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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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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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책방
작품등록일 :
2024.08.26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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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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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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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282

작성
24.08.28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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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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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첫 번째 진화!!

DUMMY

소 뒷걸음치다 쥐 잡는다더니 딱 그 꼴이었다.


불운의 아이콘이었던 인간 시절이 떠오르자, 내 마음속에 이슬 같은 물방울이 맺혔다.


‘크흑, 사람일 땐 지나가다 새똥만 맞더니.”


초롱아귀는 심해바닥에 서서히 가라앉았고 나는 코로 물을 뿜으며 초롱아귀한테 다가갔다.


[물 분사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이런 것도 스킬로 만들어지네.’


가까이 다가가니 초롱아귀는 입 크기만 1m는 되어 보였다.


직접적으로 마그마에 닿은 비늘은 흘러내렸고 속 내장까지 지글지글 익어가고 있었다.


‘이 녀석도 참 운도없지 나같이 코딱지만 한 문어한테 생을 마감할 줄은 본인도 몰랐을 거야 쯧쯧’


심심한 목례를 마친 뒤 나는 아귀의 살점을 떼어내서 입안으로 넣었다.


아귀는 전에 먹었던 새우보다는 못하지만 나름의 감칠맛과 단단한 식감이 꽤 고급스러운 맛이었다.


‘아귀도 제법 맛있군’


그렇게 우아하게 아귀를 먹고 있을 때 저 멀리서 거대한 생명체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뿌우우우우우”


마치 뱃고동 소리를 연상케 하는 그것은 기대에 걸맞게 거대한 물결을 일으키며 나한테 다가오고 있었다.


“이크! 몇 점 더 먹고 도망쳐야겠다.”


눈에 좋은 아귀 눈깔도 허겁지겁 먹은 뒤 부리나케 도망쳤다.


어느 정도 아귀한테서 멀리 떨어진 나는 뱃고동 소리의 정체를 알 수가 있었다.


[감정 스킬이 발동됩니다!]


► 종족 : 자이언트 개복치 ☆☆☆

► 칭호 : 심해의 청소부

► 스킬 : ???


‘별표는 뭐야?’


감정 스킬이 올라가면서 새로운 기능이 생긴 모양이었다.


‘그런데 이거 감정 스킬을 어떻게 올리지? 그냥 강한 놈을 감정하면 되는 건가?’


‘하지만 그렇게 하면 크라켄 고위 사제처럼 예민한 놈들은 바로 눈치채는데.’


멀리서 본 자이언트 개복치는 익히 알고 있는 개복치와는 생김새가 조금 다르게 생겼다.


체고가 일반적으로 4m인 것으로 알고 있는데 눈앞에 보이는 개복치는 그것의 2배는 되어 보였다.


생김새는 물고기의 대가리만 둥둥 떠다니는 듯 했고 상하좌우 옆구리에 지느러미가 달려있었다.


‘그러고 보니 마석을 못 먹었네 아쉽다.’


개복치는 초롱아귀의 피 냄새를 맡은 건지 크기에 어울리지 않게 빠른 속도로 다가와서는 초롱아귀를 한입에 삼켰다.


“쿠어어어엉”


맛있다고 외치는 소리를 끝으로 나는 물 분사로 그곳을 벗어났다.



* * *



개복치의 시야에서 벗어난 나는 팔을 뚫어져라 봤다.


[감정 스킬이 발동됩니다!]


► 종족 : 스몰 캐논 옥토퍼스 Lv 13 ⇧

► 칭호 : 문어준, 위험한 도전자

► 스킬 : [감정 Lv 2], [이중 의식 Lv ?], [물어 뜯기 Lv 2], [먹물 발사 Lv 3], [촉수타격 Lv 2], [위장 Lv 4], [암시야 Lv 3], [재생 Lv 3], [화상 내성 Lv 5], [충격 내성 Lv 5], [물 분사 Lv 1]



지금까지는 너무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확인을 못 했는데 조금 더 자세히 분석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종족명에 있는 캐논은 내 코에 달린 긴 관을 뜻하는 것 같다.


