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부대 SST(Silent Service 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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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미키
작품등록일 :
2016.06.16 18:18
최근연재일 :
2016.08.01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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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7.23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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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의 의병(義兵)

DUMMY

“선배님, 정신 교육 시간에 휴대폰으로 게임하시면 안 됩니다. 이러시다가 걸리면 저희들이 욕먹습니다. 제발 휴대폰은 넣어주시기 바랍니다.”


“야, 야, 조금만 기다려봐. 지금 3만점 넘었어. 최고 기록이라고........”


동원 예비군 훈련을 받고 있는 박 씨는 예비군 부대의 현역 기간 병의 지적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스마트 폰 게임에 집중하고 있었다. 동원 예비군 훈련 중 외부 강사에 의한 정신 교육 시간이 진행되고 있었지만, 정신 교육에 집중하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강사는 열심히 PPT 파일을 스크린에 띄어 놓으며 한미 동맹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었지만 교육 인원 중 7할 이상은 자거나 딴 짓을 하고 있었다. 나머지 3할도 강의에 집중을 하고 있다고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아, 저 시키 너무 FM이야. 예비군들이 이런 것 들어서 뭐 하려고, 현역일 때도 정신 교육 시간에는 잤는데 말이야. 안 그래?”


박 씨는 옆에서 잠을 청하고 있는 이 씨에게 말했다. 이 씨는 박 씨와 같은 동네에 사는 동기생으로 예비군 훈련장에서 오랜만에 만난 사이였다.


“아 몰라. 잠 잘 거니까 건드리지 마. 오랜만에 군용 매트리스에서 잤더니 잠 한 숨 못 잤어. 어떻게 2년에 가까운 시간을 그런 데서 잤는지 모르겠다니까.”


“네, 네, 미인 되시려면 숙면이 최고죠. 안 깨울 테니까 푹 주무세요.”


잠투정을 부리는 이 씨의 말에, 박 씨는 입을 다물고 다시 스마트 폰의 화면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항상 예비군 훈련 시간에 최고 득점을 갱신하는 박 씨는 아무 불만 없이 온 신경을 스마트 폰 화면에 집중하였다.


그런데 갑자기 주위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한참 스마트 폰의 게임에 집중하던 박 씨도 주위 분위기가 일순간에 변한 것을 느끼고는 게임을 일시 정지 시켰다. 그리고는 고개를 들어 주위를 살폈다.


아무래도 주위가 술렁이는 것은 강단 쪽에서 일어난 일 때문인 것 같았다. 재미없는 정신 교육을 하던 강사가 강단을 내려가고 입소 날에 보았던 무궁화 두 개짜리 중령이 마이크 테스트를 하고 있었다.


“아 또 뭐 교육 일정 바뀐 거야?, 이번에는 뭔데? 서바이벌이라도 하나? 좀 쉬자. 쉬어.”


박 씨는 FM으로 훈련을 빡빡하게 진행하던 예비군 대대장이 들어온 것을 보고는 불평부터 늘어놓았다. 동원 예비군 훈련 중 그나마 꿀이라고 할 수 있는 정신 교육 시간에, 대대장이 등장한다는 것은 빡센 훈련을 하러 밖에 나가야 한다는 소리와 동일하다고 생각하는 박 씨였다.


그런 박 씨의 예상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것이었다.


“왜? 왜? 밖으로 나간데? 이번엔 뭔데? 각개 전투? 하여튼 저 대대장 암만 봐도 싸이코야. 예비군들 전투력 올려서 뭐할 건데? 마누라한테도 못 이기는 데.”


잠을 자다가 깬 것이 억울했는지, 이 씨는 잠이 덜 깬 목소리로 예비군 대대장을 성토하기 시작했다.


“하긴, 마누라도 못 이기는 것이 맞지. 아무리 전투 훈련을 하면 뭘 하나? 집에 가면 찬밥 신세인데. 마누라가 잔소리 한 번 시작하면 깨깽거리는 것이 다 인데.”


박 씨는 이 씨의 잠꼬대 비슷한 소리에 동의했다. 그러고 보면 여군을 창설하지 않는 것이 참 신기하다는 생각을 하는 박 씨였다. 부부 싸움이나 바가지 긁는 것을 보면 마누라의 전투력은 일반 남자를 훨씬 상회하는 것 같은데 말이다.


