램프의 계약직 정령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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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or
작품등록일 :
2020.03.12 18:14
최근연재일 :
2020.05.2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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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1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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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이! 소원 접수!

DUMMY

해적들은 발칙한 말을 내뱉은 소년을 비웃으며 귀찮다는 듯 무기를 휘둘렀다.

그러나 그 이상 해적들은 마음먹은 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갑자기 지진이라도 나는지 땅이 꿈틀대고 움직였던 것이다.


“······!”


잠시 머뭇거리던 해적은 더이상 이설과 소년이 있는 곳으로 다가갈 수 없었다.


꿈틀대던 땅속에서 무언가가 휙 하고 튀어나오더니 그대로 해적들의 몸을 휘리릭 감아 허공에 들어 올리는 것이 아닌가.


으아아악―――


주위에 있던 모든 이가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허공에서 발버둥을 치는 해적을 뚫어지라 바라보았다.

동료의 비명을 듣고 나타난 또 다른 해적 무리가 꿈틀대는 존재를 발견하고 경악했다.


“크, 크라켄이닷!”


놀랍게도 해적을 휘감아 올린 존재는 말 그대로 크라켄이라는 괴수였다.

해적의 외침에 여기저기 비산해 있던 해적들이 우르르 달려왔다.


그들이 크라켄이라 부르는 존재―이설의 눈에는 그저 거대한 오징어로밖에 보이지 않았다.―는 신기하게도 마을 사람들을 요리조리 피하며 해적들만 골라 닥치는 대로 공격했다.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소년의 시선이 이설에게로 향하였다.

이설은 한마디로 고고한 모습으로 고개를 꼿꼿이 펴고 눈을 내리깐 채, 크라켄에게 당하고 있는 해적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그녀의 주변에는 황금빛 아우라가 일렁이고 있었다.

허리까지 오는 새카만 머리카락은 바람이 불지 않음에도 위아래로 출렁이고 있었다.


‘지, 진짜 여신이었어!’


사실 여신이라 하기엔 어딘지 조금 이상한 모습이었다.

예쁜 얼굴이었기에 반신반의하던 소년이었다.

한데 이제는··· 완전히 그녀를 숭배하게 됐다.


소년, 제이크는 들고 있던 램프를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며칠 전, 해변에서 램프를 발견해 가져온 것이 이런 행운을 불러온 것이다.

.

.

.


처음 제이크는 램프를 마을 촌장에게 맡길 생각이었다.

촌장이 가끔 식료품을 사기 위해 다른 마을을 다녀오곤 했기 때문이다.


대신 팔아달라 부탁하기 위해 제이크는 램프의 이물질을 제거하고 깨끗이 닦기 위해 새하얀 천으로 정성스레 램프를 닦았다.

그리고 그 순간,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램프의 몸체가 갑자기 심하게 흔들리더니 그 안에서 눈부시게 아름다운 황금빛 안개가 푸시시 새어 나오는 것이 아닌가.


종국엔 황금빛 안개가 온 마당을 가득 메우자 평소 열렬한 신자셨던 어머니가 이 놀라운 광경에 아픈 몸을 이끌고 후닥닥 마당으로 달려 나오셨다.


이때까지도 제이크와 두 어린 동생은 어머니의 행동에 그저 멍하니 안개와 램프를 바라볼 뿐이었다.


그러길 잠시 후, 황금빛 안개가 서서히 좌우로 걷히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이크는 난생처음 보는 옷차림에 처음 보는 기구를 탄 여인, 이설을 발견했다.


그리고 때마침 운 나쁜 해적들이 마을에 들이닥친 것이다.

.

.

.

.

.


이설은 해적들이 깨끗이 사라진 어촌 마을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마음 같아선 빨리 두 번째 소원을 말하라 하고 싶었다.

그러나, 램프의 주인인 제이크가 어디론가 사라졌기에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이설은 제이크가 돌아올 때까지 침대 위에 가만히 기다리려 했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하아······.’


병약한 아이들의 엄마가 안절부절못하며 뭔가 대접하려 부산을 떨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이설은 가만히 있기가 뭐해 슬쩍 마당 밖을 나섰다.

그러나 얼마 안 가 후회했다.


어촌 마을 사람 대부분이 저마다 누군가를 안고 오열하고 통곡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들 중에는 해적들에게 몸을 더럽힌 충격으로 이지를 상실한 여인들도 보였다.


그녀는 더이상 있어봤자 좋을 것 없다는 생각에 몸을 돌리다, 때마침 상처 입은 마을 사람들 사이를 열심히 왔다 갔다 하고 있는 제이크를 발견했다.

순간, 알 수 없는 묘한 감정이 저 밑에서 스멀 올라왔다.


‘젠장······.’


아랫입술을 질끈 깨문 이설은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제이크에게 다가가 시큰둥한 목소리로 물었다.


