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월급 재능의 천재 마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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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1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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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화

DUMMY

“쯧··· 기껏 잡아 왔는데 이렇게까지 쓸모가 없을 줄이야.”


에펠바움 강변에 위치한 거대한 저택 내부의 서재.

그곳에는 다양한 책이 꽂힌 책장들이 수를 셀 수 없이 늘어서 있다.

서재의 한복판, 정갈하게 꾸며진 책상 앞에 앉은 아무르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마음에 안 든단 말이지. 그놈들.”


이렇게까지 깊게 파고 들었는데도 유의미한 결과가 나오지 않는 건 제법 오랜만이었다.


“분명 놈들의 이름이··· 영광이라고 했었나?”


대체 놈들은 뭐 하는 놈들이길래 그저 단체의 이름을 발설하는 것만으로도 사람 하나를 그대로 죽여 버릴 수 있단 말인가.

그만한 금제를 걸어 놓은 이유는 또 뭐란 말인가.

와중에 사람들은 왜 또 사 간 것인가.

무엇 하나 속 시원하게 밝혀지는 정보가 없었다.


“정말 하나도 모르겠구나. 젠장.”


결국 생각을 포기한 아무르가 깊은 한숨을 내쉬고서는 의자에 푹 몸을 기댔다.

어쩐지 두통이 도질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때.

똑똑 노크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새빨간 머리카락을 한 소년이 불쑥 고개를 들이밀었다.

손자 자렌이었다.


“할아버지. 혹시 시간 괜찮으세요?”


“왜?”


조금 전까지 고민에 고민을 하느라 조금은 퉁명스럽게 나간 대답.

이런 대답을 들으면 보통은 쭈뼛거리기 바쁘던 자렌이었거늘.

오늘의 자렌은 조금 달랐다.


“카론 형님이 부탁한 게 있는데 이건 아무래도 할아버지께도 말씀을 드려야 할 것 같아서요.”


초반에 된통 당하고 나더니 자연스럽게 카론을 형님이라 칭하는 모습.

제 손자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너무 기고만장한 게 아닌가 생각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훌륭하게 개조가 되어 버린 자렌이었다.

그토록 말을 할 때는 귓등으로도 안 듣더니.

조금 이상한 기분이었다.


“그래. 들어와 보거라.”


대답을 듣자 마자 자렌이 종종걸음으로 서재 안에 들어섰다.

근데 혼자가 아니었다.

파란 머리카락을 한 소년과 소녀가 자렌의 뒤에 서 있던 것이다.


“그 아이들은 누구냐?”


“카론 형님이 저한테 부탁한 아이들이에요. 내년에 마탑의 수련생이 될 아이들인데 지금 먹고 살 길이 없으니 좀 돌봐 줄 수 있느냐고 부탁했거든요. 가능하면 사용인으로 고용해달라고.”


“음? 그 녀석이?”


아무르의 눈길이 펠과 페나 쌍둥이를 향했다.

조금 호기심이 동했다.


“대충 상황은 알겠다. 하지만 카론과 이 아이들이 무슨 사이인지를 알아야 나도 그 부탁을 들어줄 지 말지를 결정할 수 있지 않겠느냐. 너희들이 직접 너희 입으로 한 번 얘기해 보도록 해라.”


다시 한 번 강렬하게 쌍둥이를 향해 쏟아지는 아무르의 눈빛.

쌍둥이의 몸이 순간 덜컥 멎었지만 이내 용기를 내 아무르의 눈을 마주 보았다.

그리고 입을 연 건 펠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제 이름은 펠이고 옆의 이 아이는 페나라고 합니다.”


순간 아무르가 소리 없이 감탄했다.

자신의 눈빛을 받아내는 것도 모자라 이렇게 또박또박 말을 할 수 있을 줄이야.

쌍둥이에 대한 관심이 조금 더 커졌다.


그리고 이어지는 펠의 이야기.

나름대로 더할 건 더하고 뺄 건 뺀 스토리가 펠의 입에서 막힘 없이 쏟아져 나왔다.

개중 가장 기가 막혔던 건 쌍둥이의 아비가 애들을 돈을 받고 갱단에 팔았다는 대목.

