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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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책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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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책방
작품등록일 :
2024.08.26 11:56
최근연재일 :
2024.09.17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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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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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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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2,2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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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5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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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쪽

셸과 핀의 과거

DUMMY





셸은 3층으로 돌아온 후, 마음속에서 화가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꼈다.


‘왜 이렇게 화가 나는 거지? 그 문어 녀석이 5층에 도전하겠다고 하는 게 뭐가 그렇게 신경 쓰여서?’


자신도 어떤 이유로 화가 난 건지 명확히 알 수 없었다.


마음을 가라앉히려 애쓰며 고개를 들어보니, 저 멀리 벽을 응시하며 멀뚱히 서 있는 한 남성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동공이 풀린 채 입을 반쯤 벌리고 있었고, 누가 봐도 정신이 온전치 못한 상태였다.


“이봐, 핀. 언제까지 그렇게 있을 거야? 이제 정신 좀 차려야지.”


셸의 입에서 나온 말에는 다정함이 묻어 있었다.


핀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셸을 바라봤다. 하지만 그의 눈은 여전히 공허했고, 셸의 말은 핀에게 닿지 않은 듯했다.


그는 다시 천천히 벽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셸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핀이 이렇게까지 무너져버린 데에는 자신의 책임이 있다는 생각이 그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그날, 그 선택이 아니었다면, 핀이 이렇게까지 미쳐버리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가슴을 아프게 했다.


그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벌써 20년이 지난 이야기다. 셸과 핀이 고대 신전에서 거대 말미잘에게 죽임을 당하고 유령이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두 사람은 분노에 가득 차 있었다.


“저 망할 말미잘 때문에 이렇게 된 거야! 죽은 것도 억울한데, 평생 유령으로 썩어야 한다니 말도 안 돼!”


“도대체 이곳에 얼마나 갇혀 있어야 하는 거야?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지만, 이건 정말 아니야!”


셸과 핀의 외침이 3층의 고요한 공간을 울렸다. 하지만 다른 유령들은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이미 수많은 유령이 시도하고 실패했기에, 이제는 희망도 없는 도전일 뿐이라는 생각이 팽배해 있었다.


그들의 무관심에 오히려 셸과 핀은 분노했다. 이미 죽은 몸인데, 뭐라도 시도해 봐야 하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다. 답답함에 지친 두 사람은 비록 서로의 이름과 직업, 나이가 모두 달랐지만, 마음이 잘 맞아 어느새 절친한 사이로 거듭나게 되었다.


그 둘은 의기투합해 둘이 말미잘을 죽이러 5층으로 향했다. 어떠한 뾰족한 수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가만히 있기에는 속에서 열불이 났다.


5층의 말미잘 근처까지 다다르자, 공포의 감정이 생겨나 핀과 셸을 딱딱한 나무로 만들었다. 핀은 온몸이 떨리고 있는 것을 느꼈다. 거대 말미잘이 발산하는 공포의 파동이 그의 정신을 짓누르며, 그의 머릿속에 끝없는 공포를 심어주는 듯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주저앉아 버리고 싶은 충동을 억지로 누르며, 깊은숨을 들이마셨다.


‘이대로는 안 돼··· 이 공포를 극복해야 해.’


핀은 떨리는 손을 가슴 위에 얹었다. 손끝에서부터 서서히 마나를 끌어모아 집중하기 시작했다. 주변의 소음이 멀어지고, 오직 자신과 마나의 흐름만이 그의 인식 속에 남았다.


그의 눈동자가 서서히 고요해지며, 마나의 흐름이 손끝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마나 리벤터스 스피리투스 디펜디스···”


핀은 조용히 룬어를 속삭였다. 그의 목소리는 희미했지만, 그 말은 마치 공명하듯 그의 정신 속에 깊이 울려 퍼졌다. 공포의 파동이 다시 밀려오며 그의 정신을 흔들었지만, 그는 흔들림 없이 주문을 반복했다.


“마나 리벤터스 스피리투스 디펜디스···”


마나가 그의 손끝에서 퍼져나가며, 핀의 이마에 투명한 방패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방패였지만, 핀은 그 방패의 존재를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그의 정신을 둘러싸고, 외부의 모든 공포와 혼란을 차단하고 있었다.


공포의 파동이 다시금 강하게 그를 덮쳤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파동이 방패에 부딪혀 더 이상 그의 정신에 침투하지 못했다. 핀은 방패의 강도를 높이기 위해 마나를 더 강하게 주입했다. 방패는 더욱 단단해졌고, 그는 조금씩 자신감을 되찾았다.


그의 주변이 서서히 안정되기 시작했다. 공포의 파동이 다가오며 핀을 공격하려 했지만, 그 방패는 핀의 정신을 완벽하게 보호해 주고 있었다. 핀은 깊은숨을 내쉬며, 방패를 더 넓게 펼쳐나갔다. 그 방패는 셸까지 감싸안으며, 그들의 정신도 보호하기 시작했다.


