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부대 SST(Silent Service 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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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미키
작품등록일 :
2016.06.16 18:18
최근연재일 :
2016.08.01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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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7.20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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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쪽

사격장 안에서 (3)

DUMMY

“아 진짜 신경 쓰이게 하네.”


준우는 우 신호의 돌발 행동에 적지 않게 당황한 듯이 말했다. 우 신호가 돌발 행동을 한 후 소리가 같은 곳에서 몇 분 동안 계속 지속되는 것으로 보아, 상대 쪽에서 준우들의 위치를 파악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어떻게 하지? 기다려야 하나?”


“이왕 이렇게 된 것, 이쪽에 우리가 있다는 걸 알려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어차피 외부 지원 없이 빠져 나갈 수 없다면 위에 있는 애들이 적이건, 아군이건 도움을 청하는 것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거든.”


드미트리는 진지한 어투로 말했다.


드미트리는 시간이 꽤 지났기 때문에 위에 있는 사람들이 적일 확률 보다는 아군일 확률일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였다. 또한 어차피 지하 사격장에 갇혀서 산소 부족으로 질식사할 바에는 밖으로 나가서 승부를 결정짓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자신의 생각을 준우에게 말하는 데 주저함이 없었던 것이었다.


“결국 다시 모 아니면 도인 상황이 도래한 거군.”


준우는 체념하듯이 말했다.


항상 자신이 조절할 수 있는 변수에 의해서 세상이 돌아가면 얼마나 좋겠냐마는, 인생은 절대 그렇게 풀리지 않았다. 최선을 다해서 나올 수 있는 결과를 예측하고, 그 결과에 대해서 대비책을 마련해 놓으려고 애쓰는 준우였지만 이번에도 역시 마음대로 풀리지 않았다.


무너질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생각한 천장이 무너졌고, 시간을 충분히 사용한 다음 구조대에게 알릴 생각이었는데 우 신호의 돌발 행동으로 계획이 무산된 것이 사실이었다.


“알았어. 이 쪽의 위치를 알리자. 이게 잘 하는 짓인지는 나도 모르겠지만 말이야.”


준우는 사격장 구석에 방치되어 있던 쇠파이프를 들고는 세차게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문이 방음을 위해 여러 겹의 보충재를 발라놓아서 그런지 의외로 소리는 크게 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안 되겠다. 문에 있는 보충재를 벗겨 내는 것이 좋을 것 같아. 나와 봐.”


드미트리는 슈트 상의에서 군대용 대검을 빼내들었다. 준우는 드미트리에게 자리를 비켜주었다. 문 앞에 자리를 잡은 드미트리는 문에 있는 보충재에 대검을 찔러 넣고는 크게 X자를 그었다. 그리고는 그 안에 있던 보충재를 일일이 다 긁어서 밖으로 빼내었다.


“자 이젠 네 차례야. 실력을 보여줘야지?”


드미트리는 슈트 곳곳에 보충재를 묻힌 채로 천연덕스럽게 준우에게 말했다. 준우는 드미트리의 모습을 보면서 웃을 수밖에 없었다. KGB로서 러시아의 국익을 위해 신경가스에 관한 정보를 감춘 것은 사실이었지만,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였다.


준우는 쇠파이프로 다시 문을 내리치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제법 큰 소리가 사격장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준우가 파이프로 내려치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바깥에서 화답이라도 하듯이 통통통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준우도 바깥의 소리에 응하여 최선을 다해 문을 내리쳤다. 준우의 소리에 이끌려 바깥의 소리는 점점 준우에게로 가까이 오고 있었다.


마침내 통통 거리는 소리가 준우 바로 위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여기 사람 있어요. 사람 있다구요!!!!!!!”


준우는 목청이 터져라 외쳐대었다. 하지만 밖에서 들리는 소리라곤 통통통 거리는 소리 밖에 들리지 않았다. 준우가 급히 귀를 문에 가져다 대었지만 결과는 마찬가지였다. 통통통 거리는 소리 외에 아무 소리도 준우의 귀에 들려오지 않았다.


