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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or
작품등록일 :
2020.03.12 18:14
최근연재일 :
2020.05.2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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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25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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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이그니스 기사단의 위기.

DUMMY

“······.”


대체 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멍하니 서 있는 로빈의 귓가에 예의 멜라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아요? 그런데··· 폴은요?”

“······.”


그녀 또한 조금 전 토마스와 폴의 비명을 듣고 다시 되돌아온 것이다.

로빈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좌우로 흔들자, 그때까지 가만히 있던 멜라니가 성큼 석문으로 다가갔다.


그그긍―――


놀랍게도 석문은 밖에서 여는 방식인지 힘을 쓰자 다시 열리고 있었다.

그녀는 얼른 안으로 들어가 텅 비어 있는 주변을 살펴보며 연신 폴의 이름을 외쳤다.


“폴! 포올!”


뒤따라 들어온 로빈이 천장에 흉물스럽게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수많은 쇠사슬을 가리키며 말했다.


“토마스가 저것 중 하나를 잡아당기자 바닥이 열리더니 둘이 그 아래로 사라졌소.”

“······?”

“아무래도 아래로 가는 어떤 통로와 이어져 있는 것 같소.”


로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멜라니가 쇠사슬로 손을 뻗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로빈에 의해 저지당했다.


탓!


“함부로 만지지 마시오!”


멜라니가 눈을 치켜뜨고 외쳤다.


“이것들이 아래로 내려가는 통로와 이어져 있다면서욧!”


로빈이 미간을 와락 찌푸렸다.


“그나마 강단은 좀 있어 보이더니 역시나 머리는 잘 돌아가지 않는 것 같군.”

“뭐, 뭐라고욧?”


로빈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이 아랜 수많은 함정이 득시글거리고 있소. 잊었소? 우리가 들어와 있는 이 무덤의 주인이 누구인지!”


멜라니가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며 중얼거렸다.


“······마도사 크레이뇽.”


로빈이 나직이 한숨을 토해내며 계속해서 말했다.


“그렇소. 그가 작정하고 만든 이 무덤에 고작 토벌 꾼들을 벌하기 위한 그저 그런 함정만 존재할 거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요점만 말하시죠.”

“쇠사슬을 당기는 순간, 난 당신의 안전을 보장하지 못하오.”

“······!”

“이 수많은 줄 중에··· 어느 것이 폴이 있는 곳과 통하는지 나도, 당신도··· 알지 못하잖소.”

“······.”


자신이 성급했음을 그제야 인식한 멜라니.

멜라니가 입술을 질끈 깨물며 한숨을 토해내자 로빈이 조심스레 그녀의 등을 석문 밖으로 밀었다.


“폴이 도착한 곳이 어디든, 그곳은 저 밑··· 지하일 것이오.”


잠시 후, 마지못해 계단 쪽으로 향하는 멜라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로빈이 속으로 중얼거렸다.


‘살아있다면 말이오······.’

.

.

.


이설 일행과 달리 제법 많은 시간을 소용해 겨우 계단 아래에 도착한 로빈과 일행.

그들은 너덜해진 심장을 달래며 잠시 쉬는 시간을 가졌다.


“젠장, 로프라도 있었으면 그냥 건너뛰고 밑으로 내려올 수도 있었을 텐데······.”

“그러게 짐 관리를 잘 했어야지.”

“아쭈, 짐 관리를 잘한 네 녀석 짐들은 죄다 어디 있는데?”

“나야 원래······.”

“쉿!”

“······?”


잠시 실랑이를 벌이던 두 사람은 알렉스의 저지에 입을 다물었다.


“······무슨 일이오?”


눈앞의 어둠 속을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는 알렉스의 모습에 심상찮은 기운을 느낀 로빈이 다가와 물었다.


“입구가 둘······”

“······?”


아직 어둠에 익숙지 못해 제대로 주변이 보이지 않았다.

일행은 알렉스의 말에 저마다 안력에 힘을 잔뜩 주고 어둠 속을 뚫어지라 노려보았다.

하지만 그런다고 보이지 않는 것이 금세 보일 리가 있겠는가.


결국, 성질 급한 스네이크 슬레이터, 하멜이 벌떡 일어나 어둠 속으로 성큼 다가갔다. 직접 확인해 보겠다는 심산이다.

그리고 잠시 후.


“젠장! 여기 통로가 두 개나 있소.”

“······!”


알렉스의 말대로였다.


“불이 필요하겠군.”


상식상, 무덤 속은 어두울 것으로 생각했기에 당연히 주변을 밝힐만한 것들을 잔뜩 준비한 그들이다.

그러나 마물들에게 쫓기다 거치적거리는 것은 전부 던져버리고 온 터라 현재는 아무도 불을 밝힐만한 것이 없었다.


“제기랄.”

“······어쩌지?”


일행이 낭패 어린 말들을 주고받을 때였다.


“흥! 내 이럴 줄 알았지. 무슨 남자들이 이렇게 대책 없고 준비 성들이 없는지······.”


목소리의 주인공은 멜라니였다.


