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부대 SST(Silent Service 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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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미키
작품등록일 :
2016.06.16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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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1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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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7.30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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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잠입 (1)

DUMMY

“잠입 명령이 떨어졌어.”


암호화된 명령문을 하달 받은 준우는 담담한 어조로 희수에게 말했다. 지난 작전 수행 후 수여된 5일 간의 휴가를 다 사용하지도 못한 채로, 긴급 잠입 명령을 하달 받은 희수는 잔뜩 골이 난 표정으로 말했다.


“이번에는 어디야? 어디 하와이라도 보내줘야 하는 거 아니야?”


“김책시로 간다. 북한으로 잠입 명령이 떨어졌어.”


준우의 말에 희수는 할 말을 잃었다는 듯이 입을 다물고 있었다.


김책시, 북한 함경북도 남부 동해안에 면해 있는 인구 20만 정도의 중소 도시이다. 또한 김책 공업 지구가 설치되어 북한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공업도시의 형태를 띠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김책? 이번에는 공장이라도 폭파해야 하나? 폭파 임무면 다른 부대원들이 더 잘할 것 아니야. 토마호크 미사일로 공격을 해도 되고. 왜 하필이면 우리가!!!!!”


휴가라고 해봐야 안전가옥에서 그 동안 못 봤던 영화나 방에서 시체놀이를 하는 것이 전부였기에 타인이 보기에는 시간 낭비로 밖에 보이지 않는 시간인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희수에게는 그 시간이 결코 의미 없는 시간이라고 볼 수 없었다.


휴가라는 것은 작전을 수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고, 그것은 삶과 죽음의 경계에서 처절하게 맛볼 수 있는 긴장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는 평화로운 시간이라는 것을 의미하였기 때문이었다.


비록 그 시간이 지루하고 무미건조하여도 희수로서는 유일하게 생명을 위협받는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시간이었던 것이었다. 그런 소중한 시간을 방해 받는다고 생각한다면, 희수가 뚜껑이 열린 것도 이해하지 못할 일은 분명 아니었다.


“나도, 기분이 좀 나쁘긴 하지만 상황 설명 들어보면 이해 못할 일은 아니야. 그러니까 진정하고 일단 상황 설명이나 들어.”


“............”


준우의 말에 희수는 입을 다물었다. 희수도 휴가 시간을 방해받는 것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낸 것이었지, 작전 수행을 거부할 의도는 없었기 때문에 일단은 분을 삭이기로 하였다. 씩씩거리는 희수의 거친 호흡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잦아들었다.


“이번 임무는 북한의 망명 신청자를 우리 쪽으로 인도하는 임무이고, 망명 신청자 이름은 너도 잘 알고 있는 김 성동 박사.”


“뭐? 김 성동 박사? 북한의 핵물리학자로 핵탄두 소형화 계획의 총책임자 말이야? 그 사람이 망명을 신청했다고? 북한의 최고 원자력과학자가?”


희수는 준우의 말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이 반문했다.


김 성동, 북한의 핵물리학 최고 권위자로 수차례에 걸친 북한 핵실험의 최고 책임자이다. 김 박사는 북한 최고의 공업대학 김책 공업 대학 출신으로 젊었을 적에는 그의 논문이 세계 원자력 학회지의 표지로 실릴 정도로 전도유망한 과학자였다.


표지에 실린 그의 논문은 핵융합 발전에 관한 것으로, 그의 희망은 핵융합발전을 상용화하여 인류에게 무한에 가까운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북한 수뇌부는 김 박사의 의사를 묻지 않고 강압적으로 북한 핵개발에 그를 투입하였다.


북한이 보유한 핵 분열탄의 폭발 원리는 매우 간단하다. 플로토늄이나 우라늄 같은 핵물질을 여러 덩이로 분리시켜서 가지고 있다가, 폭발을 원하는 시점에 그 덩이들을 한 덩이로 뭉치게 하면 임계질량을 넘어서 핵폭발을 일으키는 것이었다.


즉 폭발 원리는 매우 간단하기 때문에 한국이나 일본과 같은 핵을 보유하지 않은 국가도 유사시에 핵물질로 핵 분열탄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문제가 되는 것은 핵탄두의 소형화이다.


핵폭발을 일으키려면 여러 덩이의 핵 물질을 한 곳으로 뭉치게 하면 되기 때문에, 정밀한 공학적 설계 없이도 핵폭탄은 만들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정밀한 공학적 설계 없이 원시적으로 핵폭탄을 설계하는 경우 핵폭탄의 부피와 질량이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탄도 미사일이나 포탄에 실을 수가 없다.


즉 핵폭탄을 만들 수는 있지만, 탄두의 소형화 없이는 탄도 미사일과 같은 플랫폼에 핵탄두를 탑재할 수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이 사활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핵탄두 소형화 계획의 총 책임자, 김 성동 박사의 망명은 한국이 어떠한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반드시 성공시켜야 하는 일이었다.


“진짜 김 성동 박사가 우리에게로 망명을 한다고 한 거야? 진짜?”