“저 쪽에서 뭔가 의사소통을 하고 싶은 모양인데?”


준우는 일단 문 앞에서 비켜섰다.


“무슨 소리야? 의사소통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니?”


희수는 언뜻 준우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준우들이 지하 사격장에 갇혔다는 것을 위에 있는 사람들이 알아차린다면 그냥 문 위의 중량물을 치워주면 되는 것이지, 추가로 의사소통을 하려고 할 리가 만무하였기 때문이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우리가 여기 있다는 것을 계속해서 알렸잖아? 그랬는데도 쟤들은 소리 내는 것을 멈추지 않고 있어. 그게 뭘 의미하는 것 같아?”


준우들이 계속해서 소리를 내었고, 그에 반응하는 소리가 멀어지지 않는 것을 볼 때 밖에 있는 사람들은 준우들의 위치를 알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그런데 준우들의 위치를 알고 있다면 밖에 있는 사람들이 더 이상 소리를 낼 필요가 없었다. 그냥 문을 막고 있는 중량물을 치워주면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소리는 끊이지 않고 준우들에게 들려왔다. 즉 준우는 밖에 있는 사람들이 준우들이 어디있는지 알아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준우들에게 무언가 의사소통을 하려고 계속해서 소리를 내는 것이라는 설명 외에는 이 현상을 설명할 길이 없다고 생각하였다.


“그냥 밖에서 우리가 어디 있는지 잘 모르는 것이 아닐까?, 정확한 위치를 측정하려고 하는 것일 수도 있잖아?”


희수는 계속해서 들리는 소리에 별다른 의미를 두지 않았다. 희수는 자신이 한 말 그대로 위의 사람들이 아직 준우들의 정확한 위치를 알아내지 못해서 계속 소리를 내는 것이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니야, 우리의 위치를 파악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야. 봐 바.”


준우는 파이프로 문을 때리는 것을 멈추었다. 하지만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잠시도 멈추지 않았다. 준우가 소리를 내는 것을 멈춘 지 몇 분이 지나도 바깥에서 들려오는 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진짜 이상하네, 뭐하는 짓거리지? 그냥 위에 있는 중량물만 치워주면 되는 거잖아.”


희수도 바깥의 상황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이 말했다.


“내 생각에는 분명히 저쪽에서 의사소통을 원하는 거야. 그렇다면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저쪽이랑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방법이 뭔가 있을까?”


준우는 심각하게 위에서 소리를 내는 사람과 의사소통을 할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끊어진 무선 통신, 소리가 밖에까지 닿지 않아 의사 전달이 불가능한 목소리 등등을 고려할 때 의사소통 수단이라고는 막대기로 문을 두드리는 소리 밖에는 생각해 낼 수 없었다.


막대기로 문을 두드리는 소리로 의사전달을 하는 방법이라........


“아 그렇지 모스 부호가 있었지.”


한참을 고민하던 준우는 모스 부호를 떠올리고는 쾌재를 불렀다.


모스 부호는 새뮤얼 모스의 이름을 딴 통신 방식을 의미한다. 전화로 직접 목소리를 전달하는 시대 이전, 전신으로 전기 신호로 의사소통을 하던 시대가 있었는데 모스 부호는 바로 이 시기에 이용되던 통신 부호이다.


모스 부호는 장음과 단음을 통해 알파벳을 표현하는 것으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 장음 즉 길게 소리를 내는 것과 단음 즉 짧게 소리를 내는 것을 혼합하여 냄으로서 사전에 약속되어진 알파벳을 만들어 서로 의사소통을 하는 방식이다.


가장 유명한 모스 신호는 S. O. S. 신호가 있는데, <단음 세 번, 휴식, 장음 세 번, 휴식, 단음 세 번>을 내면 된다. 즉 단음 세 번은 S라는 알파벳을, 장음 세 번은 O라는 알파벳을 내게 되어 SOS라는 단어를 만들게 되는 것이다.


