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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or
작품등록일 :
2020.03.12 18:14
최근연재일 :
2020.05.2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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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4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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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몬스터의 천국 오트룸 1

DUMMY

***




배 위에서 생활한 지 어느새 일주일이 지났다.

그동안 이설은 의식적으로 카이와 부딪히지 않으려 부단히도 노력했다.

그를 홀로 마주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무엇 때문인지 카이의 얼굴은 항상 뭔가에 화난 얼굴이었다.

그것이 자신 때문인지도 모르고 이설은 오히려 안도했다.

.

.


이제 얼마 후면 목적지에 도달할 거란 생각에 일행은 새삼스레 공짜로 표를 주다시피 한 바비를 화제에 올렸다.


“푸하하··· 정말 서리 님은 대단하십니다. 어떻게 그런 기발한 생각을 다 하셨죠?”

“언니, 너무 멋져요.”

“환각 마법이라니··· 정말 생각도 못 한 발상이었습니다.”

“아무튼··· 쌤통이지, 지금쯤 약이 바짝 올랐을걸?”


약이 오를 새도 없이 아버지에게 이끌려 그토록 싫어하는 기사 아카데미에 가게 된 사실을 알게 된다면··· 일행은 유쾌 상쾌 통쾌 삼단 콤보를 맛보게 될 것이 틀림없다.


어쨌든 그렇게 맥주와 더불어 한창 신나게 담소를 나누고 있을 때였다.


“뭐? 크레이뇽의 무덤이 오트룸에?”


유독 관심을 끄는 말이 일행이 귓가에 들려왔다.

그러자 모두가 약속이라도 한 듯,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것은 근처에 있던 다른 무리들도 마찬가지였다.


“쉿! 듣는 귀들이 이렇게 많은데 자네 미쳤어? 목소리 좀 줄여!”


이미 늦었다.

들을 사람은 다 들은 뒤다.

카이를 비롯한 일행은 큰 소리로 떠든 주범들을 가재 눈을 하고 흘깃 쳐다보았다.


그들의 말대로 마도사 크레이뇽의 무덤은 정확히 서라비아 왕국의 작은 섬, 오트룸이라는 곳에 존재했기 때문이다.

카이가 중얼거렸다.


“일이 어렵게 됐군.”


일행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했다.

이미 크레이뇽의 무덤이 오트룸에 존재한다는 사실을 아는 카이일행.

방금 떠는 남자의 조동아리를 묵사발로 만들고 싶을 뿐이었다.


사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크레이뇽의 무덤을 찾는다고 몰려들 때도 일행은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이유는 간단했다.


무덤의 정확한 위치를 모르는 저들과 달리, 자신들은 아주 정확한 위치는 물론, 그 안의 설계도면까지 가지고 있지 않은가.

무덤의 위치는 서라비아 왕국의 수많은 섬 중 한 곳이라고만 대충 퍼져있었다.


한데··· 저 얼뜨기 같은 녀석 하나 때문에 이제 거의 모든 사람이 오트룸을 알게 됐다.


카이일행이 착잡한 심정으로 술을 들이켜는데 어떤 건장한 체격의 남자 하나가 몸을 벌떡 일으켜 조금 전 얼뜨기가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이에, 식당 안의 모든 사람들의 관심이 얼뜨기와 남자에게로 향했다.


잠시 후, 얼뜨기 패거리와 남자 간에 무슨 대화가 오고 갔다.

워낙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고 있어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대충 어떤 대화가 오고 갔는지··· 다음의 행동에서 짐작할 수 있었다.


탁―


“지금 뭐 하는 짓이오? 우리가 잘못 말한 거라고 하지 않았소?”


처음 얼뜨기에게 오트룸에 관해 말해준 당사자, 로빈이다.

로빈은 안 그래도 열 받아 죽겠는데 웬 녀석이 시비를 걸자, 심기가 매우 좋지 않았다.


“이거 왜 이러시나? 보아하니 그쪽도 목적지가 우리와 같은 것 같은데··· 끝까지 발뺌하면 그다지 좋은 꼴을 보진 못할 텐데?”


로빈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지금 협박하는 거요?”

“협박이라니, 이미 당신들이 하는 얘기를 들은 사람이 많은데··· 그렇게 뺄 거 뭐 있소?”

“······.”

“만약 끝까지 그렇게 입을 다물고 있으면 내가 아니어도 당신들을 귀찮게 할 사람은 널렸다고.”


남자의 말에 로민은 얼굴을 잔뜩 찡그린 채 홀 안을 둘러보았다.

식당 안에 있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게 보였다.


“젠장, 이게 다 자네 탓이야. 처음부터 비밀이라고 말했건만··· 무슨 까마귀고기라도 처먹었나, 금세 까먹고 오히려 큰소리로 떠들다니.”

“······미, 미안하네.”


로빈과 파티를 이룬 사람은 모두 네 사람으로 현재 크레이뇽의 무덤을 찾아 나선 파티 중에선 비교적 적은 인원이었다.

로빈은 눈을 반짝이며 자신을 바라보고 서 있는 남자를 향해 퉁명하게 말했다.