“중국에서 개최되는 원자력 학회에 참석했다가 우리 측 과학자에게 넌지시 망명 의사를 타진했다고 해. 원래는 중국에서 망명을 시도했지만 감시가 심해서 실패하고, 이번에 북한 내에 있는 국정원 조력자와 김 박사가 연결이 되어서 북한 내에서 망명을 시키려고 하는 거야.”


김 성동 박사는 원래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관심이 있던 과학자였다. 하지만 북한의 수뇌부는 그의 의사를 철저하게 무시하고 그의 이상과는 정 반대방향의 연구를 하도록 강요했다.


공학자 중에서는 꼰대가 많다. 특히 그 분야에서 알아주는 실력을 가지고 있을수록 정치적인 목적 보다는 자신의 신념을 고집하는 경우가 많았다. 원자력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실력을 가진 김 성동 박사가 북한 수뇌부의 강압에 불만을 가진 것은 그리 놀라울 일이 아니었다.


김 성동 박사가 한국에 망명을 할 경우 그 파장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일 것이 분명하였다.


일단 김 박사는 북한의 핵탄두 소형화 계획의 총 책임자였다. 그가 한국에 망명을 한다면 그가 가진 핵실험 데이터는 한국으로 흡수될 것이 자명했다.


즉 한국은 그의 망명으로 핵실험을 하지 않고도 핵실험 데이터를 가질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다. 이는 전쟁과 같은 유사시에 한국은 빠른 시간 내에 실전에 사용할 수 있는 핵탄두를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또한 북한 핵 개발 능력을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었다. 김 박사의 망명 이전에는 지진파로 핵실험의 규모를 파악한다거나, 증언을 통하는 등의 간접적 방법 외에는 핵 개발 능력을 알아낼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하지만 김 박사의 망명이 성공한다면 한국으로서는 북한의 핵 개발 능력을 정확하게 파악하여 대응책을 마련할 수 있었다.


“뭐 이 정도의 일이라면 불평을 늘어놓을 수만은 없겠군.”


준우의 설명을 들은 희수는 이번 작전이 충분히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휴가 시간을 방해 받은 것은 아쉽지만, 김 성동 박사의 망명이라면 휴가 시간과 맞바꾸어도 아깝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문제가 하나 있어. 이번 작전은 공동으로 수행해야 하는 작전이야.”


준우는 조금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게 무슨 문제가 있어?, 우리가 언제 공동작전 안한 적이 있나?”


희수는 준우의 말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말했다. 하지만 그런 희수의 반응에도 준우는 무거운 표정을 한 채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희수는 불안감을 느끼며 준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누구랑 공동작전을 하는데?”


“미해군이랑 공동 작전을 해야 해.”


준우는 담담하게 말했다.


원래 김 박사의 탈북 지원은 외교부와 국정원이 극비리에 수행하고 있는 작전이었다. 애초에 중국 내에서 김 박사를 탈출 시킬 계획이었기에 미국의 도움은 필요하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중국에서의 탈출 계획이 실패하고 김 박사는 북한으로 귀국을 하였기에 문제가 발생하였다. 감시가 삼엄하기로는 중국과 비교할 수 없는 북한에서는 아무리 한국이라도 김 박사를 빼내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한국으로서는 김 박사의 망명을 절대로 포기할 수는 없었다.


그의 망명으로 많은 것이 달라질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북한의 핵개발을 중단 시키거나 적어도 개발 속도를 늦출 수 있었기 때문에 한국이 김 박사의 망명을 포기하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 수도 있었다.


그런 상황 속에서 미국의 정보기관 CIA가 한국의 움직임을 눈치 챈 것이었다.


미국은 한국 전쟁에 수십만의 지원군을 보내주고, 자유 대한민국을 위해서 수많은 젊은이들의 피를 뿌려준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또한 현재에도 중국이나 러시아의 군사적 위협이 있을 때마다 군대를 보내줘서 한국군과 함께 위협에 공동대응을 한 것도 사실이다.


즉 미국은 과거에도 대한민국의 혈맹이었고, 지금도 가장 든든한 우방으로서 기능하고 있는 것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핵에 대해서는 한국과 미국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리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미국은 북한 뿐 아니라 한국, 일본이 핵을 가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핵보유국으로서의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 핵 비 보유국이 핵보유국으로 변화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 것이다.


즉 김 박사의 한국행으로 한국이 핵개발 데이터를 가지는 것을 미국은 탐탁치않게 여겼다.


CIA의 정보활동으로 김 박사의 망명 시도를 알아낸 미국은 김 박사의 한국행을 거부하고 미국행을 강력하게 주장하였다. 한국 정부로서는 미국 정부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김 박사가 한국행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었고, 한국 또한 김 박사의 입국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많았기 때문에 내정 간섭을 주장하며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하지만 미국이란 나라는 호락호락하지 않은 나라였다.


미국은 만약 한국이 김 박사의 탈북을 지원하는 작전을 전개하는 경우, 탈북 지원 작전에 한해서 군사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협박해 왔다. 한미 동맹의 중요성은 미국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기에 동맹 철회와 같은 강수를 두지는 않았지만, 탈북 지원 작전에 미국의 도움은 주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던 것이었다.


