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 실수하는 거야 2
“······이설, 그녀의 이름은 이설 황이에요.”
“······?”
현재 아펠리아가 어떤 이름으로 불리는지 알 리가 없던 토토는 뜬금없는 멜라니의 말에 고개를 번쩍 들었다.
“마스터께서 찾는 여인의 이름이 이설이라고요.”
사실 자신을 부하로 받아들인 적은 없었지만, 딱히 그를 부를 칭호가 마땅치 않아 멜라니는 토토를 마스터라 불렀다.
콰당!
“어맛!”
멜라니는 갑작스레 요란한 소리를 내며 몸을 일으키더니 자신의 두 손을 와락 잡는 토토의 행동에 자신도 모르게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그뿐, 자신의 두 손을 잡고 있는 토토의 손길이 싫지 않아 손을 거두진 않았다.
“네가 그녀의 이름을 어찌 알고 있느냐?”
가까이에서 뿜어져 오는 토토의 숨결이 얼굴에 확하고 닿자 멜라니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말하거라, 네가 그녀의 이름을 어찌 알고 있느냐?”
보다 강렬한 숨결이 확 뿜어져 오자 심장이 떨려오며 정신이 어지러워졌다.
“크, 크레이뇽의 무덤가를 찾을 때··· 하, 함께 있었어요.”
“그래? 그렇다면 그녀가 지금 있는 곳을 아느냐?”
자신의 두 손에서 이제는 어깨로 옮긴 토토의 손길을 느끼며 멜라니는 심한 갈증을 느꼈다.
‘아 왜 이러지······.’
“그녀가 지금 어디 있는지 내게 말해다오. 그렇다면 너의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신체적 결함을 당장 해결해주겠다.”
“······!”
조금 전까지 어지러움을 호소하던 멜라니의 얼굴이 토토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돌연, 굳어졌다.
그리고 이어 멜라니는 무슨 까닭인지 알 수 없는 진한 질투심이 저 밑에서 활활 타오르고 있음을 느꼈다.
그때까지도 토토의 재촉은 이어지고 있었다.
멜라니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났는지, 어째서 이 순간 이런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면서 그녀는 나오는 데로 말을 뱉어냈다.
“······그리고 마스터의 오른팔이 될 수 있도록 제게 마스터의 마법을 가르쳐주세요.”
사실, 토토가 자신의 위와 같은 말을 거절해도 상관없었다.
분노하여 자신을 어찌한다 해도 상관없다 여겨졌다.
그저 그가 애가 타도록 찾는 여인이 이설이라는 이유만으로 멜라니는 어느새 심한 질투심에 사로잡혀 있었다.
할 수만 있다면 그와 그녀의 사이를 영영 갈라놓고 싶은 마음이었다.
그래서, 그에게 터무니없는 조건을 말해버린 것이다.
그런데······.
“알겠다. 너를 이시간부로 내 첫 번째 제자로 받아들이겠다.”
“······!”
멜라니의 입술이 살짝 벌어졌다.
이토록 쉽게 자신의 조건을 받아들이다니!
그녀는 기쁨보다 이설을 향한 강한 질투심으로 자신도 모르게 벌렸던 아랫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아펠리아··· 아니, 온통 이설의 생각으로 앞뒤 생각할 겨를도 없던 토토로선 그녀가 어디 있는지 알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것도 들어줄 용의가 있었다.
“어서 말해다오.”
‘아······.’
자신의 어깨를 움켜쥔 토토의 손아귀에 힘이 들어갔다.
멜라니는 자신도 모르게 아랫입술을 부르르 떨어대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
그녀에 대해 안다고 했던 것을 후회하며 말이다.
“그녀는··· 아마 카페라 제국의 황성에 있을 거예요. 제국의 황자와 함께 그곳으로 간다했으니 지금쯤 그곳에 있을 것이 확실해요.”
“황성······.”
멜라니는 그녀가 램프의 요정, 지니로서 황자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황성으로 갔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그저 그녀가 그곳에 있을 거란 사실만 말했다.
토토 또한, 이설이 현재 어디 있는지, 그 사실만으로도 온 정신이 쏠려 있어 다른 것은 귀에 들어오지도 않았다.
사실 오히려 전보다 더욱 분주해졌다는 말이 맞았다.
황성이란 곳이 어디 가고 싶다 해서 함부로 들어갈 수 있는 곳이던가.
