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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or
작품등록일 :
2020.03.12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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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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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6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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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되는 내전 2

DUMMY

당연히 호승심이 강한 바이탈이 일행의 의견도 묻지 않고 흔쾌히 대결에 응한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그러던 중, 바이탈의 말투나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던 기사 하나가 욱하는 마음에 모두의 관심이 다른데 쏠려있을 때 날카로운 쇳조각 하나를 슬쩍 바이탈의 클러우 안쪽에 박아 놓았다.

비상시에 암기로 쓰려던 것을 이런 야비한 일에 사용한 것이다.


당시, 그 사실을 모르는 바이탈은 시합을 위해 오른손에 클러우를 힘껏 꼈다.

당연히 꽤 깊은 상처를 입은 바이탈은 범인이 누군지 단번에 알아챘다.

조금 전 자신의 무기를 유심히 살피던 녀석이 있었기 때문이다.

클러우의 모습이 신기해 그런 줄로만 알고 한껏 거드름을 피운 것이 화근이었다.


비겁한 녀석의 행동에 뭐라 했으나 아무도 바이탈의 말을 믿는 이가 없었다.

오히려 상대 기사들은 자신의 무기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바이탈을 탓하며 약까지 올렸다.


약이 오를 대로 오른 바이탈은 말리는 랄프와 카이를 뿌리치고 대충 천으로 상처를 싸맨 후, 그 상태로 클러우를 착용해 대결에 응했다.

그러자 안 그래도 꽤 깊은 상처였는데 이리저리 움직이자 상처가 더 벌어지기 시작하여 결국, 오른손을 사용할 수 없는 지경까지 갔다.


오른손잡이인 바이탈이 왼손만 사용하니 대결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가 없었다.

게다가 상대가 치사하고 비겁한 녀석이라 해도 내로라하는 대제국의 정규 기사다.


결국, 바이탈은 자존심만 잔뜩 깎인 채 이를 악 물고 패배를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바이탈에겐 자신을 대신해 녀석을 혼내줄 친구들이 있지 않은가.


랄프의 이야기를 모두 들은 이설은 어느새 연무장 한가운데 선 카이의 모습을 바라보다 아직도 씩씩대고 있는 바이탈에게 다가가 조심스레 다친 손에 손을 가져갔다.


“······음?”


상처 입은 손에 누군가의 손길이 느껴지자 온통 연무장에 관심이 쏠렸던 바이탈은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


바이탈은 다가온 이가 이설이란 사실을 알아채기 무섭게 다친 손에서 느껴지던 고통이 서서히 가시는 느낌에 크게 반색했다.

이윽고 치유가 끝나 이설의 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바이탈은 입가에 진한 미소를 머금고 부리나케 카이 앞으로 뛰쳐나가며 외쳤다.


“너 이 자식! 잘도 날 비웃었겠다?”


어느새 양손 모두 클러우로 단단히 무장한 바이탈의 모습에 상대 기사들은 물론 카이 또한 어리둥절한 눈으로 바이탈을 쳐다보았다.

그러다 자신을 향해 윙크해 보이는 바이탈의 모습에 미간을 살짝 모으다 이설을 발견했다.

곧바로 상황을 눈치챈 카이.

이에 카이가 뒤로 물러나자 맨 처음 바이탈과 시비가 붙던 기사 맥스가 외쳤다.


“뭐야, 넌 이미 패배했잖아!”


바이탈도 지지 않고 큰 소리로 말했다.


“헹! 네 녀석의 잘난 손모가지를 분질러주기 위해 이 몸께서 부활하셨거든!”


실제로 부활한 사실을 알 리 없는 맥스가 한껏 빈정거렸다.


“마지막으로 나온 녀석은 그래도 한가락 할 것같이 생겼더니 결국 부상자가 나서야 할 만큼 인재가 없는 거냐?”

“그거야 두고 봐야 알 일이지. 네 녀석이 싸울 게 아니라면 그 주둥아리나 닥치고 있어!”

“뭐, 뭐야?”


애초에 말 빨로 바이탈과 승부하려던 상대가 잘못이었다.

.

.

.


와아아――


“······음?”


여러 가지 일로 머리가 지끈거려 잠시 산책을 하던 안토니는 연무장 쪽에서 들려오는 함성 소리에 호기심이 일었다.

그의 곁에는 이그니스 부 기사단장으로 승진한 지드가 함께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시끄러운 연무장 쪽으로 서둘러 걸음을 옮겼다.

.

.

.


우우우!


“맥스! 상대는 이미 지쳤는데 뭘 하는 거야!”

“맥스! 일어나!”

“맥스! 맥스!”


안토니와 지드는 이젠 제법 서늘한 기온이 감돎에도 뜨거운 열기로 가득한 연무장의 모습에 내심 기대를 하였다.

