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부대 SST(Silent Service 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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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미키
작품등록일 :
2016.06.16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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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8.01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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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7.27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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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의 죽음

DUMMY

“노는 것도 슬슬 지겨워 지는데, 이쯤에서 끝내기로 할까?”


정 성훈은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정 성훈은 얼굴에서 두 뼘 정도의 거리로 잡았던 대검을 약 1.7 뼘 정도의 거리로 끌어 당겼다. 팔을 길게 뻗어 상대방과의 간격을 늘리는 방어 자세에서, 상대방과의 간격을 약간 좁히면서 공격적인 자세로 전환한 것이었다.


팔을 최대로 뻗어 상대방과의 간격이 크게 하면 할수록 상대방의 공격에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이 확보되는 반면, 팔을 뻗을 수 있는 여유는 작아지기 때문에 공격으로 전환하기가 어렵다.


하지만 팔을 안으로 끌어당길 경우 상대방과의 간격이 줄어들기 때문에 방어에는 조금 손해를 보지만 팔을 뻗을 수 있는 여유가 많기 때문에 단순한 공격 외에 여러 가지 공격 옵션을 걸 수 있는 상황이 되는 것이었다.


정 성훈은 팔을 안으로 약간 끌어당긴 상태에서 준우를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준우는 정 성훈의 움직임에 보조를 맞추어 천천히 뒤로 물러섰다. 정 성훈이 내뿜는 기백이 보통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정 성훈은 준우가 물러서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정 성훈은 맹렬한 기세로 준우에게 돌진하였다. 준우도 뒷걸음치는 것으로는 정 성훈의 돌진을 회피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그와 맞서 싸우기 위해 제자리에 멈춰 서서 칼로 얼굴을 방어하였다.


맹렬한 기세로 돌진하던 정 성훈은 몸을 낮추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힘차게 대검을 휘둘렀다. 준우는 신속하게 몸을 회전시키면서 자신의 대검으로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정 성훈의 대검을 밀어내었다.


캉하는 금속성과 함께 두 사람의 대검은 부딪혔다가 다시 빠르게 떨어졌다.


1격이 실패한 정 성훈은 곧바로 제 2격을 준우에게 퍼부었다. 준우에게 의해서 밀어 내어진 대검을 반대 방향에서 준우를 향해 베어 들어가게 한 것이었다. 정 성훈의 연속 공격은 살아 꿈틀거리는 뱀처럼 준우를 향해 쇄도해갔다.


하지만 준우도 만만하지 않았다. 애초부터 방어에 전념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방어태세를 갖추어서인지 준우는 정 성훈의 제 2격도 그리 어렵지 않게 막아 낼 수 있었다.


김 팀장이 조언한 자신의 간격 안에 끌어 들이라는 것이 빛을 발하고 있는 순간이었다.


전투의 프로이건, 초심자건 주도권을 얻지 못하면 전투에서 이길 가능성은 높지 않다. 자신의 간격으로 끌어 들이라는 이야기는 초조하게 생각하지 말고 자신에게 익숙한 거리에 적을 두라는 이야기였다.


만약 마음의 평정심을 잃고 무리하게 적을 공격하러 간다거나, 혹은 공포로 적의 공격에 허둥지둥 방어를 하기 바쁘다면 결코 자신의 간격을 유지할 수 없는 노릇이다.


무리하게 공격을 하기 위해서 급하게 간격을 좁히려 한다거나, 방어하는 데 급급해서 자신의 간격에 들어오지도 않았는데 급하게 간격을 넓히려고 한다면 그 사람은 싸워보기도 전에 이미 진 것이었다.


하지만 마음의 평정심을 잃지 않고 자신이 설정한 간격 안에 적이 들어왔을 때 공격과 방어를 한다면 평상시에 몸에 익힌 성과를 100% 발휘할 수 있고, 그 결과 때로는 초심자라도 전투의 프로를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히 있었다.


정 성훈은 자신의 연속 공격을 준우가 별 어려움 없이 막아내는 것을 보고 조금 초조해졌다.


