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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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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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책방
작품등록일 :
2024.08.26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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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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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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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거대 거북이의 피

DUMMY




푸른빛 해마 위에 앉은 토르반은 아틀란티스의 마지막 지점을 벗어나 깊은 심해로 향했다. 그의 눈에는 강한 결의가 서려 있었다. 티아마트 교단의 성전사로서, 이번 심해화산 폭발의 진상을 파헤쳐야 한다는 임무가 그의 어깨를 무겁게 했다.


“안 그래도 크라켄 놈들이 심해에 숨어 있다는 첩보를 들었는데··· 그 녀석들 짓인가?”


몇 년 전, 심해에 비밀 기지를 세운 크라켄 교단이 사악한 음모를 꾸미고 있다는 소문이 들려왔었다. 당시 티아마트 교단은 다른 일들로 바빠 그 문제를 깊이 파헤치지 않았다. 토르반은 그때 자신이 무리를 해서라도 심해를 조사하지 않았던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푸르르···”


“진정해, 푸르도. 조금만 더 가면 심해화산 폭발 지점까지 갈 수 있을 거야.”


토르반이 타고 있는 해마, ‘푸르도’는 티아마트 교단에서 특별히 길러낸 장거리 운송용 해마였다. 푸르도는 날렵하고 작은 몸체로 적은 식량만으로도 빠르게 심해를 이동할 수 있었고, 모든 해조류를 가리지 않고 섭취할 수 있어 먼 거리를 이동할 때 이용했다.


심해의 초입에 도달하자 토르반은 화산 폭발의 영향을 받은 지역에 다다랐다. 바다의 기운이 무겁고 짙게 가라앉아 있었고, 물은 탁해 마치 생명이 끊긴 죽음의 바다 같았다. 해저를 덮고 있던 생명력 넘치는 산호초는 이미 검게 타버렸고, 그 속에 있던 많은 생명체는 그 자리에서 멈춘 채였다.


토르반은 푸르도를 잠시 멈추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의 눈앞에는 화산 폭발의 여파로 쓰러진 거대 산호와 뒤엉킨 물고기들의 잔해가 널브러져 있었다. 잔해 사이로 흐릿하게 보이는 작은 물고기들이 떠돌고 있었지만, 그들의 움직임은 생명력을 잃은 듯 무기력해 보였다.


“이런··· 생각보다 더 심각하군.”


토르반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마법의 기운을 손끝으로 불러들였다. 잔해를 살짝 들어 올리며 그 아래 숨은 생명체들이 있는지 확인했다. 그러나 남아있는 생명체는 거의 없었다. 그는 심해화산 폭발이 펠라고스의 생태계에 얼마나 큰 재앙을 불러왔는지를 실감하며, 이곳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비록 목표는 심해화산이었지만, 토르반은 주변 잔해 속에서 작게나마 숨 쉬고 있는 생명체들을 발견하고는 그들을 도울 수밖에 없었다.


“푸르도, 잠시 멈추어라.”


그는 해마에게 신호를 보내 멈추게 한 후, 부서진 산호와 잔해를 조심스럽게 치우기 시작했다. 그의 손끝에서 신성이 발휘되어, 잔해 속에 있던 작은 생명체들이 다시 숨을 쉴 수 있도록 치유의 힘을 불어넣었다.


다행히 많은 생물이 이곳을 도망쳤고, 살아남은 강인한 생명체들도 제법 있었다. 그럼에도 토르반의 마음은 무거웠다.


“만약 그놈들 짓이라면··· 모두 없애주마 뼈조차 남지 않도록.”


그의 눈동자는 이글이글 불타올랐고, 거대한 전완근으로 등에 메고 있던 거대한 망치를 한 손으로 꼭 쥐었다.



* * *



- 등 뒤!


제라하드의 외침과 함께 등 뒤에서 거대한 물결이 쓰나미처럼 몰려왔다.


물결에 휩쓸린 나는 토네이도에 날아가는 자동차처럼 회전하면서 튕겨져 나갔다.


쿠웅!