계획된 훈련이 없음에도 기사들이 열심히 훈련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런데······.


연무장 주변에 웬 사람들이 바글거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기사들과 병사들은 물론, 성의 일꾼들까지 보였다.

기대했던 상황이 아니었기에 안토니의 밝았던 얼굴이 살짝 어두워졌다.

그리고 그런 그의 얼굴은 연무장과 가까워질수록 점점 더 어두워졌다.


“실전이었다면 네 녀석의 머리통은 벌써 저기 바닥을 구르고 있었을 거다!”

“크윽······.”


안토니와 지드의 눈길을 가장 먼저 끈 것은 누군가를 향해 호기롭게 떠들고 있는 바이탈이었다.

대체 누구를 향해 저렇게 떠들고 있는 걸까?

곧바로 안토니와 지드의 시선이 이번에는 바이탈의 앞으로 향했다.


“······!”


자연, 안토니와 지드의 미간이 와락 구겨졌다.

잔뜩 상기된 모습으로 떠들고 있는 바이탈의 바로 앞에 익히 잘 알고 있는 녀석 하나가 바닥에 널브러져 있었던 것이다.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바닥에 널브러진 채 연방 거친 숨을 토하며 심하게 어깨까지 들썩이고 있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다.

마치 커다란 맹수에게라도 당한 듯 입고 있는 훈련복 여기저기가 찢겨져 나간 채 척 보기에도 자잘한 상처들이 중구난방으로 보였다.


굳이 물어보지 않아도 대략 어떤 상황인지 짐작이 됐다.

안토니는 때마침 눈이 마주친 기사에게 지금의 상황에 대해 물었다.

안토니의 싸늘한 눈빛과 마주친 기사는 어쩔 수 없이 전위사정을 토해낼 수밖에 없었다.

.

.

.


와아아!


지치고 여기저기 난 상처로 꽤나 고통스러울 텐데도 맥스가 일어서자 동료 기사들이 저마다 함성을 질렀다.

이에 생각보다 근성이 강한 놈이라며 바이탈이 맥스를 살짝 달리 볼쯤이었다.


“헛!”

“다, 단장님!”


누군가 안토니를 발견했던 것이다.

그러자 갑자기 찾아온 침묵.


“······.”


상황은 안토니의 등장으로 알 수 없는 상태로 흐르는 듯싶었다.

아니, 각자의 머릿속에는 ‘대결은 이로써 물 건너갔구나.’ 하는 생각과 동시에 뒤따라올 후폭풍을 염려하는 생각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한데··· 정작 안토니의 입에서 흘러나온 말은 의외의 말이었다.


“보아하니 대결을 하고 있던 모양인데··· 나는 상관하지 말고 계속하도록.”


에엑?


뜻밖의 안토니의 말에 기사들이 저마다 입을 쩍 벌렸다.

반면에 이설과 카이들의 입가엔 미소가 슬쩍 드리워졌으며 바이탈의 눈빛은 덧없이 음흉해졌다.


안토니에게 전위사정을 모두 전한 기사는 매우 솔직한 기사였다.

덕분에 자신의 수하가 비겁한 짓을 한 것도 모자라 상대를 깔보고 멋대로 덤비기까지 했다는 사실까지 모두 알게 된 안토니.


그는 처음엔 분노했다.

당연히 당장 대결을 멈추게 하고 엄한 벌을 내리려 했지만 무슨 생각인지 곧바로 생각을 바꾸었다.


그는 바이탈을 비롯해 카이 일행의 실력이 어떤지 어느 정도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몇몇 소수만 알뿐, 눈앞의 기사들은 대부분 카이 일행의 실력을 모른다.


카이 일행이 황자의 사람이 된 이상, 이들을 기사들이 인정할 필요가 있었다.

그 좋은 방법으로는 지금처럼 직접 몸으로 실력을 겪어보는 것이다.


안토니는 슬쩍 미소를 지으며 속으로 음산한 웃음을 흘렸다.


‘녀석들··· 그동안 자신들의 실력만 믿고 훈련을 게을리했던 것을 뼈저리게 후회하게 해주겠다. 후후······.’


안토니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기사들은 다시금 마음을 잡으며 저마다 호승심에 불을 태웠다.


“단장님 또한 우리를 응원하시고 계신다!”

“맥스! 이제 그만 놀고 네 실력을 보여다오!”

“와아! 단장님이 보고 계시는데 전력을 다하자!”


와아아――


“······.”


조금 전, 기가 죽었던 동료 녀석들이 저마다 자신을 응원하는 모습은 좋은 현상이었지만 맥스는 솔직히 죽을 맛이었다.

워낙 지기 싫어하는 성격이었기에 지금껏 버티고 있었지만, 솔직히 이쯤 패배를 시인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기 때문이다.