객관적으로 준우와 정 성훈의 실력 차이가 나는 것은 맞지만, 준우는 그 실력의 차이를 자신에게 적합한 간격으로 정 성훈을 끌어들이면서 상쇄시키고 있었다. 또한 정 성훈의 공격을 훌륭하게 막아낸 준우는 여유를 찾기 시작하였다.


“왜? 한 번 더 자신 있게 지껄여 보시지 그래?”


준우는 일부러 정 성훈을 도발할 정도로 자신감과 여유를 찾고 있었다. 김 팀장도 딱히 조언을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준우의 상태는 급속도로 좋아지고 있었다.


세상 어떤 일을 하건 마음의 평정을 이룰 수 없다면 자신의 실력을 100% 발휘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그것은 전투에서도 예외 없이 적용되는 원칙이다. 정 성훈이라는 거물을 상대하게 되어 긴장과 공포를 느꼈던 준우가 초반에 고전을 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하지만 준우는 더 이상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준우는 다시금 정 성훈과의 간격을 좁히려고 시도하였다. 이번에는 정 성훈이 준우에게서 뒷걸음을 치기 시작했다. 이 뒷걸음질은 준우를 끌어 들이려고 하는 계획적인 움직임이 아니라 준우의 기백에 눌린 정 성훈에게서 본능적으로 나오는 움직임이었다.


마치 천적을 만났을 때 보이는 움직임과 같은, 머리가 아닌 본능이 시키는 그런 움직임인 것이었다.


노련하지만 늙은 수사자와 미숙하지만 젊은 수사자가 싸울 경우 늙은 수사자는 시간이 지날수록 불리해진다. 늙은 수사자가 압도적인 기술로 젊은 수사자의 힘을 빼놓지 않는 이상, 체력 회복력은 젊은 수사자가 늙은 수사자를 압도하기 때문이었다.


즉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중년의 정 성훈에게 전황은 불리하게 전개되는 것이었다.


정 성훈에게 불리한 점은 체력 회복력만은 아니었다. 정 성훈은 준우와 싸움을 시작하기 전에 이미 부상을 입고 있었다. 탄저균을 탈취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예비군들과의 교전으로 부상을 입었던 것이었다.


급하게 응급처치를 하였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격투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움직일 수는 있었지만, 그것도 슬슬 한계상황에 봉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었다.


정 성훈은 아랫배 근처에서 고통이 스멀스멀 올라오는 것을 확실하게 느끼고 있었다. 응급처치 때 주사한 진통제의 기운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인 것 같았다.


“애송이 주제에, 입은 살아서. 아까 죽을 뻔한 것은 벌써 잊었나 보지?”


정 성훈은 고통을 참으며 기를 쓰고 태연한 척 말했다. 하지만 그런 기색을 눈치 못 챌 준우가 아니었다.


“괜찮아? 뭔가 문제가 있어 보이는 데 말이야.”


“쥐가 고양이 생각해주는 건가? 네가 내 걱정을 해 주는 건 100만년은 이른 것 같은데.......”


준우는 정 성훈의 몸 상태가 이상하다는 낌새를 느꼈지만, 정 성훈은 부득불 자신의 부상을 인정하지 않았다. 준우와 격투 전을 벌인다고 결정할 때부터 정 성훈은 생사에 관해 초월하였기 때문이었다.


자신에게 남은 마지막 불꽃을 화려하게 불태우려고 하는 찰나에, 상대방의 동정을 받아 찬물을 끼얹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애송이라고 불렀던 것은 사과하지. 너 같은 남자와 겨뤄보는 것도 아주 오랜만이다. 조금만 다듬으면 아주 강한 전사가 될 것 같아. 내가 보증하지.”


마지막인 것을 직감한 정 성훈은 감정이 전혀 묻어나오지 않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정 성훈의 계산에 의하면 앞으로 공격다운 공격을 할 수 있는 기회는 많아야 2회를 넘지 않았다.