이곳에서 먹물이나 물을 내뿜는데 물 분사의 경우 공격과 회피가 동시에 되는 공방 일체 스킬이다.


촉수 타격, 위장 등은 이름 만들어도 어떤 스킬인지가 가늠이 되는데 이중 의식이라는 스킬은 어떤 스킬인지 당최 알 수가 없었다.


크라켄교 실험실 괴한 마법에 딱 한 번 발동 되었는데 정신 방어 종류인 것 같다.


‘패시븐가?’


의식이 두 개라는 건데 문어와 인간을 각각 따로 치는 것 같다.


의문이 들었지만, 우선은 패스


그 다음 칭호 문어준은 이름이고


‘무모한 도전자?’


나는 게임을 할 때 습관처럼 촉수를 움직여 클릭했다.


❖무모한 도전자❖


► 효과 : 자신보다 높은 레벨의 적을 상대할 때 모든 능력치가 10%가 증가합니다.

► 설명 : 현격히 강한 상대를 쓰러뜨렸을 때 주어지는 칭호입니다.


초롱아귀라는 큰 적을 쓰러뜨려서 얻은 칭호였다.


’10% 증가면 꽤 쏠쏠한 효관데?’


나는 신이 났다. 현실과는 다르게 바로바로 강해지니 의욕도 솟는다.


스킬도 클릭해 봤지만, 칭호와는 다르게 어떠한 설명도 뜨지 않았다.


‘쳇! 이 정도는 표시해 줘야 하는 거 아닌가?’


허탈한 마음을 뒤로한 채


다음으로 상태창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인 레벨 옆에 위로 화살표 문양을 주목했다.


화살표를 촉수로 살며시 누르자 떠오르는 글자


[진화가 가능해졌습니다]

[다음 종족으로 진화를 선택해 주세요]


►스몰 옥토퍼스

►마이크로 옥토퍼스

►캐논 옥토퍼스


지금 진화할 수 있는 선택지는 3가지였다.


아니 그런데 스몰 옥토퍼스는 캐논이 빠지는 건데 이렇게 되면 퇴화하는 게 아닌가?


하긴 생각해 보니 진화라는 게 꼭 강해지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연 다큐멘터리에서도 보면 오히려 작고 약해졌지만, 생존율은 더 높아진 경우도 종종 있다.


‘두 번째는··· 마이크로 옥토퍼스?’


뜬금없는 단어에 어안이 벙벙했다.


스몰까지는 이해하는데 마이크로 사이즈가 되면 플랑크톤하고 먹이 경쟁을 해야되잖아


사나이 가오가 있지 플랑크톤과 생사결을 벌이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다.


패쓰.


마지막 무난한 캐논 옥토퍼스다 스몰이 빠진 거로 봐서는 지금보다 커질 것 같다.


‘오케이 이걸로 간다.’


캐논 옥토퍼스를 클릭하자


※ 주의 한번 진화를 선택하게 되면 24시간 동안 무방비 상태가 됩니다.


►수락

►취소


‘이거는 변순데.’


방금까지 개복치를 피해 이동했기 때문에 나는 지금 심해 평원 한복판에 서 있었다.


심해 평원처럼 뻥 뚫린 지역은 위험하다.


‘어디 깊은 굴 같은 거 없나?’


나는 달을 뛰어다니는 닐 암스트롱처럼 7개의 다리로 무중력 유영을 뽐내며 주변을 돌아다녔다.



* * *



어느새 저 멀리 보이는 거대한 항아리


‘항아리?’


가속도가 붙은 몸을 물 분사로 상쇄해 멈춘 후 항아리를 자세히 살펴봤다.


항아리는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었다.


푸르스름한 해조류와 산호가 자라나 표면을 덮고 있었고, 그 덕분에 항아리의 원래 색을 알 수 없을 정도였지만 곳곳에 남아 있는 흔적들은 과거 얼마나 정교하고 아름다웠을지 상상하게 했다.