이야기를 듣던 자렌의 얼굴이 다 새하얘졌다.


“그리고 카론 선생님이 직접 오셔서 저랑 다른 형, 누나들을 구출해 주셨습니다.”


“구출을 했다고?”


순간 아무르의 고개가 모로 기울어졌다.

대체 무슨 수로 구출을 했단 말인가.

혼자서 잠입하는 것까지는 그러려니 했다.

하지만 무려 일곱 명을 뒤에 매달고 탈출하는 건 또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으니.


“네. 그렇게 바깥으로 나와 보니 마침 갱단들끼리 전쟁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희는 놈들이 싸우는 틈을 타서 탈출할 수 있었고요.”


“음? 전쟁을 벌이고 있었다고?”


들어 보니 그리 큰 무리들은 아닌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조직간의 전쟁이란 게 그리 쉽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인가?

그것도 하필 팔려온 아이들이 탈출하는 시기에 맞춰서?

상황이 뭔가 석연치 않았다.


그런 아무르의 얼굴을 잠시 바라보던 펠.

이내 무언가를 결심한 듯 다시 입을 떼었다.


“사실 그 때 들은 게 좀 있습니다. 선생님께서 도망가라고 하셨지만 저는 몰래 숨어서 상황을 조금 더 지켜 보고 있었거든요.”


“그래?”


“네. 그렇습니다. 그때 선생님께서, 멍청이 몇 놈 홀려서 서로 자잘하게 싸움 좀 붙이는 정도로 이렇게 전면전이 벌어질 줄은 몰랐다, 뭐 그런 얘기를 했었습니다. 아무래도 카론 선생님이 말단 조직원들에게 뭔가 하신 것 같습니다. 그 결과가 전쟁으로 나타난 것이고요.”


"흐음..."


아무르가 다시 생각에 잠겼다.

대충 상황이 어떻게 흘러간 것인지는 이해가 됐지만, 아무래도 신경 쓰이는 단어가 있었던 탓이다.


멍청이 몇 놈을 홀려서 싸움을 붙였다라.

과연 무슨 수를 써서 홀렸다는 걸까.

금품? 협박?

아마 둘 다 아닐 터다.

금품 살포는 놈의 재산 수준을 감안했을 때, 애초에 불가능한 일이었고 만약 협박을 통한 분란을 유도했다면 홀렸다는 표현을 쓰지 않았겠지.

어쩐지 조금 더 알아볼 필요가 있어 보였다.


그렇게 생각에 잠긴 아무르를 본 쌍둥이가 불현듯 입술을 아득 깨물었다.

생각에 잠겨 굳은 아무르의 표정을 쌍둥이가 자신들이 마음에 들지 않아 굳은 것으로 오해한 것이다.


'이 이상 선생님의 호의에 기댈 수는 없어.'


구함을 받은 게 몇 번인가.

와중에 마탑에 데려가 검사도 해 주었다.

그것도 모자라 수련생이 되었을 때 마탑을 쉽게 오갈 수 있도록 자리도 하나 소개해 줬다.

평생 이만한 귀인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아니, 그럴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반드시 선생님이 베푼 호의에 걸맞은 결과를 만들어 내야만 했다.


그리고 그 보답의 첫 발은 선생님의 요청을 마탑의 장로가 받아들이게 만드는 것이 될 터.

거기까지 눈빛을 주고받은 쌍둥이가 이내 무릎을 꿇고 고개를 숙였다.


"뭐... 뭐야!"


자렌이 깜짝 놀랐다.

물론 쌍둥이는 신경 쓰지 않았다.


"장로님! 제발 저희에게 한 번만 기회를 주세요!"


그리고 이어진 구구절절한 어필.

듣고 있던 자렌이 다 울컥할 정도로 호소력이 일품이었다.


"크흡."


아직 십 대 중반, 한참 감수성 예민할 나이의 자렌이 속으로 눈물을 줄줄 흘렸다.

물론 그건 자렌의 입장.

아무르 입장에선 당황스럽기만 했다.


"엉···?"


갑자기 얘들이 왜 울지?

뭐 잘못했나?