특히 부상과 체력 소모로 인해 급격하게 저하된 전투력을 고려한다면 마지막 일격을 꽂아 넣을만한 전투력밖에는 남아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었다.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는 정 성훈은 모든 것에 초연해졌다.


이상, 돈, 권력, 욕망 그동안 자신이 추구했던 모든 것이 부질없게 느껴졌다.


현재 정 성훈에게 의미가 있는 것은 오직 앞에 있는 이 사내, 서 준우와의 대결뿐이었다. 점점 희미해져가는 감각 속에서 유일하게 살아 숨 쉬고 있는 투쟁 본능........


정 성훈은 자신의 인생에서 이때처럼 자신이 뜨겁게 살아 있음을 느낀 적이 없었다.


준우는 정 성훈의 기세가 완전히 바뀐 것에 대해 경계하였다. 다음 일격에 자신의 모든 것을 걸려고 하는 정 성훈의 마음을 준우는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하앗!!!!!!”


정 성훈은 빠른 속력으로 준우를 향해 달려왔다. 정 성훈은 간격이니, 뭐니 모든 전술적 요소를 고려하지 않은, 오직 준우를 향한 투쟁심으로 점철된, 순수한 일격을 찔러왔다.


준우는 직선으로 오는 정 성훈의 강력한 찌르기를 피해 그의 오른쪽으로 자세를 낮추었다. 하지만 정 성훈은 그의 찌르기를 피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다. 정 성훈의 대검은 오른쪽으로 피한 준우를 향해 정확하게 날아왔다.


준우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대검을 피하지 않고 자신의 대검으로 밀어내었다. 하지만 정 성훈은 그것까지 예상을 했다는 듯이 준우가 대검을 밀어낸 반동을 오히려 역이용하며 자신의 대검을 반대 방향에서 내리쳤다.


준우는 정 성훈의 혼신의 힘을 다한 일격을 피할 수 없음을 직감하였다.


준우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에게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던 최후의 순간이 바로 이 시점에서 그의 코앞에 닥친 것을 준우는 직감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한참을 기다려도 준우에게 최후의 순간은 오지 않았다.


준우는 서서히 감았던 눈을 열었다. 준우의 눈에는 멀리 떨어진 곳에 무릎을 꿇고 앉아 있는 정 성훈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의 아랫배에서는 다량의 출혈이 나오고 있었다.


정 성훈이 준우에게 최후의 일격을 먹이기 위해서 행했던 신체의 급격한 움직임을, 응급처치로 근근이 버티고 있던 상처가 더 이상은 버티지 못한 것이었다.


헐거워진 압박 붕대 사이로 나오는 출혈의 양은 이미 생명이 위협받는 수준으로 늘어나 있었다. 대량의 출혈로 인해 정 성훈은 주저앉은 채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운명의 여신이 최후의 순간에 정 성훈이 아닌 준우의 손을 들어주었던 것이었다.


아마 정 성훈이 부상만 입지 않았다면 그의 대검은 이미 준우의 가슴 깊숙이 파고들었을 것이 분명하였다. 하지만 역사에 만약이라는 가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운명은 준우를 선택하였고, 그 결과 준우는 살아남았을 뿐이었다.


“ 그 긴 세월 동안 운명은...... 한 번도....... 나에게 미소..... 짓지.... 않는......”


정 성훈은 자신의 일생동안 단 한 번도 자신에게 웃어주지 않은 운명의 여신을 원망하며 눈을 감았다.


하지만 그가 남긴 최후의 말과 다르게 그의 얼굴 표정은 이 세상에 미련이 남거나, 원망에 가득한 표정이 아니었다. 아주 평안한........ 자세히 보지 않으면 보이지 않을, 희미한 미소마저 띠고 있는 정 성훈이었다.


“저의 완패입니다. 부끄러울 정도로 처참하게 패했어요.”


준우는 평안한 모습을 취하며 죽은 정 성훈을 바라보며 분한 듯이 말했다.


정 성훈이 준우에게 보인 마지막 공격은 격투술 교범에도 나오지 않을 환상적인 3연격이었다. 과연 그 기술을 실행한 사람이 과연 인간이 맞는지 하고 의문을 품게 할, 완벽한 공격이었다.