즉 목소리로 정확한 의사를 전달할 수는 없지만, 파이프로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밖으로 전달할 수 있으므로 모스 부호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오게 된 것이었다.


“할 수 있겠어?”


준우는 희수를 바라보며 말했다. 무선통신 HAM을 취미로 가진 희수는 모스 부호를 전문적으로 배운 경험이 있기 때문에 준우들 중에서 누구보다도 모스 부호에 대해서 해박하다고 할 수 있었다. 따라서 준우는 희수에게 외부와 모스 부호로 의사소통을 할 것을 제안했던 것이었다.


“아마도. 그런데 우리가 모스 부호를 쓴다는 걸 어떻게 알릴 생각이야? 우리가 모스 부호를 쓴다고 해도 상대방이 모르면 아무 의미가 없잖아.”


희수는 걱정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이 쪽에서 모스 부호를 사용한다고 하여도 저 쪽이 모스 부호를 모르거나, 준우들이 사용하는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헛수고로 끝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일단 SOS만 계속해서 쳐봐. 유명한 신호이구, 국정원에서도 기초 프로그램으로 배울 수 있으니까 김 팀장님이 오신 거라면 분명히 뭔가 응답이 있을 거야.”


“음...... 알았어. 성공 가능성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해볼만 하다고는 생각해.”


확실히 모스 부호를 배운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구조를 바란다는 신호로 SOS는 제법 일반적으로 알려진 것이기 때문에 이 신호를 연속해서 발신한다면 상대도 모스 부호로 회답을 해 올 가능성이 높았다.


희수는 파이프를 준우에게서 전해 받고는 연신 SOS를 쳤다.


하지만 기대했던 반응은 오지 않았다. 위로부터 들려오는 소리는 규칙적인 모스 부호가 아니라 불규칙적인 소리의 집합에 불과했다.


“아 진짜, 뭐야? 저쪽에서는 아무 것도 못 알아듣는 것 같은데...........”


희수는 불평을 터뜨리며 파이프를 바닥에 내던졌다.


준우는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파이프를 주워들었다. 그리고는 주워든 파이프를 조심스레 희수에게 돌려주었다.


“미안하지만,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잖아? 조금만 더 해보자. 아마도 저쪽에서 우리에게 뭔가 전할 말이 있을 거야. 그러니까 저쪽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신호를 보내는 거잖아.”


준우는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상황에서 희수가 모스 부호를 보내는 것을 포기한다면 준우들로서는 더 이상 희망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었다. 외부와 연결을 할 수 있는 유일한 통신 방법을 준우로서는 포기할 수가 없었다.


희수는 그런 준우의 모습을 보고 다시 쇠파이프를 집어 들었다.


희수는 다시 문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하지만 처음에 시작할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무성의하게 문을 두들겼다. 상대방이 모스 부호를 알아들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문을 두드리는 것이 아니라 준우의 얼굴을 보며 어쩔 수 없이 두들기는 것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희수는 계속해서 무성의하게 SOS를 발신하였다.


“어라? 이게 뭐지?”


한참을 무성의하게 두들기던 희수는 갑자기 문에 귀를 바짝 대었다. 그리고는 뭔가를 들으려고 하는 듯이 계속 귀를 문 이곳저곳에 갖다 대고 있었다.


“뭐야? 뭔가 반응이 있어?”


희수의 이상한 모습에 준우는 희수에게 위로부터 모스 부호가 송신되었는지를 물었다. 하지만 희수는 준우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문 이곳저곳에 귀를 갖다 대며 자신의 귀에 들리는 소리를 듣고자 애를 썼다.


