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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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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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책방
작품등록일 :
2024.08.26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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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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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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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32,282

작성
24.08.30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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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초급 : 물 마법 Lv 1]을 획득하셨습니다.

DUMMY





쩍!


항아리가 갈라지는 소리가 귀를 때리며 나는 반사적으로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완전히 산산조각이 난 항아리 조각들이 바닥에 떨어지자, 나는 한순간에 붉은 눈을 가진 멸치 떼의 한복판에 서 있게 되었다.


“···100여 마리.”


나는 무의식적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멸치 떼의 숫자를 세었다.


그들의 시뻘건 눈빛이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 광기에 찬 눈빛은 마치 이미 우리의 피 냄새를 맡는 듯했다.


“17 대 1도 아닌 100대 2의 전설이라···.”


“끼엑?”


맨티스 쉬림프의 황당해 하는 괴성이 내 등 뒤에서 들려왔다.


내 목소리를 알아듣는 건가?


- 살고 싶으면 지금이라도 도망가!


제라하드의 음성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나는 복싱 자세를 취하고 있던 촉수를 천천히 풀어내며, 멸치들을 관찰했다.


지금은 서로 탐색하느라 공격하고 있지 않지만 조금이라도 우리들이 움직인다면 피라냐처럼 우리들을 공격할 것이다.


살벌한 눈싸움을 하던 그때 일심동체인 양 모든 멸치가 한 번에 공격을 시작했다.


그들이 일정 사거리 안에 다가왔을 때 나는 온 힘을 다해 먹물을 내뿜었다.


그리고 땅을 팠다.


파바박!


7개의 촉수는 심해의 고운 모래를 순식간에 파헤쳤으며 나는 촉수 하나를 맨티스 쉬림프 몸체에 묶은 다음 굴을 파 숨었다.


퍼퍼펑! 펑!


위에서는 멸치들이 저들끼리 부딪쳐 터져나가는 소리가 들렸다.


‘따개비병이 뭐길래 멸치가 이렇게 앞뒤 안 가리는 괴물이 된 거지?’


전에 봤었던 일반적인 멸치들은 도망치기 바빠 보였다.


나는 촉수를 부지런히 움직여 땅속에서 이동하고 있었다.


[땅 파기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친구 자네도 좀 거들지?”


아직 상황판단을 못 하는 맨티스 쉬림프는 내 목소리에 팔을 마치 자유형 하듯이 휘둘러 앞에 쌓이는 모래를 뒤로 빼내고 있었다.


- 방금까지 신명 나게 싸우던 놈들 맞나?


약간 어이없다는 듯 제라하드는 말했다.


‘그런데 영감님은 어디 계시다가 다시 나타나셨나요?’


- 깜빡 잊고 있었는데 지금 생각났네! 네가 화산 폭발 버튼을 누르는 바람에 너 죽을 뻔했어! 이놈아!


‘그건 제가 잘못하긴 했습니다. 그런데 그건 그냥 사고일뿐이에요.’


- 내가 마나를 짜내서 너한테 마나 보호막을 씌워주지 않았다면 너는 지금쯤 하늘나라에 있을 게다. 그리고 힘이 모두 빠진 나는 잠시 잠들었지.


어쩐지 그 폭발에 휘말렸는데도 크게 안 다친 이유가 있었다.


‘선생님 덕분에 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허공에 90도 인사를 한 나는 급하게 다른 주제로 넘어갔다.


‘그런데 따개비병은 대체 뭡니까? 진짜 좀비처럼 달려들던데.’


- 따개비병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난 병이라네 감염의 경로도 정체를 모르지 하나 아는 것은 가족도 공격하는 끔찍한 병이라는 거지 그런데 좀비는 뭔가?


‘···뭐 비슷한 병입니다.’


- 그런가? 그쪽 세상도 그런가 보군.


오해가 생긴 것 같지만, 굳이 교정하지는 않았다.