곧이어 들리는 바위와 거대한 무언가가 부딪히는 소리


나는 달팽이관을 진정시킨 채 충돌음이 들리는 곳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감정 스킬이 발동됩니다!]


► 종족: 아즈라 터틀 Lv ☆☆☆

► 칭호: 호수의 수호자, 물살의 덩치

► 스킬: ???


아즈라 터틀이라고 불리는 거대한 생명체는 길이가 덤프트럭 정도인 거북이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무언가에 화가 난 듯 호수 안 벽에 몸통 박치기를 하고 있었다.


- 희한한 일이구나 통상적으로 거북 형태의 마물들은 매우 온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저 모습이 대체 어딜 봐서 온순한··· 어라?”


처음에는 호수를 침입한 나에게 화가 난 줄 착각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물속을 유영하는 나한테는 신경도 쓰지 않은 채 벽을 향해 끊임없이 달려들고 있었다.


쾅! 쾅! 쾅!


어찌나 힘이 좋은지 호수 전체가 웅웅 대면서 진동할 정도였다.


‘아즈라 터틀 감정하면서 궁금한 게 있는데 상대 레벨에 표시되는 3개의 별표가 뭐죠?’


- 나도 이론적으로만 알고 있네만 별 하나당 자네보다 레벨이 10 이상 높다고 알고 있네. 별이 세 개라면 30 이상 높다고 볼 수 있지···. 물론 확실하지 않네 감정 스킬 자체가 거의 알려지지 않은 희귀한 스킬이니 말이야.


그의 말에 따르는 적어도 아즈라 터틀이 48레벨 이상이라는 뜻이었다. 처음 몸통 박치기에 스치기라도 했으면 죽을뻔했다.


콰앙!


아즈라 터틀은 몇 번 들이박더니 몸에 힘이 풀려 호수 바닥으로 가라앉았다. 어찌나 등판이 넓은지 집을 지어도 괜찮을 정도였다.


그런데 등갑을 자세히 관찰하니 우둘투둘하니 먼가가 다닥다닥 붙어있는 게 눈에 보였다. 멀리서 봐도 징그러워 보였다.


가까이서 보니 등갑에는 수많은 따개비가 붙어있었다.


나는 잠시 거북이의 상태를 지켜보다가 제라하드에게 물어봤다.


‘거북이가 몸통 박치기를 한 이유가 등갑에 붙은 따개비 때문인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 그 말이 맞는것 같네. 따개비가 속까지 파고들어 간지러운 모양이야 게다가 자네를 공격하지 않은 걸로 봤을 때 따개비 병은 아닌 것 같군.


거북이는 잦은 박치기로 인해 등갑의 곳곳이 깨져있거나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피가 에메랄드색?


나는 이상했지만, 마물이라서 그런가 보다 하며 넘겼다.


거북이의 눈앞에 서 있자, 거북이가 천천히 눈꺼풀을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농구공 크기는 될법한 커다란 눈동자는 우주와 같은 푸른색의 동공을 지니고 있었다.


“저기! 박치기를 한 이유가 등갑에 붙은 따개비 때문이지?”


“쿠르르륵”


전에도 느꼈지만 내가 하는 말을 다른 마물들이 어느 정도 알아듣는 게 확실했다.


나 또한 거북이가 ‘맞다!’ 라고 하는 의지를 느낄 수가 있었다.


거대한 등갑에 올라타자, 거북이는 살짝 몸을 움직였지만 이내 멈추었다. 등갑위에 셀 수 없이 많은 자잘한 따개비를 향해 촉수를 내려치자 큰 덩어리로 부서지기 시작했다.


“꾸륵!”


그럴수록 거북이는 희열을 느끼는지 몸을 부르르 떨기 시작했다. 이거 청소부가 된 기분인데


큰 덩어리들을 부수고 나자, 등갑에는 자잘한 덩어리와 흔적들이 남아있었다. 나는 촉수의 흡반으로 등갑에 몸을 고정한 다음 고압으로 물을 분사해 깔끔하게 따개비를 정리했다.


- 거북이를 굳이 도와줄 필요가 있는가.


