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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or
작품등록일 :
2020.03.12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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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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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09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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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예상치 못한 말.

DUMMY

늦은 밤, 일행을 동반한 무리는 드디어 서라비아 왕국에서 일명, 동해안이라 불리는 곳에 위치한 작은 해변 마을에 도착했다.


마을 사람들은 때아닌 방문객으로 저마다 반색하며 집에서 뛰어나왔다가 방문객의 수에 모두 깜짝 놀랐다.

하지만 곧이어 마을의 대표자인 촌장의 지시에 모두들 조용히 상황을 주시했다.


잠시 후, 일행은 촌장의 배려로 어디론가 안내됐다.

그곳은 백사장이 훤히 보이는 넓은 공터였다.

촌장의 말에 의하면 마을 사람들이 모두 모여, 온갖 해초류와 생선을 공동으로 말리는 장소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바닥 여기저기 해초류의 찌꺼기가 뒹굴고 바닥 한 귀퉁이엔 커다란 그물들이 널브러져 있는 게 보였다.


로빈은 계획대로 촌장에게 마을에 있는 모든 배편을 빌려달라 부탁했다.

물론, 개개인의 배들이니 촌장의 맘대로 할 수 없으나, 아침 일찍 고기잡이를 나갈 배가 필시 있을 테니 촌장에게 미리 제재해달라 부탁한 것이다.


배를 빌려주는 사람들에게 한해, 로빈이 충분한 대가를 지불하겠다고 하자 촌장은 흔쾌히 수락했다.

어차피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어부들이 대부분이라 그들로선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기 때문이다.

.

.

.


그날 밤은 오랜만에 모두에게 술이 허락됐다.

물론, 누가 허락하고 안 하고를 떠나 그런 것을 따질 사람들은 아니지만 그래도 마음 놓고 마시는 것은 오랜만이라 모두들 환호했다.


“그나저나 오트룸에선 모두가 걸어서 행군할 텐데 서리님··· 괜찮으시겠습니까?”

“······?”


본래 마법사는 육체적으로 약한 존재로 알려져 있었다.

더군다나 이설은 연약한 여인의 몸이지 않은가.


“뭐에요? 왜 서리 언니만 걱정하는데? 나는? 나는 걱정 안 돼남?”


바우가 루이스의 허벅지를 한 대 때렸다.


찰싹――


“꺄아!”

“네 이 튼실한 허벅지가 있는데 무슨 걱정을 하겠냐?”

“씨잉······.”


한데 그때, 루이스의 곁에 있던 존이 루이스의 허리를 껴안으며 바우의 말에 반론했다.


“뭡니까? 우리 하니한테 너무 막 대하시는 거 아니요?”

“아앙, 자기야아~”

“하니, 걱정하지 마. 하니가 다리 아플 땐 내가 이 튼튼한 두 팔로 꽉 안아줄게.”

“······!”


존의 말에 루이스가 얼굴을 붉히며 좋아 죽는다는 얼굴로 앙탈을 부렸다.


“아잉! 몰라, 몰라! 부끄럽게 그런 말을 왜 해. 자기 응큼쟁이~”


‘쿨럭!’


일행은 또다시 펼쳐지는 19금에 눈을 반짝이기는커녕 일어나는 두통으로 저마다 뒷목을 부여잡았다.

이설은 눈을 반짝이는 모건을 끌고 잠시 자리를 피해야만 했다.

.

.

.

.

.


내일을 위해 저마다 잠자리를 청하는 모습을 본 이설은 슬그머니 일어나 해변을 산책하며 생각에 잠겼다.


솔직히 걷는 것은 그녀도 싫었다.

마음 같아선 비행기라도 만들어내고 싶었다.

그도 아니면, 이곳 세계에 맞게 비행 몬스터라도 잡아다 타고 싶다. 아니면······.


이설이 이런저런 생각에 잠긴 채 걷고 있을 때였다.


“이설.”

“······?”


듣기 좋은 중저음의 남자 목소리에 이설의 고개가 뒤로 향했다.


“······카이?”


소리를 듣는 순간, 사실 그인 줄 알았다.

하지만 그를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복잡해진다.

웬만하면 단둘이 엮이고 싶지 않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었다.


아니, 사실은 그와 둘만 있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정말··· 여간 복잡한 것이 아니었다.


이설은 카이의 눈을 똑바로 바라볼 용기가 나지 않아 시선을 슬쩍 아래로 했다.

그러자 하얀 셔츠를 아무렇게나 걸쳐 입은 카이의 멋진 모습이 달빛 아래 그대로 드러났다.


거기다 바닷바람에 보기 좋게 휘날리는 황금빛 머리카락······.

남자임에도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다.


문득, 셔츠 사이로 보이는 저 탄탄한 가슴에 얼굴을 살짝 기대보고 싶은 마음이 일었다.