“그래서 밖에 나간데?”


“아니, 아직 그런 건 아닌데. 대대장이 강사 밀어내고 강단 차지한 걸로 봐선 아무래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는 거지.”


“아 난 또 뭐라고. 확실해지면 이야기 해. 좀 잘 테니까.”


아직 밖으로 나가는 것이 확정되지는 않았다는 박 씨의 이야기에, 이 씨는 다시 책상에 엎드려서 잠을 청했다. 자신의 휴식 시간이 방해만 받지 않으면, 나머지는 아무래도 좋다는 이 씨의 태도에 박 씨는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대대장이 강단에 올라간 지 시간이 몇 분 정도 흘렀지만 아무런 말이 없자, 주위의 술렁거림은 멈추기는커녕 증폭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무슨 일이 있나요? 설마 나가야 되는 것은 아니겠죠?”


“대대장님, 무슨 일입니까?”


정신 교육 강의실은 대대장이 올라온 이유를 묻는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루었다. 하지만 대대장은 자신이 올라온 이유를 쉽게 설명할 수 없다는 듯이 뜸을 들이고 있었다. 그걸 여유롭게 지켜봐줄 동원 예비군들이 아니었지만 말이다.


“아 진짜, 뭐 하는 겁니까? 속 시원하게 이야기나 좀 해보쇼.”


“거 참, 대대장이라는 양반이 저렇게 답답해서야.”


상황을 이야기 해주지 않는 대대장에게 동원 예비군들은 비난의 화살을 날렸다. 편제상 동원 예비군들은 대대장의 직속 부하들이지만, 이미 전역을 한 예비군 아저씨들에게 그런 법적 원칙은 소용이 없었다.


“알겠습니다. 조용히들 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제부터 알려드릴 테니까.”


지휘관으로서 꽤 오랜 시간 군 생활을 해서 그런지, 대대장은 야유에 익숙하지 않았다. 예비군들의 불손한 태도에 기분이 상했는지 대대장의 목소리는 하이 톤으로 올라가 있었다.


“상부로부터 지시 사항이 내려 왔습니다. 현재 동원된 예비군 부대는 실탄으로 무장을 한 뒤 신속하게 지정된 곳으로 이동하여 ADD 차량을 호위하라는 지시입니다. 다시 말하지만 이건 훈련 상황이 아니라 실전 상황입니다.”


대대장은 엄숙하고도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대대장은 분명히 예비군들의 긴장감을 조성하고, 진지한 분위기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 일부러 시간을 들이고 진중한 목소리를 내었다. 하지만 예비군들은 대대장의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농담처럼 받아들였다.


그도 그럴 것이 군기가 빠질 대로 빠진 예비군 아저씨들에게 실전 임무를 맡길 군 상층부가 있을 리가 만무하였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났다. 물론 군 상층부도 예비군 부대의 실전 투입을 환영하는 분위기는 분명 아니었다. SST의 지원 요청에 대해서 마지못해 응하는 정도였을 뿐이다.


“그러니까 지금 우리보고 실탄을 보급 받고, 실전에 나가라는 소리입니까? 대대장님? 제가 제대로 들은 것이 맞습니까?”


강단에서 가까이 있던 예비군 하나는 자신이 이해한 것이 맞는지를 대대장에게 물었다. 대대장의 말에 황당함을 느끼는 것은 비단 그 예비군만이 아니었다.


“그러니까요. 대대장님 지금 저 말이 사실인 겁니까?”


질문을 던진 예비군 주위로 웅성거림은 퍼져나갔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도 아니고 정신 교육 시간을 잘 버티고 난 다음, 점심 식사 메뉴가 뭔지 궁금했던 예비군들에게 뜬금없이 총을 들고 실전에 나가라고 하다니....... 예비군들의 반응은 당연한 것이었다.


“이제부터 예비군 대원들은 각 소대장들의 인솔 하에, 실전에 투입되게 됩니다. 자세한 사항은 소대장들의 지시를 따르면 됩니다. 그럼.”