“공짜로 말해줄 순 없소.”


남자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그러나 이어지는 로빈의 말에 다시금 남자의 표정이 풀렸다.


“어차피 그곳으로 가기 위해선 대단원의 파티를 이뤄야 가능하오. 우릴 당신네 파티 일원으로 받아준다면 자세히 알려주겠소.”


그러자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의자를 박차고 일어나 야유를 보냈다.


“이보쇼! 대단원의 파티를 이뤄야 가능하다니? 그게 무슨 소리요?”


한데··· 이에 대한 대답은 로빈이 아닌 다른 곳에서 튀어나왔다.


“알고 싶으면 스스로 알아내시오!”


처음 얼뜨기와 로빈에게 다가가 협박 아닌 협박을 했던 남자였다.


우우우―――


조금 전까진 로빈에게 협박 비슷한 말을 해놓고선 같은 팀이 되었다는 이유로 바로 돌변하는 남자의 태도에 사람들이 야유를 퍼부었다.


그때, 새로운 인물들 몇이 식당 안으로 들어서며 이 황당한 장면에 어리둥절해 했다.


“음? 뭐야 이거? 이 안에서 무슨 일이라도 벌어진 건가?”


마침 식당 입구 쪽으로 시선을 옮기던 로빈이 사람들을 향해 입구를 가리키며 외쳤다.


“모두 다른 사람들이 식당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시오!”


갑자기 웬 개 풀 뜯어 먹는 소리인가.

어리둥절해 하는 사람들을 향해 로빈이 외쳤다.


“더이상 다른 사람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싶지 않다면 내 말에 따르시오!”


그제야 말을 알아들은 사람들이 득달같이 일어나 행동으로 옮겼다.


우르르르――――


“어어? 뭐, 뭐야?”

“뭐요? 우린 술이나 한잔하려고 들렸단 말이오!”

“미안하오, 술은 이따 드시오.”


콰당――


여러 사람이 두세 명을 상대하기는 쉬웠다.

잠시 후, 식당은 하나의 작은 요새로 둔갑했다.

.

.


“상황이 점점 재미있게 돌아가네.”


일행과 함께 현 상황을 쭉 지켜보던 바이탈이 말과 달리 퉁명하게 말했다.

그러자 바우가 속삭였다.


“그보다 대단원의 파티가 필요하다니? 혹시 그거 때문일까?”


카쿤이 ‘쉿!’ 하라는 신호를 보냈다.


“쉿, 저자의 말을 들어보자고.”

“······.”


일행의 시선이 다시 로빈이란 자에게로 향했다.

제법 근육이 툭 튀어나온 두 사람이 입구를 떡 막고 지키고 서자, 로빈이 그제야 사람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되도록 조그맣게 내겠소. 혹시나 밖에서 누가 엿듣기라도 한다면 곤란하니 말이오.”


그러자 자기들끼리 속닥이던 속삭임도 어느새 거짓말처럼 사라졌다.

주변은 삽시간에 썰렁할 정도로 조용해졌다.

진정, 크레이뇽의 무덤이 전하는 파동이 대단하긴 한 모양이다.

.

.


“모두 들어서 알겠지만··· 크레이뇽의 무덤은 오트룸에 있는 것이 맞소.”

“······.”

“대단원의 파티를 결성해야 하는 이유는······.”


꿀꺽.

여기저기에서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로빈은 잠시 뜸을 들이다 나직이 한숨을 내쉬며 이어서 말했다.


“이유는··· 크레이뇽의 무덤이 오트룸의 몬스터 계곡 너머에 있기 때문이오.”


술렁――


로빈의 말을 경청하던 모두의 눈이 순식간에 경악으로 물들었다.


오트룸.

서라비아 왕국에 존재하는 수많은 섬 중, 하나로 유별나게 몬스터들이 들 끊는 곳이었다.


원래 이곳의 이름은 오티라는 열매가 많이 난다 하여 열매 이름을 따 ‘오티드’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섬이다.


그러나 어느 때부턴가 오거와 트롤의 서식지로 알려지며 앞글자를 따, ‘오트’라고 장난으로 불리던 것이 오늘날, ‘오트룸’으로 아예 자리매김 돼버렸다.


누군가 물었다.


“당신의 말은, 몬스터를 경계하기 위해 우리가 뭉쳐야 한다는 말이오?”


로빈이 심각한 어조로 대답했다.


“소수보단 다수가 낫지 않겠소?”


그러자 누군가 반론했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요. 크레이뇽이 아무리 미쳤기로서니 무덤을 자신의 던전을··· 그런 곳에 만들었을 리가 없잖소!”


술렁――


“혹시 우리를 몬스터의 밥으로 처넣으려고 일부러 거짓말을 하는 거 아니오?”


술렁술렁――


사람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반대로 카이일행은 돌아가는 정황이 마음에 들었다.

이대로 사람들이 끝까지 로빈을 불신하여, 되도록 많은 자가 떨어져 나가기를 바랐다.

그런데······.