제라하드의 말처럼 굳이 할 필요가 없는 일이었지만 무수히 많은 따개비가 징그럽게 붙어있는 모습을 보니 깔끔하게 청소하고 싶은 욕망이 올라왔다.


그렇게 계속 정리하는 도중 등갑이 깨진 곳에서 피가 흘러 물결에 휘날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런데 아즈라 터틀은 피가 에레랄드색이네요?’


- 보통의 마물들은 피가 붉은색이거나 파란색인데 이 녀석은 특이하게도 에메랄드색이군···.


나는 번뜩 아즈라 해초에 마나가 포함되면 에메랄드빛 액체로 변한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혹시 이 녀석 피가 해독성분을 포함하고 있는 게 아닐까?


쪼옵!


살짝 피를 마셔보니 잠결에 들이킨 아즈라 액의 맛과 거의 흡사했다.


나는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거북아! 우리 잠깐만 호수 위로 올라가자!”


“꾸륵?”


거북은 고개를 갸웃하면서 눈을 껌뻑이더니 이내 서핑보드같은 지느러미를 파닥이면서 호수 위에 올라왔다.


“내가 등갑에 남은 따개비 모두 제거해 줄게 대신 부탁 하나만 들어줘!”


“꾸르륵?”


나는 거북이한테 해독성분이 들어있는 피를 조금만 나눠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인상을 찌푸리며 나를 미친놈 쳐다보듯 했지만 이내 등갑이 간지러운지 몸을 살짝 떨더니 이내 떨떠름하게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


나는 거북이한테 잠시 기다려달라는 말을 전한 채 신전으로 들어가 성인 남성 한 명이 들어갈 만한 큰 항아리를 들고는 호수까지 돌아왔다.


“꾸르륵──”


남아있는 따개비를 모두 제거하자 거북이는 기분이 좋은지 몸을 좌우로 흔들기 시작했다. 어찌나 몸이 큰지 움직일 때마다 호숫물이 넘칠 듯 빠져나갔지만 말이다.


“그럼, 지금부터 채혈하실게요.”


3층에서 가져온 기다란 바늘로 두꺼운 가죽을 향해 강하게 찔렀지만, 어찌나 두꺼운지 끄트머리까지 넣었는데도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꾸륵!”


거북은 잠시 쳐다보다가 입을 오물거리기 시작했고 다시 입을 벌렸을 때는 입안에 작은 상처에서 피가 뿜어져 나왔다.


허겁지겁 달려가서 뿜어져 나오는 피를 항아리로 한가득 담고 나니 갈색이었던 항아리가 어느새 에메랄드색 항아리로 칠해져 있었다.


“고마워! 거북아! 이 피는 불우 이웃을 위해 쓰일 거야!”


나는 촉수를 짧게 흔들어준 뒤 항아리를 들고 신전을 향했다.



* * *



항아리를 들고 3층으로 들어오자 수많은 유령이 신기해하는 표정으로 나한테 물었다.


“이보게 이게 다 뭔가?”

“걸쭉한 게 풀로 만든 죽인가?”

“이거 원 맛을 볼 수도 없으니 알 턱이 없군!”

“어디서 본 것도 같은디···?”


하나같이 의문투성이였다. 말하는 문어가 말미잘을 해치우겠다더니 갑자기 초록색 액체를 한가득 들고 들어왔으니 말이다.


“···자 잠깐! 이거 혹시 아즈라 액 아닌가?”


전직 약초꾼이었던 에반이 턱에 손으로 짚으면서 말했다.


씨익


“아즈라 해초를 가공해서 만든 대용량 해독 포션입니다.”


에반의 눈이 반짝였다. 그는 서둘러 항아리 쪽으로 다가와 초록색 액체를 자세히 들여다봤다.


“오호···, 상당한 양이군. 이렇게까지 많이 구해올 줄은 몰랐네. 이거라면 말미잘의 독도 충분히 중화할 수 있을 거야.”


다른 유령들도 주위를 둘러싸며 입을 모았다.