때문에 토토의 머릿속은 어느새 황성 안으로 들어갈 방법을 물색하느라 정신이 없어졌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토토는 약속대로 멜라니의 뒤바뀐 심장의 위치를 고쳐주고, 틈틈이 그녀에게 마법을 가르쳤다.
뜻하지 않게 거두게 된 제자였지만 놀랍게도 멜라니는 보기보다 대단한 여인이었다.
그녀는 자신의 결함이 말끔히 사라지자 무서운 속도로 마법을 습득하기 시작했다.
새롭게 자리 잡은 심장은 주인의 뜻에 부여하듯 마나를 쉴 새 없이 빨아들이며 커가기 시작했다.
고 서클에 관한 이론은 평소 숙지한 상태였기에 위로 올라가는 길은 잘 알고 있었다.
필요한 것은 마나와 수련뿐.
하지만 그것도 한계가 있는 법, 하루하루 쉴 새 없이 받아들이는 마나의 양으로는 양이 차지 않았다.
멜라니는 이제 자신의 스승이 된 토토에게 마나를 더 빠르게 쌓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 달라 간청했다.
이때 토토는 그녀의 몸속에 이미 네 개의 마나 고리가 형성된 사실에 경악했다.
한 개의 고리는 그녀가 1서클 마법사라는 뜻이다.
두 개의 고리는 2서클, 네 개의 마나 고리라는 뜻은 그녀가 어느새 4서클 마스터라는 뜻이다.
사실 멜라니, 그녀는 타고난 천재였다.
불리한 신체를 가졌음에도 2서클 마법을 터득했다는 것은 그녀의 천재성이 한몫했다.
그래서인지, 지금의 멜라니는 스펀지가 물을 흡수하듯 마법을 빨리 습득하고 마나를 갈취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이 상태로라면 자신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어둠의 마법을 전수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곧, 6서클은 도달할 것 같다.
토토가 펼치는 어둠의 마법은 기존의 흑마법사들이 사용하는 마법과는 조금 달랐다.
흑마법이 마족을 소환해 그들의 힘을 이용하는 것에 반해 어둠의 마법은 말 그대로 백마법의 정 반대로 그저 자신의, 어둠의 계열 마법일 뿐이다.
때문에 흑마법에 비해 서클을 올리는 시간이 비교적 느린 백마법과 마찬가지로 그 진행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
좋은 점은 마왕이 강림했을 시, 그에게 복속되지 않아도 된다는 점과 흑마법의 장점을 그대로 가지고 간다는 점이다.
물론 시체를 이용하고 몬스터를 이용해 실험을 하는 것은 흑마법과 다를 바가 없다.
때문에 흑마법과 마찬가지로 여전히 배척받는 파벌이긴 하지만 말이다.
결국 토토는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멜라니에게 몇 개 남아 있지 않은 순수한 마나석을 건넸다.
순수 마나석은 보통의 마나석에 비해 서너 배 이상의 마나를 더 담을 수 있는 아이템이었다.
때문에 구하기가 힘들며 가격 또한 일반 마나석보다 수십 배 이상 고가의 물품이다.
사실, 마나석을 이용하는 방법보다 더 좋은 방법을 토토는 알고 있었다.
순수한 마나석보다 더 빠른 시간 내에 마나를 체내에 갈무리할 수 있는 방법을 말이다.
내공심법.
이설이 타 차원에서 넘어온 것과 마찬가지로 역시나 토토 또한 타 차원에서 넘어왔다.
하지만 그가 있던 곳은 무공이 난무하는 곳으로 이설이 있던 곳과는 또 확연한 차이가 있는 곳이었다.
그랬기에 바르는 토토와 이설을 이곳에 부르기 위해 무단히도 준비를 하고 애를 써야만 했다.
각기 다른 차원에서 태어난 연인, 바르는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두 사람을 만나게 하는 데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
.
.
무공이 난무하던 곳, 무림이라 불리는 곳에서 다소 멀리 떨어진 곳에서, 토토는 몽고인으로 태어났다.
광활한 초원을 다스리는 대 몽고인으로 태어난 그는 흔히 말하는 기인을 만나 어릴 적부터 무림인을 스승으로 모시고 가공할 무공을 전수 받았다.
타고난 무골에다 배우고자 하는 열망 또한 누구보다 남달랐던 토토는 빠른 속도로 스승의 모든 것을 물려받으며 뛰어난 무술인으로 탄생했다.
아니, 천부적인 재능까지 있어 토토는 스승까지 뛰어넘은 강자가 되었다.