그때 바이탈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의 비겁함을 인정하고 용서를 빌면 이쯤에서 그만둬주마.”


능글능글한 바이탈의 목소리에 맥스의 눈가에 핏발이 솟았다.

패배를 인정하는 거야 그럴 수도 있는 일이지만 비겁함을 인정하고 용서를 빌라니!


오 분 전이라면 그렇게 했을 수도 있지만, 지금은 베르티아 단장님과 지드 부단장님이 계시지 않은가.

결국, 맥스는 이를 악물고 다시금 바이탈을 향해 달려들 수밖에 없었다.


츠츠츠 챵그랑!


허공에서 바이탈의 날카로운 클러우와 맥스의 기다란 검이 또다시 교차했다.

하지만 맥스에겐 그것이 또 실수였다.


“이잇!”


엑스자로 교차한 클러우 사이에 장검이 끼어 좀처럼 빠지질 않았던 것이다.

맥스는 손에 힘을 주어 검을 빼내려 했다.

하지만 바이탈 또한 교묘하게 팔을 휜 상태로 맥스의 검을 놓아주지 않았다.


“자, 검이 막혔으니 이제 어쩌나?”


역시나 느물거리는 바이탈의 목소리에 맥스가 비릿한 웃음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무기를 사용할 수 없는 것은 네 녀석도 마찬가······.”


맥스의 비웃음은 오래가지 못했다. 물론, 한껏 비아냥거렸던 말 또한 중간에 끊길 수밖에 없었다.

상대방의 기다란 다리가 자신의 복부를 세차게 강타해왔기 때문이다.


퍼억――


“커헉!”


뒤로 비틀거리며 결국 검을 놓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인 맥스는 정신을 추스를 사이도 없이 두 번째 바이탈의 공격을 받았다.

바이탈이 이어서 현란한 오른발 돌려차기를 선보였던 것이다.


휘익-――

퍼억!

콰당!


“매, 맥스!”

“저런!”


엉덩방아를 찧으며 볼썽사납게 땅바닥에 넘어진 맥스를 향해 바이탈이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큰 소리로 말했다.


“검에만 의존하는 기사와는 달리, 나는 체술까지 완벽한 전사거든.”

“쿨럭, 쿨럭······.”


맥스는 인상을 잔뜩 찡그린 채, 연방 기침을 해대며 결국 패배를 시인할 수밖에 없었다.

그와 동시에 바이탈은 한껏 거드름을 피우며 일행에게로 돌아섰다.

하지만 카이와 일행은 바이탈을 반갑게 맞이 할 수 없었다.


바이탈이 입꼬리를 잔뜩 귀까지 말아 올린 것은 물론, 어깨를 들썩이고 온갖 오두방정을 떨며 잘난 척 하며 다가왔기 때문이다.

그 순간, 카이일행은 바이탈이 너무나 창피했다.



* * *



대 제국, 카페라의 황궁엔 그 명성답게 화려하면서도 아름다운 궁전이 여러 개 존재했다.

그중에서도 황제가 기거하는 본궁이 가장 웅대하면서 아름다웠지만, 그에 못지않게 사치스럽고 화려한 아름다운 궁전 한 채가 본궁과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거리에 존재했다.


그 이름하야, 리리오 궁전으로 백합이란 뜻답게 궁전의 외벽은 온통 백합으로 꾸며져 있었다.

한눈에 보기에도 장인의 손길이 끝이질 않아 매우 아름다워 보이는 이곳은 다름 아닌, 제국의 황후 스텔라가 기거하는 곳이었다.


“깔깔깔··· 해모스 남작부인, 정말이지 부인의 입담엔 황후마마마저 웃게 만드시니 그 비결이 무언지 궁금하군요.”

“호호호··· 레이어스 백작부인께서도 만만찮습니다.”

“어머나, 당치않아요. 황후마마, 마마께서 한 말씀 해주세요. 해모스 남작부인의 재치는 타국에서도 알아주지 않습니까?”

“아이참, 부끄럽습니다.”


가녀린 손이나 화려한 부채로 입을 가린 채 웃으며 서로 칭찬을 주거니 받거니 하는 두 여인의 모습에 스텔라는 피식 실소를 머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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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 램프의 정령 2 +8 20.05.03 215 6 13쪽
53 램프의 정령 1 +5 20.05.02 207 5 12쪽
52 보물의 방 3 +2 20.05.01 191 4 11쪽
51 보물의 방 2 +4 20.04.30 186 6 12쪽
50 보물의 방 1 +2 20.04.29 194 7 12쪽
49 크레이뇽의 과거 3 +2 20.04.28 184 6 12쪽
48 크레이뇽의 과거 2 +2 20.04.27 190 5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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