“이거면 우리를 괴롭히던 그 말미잘을 정말로 물리칠 수 있겠어.”


“이 문어가 보통 녀석이 아니었군.”


그러나 그중 한 명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


“하지만 이걸 어떻게 사용하려고? 독을 중화한다고 해도, 그 거대한 말미잘과 직접 싸워서 이길 수 있을까?”


나의 촉수가 살짝 떨렸다. 사실, 나 역시도 통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를 믿고 따라준 유령들을 실망하게 할 수는 없었다. 용기를 내어 답했다.


“저도 이게 완벽한 해결책이라고는 장담 못 하지만, 이제 우리에겐 이 방법밖에 없어요. 해독 포션을 활용해서 말미잘을 약화하고, 그 틈을 노려 결정적인 타격을 줄 수 있을 겁니다.”


에반은 고개를 끄덕이며 한 발짝 뒤로 물러났다.


“맞아, 이 해독 포션이 말미잘의 독성을 조금이라도 줄여줄 수 있다면, 문어 양반이 더 오랫동안 싸울 수 있을 거야.”


유령들은 하나둘씩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들의 눈에는 이제 희망의 빛이 서려 있었다.


에리아가 나에게 다가와 말했다.


“말미잘의 둥지로 들어가기 전에 이 해독 포션을 몸에 발라두는 게 좋겠어. 그러면 독성 공격을 조금이라도 막아낼 수 있을 거야.”


나는 항아리에 풍덩 빠져 아즈라 액체를 온몸에 묻혔다. 초록빛이 살짝 도는 액체가 내 몸에 퍼져나가며, 거북이의 온기가 느껴졌다. 독성에 대한 걱정이 조금씩 사라져갔다.


“자, 이번에는 모두 힘을 합쳐서 그 거대한 말미잘을 쓰러뜨리고 이 신전에서 탈출하는 겁니다.”


유령들은 나의 결의를 느끼고,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이미 오랜 시간을 이 신전에 갇혀 지냈다. 이제는 마지막 기회가 왔다고 믿고 있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그들의 눈을 바라보며 촉수를 내밀었다.


“그럼, 이제 함께 싸우러 갑시다.”


유령들이 조용히 뒤따르며 5층으로 올라갈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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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멀록들을 향한 거북이들의 반격 NEW 17시간 전 5 1 12쪽
24 주말 점심에는 신성한 연못 스파! 24.09.16 8 1 11쪽
23 섬을 공격하는 멀록 24.09.15 10 1 12쪽
22 거북섬 탐험 24.09.14 10 0 12쪽
21 멀록 정찰병 24.09.13 14 1 11쪽
20 거북섬을 향해 24.09.12 11 1 13쪽
19 크라켄의 강림 24.09.11 16 2 12쪽
18 크라켄의 부름 24.09.10 16 2 11쪽
17 말미잘 유령 24.09.09 18 2 12쪽
16 올드 펫 말미잘의 최후 24.09.08 17 2 12쪽
» 거대 거북이의 피 24.09.07 21 2 12쪽
14 마나 운용법을 배웠더니 강해짐 24.09.06 23 2 12쪽
13 셸과 핀의 과거 24.09.05 15 2 11쪽
12 카이렌 녹스의 추적 24.09.04 21 2 12쪽
11 거대 말미잘과 한판 24.09.03 21 2 12쪽
10 댄스 신고식 24.09.02 23 1 13쪽
9 유령 3인방 24.09.01 30 2 11쪽
8 고대 크라켄 신전의 유령 24.08.31 31 2 12쪽
7 [초급 : 물 마법 Lv 1]을 획득하셨습니다. 24.08.30 31 2 11쪽
6 상남자들의 목숨을 건 대결 24.08.29 38 2 11쪽
5 첫 번째 진화!! 24.08.28 49 3 11쪽
4 초롱아귀는 무서워 24.08.27 48 3 12쪽
3 새우를 먹어보자! +1 24.08.26 61 3 12쪽
2 화산 폭발 +1 24.08.26 70 4 12쪽
1 문어가 되었습니다..? 24.08.26 87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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