그런 환상적인 공격을 펼친 정 성훈에게, 준우가 질투 비슷한 감정을 갖게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몰랐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거야.”


김 팀장은 정 성훈의 시신 앞에서 엄숙하게 합장을 하며 말했다. 전투 능력 면으로만 본다면 정 성훈이 준우를 앞서는 것은 분명했다. 어쩌면 정 성훈은 김 팀장보다 전투 능력이 우수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준우는 살아남았고, 정 성훈은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 뿐이었다.


김 팀장은 단지 준우가 살아줘서 고마웠다. 준우가 정 성훈을 몰아붙여서 완벽한 승리를 하지 못했다고 해도, 오히려 최후의 일격을 맞고 패할 뻔 했다고 해도, 승패 따위는 김 팀장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자신의 동료인 준우가 살아 숨 쉬고 있다는 사실만이 김 팀장에게는 중요할 뿐이었다.


“잘 해줬다. 저 녀석도 남은 여한은 없을 거다. 네 덕분에 용병이나 테러리스트가 아니라 전사로서 죽을 수 있었으니까 말이야.”


김 팀장은 왼손으로 준우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였다. 준우는 주저앉아 있는 정 성훈의 시신을 조용히 수습하였다.


준우를 방해하고 싶지 않았던 김 팀장은 한 쪽에 놓여 있는 탄저균 케이스를 차에 싣고는, 주위를 선회하고 있는 F15K의 귀환을 지시하였다. 귀환을 지시 받은 F15K는 비행운을 남기며 김 팀장의 시야에서 빠르게 사라졌다.


“이제 마무리를 하러 가야지. 언제까지 여기 있을 수는 없잖아?”


“그렇죠. 이 모든 일을 기획한 녀석에게 대가를 치르게 해야죠.”


마무리를 하러 가자고 하는 김 팀장의 말에 준우는 젖어있던 감상에서 벗어났다. 아직 모든 것이 마무리 된 것은 아니었다.


정 성훈이 죽고 그의 조직이 와해된 이상, 한국 내에서 메티스 M 미사일을 이용한 추가 테러나, 탄저균을 이용한 대량 살상 테러의 발생 가능성은 사실상 없어졌다. 하지만 이 모든 일을 기획한 오 영호는 자신의 일에 대한 합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았다.


SST 대원들은 오 영호를 잡기 위해 만신창이가 된 몸을 다시 한 번 일으켰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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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 강습 +4 16.07.29 1,012 22 13쪽
58 추적 +4 16.07.28 1,066 24 14쪽
57 도주 +4 16.07.28 938 20 14쪽
» 전사의 죽음 +2 16.07.27 1,013 24 13쪽
55 대결 +6 16.07.27 1,028 19 14쪽
54 벗겨진 가면 +7 16.07.26 1,232 23 13쪽
53 지원군 +8 16.07.26 959 21 13쪽
52 무리수 16.07.25 873 15 13쪽
51 참호전 16.07.25 1,055 19 13쪽
50 대한민국의 의병(義兵) +3 16.07.23 1,063 21 12쪽
49 지원 요청 +2 16.07.23 969 20 14쪽
48 성동격서 16.07.22 1,065 19 14쪽
47 성동격서? 16.07.22 1,109 21 13쪽
46 충격 16.07.21 1,300 18 15쪽
45 혼란 16.07.21 1,024 22 13쪽
44 구조 +2 16.07.20 1,041 20 14쪽
43 사격장 안에서 (3) 16.07.20 928 20 14쪽
42 사격장 안에서 (2) 16.07.19 1,025 18 13쪽
41 사격장 안에서 (1) 16.07.19 1,198 19 12쪽
40 분노 +2 16.07.18 1,174 20 13쪽
39 벌레 +2 16.07.18 1,206 19 13쪽
38 대기 +2 16.07.16 1,177 18 13쪽
37 방화 16.07.16 1,497 21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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