16 올드 펫 말미잘의 최후 24.09.08 17 2 12쪽
15 거대 거북이의 피 24.09.07 21 2 12쪽
14 마나 운용법을 배웠더니 강해짐 24.09.06 23 2 12쪽
13 셸과 핀의 과거 24.09.05 15 2 11쪽
12 카이렌 녹스의 추적 24.09.04 21 2 12쪽
11 거대 말미잘과 한판 24.09.03 21 2 12쪽
10 댄스 신고식 24.09.02 23 1 13쪽
9 유령 3인방 24.09.01 30 2 11쪽
8 고대 크라켄 신전의 유령 24.08.31 31 2 12쪽
7 [초급 : 물 마법 Lv 1]을 획득하셨습니다. 24.08.30 31 2 11쪽
6 상남자들의 목숨을 건 대결 24.08.29 38 2 11쪽
5 첫 번째 진화!! 24.08.28 49 3 11쪽
4 초롱아귀는 무서워 24.08.27 48 3 12쪽
3 새우를 먹어보자! +1 24.08.26 61 3 12쪽
2 화산 폭발 +1 24.08.26 70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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