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급 재능의 천재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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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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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7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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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화

DUMMY

열네 살 소년 소녀 펠과 페나 쌍둥이.

그들은 태어나 처음 보는 광경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질서정연하게 정돈된 길거리와 바삐 움직이는 사람들.

사람들의 얼굴에는 찌들어버린 패배감이 아니라 빛나는 생기가 넘친다.

외부 구역의 주민들에게서는 찾아보기 힘든.


개중 가장 인상적인 건 투박하게 생긴 철덩어리들이 빠른 속도로 길을 가로지르는 풍경이었다.

저게 어떻게 움직이는 것인지, 혹시나 저 내부를 구경하는 게 가능할지.

넘치는 호기심을 주체할 수 없었던 쌍둥이의 눈이 반짝 빛났다.

하지만 선생님의 태도는 단호했다.


'자동차를 한 번 타게 되면 이 선생님은 내일까지 물만 먹으며 살아야 한단다. 요금이 제법 비싸거든. 너희는 선생님이 뱃가죽을 움켜쥐고 배고픔에 고통받기를 원하는 거니.'


뱃가죽은 무슨, 온몸에 근육이 빵빵하게 들어찬 걸 다 알고 있는데.

아마 가죽이 잡히지도 않을 거다.

하지만 쌍둥이는 조용히 입을 다물었다.

학교에서 그랬던 것처럼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이마냥 졸라대면 못 이긴 척 선생님이 져줄 건 알았지만, 굳이 그러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이미 빚을 몇 번을 졌는데, 이런 사소한 빚까지 질 순 없지.


"쳇. 째째해."


물론 불평은 좀 했지만.


놀라움은 마탑 안에서도 마찬가지로 이어졌다.

이 많은 사람들이 모두 다 마법사란다.

물론 대부분이 수련생이라고는 하지만, 그것조차 쌍둥이에게는 경악스러운 일이었다.

평생 가진 단 하나의 소원이 바로 마법사가 되는 일일진대, 그 간절한 소원을 이룬 이들이 길거리의 돌맹이 마냥 굴러다닌다는 것.

이건 쌍둥이의 세상을 깨부수다 못해 아예 가루로 갈아버리는 것과도 같은 충격이었으리라.


"아 르네 부탑주님께 이미 언질은 받았네. 이 아이들로 테스트를 진행해 보면 되겠는가?"


"네. 부탁드립니다."


하지만 그 충격조차도 지금에 비하면 약과였다.

기계 앞에 선 쌍둥이는 정말이지 심장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자 남자아이부터 먼저 테스트를 진행하도록 하자. 심호흡을 한 후에 오른손을 이 구슬 위에 올려 보거라.”


쿵쾅쿵쾅-


내뻗는 오른손이 절로 바들바들 떨렸다.


혹시나 재능이 없으면 어떡하지?

볼프렌 시 내부로 들어오는 것도 선생님이 동행하지 않았으면 불가능했는데, 그럼 계속 외부 구역에서 비루하게 살아야 하나.

그러면 인생이 얼마나 더 망가지게 되는 거지?

미칠 듯한 공포가 펠의 뇌리를 마구 뒤흔들었다.


하지만 손을 멈출 수는 없었다.

두렵다 해서 가능성의 확인조차 하지 않을 수는 없었으니.

결국 구슬 위에 펠의 오른손이 얹혔다.


“자, 그럼 작동시키도록 하마.”


마법사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펠의 심장은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튀어 올랐다.

금방이라도 가슴팍을 열고 뛰쳐나올 듯 박동하는 심장.

그리고 이내 환한 빛이 펠의 시야를 가득 메웠다.


“녹색이로군.”


그게 무슨 의미지?

펠이 멍해진 눈을 마법사를 향해 돌리자 마법사가 싱긋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 설명이 필요했었나? 음··· 쉽게 얘기하자면 초록색 불빛은 마법사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감응력을 충족한다는 의미란다. 즉 마법사가 될 수 있다는 의미지.”


“!!!”