‘아놔······.’


또 그 장면이 떠올랐다.

그와 사랑을 나누던 꿈과 계곡에서 나눴던 그와의 키스······.


이설은 정신없이 두근거리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기 위해 두 눈을 감고 속으로 숫자를 셌다.

그때 또다시 카이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설, 우리 얘기 좀 합시다.”


설이라니!

이설이 아니라 마치 애칭처럼 설이라 부르다니!

묘한 짜르르한 기운이 전신을 강타했다.


“······우리 얘기 좀 합시다.”


재차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에 그제야 이설이 정신을 차렸다.

한데 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카이가 두 손을 들어 자신의 어깨를 붙잡았던 것이다.


강한 힘이 느껴졌다.

살짝 놀란 이설이 카이를 바라보았다.


“······?”


무슨 얘기를 하려고 이러는 건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카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솔직히 내게도 이런 사치스러운 감정이 찾아올 줄 꿈에도 생각지 않았소.”

“······.”

“처음엔 나도 몰랐소. 그저 조금은··· 이상한 여자라 생각해 아주 조금 관심을 가졌을 뿐이오.”


이설의 미간이 살짝 좁아졌다.

그 이상한 여자가 자신임을 묻지 않아도 알기 때문이다.


“언제부턴가 당신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답답하고 미칠 것 같았소.”


‘나, 나도 그런데!’


이설의 눈이 살짝 커다래졌다.


“그래서··· 일부러 피하고, 일부러 당신을 냉정하게 대해보기도 했지만··· 오히려 답답함만 더해갔소.”


이설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나, 나돈데!’


“······설.”


이설의 어깨를 잡은 카이의 두 손에 살짝 힘이 들어갔다.


“······이설.”


‘꿀꺽.’


재차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카이의 목소리에 흔들렸던 이설의 눈동자가 카이의 에메랄드빛 눈동자와 마주쳤다.

그리고 그때, 그가 말했다.


“······당신을 사랑하오.”

“······!”


이설이 눈이 화등잔만 하게 커졌다.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다.


그녀는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그 순간, 이설은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오로지 카이의 말만 계속 들릴 뿐이었다.

생전 처음으로 듣는 남자의 진심 어린 고백! 그것도 이계에서······.


‘이계!’


이계란 단어가 떠오르자마자 이설의 정신이 번쩍 돌아왔다.

램프의 부름을 받으면 자신은 그 순간, 어디로 사라질지 모르는 운명임이 떠오른 것이다.


지금 당장 고백을 받은 이곳에서··· 자신은 영원히 다른 차원으로 사라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때, 카이의 입술이 또다시 다가왔다.

순간, 그녀는 이 남자와 다시 한번 뜨거운 키스를 나누고 싶었다.


이설은 입술을 파르르 떨며 망설였다.

하지만 카이의 입술이 자신의 입술에 거의 닿기 직전.

이설은 두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휙 돌려버렸다.


휘익――


“······!”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어깨를 감싸고 있는 카이의 두 손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설마··· 그녀가 거절할 거로 생각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설이 마음을 가다듬고 힘겹게··· 그렇지만 내색하지 않고 나직이 말했다.


“별로··· 흥미 없어요.”


그리고 그 말을 끝으로 이설은 냉정하게 카이의 팔을 뿌리치고 빠른 걸음으로 왔던 길로 돌아갔다.


그러나 몸은 감출 수가 없었던 걸까?

아무렇지 않은 척 걸으려 했지만··· 그녀의 걸음걸이는 어딘지 부자연스러웠다.

그렇게 열 걸음 정도··· 걸었을까? 뒤에서 카이의 외침이 들려왔다. 그의 목소리는 또 갈라져 있었다.


“자신에게 좀 솔직해질 수 없소? 뭐가 두려워 도망가려는 거요?”

“······.”


이설의 걸음이 더욱 빨라졌다.


“당신은 위선자요!”


탁탁탁―――


‘젠장!’


카이는 아예 달려가고 있는 이설의 뒷모습을 잔뜩 찡그린 얼굴로 바라보며 애꿎은 머리카락만 쥐어뜯었다.





***





예정대로 마을 사람들은 하나같이 고기잡이를 나가지 않고 작은 조각배까지 모두 로빈에게 넘겼다.


로빈은 애초에 파티원들에게 걷어 들인 돈을 약속대로 촌장에게 넘기며 한 가지 제안을 더 했다.

자신들을 오트룸까지 직접 배로 안내해달라고 말이다.


촌장과 마을 사람들은 펄쩍 뛰며 거절했다.

하지만 오트룸 초입까지만 배를 대준 후, 정확히 열흘 후 다시 돌아와 달라는 로빈의 말에 잠시 의논에 들어갔다.