“두 번째 소원은 무엇이냐.”


왠지 자신이 현 상황을 이용하는 것 같아··· 양심이 찔리긴 했지만, 오히려 제이크에게도 좋은 일이 아니던가.

그 증거로 이설을 돌아본 제이크의 얼굴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한데··· 그녀를 바라보는 이는 비단, 제이크뿐만이 아니었다.

근처에 있던 마을 사람들이 이설의 말을 듣고 이상한 시선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 제이크가 환한 얼굴로 큰소리로 외쳤다.


“마을 사람들이! 우, 우리 마을 사람들이··· 슬프지 않게!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


제이크의 외침에 마을 사람들의 표정이 순간, 멍해졌다.

그 순간만큼은 실성한 사람도, 누군가를 안고 오열하던 사람들도 모두··· 제이크를 바라보았다.


이설의 고개가 천천히 흔들렸다.


“······착한 아이구나.”


그 말과 동시에 이설의 몸에서 눈부시게 환한 황금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곤 이내, 사방으로 퍼지기 시작했다.


화아아아아아아악―――――――――――


“······!!!”


살면서 이런 경이로움을 본 적이 있었을까?

사람들은 눈부신 광경에 저마다 실눈을 뜨고 침묵했다.


쏴아아아아아아아――――――――


빛무리는 이설의 몸을 중심으로 뿜어져 나가더니, 원을 그리듯 마을 전체를 뒤덮으며 넓게~ 퍼져나갔다.


그러길 수 분 후, 이윽고 빛이 점차 사라지고 정적이 흘렀지만··· 누구도 움직이는 자가 없었다.


그렇게 또 얼마나 흘렀을까······.

누군가가 떨리는 음성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여, 여보!”


숨이 간당간당하던 시체와 다름없던 남편을 안고 오열하던 여인이었다.


“······음? 여, 여보?”


여인의 남편이 자신이 왜 멀쩡한 모습으로 부인의 품에 안겨있는지 모르겠다는 얼굴로 천천히 일어서고 있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얘, 얘야!”

“아이고 머니나, 아가!”

“으엥~ 엄마아!”


아무리 위대한 지니의 능력일지라도 한계가 있는 법이다.

한 줌의 숨만 붙어 있다면, 되살릴 수는 있으나··· 완전히 숨이 끊어진 사람은 그녀로서도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 모든 사람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일어나는 것을 보니, 다행히 완전히 숨이 끊긴 자는 없었던 모양이다.


‘후우, 다행이다. 하지만······.’


이설의 시선이 실성했던 여인에게로 향했다.


여인은 제정신을 차린 듯 눈빛이 맑고 청아 한때로 되돌아와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더럽혀졌던 몸도 정갈하게 돌아갔을 것이다.

하지만 그녀가 입은 마음의 상처는 치유해주지 못했다.


‘몸은 깨끗했던 때로 되돌아갔으니 나머지는 자신의 몫이지.’

.

.

.

.

.


“하아······.”


이설은 마치 바늘방석 위에 앉아 있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나직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의 앞엔 제법 맛있어 보이는 음식들이 정갈하게 한가득 차려져 있었다.


조금 전, 마을 사람들이 닭과 오리를 잡고 귀한 돼지까지 잡으며 이것저것 아껴뒀던 음식들을 바리바리 싸와 이렇게 한 상 차려진 것이다.


한사코 괜찮다고 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들은 제이크와 마찬가지로 이설을 여신으로 숭배했다.

한사코 여신이 아니라고 해도 믿지 않았다.


‘하긴··· 나라도 아까 같은 장면을 목격했더라면, 여신이라 믿을 수밖에······.’


결국, 포기한 이설은 마침 배도 고팠기에 이내 음식에 관심을 돌렸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숭배하듯 자신을 우러러 바라보는 많은 시선들······.


그중에 어린아이들은 특별한 날 외엔 볼 수 없는 고기와 먹음직한 음식들에 연신 침을 꼴깍 삼키고 있었다.

.

.

.

.

.


“헤헤··· 여신님, 이것 좀 드셔보십시오. 쩝쩝··· 잘난 건 없지만 제 아들놈 장가가면 잡으려던··· 쩝쩝쩝··· 암퇘지 녀석인데 살이 토실토실한 것이 맛이 일품입니다요. 쩝쩝······.”

“네······.”

“여신님, 오늘 아침 제가 직접 따온 조개예요. 여기··· 이렇게 드시면 맛이 기막히답니다. 냠냠······.”

“아, 네······.”

“여신님, 우물우물··· 이것도······.”

“네네··· 먹겠습니다.”


‘하아······.’


이설은 입안에 음식을 잔뜩 넣은 채 이것저것 권하는 마을 사람들을 향해 애써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정작 자신은 음식 맛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나 싶다.