“그럼 뒤에 여자아이 차례.”


이내 기계에서 한 번 더 환한 초록 불빛이 터져 나왔다.


“둘 다 합격. 근데 좀 특이하네? 다른 테스트 대상자들보다 뭔가 빛이 좀 더 밝은 것 같은 느낌인데. 이런 현상도 있었나?”


마법사가 잠시 고개를 갸웃하며 중얼거렸다.

하지만 뭐 그게 뭐가 중요한가.

초록 불빛이 떴다는 게 중요하지.

테스트 진행만 해도 바빠 죽겠는데 이런 자질구레한 것까지 신경을 쓰는 건 사치다, 사치.


“두 사람. 혹시 나이가 몇 살이야?”


“열네 살입니다! 올해 겨울에 열다섯이 됩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마치 기절할 것처럼 기뻐히던 쌍둥이가 어느새 정신을 차리고 씩씩하게 대답하는 광경이 제법 인상적이었다.


마법사가 약간은 놀란 듯 대꾸했다.


“아 그래? 생각보다 나이가 많네.”


그리고 이어지는 것은 수련생이 되기 전 반드시 숙지해야 할 주의 사항이었다.


열다섯 살이 되기 전에는 가급적 코어를 만들지 말아라.

마법 수련도 열다섯이 되기 전엔 하지 말아라.

수련생이 되기 전에 가장 기초적인 마법이라도 최소 하나 정도는 익히는 게 수업을 따라가기 좋을 것이다.

가능하면 수련생이 되기 전에 생계유지를 할 방법을 찾기를 권한다 등등.


"왜 열다섯 살이 되는 게 먼저인가요?"


"너무 일찍 마법사가 되어 버리면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있거든. 마나 코어가 심장을 부수는 경우도 있었고, 마법 시전을 하는 중에 마나가 뇌로 역류해 버리는 케이스도 많았어. 옛날, 대범람 시기에 급하다고 마법을 막 가르쳤다가 그런 문제가 발생했다는 기록들이 많아도 너무 많지 뭐야. 그래서 최소 나이를 제한해 두는 거란다."


마법사의 친절한 설명.

하지만 쌍둥이의 얼굴은 찌푸려졌다.


세상에.

마법사가 되는 것도 쉬운 게 아니구나.

심장과 뇌가 박살이 나 버리는 수가 있다니.


"뭐 열다섯 이후에 마법을 익힌 사람들 중에는 그런 경우가 없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는 않아도 된단다."


그러고 한참을 이어지는 쌍둥이와 마법사의 대화.

카론은 뒷편에서 생각에 잠긴 채 그 광경을 묵묵히 지켜보았다.


'이건 예상외인데.'


저 둘이 제법 똑똑하다고는 생각해 왔다.

진도를 따라오는 걸 넘어 더 발전적인 생각을 툭툭 내뱉는 게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

하지만 머리가 좋은 것과 감응력 테스트를 통과하는 건 엄연히 다른 영역이었다.

충분한 수준의 감응력을 타고나는 경우가 흔한 일이라면 어째서 마법사가 선망받는 직업이 될 수 있었겠는가.


'뭐 어쨌든 나쁜 일은 아니니까.'


지금까지 교사로 일하며 교장, 제롬과 여러 번의 면담과 보고를 진행해 왔다.

그 과정에서 쌍둥이에 대해 내려진 결론은 제법 쓸만한 인재라는 것.

아마 이번 테스트가 없었더라도 쌍둥이는 외부 구역을 탈출하게 되었으리라.

물론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지만.


'좋은 일이지.'


쌍둥이가 잘 자라면 자랄수록 교장 제롬의 성과뿐 아니라 처음 발굴한 카론 자신의 이름값 또한 더불어 올라가는 셈이었으니.

마탑에서 크게 한 자리 해 먹고 싶은 카론에게는 나쁘지 않은 일이었다.

테스트 당일까지는 분명 그랬다.


*


상쾌한 기분으로 맞이한 다음 날 새벽.