아니면 내가 그렇게나 무섭게 생겼나?

오만 생각이 다 들었다.


하지만 적어도 한 가지는 알겠다.


"그놈이나 그놈 옆에 있는 애들이나 아무튼 그놈이랑만 엮이면 정상인 인간이 없어. 탑주님부터가 정상인이 아니라서 그런가."


저도 모르게 불경한 말을 중얼거린 아무르가 빠르게 상황을 정리했다.

그러자 다시금 말똥말똥한 눈을 한 채 아무르를 바라 보는 쌍둥이.

조금 전의 호소가 마치 없었던 일인 듯하다.

왜인지 아까 오려다 말았던 두통이 다시금 치밀어 오를 것만 같았다.


"어휴... 이놈이나 저놈이나 정말이지... 아무튼 그럼 다음 달부터 가문의 일꾼으로 일하는 걸로 처리하자꾸나. 숙소나 급여는 뭐 알아서 형평성에 맞게 지급하도록 하고. 아마 집사에게 말해 놓으면 알아서 처리할 게다."


"네! 할아버지."


"감사합니다!"


아무르의 재가가 떨어지자마자 희희낙락하며 서재를 나가는 아이들.

앞으로 힘든 일이 생기면 나한테 말하라며 잔뜩 힘준 자렌의 목소리가 어슴푸레 들렸다.

어째 손자의 교우관계가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거 아닌가 싶은 불안감이 밀려왔지만 그것도 잠시.

아무르는 아까 펠이 얘기했던 이야기에 다시 한번 깊숙하게 잠겨들었다.


"홀렸다라... 홀렸다. 그렇게 얘기한 걸 보면 단순히 말로만 구슬린 것 이상의 무슨 짓거리를 저지른 것일 테지."


필시 범상한 방법은 아닐 터.

혹시나 정신계 마법인 것은 아닐까 의심이 들었다.

만약 그렇다면 그 영광인지 뭔지 하는 놈들의 정보를 얻을 실마리가 될 수 있을지도.


"쯧. 그 뻔뻔한 낯짝을 한 번 더 봐야 쓰겠구만."


그러면서도 어쩐지 기분은 썩 나쁘지 않았다.

웃긴 일이었다.


*


오늘도 힘든 하루였다.

벌써 며칠 동안이나 펠과 페나 쌍둥이가 보이지 않는 것 때문에 아이들이 마구 달라붙은 것이다.

떼 내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고생이 무색하게.

본부에 돌아온 카론은 그만 얼굴을 구기고 말았다.


“넌 또 뭐야.”


교사 노릇을 하는 것도 지치고, 본의 아니게 만들어진 카론 패밀리의 일을 처리하는 것도 바빠 죽겠는데 왜 저런 것까지 나타나서 기분을 잡치게 만드는 것일까.

아무래도 귀찮은 일은 한 번에 몰려온다는 말이 맞는 모양이다.


“당신이 그 새로운 보스인 부분? 헤에? 이거 완전 핏덩이잖수.”


온 머리카락이 삐죽삐죽 선, 전형적인 양아치 관상을 한 남자가 얼굴 값을 하듯 껄렁대며 카론에게 말을 걸었다.


“우리 보스가 그쪽에게 전하라는 편지가 있어서 왔수다.”


그러더니 슬쩍 무언가를 꺼내 카론에게 건넨다.


“이 근방 패밀리들 간의 회동이 개최할 거라고 들었수다. 패밀리들 간에 건전하고 또 평화로운 조직 생활을 위한 회동이니 꼭 참석을 부탁한다는 말을 전하라고 그러더이다. 어쨌든 이 외부 구역에도 나름대로의 규칙과 협약이란 게 있다는 말씀이외다.”


고이 접힌 종이를 슬쩍 꺼내자 과연 양아치의 말과 같은 내용의 글이 적혀 있었다.

글씨가 의외로 정갈해서 조금 놀랐다.

하지만 그건 그거고.

오늘의 카론은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절로 대답이 까칠하게 나갔다.


“내가 안 가겠다면?”


그러자 양아치의 표정이 싸악 바뀌었다.