핀과 셸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며 결의를 다졌다. 핀과 셸은 말미잘의 마법을 사용해 말미잘의 정신을 반대로 파괴하려는 시도를 하기로 했다.


“셸, 이제 시작이야. 내가 가르쳐준 마법 기억나지?”


핀은 차분하게 말했지만, 그 말속에는 단단한 의지가 담겨 있었다. 셸은 고개를 끄덕이며 마법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핀도 역시 깊은 호흡을 내쉬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그의 손끝에서 마나가 서서히 흐르기 시작했다.


핀의 마법을 이어받아 셸은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마나 리벤터스, 스피리투스 디펜디스!”


셸이 정신 방어 마법을 시전했고, 핀은 말미잘의 정신에 침투하기 위해 마나를 집중시켰다. 핀은 온 힘을 다해 자신의 마나를 말미잘의 정신에 흘려보냈다.


그는 말미잘의 정신 속으로 들어가 그곳에 숨겨진 약점을 찾아 파괴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순간, 말미잘의 정신이 생각보다 훨씬 강력하고 복잡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으으···!”


핀은 이내 엄청난 저항을 느꼈다. 말미잘의 정신은 핀의 침투를 거부하며, 그의 정신을 되려 공격해 들어왔다.


그것은 핀의 정신 깊숙한 곳을 강하게 짓누르며 혼란과 공포를 심어주었다. 핀은 극심한 두통과 함께 정신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느꼈다. 셸은 옆에서 그를 지켜보며, 그가 점점 고통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았다.


“핀! 포기해! 이러다가는 네가 무너지고 말 거야!”


셸은 필사적으로 소리쳤지만, 핀은 이미 되돌아올 수 없는 길을 걷고 있었다. 말미잘의 정신은 핀의 마음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그를 미궁 속으로 몰아넣었다. 핀은 더 이상 자신의 정신을 지탱할 힘이 없었다.


“아··· 안 돼···!”


핀의 눈이 점점 흔들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광기를 띠기 시작했다. 그 순간, 핀의 정신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그의 눈은 공허해졌고, 입에서는 의미 없는 중얼거림이 흘러나왔다.


“하하···하하하하하···.”


핀은 갑자기 미친 듯이 웃기 시작했다. 그의 웃음은 날카롭고 섬뜩했으며, 그 안에는 더 이상 인간의 이성이 남아있지 않았다. 핀은 자신의 정신을 완전히 잃어버린 채, 마치 다른 사람이 된 듯 비틀거리며 웃었다.


셸은 충격과 슬픔에 눈물을 흘리며 그를 지켜봤다.


“핀··· 안 돼···.”


그들의 시도는 결국 핀을 잃는 대가를 치르게 되었다. 셸은 더 이상 핀에게 닿을 수 없다는 사실에 무력감을 느꼈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그를 지켜보는 것뿐이었다.



* * *



“어우 잘 잤다.”


뻐근했던 온몸을 쥐어짜내듯이 스트레칭을 하며 털어낸 나는 오랜만에 상태창을 열었다.


[감정 스킬이 발동됩니다!]


► 종족 : 캐논 옥토퍼스 Lv 18

► 칭호 : 문어준, 무모한 도전자

► 스킬 : [감정 Lv 2], [이중 의식 Lv ?], [물어 뜯기 Lv 2], [먹물 발사 Lv 5], [촉수 타격 Lv 6], [위장 Lv 4], [암시야 Lv 3], [재생 Lv 5], [화상 내성 Lv 5], [충격 내성 Lv 6], [땅 파기 Lv 1], [초급 : 물 마법 Lv 2], [독 내성 Lv 3]


전과는 다르게 재생이 1레벨 올랐고 독 내성이 새롭게 만들어졌다. 어찌나 말미잘 독이 지독했는지 무려 3레벨이었다.


- 어째 몸은 다 회복된 게 맞느냐?


따뜻한 목소리가 머릿속을 울렸다.


‘오히려 싸우기 전보다 컨디션이 더 좋아요.’


나는 촉수를 빙빙 돌리며 건재함을 보여주었다. 4층을 둘러보니 리아를 제외한 다른 유령들은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리아는 피곤한 듯 이리저리 두둥실 떠다니고 있었다.


‘유령도 피곤함을 느끼는군요.’


- 유령은 정신만이 남아 있는 존재이기 때문에, 오히려 생명체들보다 더 정신적 피로를 느끼기 쉽지.


어쩐지 3층에 자고 있는 유령들이 많다고 생각했었다. 나는 리아를 살짝 흔들어 깊은 잠에 빠진 그녀를 깨웠다.


“···저기 리아, 이제 일어나야 할 시간이야.”


“!”


화들짝 놀란 그녀는 주위를 급히 두리번거리다가 나를 발견하고는 얕은 한숨을 내쉬었다.


“으음··· 몸은 좀 어때? 괜찮아?”


“에반 아저씨가 해독을 해줄 때는 손가락 하나 움직일 힘이 없었는데, 지금은 팔팔해!”