약관의 나이로 전장을 누비며 대지와 초원을 밝힌다는 뜻의 토오초퉁이란 이름까지 하사받은 그는 이십 대 후반쯤 스승의 뜻을 따라 무림으로 뛰어들었다.
이때 이미 극강의 고수가 된 그는 스승의 복수를 대신하는데 거침이 없었다.
게다가 스승의 복수의 상대는 무림에서도 사마인이라 불리는 대 혈마교의 교주.
그를 죽이기 위해 수많은 고충이 따랐지만 결국 토토는 스승의 복수를 이루었다.
그러자 그를 추적하는 혈마교의 수많은 무리들.
수많은 혈마교의 무리들에게 쫓겨 끝이 보이지 않는 벼랑 끝에서 진퇴양난에 빠졌을 시, 토토는 벼랑 아래로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가 정신을 차리고 깨어난 곳은 달이 두 개가 나란히 뜨는 이곳이었다.
.
.
.
내공과 마나는 칭하는 이름만 다를 뿐 같은 것이다.
예전의 기억을 모두 되찾은 토토는 내공심법을 응용하면 마나를 축적하는 길이 더욱 빨라질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멜라니가 배울 것은 어둠의 계열, 흑마법이다.
자신이 배운 심법은 내공심법 중에서도 꽤나 정순한 심법에 속했다.
극과 극이라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알 수 없다.
자신이 괜찮은 이유는 이미 환골탈태(換骨奪胎)를 통해 모든 부작용을 추월했기 때문일 것이다.
부작용이 없다 해도 솔직히 가르치기 귀찮다.
그 무수한 심법 구결을 전수하는 것도 장난 아니었으며 이곳과 완전히 다른 언어의 장벽을 넘어 일일이 이곳 말로 번역하여 가르친다는 것은 솔직히 자신 없었다.
게다가 그렇게 정성을 다할 정도로 멜라니란 여인에게 애정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한 것을 토토는 조금 망설이기만 했을 뿐, 아무렇지 않은 듯 선뜻 마나석을 멜라니에게 내주었다.
마나석은 그저 방법만 몇 가지 알려주면 끝이지 않은가.
고가의 마나석을 선뜻 내준 이유는 멜라니가 보여주는 재주와 능력이 그에게 있어 오랜만에 다가온 흥미이기도 했다.
덕분에 토토는 잠시 이설에 관한 일을 잊은 채, 흥미로운 눈으로 멜라니의 성장을 지켜보았다.
그녀가 단기간 내 어디까지 성장하는지, 매우 흥미롭고 궁금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어찌 됐든 그녀는 자신의 첫 번째 제자가 아니던가.
.
.
.
한창 멜라니에게 어둠의 마법을 전수하고 있을 때였다.
벌컥-―
미리 아무도 방해하지 말라 말해두었는데 노크도 없이 문이 벌컥 열리는 소리에 토토의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
슬쩍 고개를 돌려보니 잔뜩 성난 눈초리의 살르만이 씩씩거리며 주변을 훑고 있는 것이 보였다.
토토에게 주어진 연공실은 꽤나 넓었다.
그중 한쪽을 알렉스가 사용하고 있었으며 나머지 반은 멜라니를 가르치는 데 사용하고 있었다.
살르만은 전에는 없던 이상한 실험도구들과 기구들을 바라보며 잔뜩 이마를 찌푸렸다.
“뭐야, 그 좋아하던 훈련도 끊더니 이런 구석에서 이상한 실험이나 하고 있었던 거야?”
토토는 빈정거리는 살르만의 말을 흘려들으며 한마디 툭 내뱉었다.
“발밑 조심해. 발에 조금이라도 닿는 즉시, 살이 녹아내릴 수도 있으니까.”
흠칫!
무심코 발에 걸리는 무언가를 차버리려던 살르만은 토토의 무심한 목소리에 흠칫 놀라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녀석의 말이 사실인지 거짓인지는 알 수 없으나 과연 발밑엔 알 수 없는 푸른 액체가 가득 담긴 커다란 들통 같은 것이 놓여있었다.
“용건이 뭐냐.”
살르만은 의심스런 눈초리로 푸른 액체가 담겨있는 들통을 뚫어져라 살펴보다 토토에게 시선을 돌렸다.
“주군께서 돌아오셨다.”
“알고 있어.”
살르만의 오른쪽 눈썹이 꿈틀거렸다.
“삼 일 전에 돌아오셨다.”
“용건이 뭐냐?”
다소 우락부락한 살르만의 볼이 연방 씰룩거렸다. 마치 분노를 참는 듯 보였다.
Comment '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