대대장은 말을 마치고는 강단을 내려가려고 하였다. 하지만, 성난 예비군들과 당황한 예비군들은 대대장이 강단을 내려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


“이게 지금 말이 된다고 보십니까? 예비군들에게 실전 투입이라니요?”


예비군들은 대대장 주위에 모여들었다. 성난 예비군들에게 둘러싸인 대대장은 당황한 나머지 다소 고압적인 자세로 예비군들에게 명령을 하였다.


“지금 뭐하는 건가? 이건 항명이야. 자네들은 예비군이긴 하지만 엄연한 대한민국 군인이야. 이렇게 막무가내로 나온다면 군법으로 다스리겠네.”


대대장의 말은 논리적으로나, 법학적으로 전혀 하자가 없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예비군들의 마음을 한 치도 헤아리지 못한, 사려 깊지 못한 행동인 것은 사실이었다.


유사시를 대비한 동원 훈련이라고 하지만, 예비군들은 훈련장에 쉬러 온다는 개념으로 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런데 대대장이 자신들을 갑작스럽게 실전 투입을 한다고 하는 데 놀라지 않을 예비군들이 어디 있겠는가? 그런 예비군들에게 군법을 운운하니 예비군들의 불안과 불만은 폭발 일보 직전이었다.


“뭐 군법? 이러는 게 어디 있어? 아무 설명도 안 해 주고 달랑 실전 투입이라니? 너 같으면 이해할 수 있겠어?”


이제까지 박 씨 옆에서 곤히 자고 있었던 이 씨는 어느새 강단 앞으로 달려가 대대장의 말에 격분하여 분노를 쏟아 내었다. 이 씨의 말에 촉발된 예비군들의 분노는 대대장에 대한 테러도 서슴치 않을 기세로 맹렬히 불타올랐다.


“우리가 개, 돼지야? 너희들이 말하는 대로 우리들은 움직여야만 하는 것이냐고? 너희들이 주인님인거야?”


예비군들의 분위기는 험악해져 갔다.


“아 그만들 좀 하라고. 탄저균 호송 차량이라서 급한 불부터 꺼야 하는 거라고. 이 근처에 현역 부대가 있었으면 이런 지시 사항은 내려오지도 않았을 거야.”


예비군들의 기세에 눌린 대대장은 탄저균이라는 이야기를 꺼내었다. 원래 각 소대장들이 작전 설명을 할 때 해야 할 이야기였으나, 대대장은 성난 예비군들의 기세를 꺾어 보려고 지금 시점에서 탄저균 이야기를 꺼내들었던 것이었다.


탄저균이라는 이야기를 꺼내면 예비군들의 기세가 꺾일 줄 알았던, 대대장은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아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탄저균이라면 세균 무기 아니야? 그 쪽으로 투입된다고? 말이야? 방구야? 난 못 가.”


“나도 못 가. 우린 예비군이지, 현역이 아니라고.”


실전 투입도 마땅치 않게 생각하던 예비군들에게, 탄저균이라는 말을 꺼낸다면 그 이후의 상황은 불을 보듯 뻔했다. 하지만 대대장 정도의 직급을 가지면 부하들이 노(no)라는 이야기를 거의 할 수 없다. 그런 분위기에 젖어 있던 대대장은 예비군들의 마음을 읽지 못했던 것이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몰랐다.


예비군들의 분위기는 실전 투입을 거부하는 쪽으로 완전히 넘어가 있었다.


그때였다.


그때까지만 해도 강단 아래에서 열심히 스마트 폰을 보고 있던 박 씨가 천천히 일어나서 소리쳤다.


“그래서, 실탄은 어디에서 보급 받습니까?”


박 씨의 말에 눈이 휘둥그레진 것은 이 씨 뿐만이 아니었다. 그의 주위에 있던 대부분의 예비군들은 할 말을 잃은 채로 그를 지켜볼 뿐이었다. 물론 대대장을 포함한 현역 기간 병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박 씨는 주위를 둘러보며 외쳤다.


“야, 나도 개, 돼지 취급하는 것들 위해서 싸우는 것은 싫어. 하지만 개, 돼지도 지들 집은 지키기 위해서 싸운다. 우리 집 근처에서 탄저균 호송 차량이 습격을 받는다는 데 그 싸움을 피하겠다는 거야?”