나는 전에 보여줬던 문어 춤을 다시 선보였다. 리아는 작게 웃으며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어디에 있어? 3층으로 내려갔어?”


“···응, 다른 사람들은 3층에 내려가서 네가 얼마나 열심히 하는지 다른 분들한테 이야기하러 갔어.”


리아는 잠시 깊이 생각하더니 이내 내 눈을 마주치며 말을 이어 나갔다.


“사실 우리도 지금까지 많은 시도를 했었어. 그런데 몸이 없어 마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마저도 잘 통하지 않았어. 하지만 네가 물리적으로 데미지를 입혔잖아. 그래서 다른 분들도 조금 희망이 생겼을 거야, 아마.”


그들의 말을 들으며 나는 이해가 갔다. 얼마나 많은 시도를 했을지, 얼마나 좌절했을지를 생각하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지금 이 순간, 유일하게 살아 있는 나에게 그들은 희망을 걸고 있었다.


‘스승님, 혹시 제 영혼에 있는 네크로노미콘에 거대 말미잘을 퇴치할 수 있는 마법이 있나요?’


- 물론 있네. 하지만 지금의 자네로서는 사용할 수 없는 것들이지. 딱 한 번 사용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게 된다면 자네는 죽거나 미쳐버릴 게야.


막연히 기대했지만, 막상 들으니, 기운이 빠졌다. 하지만 시도해 볼 수밖에 없었다.


‘죽지 않을 만큼만 독침에 쏘이고, 죽을 만큼 두들기다 보면 언젠가 말미잘의 사체가 내 앞에 쓰러져 있겠지.’


나는 스스로를 다잡으며 리아와 함께 3층으로 내려왔다. 3층은 약간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나를 바라보는 유령들의 눈빛이 어제보다 조금 더 따뜻해져 있었다.


여전히 등을 돌리고 바닥에 누워 있는 셸의 모습이 보였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았다.


저 멀리서 에리아와 칼로스가 다가왔다.


“오우! 문어준, 네가 보여준 파이팅에 진짜 감동했어!”


“몸은 괜찮지? 혹시 조금 더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같아?”


언제나처럼 유쾌한 칼로스와 인서울을 목표로 하는 엄마처럼 닦달하는 에리아가 밉지만은 않았다. 이곳의 희망은 오로지 나밖에 없었으니까.


“그럼요. 재생 스킬 덕분에 몸이 멀쩡합니다. 그리고 독 내성 스킬도 생겼고요. 몇 번 더 시도해 보면 어떻게든 될 것 같아요.”


나는 촉수로 머리를 긁으며 말을 이었다.


“혹시 이곳에 두꺼운 가죽이나 방패 같은 게 있나요?”


나의 물음에 에리아가 대답했다.


“당연히 있지! 그런데 그건 셸이 가지고 있는데, 내가 한 번 빌려볼게.”


에리아는 결심한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셸에게 다가갔다. 셸은 여전히 바닥에 누운 채 등을 돌리고 있었지만, 에리아의 접근에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나는 그들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이번에는 정말로 말미잘을 끝장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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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멀록들을 향한 거북이들의 반격 NEW 17시간 전 5 1 12쪽
24 주말 점심에는 신성한 연못 스파! 24.09.16 8 1 11쪽
23 섬을 공격하는 멀록 24.09.15 10 1 12쪽
22 거북섬 탐험 24.09.14 10 0 12쪽
21 멀록 정찰병 24.09.13 14 1 11쪽
20 거북섬을 향해 24.09.12 11 1 13쪽
19 크라켄의 강림 24.09.11 17 2 12쪽
18 크라켄의 부름 24.09.10 16 2 11쪽
17 말미잘 유령 24.09.09 19 2 12쪽
16 올드 펫 말미잘의 최후 24.09.08 17 2 12쪽
15 거대 거북이의 피 24.09.07 21 2 12쪽
14 마나 운용법을 배웠더니 강해짐 24.09.06 24 2 12쪽
» 셸과 핀의 과거 24.09.05 16 2 11쪽
12 카이렌 녹스의 추적 24.09.04 21 2 12쪽
11 거대 말미잘과 한판 24.09.03 21 2 12쪽
10 댄스 신고식 24.09.02 23 1 13쪽
9 유령 3인방 24.09.01 31 2 11쪽
8 고대 크라켄 신전의 유령 24.08.31 31 2 12쪽
7 [초급 : 물 마법 Lv 1]을 획득하셨습니다. 24.08.30 31 2 11쪽
6 상남자들의 목숨을 건 대결 24.08.29 39 2 11쪽
5 첫 번째 진화!! 24.08.28 49 3 11쪽
4 초롱아귀는 무서워 24.08.27 48 3 12쪽
3 새우를 먹어보자! +1 24.08.26 61 3 12쪽
2 화산 폭발 +1 24.08.26 70 4 12쪽
1 문어가 되었습니다..? 24.08.26 89 4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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