준우는 희수가 모스 부호를 들었는지에 대해서 말해주기를 기다리며 침묵을 유지하였다. 희수의 행동으로 보면 분명 무엇인가를 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만, 자신으로 인해 희수의 모스 부호 청음이 방해 받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어, 있어. 저 쪽에서 SST를 송신하고 있어. 잠깐만...... S.... S.... T..... 맞아. SST를 모스 부호로 송신하고 있는 거야.”


희수는 금방이라도 날아 갈 것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 상대가 모스 부호로 답할 것이라고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희수는, SST라는 모스 부호가 귀에 들려오자 환청을 듣는 것이 아닌가 하고 자신의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 하지만 분명히 상대는 SST라는 모스 부호를 연신 발신하고 있었다.


“나.... 는.... 희.... 수.... 당.... 신.... 은.... 누.... 구....?”


상대가 모스 부호로 송신하고 있다는 것을 확신한 희수는 자신의 신분을 밝혔다. 상대가 모스 부호를 아는 것이 확실한 이상 누구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급선무였기 때문이었다.


“나.... 다.... 김.... 팀.... 장.”


그랬다. 문 바깥에서 신호를 보내던 사람은 김 팀장이었던 것이었다. 준우들은 희수의 입에서 김 팀장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환호성을 질렀다.


“아이 좀 조용히 해봐. 안 들려.”


희수는 환호성을 지르는 준우들을 제지하고는 김 팀장과의 대화를 이어갔다.


“여.... 기.... 지.... 하.... 사.... 격.... 장.... 에.... 갇.... 혔.... 어.... 요.”


희수는 자신들이 지하 사격장에 갇혀 있다는 것을 모스 부호로 송신하였다. 김 팀장이라면 지하 사격장의 위치를 아니까 준우들의 구조 계획을 세울 수 있다는 계산에서였다.


“알.... 아.... 적.... 들.... 이.... R.... P.... G.... 로.... 기.... 둥.... 을 .... 공.... 격.... 한.... 것.... 같.... 아.”


김 팀장의 모스 부호를 수신한 희수는 그제서야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아무리 화재가 발생하였어도 천장이 내려앉을 확률은 높지 않았었다.


하지만 암살범들은 안전 가옥에서 철수하면서 RPG로 기둥을 공격했다. 아마도 암살범들은 준우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었기 때문에 집의 기둥을 파괴하여 천장을 내려앉게 하면 준우들을 생매장 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었던 것 같았다. 그래서 RPG로 안전 가옥의 기둥을 공격하여 천장을 내려앉게 만든 것이었다.


“자 이제 나가게 해달라고 말해.”


준우는 희수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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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강습 +4 16.07.29 1,013 22 13쪽
58 추적 +4 16.07.28 1,067 24 14쪽
57 도주 +4 16.07.28 938 20 14쪽
56 전사의 죽음 +2 16.07.27 1,013 24 13쪽
55 대결 +6 16.07.27 1,028 19 14쪽
54 벗겨진 가면 +7 16.07.26 1,233 23 13쪽
53 지원군 +8 16.07.26 959 21 13쪽
52 무리수 16.07.25 874 15 13쪽
51 참호전 16.07.25 1,056 19 13쪽
50 대한민국의 의병(義兵) +3 16.07.23 1,063 21 12쪽
49 지원 요청 +2 16.07.23 969 20 14쪽
48 성동격서 16.07.22 1,066 19 14쪽
47 성동격서? 16.07.22 1,109 21 13쪽
46 충격 16.07.21 1,301 18 15쪽
45 혼란 16.07.21 1,024 22 13쪽
44 구조 +2 16.07.20 1,042 20 14쪽
» 사격장 안에서 (3) 16.07.20 929 20 14쪽
42 사격장 안에서 (2) 16.07.19 1,025 18 13쪽
41 사격장 안에서 (1) 16.07.19 1,198 19 12쪽
40 분노 +2 16.07.18 1,174 20 13쪽
39 벌레 +2 16.07.18 1,206 19 13쪽
38 대기 +2 16.07.16 1,177 18 13쪽
37 방화 16.07.16 1,497 2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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