“······멜라니?”


일행은 멜라니의 허리춤에 매달린 작은 가방 안에서 주섬주섬 모습을 드러낸··· 사랑스러운 존재에 시선을 집중했다.

시동어만 외치면 불을 밝혀주는 마법등이었다.


“오오! 사실 전부터 말하고 싶었소! 멜라니~ 그대는 햇살과도 같은 존재요!”


클레이 용병 중 한 사람인 모린더의 간지러운 말에 멜라니가 눈을 흘겼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 로빈이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어깨를 으쓱이며 마법등을 로빈에게 넘긴 멜라니.

연신 감격 어린 시선을 보내는 일행을 향해 그녀가 또다시 아리송한 말을 내뱉었다.


“이런 건 또 알라나 모르겠네?”

“······?”


갑자기 관심을 받더니 정신이 이상해진 걸까?

멜라니가 갑자기 어둠 속으로 혼자 쓱 들어가 버리는 것이 아닌가.

로빈이 조심하라고 한마디 하려는 찰나였다.

느닷없이 멜라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 나의 이 손에 어둠을 밝힐 불꽃이 피어나리라. 라이트!”


그러길 잠시 후, 멜라니의 손에서 환한 빛이 생성됐다.


츠파앗―――


“오오!”

“와아!”


멜라니는 일행의 탄성을 못 들은 척 무시하며 마법으로 만들어 낸 빛을 길이 잘 보이도록 일행의 앞쪽으로 인도했다.


“오! 깨물어주고 싶은 그대여!”


멜라니가 미간을 와락 구기며 한마디 했다.


“됐거든!”






***






장장 두 시간이나 걸려 동료 마법사 알프레드와 마법진을 완성한 페드로.

그는 굽혔던 허리를 꼿꼿이 펴고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냈다.


알프레드 또한 장시간 행한 일을 바라보며 감회에 젖은 듯 흡족한 미소를 흘렸다.

이제 마지막으로 마법진 정중앙과 각각 양 사이드에 최고의 마나석인 셀리나만 올려놓으면 된다.


혹시나 자신들이 그냥 지나친 곳이 없나 꼼꼼히 살펴보는 페드로의 곁으로 기사, 제프리가 슬쩍 다가왔다.


“공간이동 마법진입니까?”


제프리의 질문에 페드로가 자부심 가득한 얼굴로 대답했다.


“그렇네. 이제 곧, 황자 전하를 도울 최고의 전사들을 만나볼 수 있을 거네.”

“······최고의 전사요?”


고개를 갸웃거리는 제프리의 모습에 페드로는 잠시 흥분한 나머지 알려주지 않아도 될 말을 흘렸음을 깨닫고 돌연, 화제를 돌렸다.


“흠흠··· 잠시 후면 싫어도 알게 될 거네. 그보다··· 마스터께 다시 통신을 넣어야겠군.”


제프리는 알 수 없는 말을 흘리며 팔자걸음으로 휘적 멀어지는 페드로의 뒷모습을 머쓱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푸른 보자기에 싸여있던 수정구슬을 조심스레 풀어헤친 페드로는 이제 제법 익숙한 모습으로 통신을 시도했다.

그러자 얼마 후, 수정구슬 속에서 서서히 존바르담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데 그때였다.


“음? 또 누가 오는데?”


마법사의 출현으로 이그니스 기사단원들을 이미 잠을 포기하고 주변에 산재하여 쉬던 중이었다.

주위가 워낙 뻥 뚫려 있는 공간이라 누군가 나타나면 멀리서도 금방 알 수 있어 처음보다 다소 긴장이 풀린 상태였다.


게다가 이곳은 몬스터의 천국, 오트룸이다.

비록 크레이뇽의 무덤에 관한 일로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됐지만, 이곳까지 살아오기란 힘들었다.


때문에 기사들은 다가오는 존재들을 경계하기보다는 대단하면서 신기하단 생각이 먼저 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만에 하나라는 것이 있다.

기사들은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상태를 점검하고 무기를 갖추기 시작했다.


“······무슨 일인가?”


존바르담과 통신을 시도하던 페드로가 갑자기 분주해진 기사들의 모습에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제프리가 한쪽을 가리키며 대답했다.


“트래져 헌터들 같습니다. 모두 네 명이로군요.”

“대단하군. 이곳까지 살아온 것을 보니 꽤 실력자들이겠어.”


그때, 수정구슬 속에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 페드로, 그들은 이그니스 기사단에게 맡기고 서둘러 지원군을 맞이할 준비를 하시오. 곧 진을 발동시키겠소. ≫


존바르담의 말에 페드로가 곧바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아니, 대답하려 했다.


“알겠습······.”


쒜에에에엑―――

푸욱!


“······컥!”


≪ ······?? ≫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어디선가 날아오는 길고 가는 쇠침!


그것은 정확히 통신을 주고받던 페드로의 뒤통수를 깔끔하게 뚫고 그대로 미간을 통과해 이 미터가량을 더 나아가 바닥에 꽂혔다.