성난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던 예비군들은 박 씨의 말에, 급속도로 안정을 찾아갔다.


예비군 아니 군인의 임무는 나라를 지키는 데 있다. 이 나라라고 하는 것은 어떤 정부를 지칭하는 말이 아니다. 국민의 집합체인 나라를 의미하는 것이다.


즉 국민들이 나라이고, 나라가 곧 국민이다. 탄저균으로 인해서 위협 받는 것은 대한민국 국민, 거창하게 말할 필요 없이 나와 내 가족이 위협을 받는다는 것이다.


이 간단한 사실을 박 씨가 지적하자, 예비군들은 분노와 불평을 더 이상 늘어놓지 않았다.


“대대장님, 참가하는 사람은 조기 퇴소 시켜줍니까?”


한 예비군이 말하자, 여기저기에서 실소가 터져 나왔다. 어처구니없는 말에 대한 당연한 반응이었지만 누구도 그 말을 비웃지는 않았다.


“그래요. 조기 퇴소 시켜준다면 나도 참가하겠습니다.”


“나도,”


예비군들은 명분이 필요했을 뿐이었다.


물론 조기 퇴소라는 것이 예비군들의 마음을 돌린 결정적 명분은 아니었다. 다 큰 아니 늙은 남자들의 쑥스러움을 감추기 위한 표면적인 명분이었을 뿐, 실제 목적은 그 누구도 말하지 않았지만 예비군 모두 알고 있었다.


내 가족, 내 집은 내가 지킨다.


가장 간단하면서도, 본질적인 목적을 위해서, 기꺼이 위험한 작전에 투입된 그들은 군기 빠진 예비군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의병(義兵)이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3

  • 작성자
    Lv.99 알고트
    작성일
    16.07.23 20:48
    No. 1

    야비군에게 조기퇴소 보다 더 훌륭한 무기는 없지요.
    조기 퇴소만 시켜준다면 못 할게 없을거에요.
    잘 보고 갑니다.

    찬성: 0 | 반대: 0

  • 답글
    작성자
    Lv.8 천사미키
    작성일
    16.07.23 20:49
    No. 2

    ㅋ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항상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럼 오늘 하루 즐거운 하루 되시고. 내일도 즐거운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찬성: 0 | 반대: 0

  • 작성자
    Lv.99 모종
    작성일
    16.09.06 02:17
    No. 3

    진짜 예비군 장면 사실적이네요 ㅎ ㅎ

    찬성: 0 | 반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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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결말 그리고 새로운 시작 +1 16.07.29 1,119 19 15쪽
59 강습 +4 16.07.29 1,012 22 13쪽
58 추적 +4 16.07.28 1,066 24 14쪽
57 도주 +4 16.07.28 937 20 14쪽
56 전사의 죽음 +2 16.07.27 1,012 24 13쪽
55 대결 +6 16.07.27 1,027 19 14쪽
54 벗겨진 가면 +7 16.07.26 1,232 23 13쪽
53 지원군 +8 16.07.26 959 21 13쪽
52 무리수 16.07.25 873 15 13쪽
51 참호전 16.07.25 1,055 19 13쪽
» 대한민국의 의병(義兵) +3 16.07.23 1,063 21 12쪽
49 지원 요청 +2 16.07.23 968 20 14쪽
48 성동격서 16.07.22 1,065 19 14쪽
47 성동격서? 16.07.22 1,109 21 13쪽
46 충격 16.07.21 1,300 18 15쪽
45 혼란 16.07.21 1,023 22 13쪽
44 구조 +2 16.07.20 1,041 20 14쪽
43 사격장 안에서 (3) 16.07.20 928 20 14쪽
42 사격장 안에서 (2) 16.07.19 1,024 18 13쪽
41 사격장 안에서 (1) 16.07.19 1,198 19 12쪽
40 분노 +2 16.07.18 1,173 20 13쪽
39 벌레 +2 16.07.18 1,205 19 13쪽
38 대기 +2 16.07.16 1,177 18 13쪽
37 방화 16.07.16 1,496 2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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