한국 정부는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미국의 눈치를 봐야 했기 때문이 아니었다. 한국군의 전력은 북한군을 압도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한 것이 사실이지만, 잠입 작전에 필요한 전력은 그다지 갖추고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특수 부대를 그냥 투입해서 특수 부대만 철수하는 작전이라면 한국군 단독으로 충분히 해낼 수 있는 역량이 되지만, 이번 작전은 군인이 아닌 민간인을 북한으로부터 빼내오는 작전이었다. 즉 작전 목적이 애초부터 다른 작전인 것이었다.


잠입이나 탈출 훈련을 받지 않은 민간인을 은밀하게 빼낼 수 있는 방법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데, 그 중 가장 좋은 방법이 잠수함을 이용하는 방법이었다.


잠수함으로 북한 영해 가까운 곳까지 간 뒤에, 소형 잠수정으로 북한 김책시로 잠입하여 김 성동 박사와 접촉한다. 그리고 그를 소형 잠수정까지 인도하고 그 소형 잠수정으로 잠수함까지 간다. 최종적으로 잠수함이 한국 영해로 들어오는 것이 가장 성공가능성이 높은 방법이라고 한국군의 작전 담당 부서는 결론을 내렸다.


[잠수함으로 북한 영해 근처 대기] - [소형 잠수정으로 북한 김책시 잠입] - [김 성동 박사와 접선 소형 잠수정에 탑승] - [소형 잠수정으로 대기하고 있는 잠수함 접근] - [잠수함으로 귀국] 의 프로세스로 수행되는 작전이 가장 성공 가능성이 높았던 것이었다.


이를 위해서는 실시간으로 북한을 감지할 수 있는 장비와 특수작전에 사용할 수 있는 대형 잠수함이 필요했다.


그런데 이를 지원할 수 있는 최고의 장비가 미군에 있었던 것이었다.


키홀(Key Hole)로 대변되는 미국의 첩보 위성, 글로벌 호크와 같이 고고도 정찰기는 실시간으로 북한 김책시를 정찰할 수 있었고, 미니 잠수정인 ASDS를 탑재한 오하이오 원자력 잠수함은 북한 영해 근처에서 김 박사를 마중 나갈 수 있는 최상의 옵션이었던 것이었다.


이런 장비 없이 작전을 벌였다가 김 박사를 잃기라도 한다면, 한국으로서는 뼈아픈 실책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 약점을 쥐고 있는 미국은 자신의 강점을 철저하게 이용하였다. 이런 이유로 미국은 한국이 단독으로 김 성동 박사의 탈북을 지원하겠다고 한다면, 이 작전에 한해서 미국의 군사 자산을 지원하지 않겠다고 함으로서 엄포를 놓았던 것이었다.


한국 정부는 두 가지 선택 중 하나를 강요받게 되었다.


하나는 미국과 공동으로 김 성동 박사의 탈북을 지원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김 성동 박사를 포기하는 것이었다.


미국과 공동으로 김 박사의 탈북을 지원할 경우, 김 박사의 거취 문제로 한국과 미국은 갈등관계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김 박사의 탈북 지원을 포기할 경우 북한 핵 개발 수준을 정확하게 알 수 있는 정보원을 포기하는 것이었다.


어느 선택도 한국으로서는 쉽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결국 고민 끝에 한국 정부는 김 박사의 거취 문제 결정은 잠시 보류하기로 하고, 미국과 공동 작전에 나서기로 한 것이었다.


준우와 희수는 앞으로의 작전이 그리 순탄하지 않을 것이란 불안감을 지울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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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결말 그리고 새로운 시작 +1 16.07.29 1,119 19 15쪽
59 강습 +4 16.07.29 1,012 22 13쪽
58 추적 +4 16.07.28 1,066 24 14쪽
57 도주 +4 16.07.28 937 20 14쪽
56 전사의 죽음 +2 16.07.27 1,012 24 13쪽
55 대결 +6 16.07.27 1,028 19 14쪽
54 벗겨진 가면 +7 16.07.26 1,232 23 13쪽
53 지원군 +8 16.07.26 959 21 13쪽
52 무리수 16.07.25 873 15 13쪽
51 참호전 16.07.25 1,055 19 13쪽
50 대한민국의 의병(義兵) +3 16.07.23 1,063 21 12쪽
49 지원 요청 +2 16.07.23 969 20 14쪽
48 성동격서 16.07.22 1,065 19 14쪽
47 성동격서? 16.07.22 1,109 21 13쪽
46 충격 16.07.21 1,300 18 15쪽
45 혼란 16.07.21 1,024 22 13쪽
44 구조 +2 16.07.20 1,041 20 14쪽
43 사격장 안에서 (3) 16.07.20 928 20 14쪽
42 사격장 안에서 (2) 16.07.19 1,024 18 13쪽
41 사격장 안에서 (1) 16.07.19 1,198 19 12쪽
40 분노 +2 16.07.18 1,174 20 13쪽
39 벌레 +2 16.07.18 1,206 19 13쪽
38 대기 +2 16.07.16 1,177 18 13쪽
37 방화 16.07.16 1,497 2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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