감염된 멸치는 눈이 빨갛고 온몸에 따개비가 붙어있었다.


게다가 목숨을 도외시하는 행동을 서슴없이 하는게 영화에서나 나오는 좀비 같다.


그때 발밑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쏴아아아


잠시 촉수를 들어 맨티스 쉬림프를 멈춰 세우고, 주의 깊게 바닥을 살폈다.


‘뭔가 불길한데···.’


그때였다.


쿠궁! 쾅!


한순간 땅이 크게 흔들리며, 바닥이 무너져 내렸다.


우리는 싱크홀처럼 꺼진 땅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촉수를 뻗어 보려 했지만, 이미 너무 늦은 뒤였다.


우리는 끝없이 어둠 속으로 떨어져 내렸다.




* * *




차가운 공기가 온몸을 스치고, 우리의 시야는 완전히 어둠 속에 묻혀 버렸다.


그동안 익숙하게, 느껴지던 물의 저항도 느껴지지 않았다.


마치 중력이 우리를 압도하듯, 더 깊은 심연으로 끌어당겼다.


“으아아아악!”


“끼에에에엑!”


떨어지는 동안, 시간은 느리게 흘러갔고, 우리는 공포 속에서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채 추락했다.


풍덩!


우리는 작은 호수에 빠졌다.


엥? 호수?


- 이런 곳에 호수가 있다니. 내가 젊었을 적에 우연히 발견한 고대 크라켄 신전과 구조가 같아!


잔뜩 들뜬 제라하드의 음성


“고대 크라켄 신전이라고요?”


- 나는 젊었을 때 바다 곳곳을 탐험하는 탐험가였네! 여느 날처럼 깊게까지 탐험하던 도중 우연히 해류에 휘말렸고 정신을 차렸을 때는 고대 크라켄의 신전을 발견했지, 종교와 사랑에 빠진 나는 크라켄교의 문헌과 교리를 이용해 크라켄교를 창설했네


“그렇다는 얘기는 고대 크라켄교를 영감님이 부활시켰다는 이야기군요.


- 그렇다네.


흥미로운 사실이었다.


제라하드의 말대로라면 크라켄교는 모종의 이유로 고대에 한 번 쇠퇴했다가 그의 힘으로 다시 부활했다.


- 좀 더 깊은 곳으로 이동해보세!


우리는 헤엄쳐서 호수의 끝자락까지 이동했다.


철퍽. 철퍽.


호수를 나와보니 이곳은 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곳이 아닌 사람의 손길이 닿은 곳으로 여겨졌다.


곳곳에는 인위적으로 발정석이 박혀있었으며 우리가 들어온 천장의 구멍과 이곳은 물 대신 공기로 채워져 있었다.


“아아무무도도 안안 계계세세요요!”


문어 울음소리가 호수 전체에 울려 퍼졌다.


주위를 둘러보니, 사방이 견고한 바위로 둘러싸인 채 완벽히 막혀 있었다.


오직 정면만이 동굴처럼 길게 뚫려 있었다.


그 길은 어딘가로 이어져 있었고, 우리는 그 빛을 따라 걸어가기 시작했다.


동굴 안 곳곳에는 나무나 돌로 만들어진 문어 조각상이 작게 만들어져있었다.


- 처음에는 긴가민가했는데 확실히 고대 크라켄 신전이군.


“그런 거 같네요.”


“끼엑!”


동굴 끝에 다다랐을 때, 우리를 맞이한 것은 거대한 공간이었다.


“···우와.”


나는 순간 말을 잃었다.


고개를 약간 들어 올리니, 어마어마한 크기의 구조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은 웅장하면서도 압도적인 위엄을 자아내는 신전이었다.


먼지와 곳곳에 부서진 돌가루로 폐허처럼 보였지만, 그곳에는 분명한 위엄이 깃들어 있었다.


크라켄이 이곳에서 살아 숨 쉬고 있는 것만 같았다.