크기 또한 성인 남성 여러 명이 들어갈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랬다.


“감정!”


자세히 관찰하고 스킬명을 외쳐도 항아리는 상태창이 떠오르지 않았다.


‘감정 레벨이 오르면 이것도 볼 수 있을까?’


일단 진화가 급선무였기에 항아리에 들어가 편하게 자세를 고쳐잡고


캐논 옥토퍼스 진화 수락 버튼을 클릭했다.


그러자 몸에서 엄청난 양의 점액질이 분비되기 시작했다.


점액은 빠르게 몸을 덮어가며, 마치 보호막처럼 투명한 막을 형성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어의 몸은 완전히 둥글고 매끄러운 알 형태로 변했다.


알 속에서 문어의 몸은 곤충의 변태 과정처럼 내부에서 완전히 녹아내렸다.


그의 촉수와 몸통은 슬라임처럼 흐물흐물해지며 본래의 형태를 잃어갔고, 모든 것이 재구성되는 과정에서 알 속의 문어는 편안함을 느꼈다.


‘이 느낌은 마치 주말 목욕탕에서 따뜻한 물로 목욕한 다음 방금 건조한 따뜻한 찜질방 옷으로 갈아입고 어두컴컴한 굴 방에 들어가서 반들반들한 피부를 느끼면서 한숨 자는 느낌이야.’


문어는 오랜만에 느껴보는 편안함에 정신 무장이 해제되었다.


시간이 흐르고, 알 속에서 재조립된 몸은 점차 형태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문어의 새로운 모습이 거의 완성되었을 때쯤


알 밖에서는 알이 마음에 들지 않는 항아리 본래 주인이 씩씩대며 난동을 피우고 있었다.


쾅! 쾅! 쾅!


집주인의 작은 몸에 어울리지 않는 빠르고 강한 충돌음이 알 표면에 들리기 시작했지만, 단단하지만 부드러운 알은 공격을 흘려보냈다.


이윽고 모든 변태를 마친 알은 겉면이 점점 얇아지기 시작했고 문어는 의도치 않게 집주인의 도움을 받아 알을 깨고 나올 수 있었다.



* * *



문어가 한창 진화하고 있을 때쯤 심해화산 근처에 위치한 크라켄 교단의 지부에서 노년 남성의 히스테릭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이런 젠장! 네크로노미콘을 탈취당한 것도 모자라 심해화산 폭발까지 이 일을 어떻게 수습할 생각이냐 리암!”


“죄 죄송합니다. 알라스테어님 제가 죽어도 갚지 못할 큰 죄를 저질렀습니다. 그렇지만 제게 다시 한번 기회를 주신다면 그놈을 꼭 잡고 말겠습니다.”


알라스테어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중년 남성 리암은 연신 식은땀을 흘리며 불안해하고 있었다.


“이 일을 어찌할꼬 대체 어찌한다는 말이냐.”


벽이 갈라져 반쯤 부서진 방에서 알라스테어는 빙글빙글 돌면서 깊은 고민에 빠졌다.


그럴수록 리암의 속은 타들어 가고 있었다.


“지니! 통신석을 가져오게.”


알라스테어는 문 앞에 서 있는 신도에게 긴급하게 통신석을 가져오라고 명령했다.


후다닥 뛰어간 신도는 통신석을 알스테어의 손에 쥐여줬다.


통신석이 알스테어의 손에 들어오자, 그는 곧바로 주문을 외우며 양손을 통신석에 얹었다.


그러자 검푸른 빛이 마법석에서 뿜어져 나왔고, 이내 알스테어의 음성이 공간을 타고 퍼졌다.


“이보게 카이렌 녹스 거기 있는가.”


“···.”


리암은 카이렌 녹스가 언급되는 순간, 심장이 얼어붙는 듯한 공포를 느꼈다.


그는 이내 숨을 삼켰다.