초입은 그다지 위험하지 않다는 것을 그들도 알고 있었다.


잠시 후 촌장이 물었다.


“오트룸엔 흉측한 몬스터들밖에 살지 않을 텐데··· 거긴 머땀시 가려는 게요?”


로빈은 대답 대신 다른 말을 했다.


“입구까지 우리 모두를 안내해주신다면 한 배당 5골드씩 더쳐드리겠소.”


오오―――


5골드라면 마을 사람들 한 가구가 한 달 내내 아무 걱정 없이 먹고 놀고 할 수 있을 만큼의 액수였다.

당연히 군침이 당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여기저기에서 마을 사람들의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려오자 로빈이 아예 쇄기를 박았다.


“열흘 후, 다시 입구로 우리를 데리러 오면··· 추가로 한 배당 5골드를 더 드리겠소.”


즉, 합이 10골드다.

로빈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여기저기서 서로 안내하겠다는 사람들이 속출했다.


“하, 하겠소!”

“내가, 내가 안내하겠소!”

“내 고깃배는 내가 직접 노를 젓겠소!”

“어허, 자네는 아까 빠진다고 하지 않았나?”


종국엔 어린아이와 여인들까지 직접 안내하겠다고 나섰다.

그러자 촌장이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외쳤다.


“다들 시끄럽네! 부끄럽지도 않나?”


삽시간에 주변이 조용해졌다.

이에 촌장이 헛기침하며 다시 말했다.


“여차하면 목숨을 걸어야 할지도 모르니, 배를 빌려준 주인들만 나서게!”

“어, 어르신!”

“어허!”


다행이 마을의 가장 어른인 촌장이 나서자 겨우 배를 빌리는 일이 일단락됐다.


조금 떨어진 곳에서 이 모든 것을 구경하던 에릭은 일이 척척 진행되는 모습에 흡족한 미소를 지었다.

.

.

.


잠시 후, 로빈과 일행은 일제히 짐들을 배로 옮기기 시작했다.

짐은 그다지 많지 않았다.

무거운 것은 그대로 말과 마차에 남겨두고 식량과 야영 시 꼭 필요한 물품들만 따로 챙겼다.


에릭의 시선이 자연히 이설과 그녀의 일행 쪽으로 향했다.

역시나 그들도 마차에서 부지런히 짐을 옮기느라 분주했다.

에릭은 싱긋 미소를 지으며 이설이 타고 있던 마차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외향은 지극히 평범한 마차다.

하지만 마법이 내장되어있다고 하니, 너무도 근사하고 멋지게 느껴졌다.


‘으흐흐··· 이제 조금 후면 내것이 되겠구나. 흐흐흐······.’


혼자 실실 웃어대는 에릭의 모습에 옆에서 지켜보던 죠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뭘 잘못 드셨나?’

.

.

.

.

.


드디어 모든 준비가 완료됐다.

에릭은 기다렸다는 듯이 잔뜩 괴로운 표정을 지으며 배를 움켜잡고 신음했다.


“허엇! 아이고, 아이고··· 배야!”

“앗! 어디 아프세요?”


갑자기 신음하며 괴로워하는 에릭의 모습에 죠이가 깜짝 놀라 그를 부축했다.


“죠, 죠이··· 네 주인 죽겠다. 아이고······.”


일부러 큰 소리로 말했기에 에릭의 목소리는 당연히 로빈과 다른 일행에게까지 전달됐다.


“역시 뭘 잘못 드신 거군요!”


죠이가 어찌할 줄 몰라 하며 에릭의 상태를 급히 살폈다.

그때 미간을 살짝 찌푸린 로빈이 성큼 다가왔다.


“어디가··· 편찮으십니까?”


에릭은 로빈이 다가오자 두 손으로 배를 움켜쥔 채 아예 바닥에 철퍼덕 주저앉았다.


“아이고, 아이고 배야······.”

“아, 아무래도 이곳 음식이 몸에 맞지 않으셨나 봅니다. 어, 어쩌죠?”


이제 막 배를 타고 오트룸으로 출발해야 할 찰나에 배탈이 나버렸으니··· 큰일은 큰일이었다.

로빈은 에릭의 상태가 어딘지 조금 미심쩍어 보였으나 설마 꾀병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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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램프의 정령 2 +8 20.05.03 214 6 13쪽
53 램프의 정령 1 +5 20.05.02 207 5 12쪽
52 보물의 방 3 +2 20.05.01 191 4 11쪽
51 보물의 방 2 +4 20.04.30 186 6 12쪽
50 보물의 방 1 +2 20.04.29 194 7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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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무덤으로 가는 지도. 20.03.23 408 6 12쪽
12 신비스러운 동양 미인 20.03.22 440 8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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