카론은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마법을 수련하고 있었다.


"2레벨짜리도 뭐 난사하기에는 나쁘지 않네."


원래부터 용량이 컸던 마나 코어가 영약 섭취 이후로는 아주 드럼통 수준이 되어버렸다.

어지간한 난사로는 코어의 바닥을 보는 일조차 어려울 정도.

덕분에 융합 마법을 사용하는 데에도 특별한 문제가 없었다.

두 마법을 각자 캐스팅하는 것뿐 아니라 융합에 소요되는 추가적인 마나가 있음에도 카론의 코어는 그 소모를 거뜬히 견뎌낼 수 있었으니까.


"슬슬 해 뜨겠다."


어느덧 여름에 들어선 탓일까.

아직 시간이 일렀음에도 벌써부터 동쪽 하늘이 서서히 밝아지기 시작했다.

반면 남쪽의 하늘은 아직 어둡다.

그리고 그 어둠 너머에서부터 조금 더 어두운 무언가가 빠른 속도로 달려 들어오는 것이 보였다.


"뭐야. 저건."


자세히 보니 사람이었다.

그것도 상당히 낯익은.


"페나?"


이 꼭두새벽에 무슨 일이지?

와중에 저렇게 달릴 일은 또 뭐고.

펠은 어디로 간 거야?


하지만 카론이 의문을 가질 여유는 없었다.

페나의 조금 더 뒤쪽에서 페나보다 훨씬 더 빠르게 달려오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또 납치인가?"


납치된 걸 꺼내온 지 얼마나 지났다고 또 저런 놈들이랑 얽혀 버린 건지.

정말 기가 막힐 따름이었다.

작게 한숨을 쉰 카론이 민첩성 강화와 근력 강화 마법을 걸고서 빠르게 튀어나갔다.


"애들 좀 그만 괴롭혀라."


뻐억-


짧고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놈들이 우수수 무너져 내렸다.

카론의 공격에 반응조차 하지 못한 걸 보면 다들 능력자는 아니었던 모양.

가뿐히 놈들을 제압한 카론이 페나를 향해 질문을 던졌다.


"괜찮아? 왜 혼자야? 펠은 어디 있고?"


"잡혀갔어요. 저는 겨우 빠져나오긴 했는데..."


어쩐지 그럴 것 같더라니, 과연 예상을 빗나가지 않는 페나의 대답.

그럼 또 가서 애를 구해 와야 하잖아.

카론이 속으로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이어지는 페나의 말은 카론이 예상한 것보다 한 발 더 나가 있었다.


"분명 그 새끼가 우릴 판 거에요. 그렇지 않고서야 새벽부터 저것들이 쳐들어 올 리가 없죠. 아씨. 분명 주변에 없는 걸 확인하고 말했었는데 대체 어떻게 들은 거야."


"너흴 팔았다고? 아니 그 전에, 그 새끼가 누굴 말하는 거니?"


"누구긴 누구겠어요. 아빠죠. 아니 아빠도 아니지. 이 개 같은 새끼."


"..."


이건 예상못했는데.


씩씩대는 페나를 진정시킨 카론이 저편에 쓰러져 있는 놈들을 깨워 자초지종을 캐물었다.

그리 입이 무거운 놈들은 아니었던지 묻는 말에 술술 대답하는 녀석들.

대충 무슨 상황인지 얼개가 잡혔다.


"마법사가 될 재능이라 값을 치르고 사 왔다라..."


재능 있는 아이들을 사들이거나 납치해 조직의 전투원으로 키운다는 이야기였다.

그러다 쓸모를 다했거나 생각보다 너무 강해질 것 같으면 제거해 버리고.

그리 낯선 발상은 아니었다.


"기분은 영 좋지 않지만."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겠는가.

부숴 버려야지.


"게펜 패밀리라고 했지?"


"넵!"


"너희 패밀리에 대해 아는 대로 다 읊어 봐. 제대로 말 안 하면 이 주먹이 너희의 아구창에 꽂히는 거니까 생각 제대로 해."