그와 동시에 수정구슬을 안아 든 채로 페드로의 무릎이 바닥과 사정없이 맞닿았다.


털썩――


페드로와 가까이 있던 알프레드와 제프리.

두 사람은 이 엄청난 상황에 너무 놀라 잠시 할 말을 잃고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먼저 제프리가 정신을 차렸다.


“페드로님!”

“······.”


누군가 자신을 흔들고 부르는 것 같지만, 페드로의 귀에는 윙윙거리는 소음으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도 페드로의 시선은 아슬하게 품에 안겨있는 수정구슬에게 있었다.


“마법··· 진을··· 와··· 완성해··· 야··· 하는··· 데······.”


≪페드로! 무슨 일이오? 페드로! ≫


툭――


페드로의 품에서 수정구슬이 툭 하고 떨어졌다. 이어서 페드로의 신형도 완전히 무너졌다.


“페드로님!”


안타깝게도 기사들은 물론, 알프레드까지 페드로를 살펴볼 겨를이 없었다.

페드로를 죽음으로 몰고 간 쇠침과 똑같은 것들이 사방팔방에서 빗발처럼 날아들었기 때문이다.


팟! 파파파팟―――


기사들이 쇠침 공격을 정신없이 막아내는 와중에 트레져 헌터들이라 예상했던 네 사람이 빠르게 다가왔다.

그리고 결국 네 사람의 모습이 시야에 확실히 확보될 무렵, 힘겹게 적들의 공격을 막아내던 기사들의 눈이 찢어질 듯 부릅떠졌다.


다가온 네 사람의 복장 때문이다.


그들 모두 두 눈을 제외하고 모두 가린, 붉은 복면에 붉은 무복 차림들이었는데 쇠침을 날리던 자들과 복장이 완벽히 똑같았던 것이다.


“모두 한편이다! 조심해!”


동료 중 누군가의 외침에 잠시 방어막 뒤로 숨을 돌리고 있던 제프리가 성난 목소리로 적들을 향해 외쳤다.


“너희들은 누구냐! 누구기에 다짜고짜 이런 짓을 저지르는 것이냐!”


멀리서 다가왔던 네 명과 쇠침을 날린 이들을 합해봐야 모두 일곱이었다.

숫자상으로 자신들이 월등히 우세했지만, 제프리는 결코 저들의 전력을 얕보지 않았다.


제프리의 외침이 효과가 있었는지 붉은 무복 차림이던 그들 중에서도 유독 혼자만 검붉은 무복으로 눈길을 끄는 자가 슬쩍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황자는 어디 계신가?”


처음 적들의 쇠침 공격을 받았을 때보다 이그니스 기사단원들의 어깨가 심하게 움찔거렸다.


황자라니······.


분노로 떨던 기사단원들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누구인지 알면서 공격을 해온 자들이다.

즉, 자신들을 능가하는 실력을 갖추고 있지 않고서야 저런 여유를 보이며 나타나진 않았을 것이다.


불행히도 이그니스 기사단원들의 짐작은 딱 들어맞았다.

검붉은 무복 차림의 남자는 다름 아닌 전 황제의 배다른 동생이며 아담스 황자의 숙부인 라피스 카리스토 드 펠레오의 명을 받고 황자의 뒤를 쫓아온 어쌔신의 수장, 토토였다.


그리고 그의 뒤편에 시립하여 선 붉은 무복 차림의 여섯 명은 살르만이 가장 아끼는 붉은 전사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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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아펠리아의 화신 1 +2 20.05.11 148 6 12쪽
61 크레이뇽의 화신 4 +2 20.05.10 154 6 12쪽
60 크레이뇽의 화신 3 +2 20.05.09 170 6 12쪽
59 크레이뇽의 화신 2 +2 20.05.08 181 8 12쪽
58 크레이뇽의 화신. 1 +4 20.05.07 199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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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황자의 두번째 소원 1 +4 20.05.05 234 7 12쪽
55 램프의 정령 3 +2 20.05.04 208 4 11쪽
54 램프의 정령 2 +8 20.05.03 214 6 13쪽
53 램프의 정령 1 +5 20.05.02 207 5 12쪽
52 보물의 방 3 +2 20.05.01 191 4 11쪽
51 보물의 방 2 +4 20.04.30 186 6 12쪽
50 보물의 방 1 +2 20.04.29 194 7 12쪽
49 크레이뇽의 과거 3 +2 20.04.28 184 6 12쪽
48 크레이뇽의 과거 2 +2 20.04.27 190 5 12쪽
47 크레이뇽의 과거 1 +2 20.04.26 188 7 12쪽
» 이그니스 기사단의 위기. +2 20.04.25 194 5 12쪽
45 석문의 비밀 +2 20.04.24 220 4 12쪽
44 야생초 클라민스키 +2 20.04.23 233 6 13쪽
43 실례합니다. 전하~ +2 20.04.22 210 5 12쪽
42 무덤 속으로~ 2 +5 20.04.21 225 5 12쪽
41 무덤 속으로~ 1 20.04.20 214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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