카이렌 녹스, 크라켄 교단에서 그의 이름은 두려움과 공포의 상징이었다.


많은 신도가 그를 존경했지만, 리암에게는 그저 섬뜩한 존재로 다가올 뿐이었다.


몇 년 전 마주쳤던 카이렌의 모습은 키가 비정상적으로 컸고, 그의 몸은 단단한 근육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러나 그보다 무서웠던 것은 그의 푸른눈이었다. 그의 눈은 심해의 어둠을 담은 것처럼 짙고 차가웠으며 동공이 세로로 긴 게 고양이 눈 같았다.


그 눈빛은 마치 리암의 영혼을 꿰뚫어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카이렌의 얼굴은 날카로운 선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광대는 툭 튀어나와 있었다.


그가 입고 있는 검은 로브는 일반 신도와는 다르게 빛마저 흡수하는 듯했다.


살짝씩 드러난 팔에는 크라켄의 검은 문양이 새겨져 있었는데, 그것이 더욱 그를 신비롭고 위험한 존재로 보이게 했다.


그는 머리카락이 없었다.


코는 콧대가 없었고 그저 작은 구멍만 두 개가 뚫려있을 뿐이었다.


리암이 두려움에 떨고 있을 때 통신석에서 저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잘 들린다. 알스테어”


“카이렌 녹스, 크라켄의 사도로서 그대의 힘이 필요하다. 심해화산 폭발로 지부가 큰 피해를 보았고, 네크로노미콘이 알 수 없는 적한테 탈취당했다. 지금 즉시 움직여 이 사태를 수습해주길 바란다.”


떨리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알스테어가 말했다.


심해화산 지부에서는 왕처럼 군림했던 알스테어지만 카이렌 녹스와는 급이 달랐다.


“곧 가지.”


짧은 대답과 함께 통신석의 불이 꺼졌다.


“···.”


방에서는 잠깐의 시간 동안 침묵이 흘렀다.


“휴우우우.”


알스테어는 잠시 눈을 감고 깊은숨을 내뱉었다.


이 일을 완벽히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은 카이렌 녹스였다.


직접 대면하기가 두려웠고 껄끄러웠지만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였다.


네크로노미콘을 탈취당했다는 소식을 다른 지부에 들켰다간 자신의 목이 날아갈 처지였다.


카이렌 녹스가 두려웠지만 한편으로는 든든했다.


그가 움직여서 해결되지 못한 일을 본적이 없기 때문에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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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섬을 공격하는 멀록 24.09.15 10 1 12쪽
22 거북섬 탐험 24.09.14 10 0 12쪽
21 멀록 정찰병 24.09.13 13 1 11쪽
20 거북섬을 향해 24.09.12 11 1 13쪽
19 크라켄의 강림 24.09.11 16 2 12쪽
18 크라켄의 부름 24.09.10 16 2 11쪽
17 말미잘 유령 24.09.09 18 2 12쪽
16 올드 펫 말미잘의 최후 24.09.08 17 2 12쪽
15 거대 거북이의 피 24.09.07 20 2 12쪽
14 마나 운용법을 배웠더니 강해짐 24.09.06 23 2 12쪽
13 셸과 핀의 과거 24.09.05 15 2 11쪽
12 카이렌 녹스의 추적 24.09.04 21 2 12쪽
11 거대 말미잘과 한판 24.09.03 21 2 12쪽
10 댄스 신고식 24.09.02 23 1 13쪽
9 유령 3인방 24.09.01 30 2 11쪽
8 고대 크라켄 신전의 유령 24.08.31 30 2 12쪽
7 [초급 : 물 마법 Lv 1]을 획득하셨습니다. 24.08.30 30 2 11쪽
6 상남자들의 목숨을 건 대결 24.08.29 38 2 11쪽
» 첫 번째 진화!! 24.08.28 49 3 11쪽
4 초롱아귀는 무서워 24.08.27 48 3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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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화산 폭발 +1 24.08.26 70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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