신전은 마치 시간을 초월한 듯,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돌벽에 새겨진 고대 문양과 비밀스러운 상징들 그리고 신전의 지붕에는 거대한 크라켄 금상이 천장에 몸을 올려두고 있었다.


- 감동적이야···. 내가 발견한 고대신전보다 족히 10배는 더 커 보여!


“이야 금상만 가져다가 팔아도 1조는 되겠네”


동상이몽이라고 했던가 같은 것을 봐도 나와 제라하드의 시선에는 큰 차이가 있었다.


동굴에서 신전까지의 길바닥은 거칠고 울퉁불퉁한 암석으로 덮여 있었으며, 군데군데 크고 작은 균열이 나 있었고 이끼가 잔뜩 껴있었다.


오래된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암석이 촉수 아래에서 차갑게 느껴졌다.


이윽고 신전 정문에 도착했고 거대한 석문에는 크라켄의 8개의 눈이 조각되어 있었다.


눈은 마치 고양이의 눈처럼 동공이 세로로 길었고 등 뒤에서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무섭게 생겼다.


- 빨리 들어가지, 문어 양반!


‘우리 흥분하지 말고 진정 좀 합시다.’


흥분한 제라하드를 진정시킨 나는 석문을 향해 촉수를 밀었다.


그런데 어라?


“끄으으응”


온 힘을 다해서 석문을 밀어봤지만 1cm정도 열릴뿐 꿈쩍도 하지 않았다.


아무리 해도 열리지 않자 나는 살짝 열린 석문 틈으로 그 원인을 알 수가 있었다.


‘안쪽에 복잡한 잠금 장치가 걸려있네.’


- ···다른 길을 찾아봐야겠네 신전 한 바퀴를 둘러보지.


촉수를 4개씩 뭉쳐 이족보행 한 나는 신전 가장자리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 인간처럼 걷는 문어라니 생김새 한번 기묘하군.


“킥킥”


내 꼴이 웃겼던 나도 작게 웃음을 지었다.


그렇게 한 바퀴를 둘러보았지만 신전 내부로 통하는 문은 정문 밖에 없었다.


“뒷문이나 개구멍 같은것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네요.”


- 생각해보니 젊을적에 발견한 신전도 뒷문은 존재하지 않았어.


아니 처음부터 생각해냈으면 좋았잖아.


나는 뒷목을 잡으며 정문으로 돌아와 골몰히 생각하던 중 제라하드가 뜬금없는 방법을 제안했다.


- 마법 한번 배워보는 게 어떤가?


“예? 지금요?”


- 물 마법중에 이런 작은 틈새를 통과할수있는 ‘액체화’ 마법이 존재한다네. 자네라면 금방 배울수 있을게야.


“저는 한 번도 마법을 배워본 적이 없는데 그게 가능할까요?”


며칠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내가 마법을 배울 수가 있을까? 묘하게 흥분이 되었다.


- 물론 어렵지만 자네라면 금방 배울 수 있을걸세.


그리하여 제라하드는 나의 스승이 되었다.



액체화 마법을 시전하기 위해서 첫 번째로 필요한것은 기초적인 물 조작 마법이었다.


제라하드는 바다에 사는 어인족이라면 누구나 다 한다고 말했다.


- 자, 이제 시작하자. 먼저 네 안의 마나를 느껴보거라.


스승님의 말에 나는 눈을 감았다.


호흡을 가다듬으며 내면에 집중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저 고요함뿐.


- 조급해하지 마라. 마나는 네 몸 구석구석에 흐르고 있다. 혈액처럼, 숨결처럼.


스승의 목소리를 따라 의식을 더욱 깊이 가라앉혔다.


그때였다.


미세한 감각이, 아주 작은 이질적인 기운을 포착했다. 마치 움직이는 무언가가 몸속에 있는 감각.


- 느껴지나? 그것이 바로 마나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난생처음 느껴보는 새로운 감각에 나는 푹 빠져들었다.