꽝-


근력 강화와 강철 피부를 같이 건 카론의 오른손이 그대로 옆의 돌부리를 부숴 버렸다.

저런 펀치가 얼굴에 작렬한다면 어떻게 될지는 불 보듯 뻔한 노릇.

똘마니들이 사색이 된 채 앞다투어 입을 열었다.


"게펜 패밀리의 보스 게펜은 3레벨 능력자입니다. 2레벨짜리 중간 보스들도 여럿 있습니다!"


"전에 한 번 다 모인 적이 있었는데 조직원 수가 오십 명은 가뿐히 넘었던 것 같습니다!"


"규모가 비슷한 패밀리가 두 개 더 있는데 걔네들하고 전쟁을 벌일 계획이라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그래서 애들을 사 모으고 있다고··· 이렇게 애들을 모은 지 제법 오래됐습니다."


"굳이 돈으로 사 오는 건 애들한테 너희는 부모한테조차 버림받은 놈들이라는 걸 느끼게 해 주려는 거라고 했습니다."


"그러면 써먹기가 더 쉽다면서요."


똘마니들이 한참 동안 열과 성을 다해 털 수 있는 정보를 모두 털었다.

입에서 단내가 날 만큼.

하지만 그렇다 해서 놈들을 곱게 돌려보낼 생각은 없었으니.

결국 놈들은 기절한 채 온몸이 꽁꽁 묶인 신세가 되고 말았다.


그렇게 잠시 시간이 흐르고, 상황을 모두 수습한 카론이 생각에 잠겼다.


"생각보다 규모가 너무 큰데."


당장 게펜인지 뭔지 하는 놈들만 해도 규모가 수십 명이 넘는다고 한다.

그 정도의 숫자를 혼자서 쓸어버리는 건 지금의 카론에게는 무리.

마탑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이지만 그건 좋은 선택이 아닐 것 같았다.

마탑의 전력이 투사되면 그 혼란은 갱단 몇 개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외부 구역에 제법 방대하게 퍼져 버릴 테니까.


"아니지. 아니야. 굳이 마탑이나 아무르 장로님에게 손을 벌리지 않아도 되겠어."


곰곰이 생각해 보니 혼자서도 해 볼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놈들의 본거지에 쳐들어가는 것 외에도 카론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은 여럿 있었으니 말이다.


가령 예를 들자면.

몰래 은신으로 잠입해 펠을 구출한다던가.

신입 조직원으로 위장해서 놈들에게 섞여든다던가.

그것도 아니면 패밀리들 사이에 전쟁을 일으켜 서로 싸우느라 정신이 없는 틈을 타 펠을 탈출시킬 수도 있겠지.


"음? 이거 괜찮은데?"


카론이 다시금 천천히 생각을 이었다.


이 주변에서 아웅다웅하는 갱단 놈들이라 해 봐야 어차피 거기서 거기인 것들.

존재 자체가 해롭기만 한 놈들이다.

그렇다면 싹 다 쓸어버리는 게 낫지 않겠는가.

어차피 남의 피나 빨아먹는 모기 같은 것들에 불과할 따름인 것을.


"마침 쓸만한 마법도 있고 말이지."


카론의 왼손에 약한 분홍빛이 돌았다.

2레벨이 되면서 자신이 익힐 수 있는 마법에는 한계가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달은바.

그렇기에 수련을 시작한 마법이 있었으니.


바로 암시 마법이었다.


"원래 애들한테 써서 수업이 끝난 후에는 나 좀 안 찾아오게 하려고 연습하던 거지만..."


만약 패밀리의 말단들에게 암시 마법을 사용해 서로를 공격하게 만들면 어떨까.

한 번이라면 넘어갈 수도 있겠지.

하지만 만약 패밀리의 영역 곳곳에서 이러한 다툼이 계속해 일어난다면?

과연 놈들이 그때도 가만있을 수 있을까?

자중할 수 있을까?


"한번 보자고 어떻게 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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