‘후··· 세 번째 소원을 물어봐야 하는데······.’






***





“······네?”


제이크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세 번째 소원이 뭐냐고.”


‘역시!’


제이크는 자신이 잘못 듣지 않았음을 알고 매우 놀란 눈으로 이설을 바라보았다.


“여, 여신님께선 이미 제게··· 아니, 저희 마을에 너무도 많은 은혜를 베풀어주셨어요. 그런데 제가 어찌 또 한 번 은혜를 베풀어 달라고······.”


‘움찔!’


제이크는 차마 말을 맺지 못했다.

이설이 매서운 눈빛으로 자신을 쏘아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급기야 그녀가 뾰족한 음성으로 물었다.


“세 번째 소원이 뭐냐고오!”


콱! 어린 것이 벌써 철이 바짝 들어 가지고서는!

이설은 움찔하는 제이크의 모습에 작전을 변경했다.

어르고 달래는 쪽으로 말이다.


“괜찮으니까 말해봐. 세 번째 소원이 뭐니? 응?”


‘꿀꺽.’


이설의 귀에도 들릴 정도로 침을 삼킨 제이크는 처음으로 소원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했다.


만약, 몇 시간 전이었다면 제이크는 거침없이 소원을 바로 말했을 것이다. 그의 오랜 소원은 바로 어머니의 쾌유였다.

한데··· 지금은 필요 없었다.


그토록 병석에서 일어서길 바랐던 어머니가··· 낮에 여신님의 빛을 쏘인 이후로 건강을 되찾았던 것이다.


이설은 점점 초조해졌다.

빨리 나머지 소원을 들어주고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데··· 생각보다 오래 걸리니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더 흘렀을까.

슬슬 짜증이 목 언저리까지 서리기 찰나, 드디어 제이크의 입이 열렸다.


“하, 한 가지 있긴 있어요!”

“그래? 뭔데?”


이설은 눈을 반짝이며 제이크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여신님께서 저희 마을에서 저희와 함께 쭉 같이 사는 거요!”


‘쿨럭!’


얘가 지금 뭐래는 거니?

황당하다 못해 어이를 삶아 드신 것 같다.


“지금 나더러 여기 이곳에서 살라고? 평생?”


끄덕.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도 멋진 소원이라 여겼는지 제이크가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세차게 끄덕였다.


‘하아······.’


제이크의 소원은 이설에게 있어 경악 그 자체였다.

만약, 그의 말대로 소원을 들어준다면 자신은 꼼짝없이 제이크가 죽을 때까지 이곳 어촌을 벗어날 수 없다는 뜻이다.


욱신――


이마에 통증이 느껴졌다.

하지만 아프다는 느낌보다 안도감이 앞섰다.

현재로선 불가능하다는 신호였기 때문이다.


‘휴, 십 년 감수했네.’


콱! 한 대 패주고 싶었지만 이설은 가면을 쓴 얼굴로 애써 침착한 목소리로 말했다.


“호호··· 안타깝지만, 그것은 들어줄 수가 없단다.”


깜찍하게도 제이크가 곧바로 실망 어린 표정을 지었다.


“자, 다시 한번 기회를 줄게. 마지막 소원을 말하렴.”


‘많잖아! 부자가 되게 해달라거나, 예쁜 여자 친구를 달라거나······.!’


또다시 생각에 빠지는 제이크의 모습에 이설의 얼굴이 점점 험악해졌다.

그때였다.


“······어요.”

“······응?”


워낙 자신 없는 목소리였기에 제대로 못 들었다.


“마을 사람들 모두··· 매일매일 배불리 먹으며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


이설의 입이 살짝 벌어졌다.


‘뭐야 이 녀석?’


황당했다.

자기 가족만으론 부족해서 온 마을 사람들 전부 부자가 되게 해달란 말이잖은가?


‘이거··· 이거··· 생각보다 대단한 녀석인데!’


어쨌든, 소원은 소원!

이설은 시원하다는 말투로 짧게 대답했다.


“오케이! 소원 접수!”

“······네?”


작가의말

코로나 조심하시고 이번한주도 모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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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아펠리아의 화신 1 +2 20.05.11 149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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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크레이뇽의 화신 3 +2 20.05.09 170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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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 크레이뇽의 화신. 1 +4 20.05.07 199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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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램프의 정령 3 +2 20.05.04 208 4 11쪽
54 램프의 정령 2 +8 20.05.03 215 6 13쪽
53 램프의 정령 1 +5 20.05.02 208 5 12쪽
52 보물의 방 3 +2 20.05.01 191 4 11쪽
51 보물의 방 2 +4 20.04.30 186 6 12쪽
50 보물의 방 1 +2 20.04.29 194 7 12쪽
49 크레이뇽의 과거 3 +2 20.04.28 184 6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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