- 좋아. 이제 그 마나를 물의 성질로 변화시켜 보거라. 마나를 차갑고 유연하게, 흐르는 듯이 상상해.


나는 머릿속으로 마나가 시원한 계곡물로 변하는 상상을 했다.


- 집중하거라! 마나를 그려내는 거 다 푸른색의 차갑고 물컹한 촉감을. 그리고 그것을 손끝으로 보내거라


처음에는 어려웠지만, 점점 촉수 끝에서 차가운 기운이 느껴졌다.


- 이제 눈을 떠보아라.


조심스럽게 눈을 뜨니, 놀랍게도 촉수 위에 작은 물방울이 맺혀 있었다.


- 잘했다! 이제 마지막 단계다. 그 물을 허공에 띄워보거라.


나는 다시 집중했다. 물방울을 위로 띄우려 노력했지만, 그저 촉수 위에서 굴러다닐 뿐이었다.


- 조급해하지 마라. 물은 네 의지의 연장이다. 강요하지 말고, 부드럽게 인도하듯이.


스승의 조언을 되새기며 다시 시도했다.


이번엔 물을 억지로 들어 올리려 하지 않고, 마치 물과 대화하듯 부드럽게 의지를 전했다.


그러자 기적이 일어났다.


물방울이 천천히, 아주 천천히 공중으로 떠 올랐다.


[초급 : 물 마법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 놀랍구나!


스승이 환호했다.


하지만 그 순간 집중이 흐트러져 물방울이 땅에 떨어지고 말았다.


- 괜찮다. 이제 시작일 뿐이야. 마나를 느끼고, 그것을 물로 변화시키고, 그 물을 조종하는 것. 이 세 가지가 물 마법의 기초지. 계속 연습하면 점점 더 큰 물을 다룰 수 있게 될 거야.


나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영화에서나 보던 마법을 구사할 수 있다니


처음으로 문어가 된 것이 행복했다.


- 자, 다시 한번 해보자. 이번엔 물방울을 좀 더 오래 띄워보는 거야.


스승의 말에 나는 다시 한번 깊은 호흡을 내쉬며 집중했다.


마나를 느끼고, 물로 변화시키고, 그리고 조종하는 것.


이 세 가지 단계를 반복하며, 나는 조금씩 마법의 세계로 발을 내딛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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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주말 점심에는 신성한 연못 스파! 24.09.16 8 1 11쪽
23 섬을 공격하는 멀록 24.09.15 10 1 12쪽
22 거북섬 탐험 24.09.14 10 0 12쪽
21 멀록 정찰병 24.09.13 14 1 11쪽
20 거북섬을 향해 24.09.12 11 1 13쪽
19 크라켄의 강림 24.09.11 16 2 12쪽
18 크라켄의 부름 24.09.10 16 2 11쪽
17 말미잘 유령 24.09.09 18 2 12쪽
16 올드 펫 말미잘의 최후 24.09.08 17 2 12쪽
15 거대 거북이의 피 24.09.07 20 2 12쪽
14 마나 운용법을 배웠더니 강해짐 24.09.06 23 2 12쪽
13 셸과 핀의 과거 24.09.05 15 2 11쪽
12 카이렌 녹스의 추적 24.09.04 21 2 12쪽
11 거대 말미잘과 한판 24.09.03 21 2 12쪽
10 댄스 신고식 24.09.02 23 1 13쪽
9 유령 3인방 24.09.01 30 2 11쪽
8 고대 크라켄 신전의 유령 24.08.31 30 2 12쪽
» [초급 : 물 마법 Lv 1]을 획득하셨습니다. 24.08.30 30 2 11쪽
6 상남자들의 목숨을 건 대결 24.08.29 38 2 11쪽
5 첫 번째 진화!! 24.08.28 49 3 11쪽
4 초롱아귀는 무서워 24.08.27 48 3 12쪽
3 새우를 먹어보자! +1 24.08.26 60 3 12쪽
2 화산 폭발 +1 24.08.26 70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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