“나는 몬스터 계곡을 비교적 안전하게 지나가는 방법을 아오.”

“······!”

“만약 내 말을 끝까지 믿지 못하겠다는 자는 빠지시오. 내가 파티의 리더를 맡아 맨 앞자리에 서겠소.”


또다시 카이일행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젠장, 아무래도 우리랑 같은 길로 갈 것 같은데?”


바우의 중얼거림에 카쿤이 로빈을 뚫어지라 바라보며 믿을 수 없다는 말투로 중얼거렸다.


“선친께서 만드신 길은 소수만 알고 있는데······.”


이설이 눈을 빛내며 말했다.


“저자가 그 소수 중의 한 명이 아닐까요?”


카쿤이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그럴지도 모르겠소. 하지만 대체 저자가 어떻게······.”


카이일행은 몬스터 계곡을 좀 더 쉽게 갈 수 있는 또 다른 길을 알고 있었다.

그 길은 마도사 크레이뇽이 아직 살아있을 때 만들어진 길로 카쿤의 선친들이 우연히 발견한 길이라 했다.


처음엔 온갖 마물과 몬스터들이 드나들던 길이었다.

허나 크레이뇽이 그만의 방법으로 진을 설치하고 함정을 만들어 카쿤의 선친과 일꾼들이 보다 쉽게 드나들 수 있도록 배려를 해놓은 길이다.


모두가 의문에 싸인 눈초리로 로빈을 바라보자 이설이 조용히 말했다.


“저자를 따라가다 보면 알 기회가 오지 않을까요?”

“······.”

.

.

.

.

.


쾅쾅쾅―――


예상했던 일이 벌어졌다.

식당 문을 걸어 잠그고 그 안의 사람들이 나올 생각을 하지 않으니, 누군가가 배의 책임자에게 알린 것이다.


“당장 문을 여시오!”

“대체 그 안에서 뭣들 하고 있는 겁니까!”


상황이 다소 급하게 흐르자, 로빈이 사람들을 향해 작은 목소리로 빠르게 말했다.


“이 중에 자신들이 속해있는 파티가 따로 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오. 같은 파티원을 데리고 오는 것은 괜찮으나··· 다른 파티까지 끌어들이지는 마시오.

당신들도 알다시피 무덤이 있는 정확한 위치는 현재 우리밖에 없소. 그리고··· 그곳까지 안전하게 가는 길을 아는 사람은 나밖에 없을 것이오.

함께 가고 싶다면 비밀을 엄수하고, 내일 항구에 도착하는 대로 플래처 광장으로 모여주시오.”


그렇게 로빈의 속사포 같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식당 문이 열렸다.


벌컥―――


책임자가 열쇠를 가지고 직접 열고 들어온 것이다.


“대체 우리 직원들까지 내쫓고 무슨 짓을 하고 있었던 게요? 이곳은 당신들 개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식당이······.”


열쇠로 열고 들어오자마자 화가 잔뜩 난 목소리로 쏘아붙이던 책임자는 끝까지 말을 잇지 못했다.


우르르르―――


식당 안에 있던 사람들이 그를 본체만체 지나쳐 모두 밖으로 빠져나가 버렸기 때문이다.


“이, 이게 대체······.”


부글부글 열이 끓어올랐으나 어쨌든 저들 모두 배의 손님이다.

결국, 식당에서 있었던 일은 그렇게 일단락됐다.





***




본래, 열흘을 예상했으나 최상의 기후 덕분에 일주일 만에 항구에 도착했다.


“우웩! 정말이지 다시는 배 따윈 타고 싶지 않아!”


여행 내내 심한 뱃멀미에 시달렸던 바이탈.

발이 땅에 닿자마자 마지막으로 헛구역질하며 투덜거렸다.


작가의말

요즘 날이 넘 빨리빨리 지나가는것 같네요.

다들 주말 잘들 보내시고~~~ 잼있으면 추천 꾹~ (댓글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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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램프의 정령 3 +2 20.05.04 208 4 11쪽
54 램프의 정령 2 +8 20.05.03 214 6 13쪽
53 램프의 정령 1 +5 20.05.02 207 5 12쪽
52 보물의 방 3 +2 20.05.01 191 4 11쪽
51 보물의 방 2 +4 20.04.30 186 6 12쪽
50 보물의 방 1 +2 20.04.29 194 7 12쪽
49 크레이뇽의 과거 3 +2 20.04.28 184 6 12쪽
48 크레이뇽의 과거 2 +2 20.04.27 190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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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기절하셨습니다! +7 20.04.02 315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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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임자가 있는 몸이었군. 20.03.27 358 6 13쪽
16 4800원짜리 싸구려 의자라고! 20.03.26 414 7 12쪽
15 파티원 20.03.25 368 6 13쪽
14 남아선호사상 +1 20.03.24 385 7 13쪽
13 무덤으로 가는 지도. 20.03.23 409 6 12쪽
12 신비스러운 동양 미인 20.03.22 440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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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할린 가의 귀공녀 2 +1 20.03.18 552 9 12쪽
7 할린 가의 귀공녀 1 20.03.17 616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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