조금 전까지는 빙글빙글 웃으며 말을 하던 놈이 얼굴을 굳히자 의외로 제법 위압적이다.


“그럼 다들 한데 모여서 그쪽을 잡아 족치러 오겠지. 아무리 우리네 인생이 쓰레기 같다고 해도 나름대로의 룰은 있는 법이거든.”


한 발짝 앞으로 나선 양아치가 카론의 바로 앞까지 얼굴을 들이밀며 으르렁댔다.


“그 룰을 지키기 않는 놈들은 어쩌겠어. 묻어 버리는 수밖에 없지 않겠어?”


아까는 괴상한 말투를 쓰더니 이제는 숫제 말을 놓아 버렸다.

수틀리면 금방이라도 쥐어 패버리겠다는 의지가 가득한 눈빛.

카론은 속으로 피식 웃고 말았다.

대체 얼마나 얕보이고 있길래 이런 놈까지 기세 싸움을 거는 것인지.


“일단 한 가지는 확실히 알겠네.”


“뭘 알아?”


“니놈 싸가지를 좀 교정해 줘야 할 필요성이 있다는 거.”


말을 마친 카론이 근력 강화 마법을 걸고서 놈의 목을 잡은 채 그대로 위로 치켜들었다.

미처 반응할 틈도 없이 그대로 허공에 대롱대롱 매달린 양아치.

얼마나 세게 붙잡힌 것인지 켁켁대는 소리조차 제대로 내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아무튼 이 썩을 놈의 깡패 새끼들은 하나같이 싸가지가 없어. 어딜 건방지게 허접한 글씨나 띡 적은 종이로 사람을 오라가라 하는 거야?”


“억··· 큭··· 켁···”


“돌아가서 에지가르인지 뭔지, 아무튼 네놈 보스한테 말 똑바로 전해. 모가지 뽑히기 싫으면 싸가지 제대로 장착해서 오라고. 너처럼 싸가지 없이 굴면 얼굴 보자마자 그대로 이빨 다 털어 버릴 거라고 말이야.”


카론이 그대로 담벼락을 향해 놈을 집어 던졌다.

그러자 마치 투포환을 던진 것처럼 날아가는 양아치 놈의 몸뚱이.

원래도 반쯤 무너져 있던 담벼락이 이번에는 완전히 허물어졌다.


“아. 제대로 무너졌습니다. 철거 비용은 아꼈네요.”


와중에 좋아하는 휘트문드였다.


“알아 들었어?”


조금 전 집어 던져진 놈의 발치에 선 카론이 발로 놈의 머리를 지긋이 눌렀다.

그러자 마치 발작이라도 하듯 몸을 팔딱거리는 삐죽 머리 양아치.


“네! 네! 알아 들었습니다!”


아까의 건방지던 표정은 어딜 갔는지 어느새 안색이 새파래진 채였다.

생명의 위협을 느끼기라도 하는 모양.

하지만 굳이 죽일 생각은 없었다.


“일단 참석은 할 생각이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라.”


물론 가만히 둘 생각도 아니다.


말을 마친 카론이 이번에는 오른발을 세게 휘둘렀다.

그러자 걷어 차인 삐죽머리가 아까 전처럼 또 허공을 가르며 날아가는 모습.

잠시 후, 놈의 몸뚱아리가 조금 떨어진 곳에 위치한 폐가에 그대로 꽂히는 것이 보였다.

우르르 무너지는 담벼락은 덤이었다.


“이제 좀 속이 시원하네.”


그래도 일반인은 아닌 것 같던데 설마 죽지는 않겠지.

여기저기 좀 부러질 수는 있겠지만 그딴 건 어차피 알 바 아니고.


“그나저나 회동이라··· 귀찮게 됐네.”


제법 까칠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진심으로 주변 모든 갱단들과 싸울 생각은 아니었다.

물론 필요하다면 무릅쓸 생각이긴 했지만, 남이 차려 준 밥상을 굳이 엎을 이유는 없는 상황.

하지만 필요하다면 밥상이고 나발이고 싹 다 엎어야겠지.


“일주일 후, 오후 일곱 시라고 했지?”


아무래도 이번 주는 좀 많이 바빠질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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