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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or
작품등록일 :
2020.03.12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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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5.24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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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30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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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보물의 방 2

DUMMY

평소라면 태도가 불경스럽다고 경을 칠 노릇이었지만 누구도 카이의 행동에 뭐라 하는 사람이 없었다.


이설의 드링크 덕분에 다시금 힘을 보충한 일행은 또다시 조심스레 이동을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나 걸었을까?

약간 기울어진 지형이 지속되자 이설이 무심코 말했다.


“이거 마치 한곳을 빙빙 도는 느낌이네요.”


카쿤이 곧바로 대답해왔다.


“크레이뇽이 언급했던 달팽이관이오!”


카쿤의 말에 일행은 반색했다. 그 말인즉슨, 이제 고지가 코앞으로 다가왔다는 소리였기 때문이다.

덕분에 일행은 조금 전과 달리 조금은 가벼워진 듯한 발걸음으로 한발 한발 움직였다.

그런데 그때였다.


탁탁탁탁······.


어디선가 이질적인 소리가 들려왔다.

잠시 걸음을 멈춘 일행은 조용히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탁탁탁탁탁······!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려왔다.

뭔가가 다급히 달려오는 소리 같았다.


“이런 젠장! 또 박 터지게 싸워야 하는 거야?”


바이탈의 거친 투덜거림에 일행의 얼굴이 잔뜩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큰놈은 아닌 것 같은데?”

“크진 않지만 여러 마리 같군.”


랄프와 안토니의 말에 시저가 처음으로 일행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 마물이 아닌 인간이다.


“······뭐?”


시저의 말에 모두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잠시 후, 일행은 시저의 말에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

.

.


“꺅! 바보야, 날 죽일 셈이야?”

“엉덩이가 그리 무거워서 쓰겠소! 어서 저리로 피하시오!”


달려오는 소음과 함께 들려오는 소리는 분명 사람의 목소리였다.

순간, 어두웠던 일행의 얼굴이 와락 구겨졌다.

소리의 주인공들이 누군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어이없게도 뒤에 마물까지 달고 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지지리도 질긴 놈들이네.”

“운도 좋지.”


하지만 일행은 잠시 후 보이는 로빈 일행의 모습에 위에 말한 운이 좋다는 말은 취소해야 했다.

그 인원이 확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몰골들이 좀비보다 더한 몰골로 변해 있었기 때문이다.


‘흠칫!’


마물들에게 쫓겨 자신들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 정신없이 달리던 로빈 일행.

그들은 눈앞에 카이 일행과 조우하자 저마다 깜짝 놀라 급하게 멈춰 섰다.

그러자 제일 마지막에서 달려오던 알렉스와 모린더가 빽 소리를 질렀다.


“제기랄! 뭐 하는 거야!”


크와앙!


알렉스와 모린더의 뒤를 바짝 쫓고 있던 것은 구울 중에서도 가장 지독하다고 알려진 변종 구울 뷔세크라였다.

녀석의 딱딱한 피부 여기저기 삐죽삐죽 튀어나온 새하얀 뼛조각들은 스치기만 해도 깊이 베일만큼 날카로워 보였다.


휘이익――


“······!”


알렉스는 더이상 움직이지 않는 일행에게 잔뜩 화를 내다 갑자기 일행 쪽에서 튀어나온 존재로 인해 입을 다물었다.


촤르륵――


아홉 개의 쇳조각들이 요란한 소리를 내며 채찍처럼 흩어졌다.

그것은 곧바로 허공을 흩뿌리며 커다란 아구를 벌리고 있는 뷔세크라를 향해 거침없이 짓쳐 들어갔다.


촤라라락――


카이의 구절편이었다.

그리고 그 뒤로 안토니와 아이스가 합세했다.

아이스는 다소 떨어진 거리에서 얼음계열의 마법으로 그들을 엄호했다.

차갑고도 매서운 바람이 아이스를 통해 쏜살같이 뷔세크라 주변을 감쌌다.


휘이이잉――


쇠사슬이 온몸을 조여 옴과 동시에 차갑고 매서운 바람까지 합세하자 뷔세크라는 몸을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곧이어 소드 마스터인 안토니가 짙은 푸른빛에 둘러싼 검을 쩍 벌린 뷔세크라의 입안으로 쑤셔 넣었다.


커어어엉!


이에 그치지 않고 안토니는 검을 잡은 두 손을 꼭 움켜쥐고 그대로 아래로 잡아당겼다.


서걱!


도통 검이 들어가지 않던 뷔세크라의 몸통은 오러를 잔뜩 머금은 안토니의 검에 속절없이 뚫렸다.


쿠웅――


육중한 뷔세크라의 몸이 바닥과 맞닿은 시간은 불과 수초가 흘렀을 뿐이었다.

모두가 카이와 아이스, 안토니의 호흡이 일사불란하게 척척 진행됐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뿐만 아니었다.

이에 뒤질세라 랄프와 바이탈, 그리고 바우와 루이스까지 어느 순간 다가와 뷔세크라의 뒤를 따르던 두 마리의 구울을 손쉽게 처리해버렸다.


“······.”


입을 쩍 벌리고 멍하니 이 모든 것을 바라보던 로빈과 그의 일행.

그들의 시선이 이번에는 홀연히 움직이는 이설에게로 향했다.

그녀는 뷔세크라와 구울을 처리한 카이와 일행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다가가 퉁명한 어조로 쏘아붙이며 치유마법을 시전했다.


“쯧, 좀 조심조심 행동하지. 힐링~”

“내가 없었으면 어쩔 뻔했어? 힐링~”

“살살하자고. 힐링~”


화아아악―――


싸움 중에 당한 크고 작은 상처들이 이설의 손길이 닿자마자 눈 부신 빛에 휩싸이며 거짓말처럼 아물었다.


‘꿀꺽.’

‘······!’


수많은 세월 동안 용병 생활을 해온 클레이 용병단 조차 이토록 호흡이 척척 맞아떨어지는 파티는 본 적이 없었다.

카이 일행은 저마다 자신이 할 몫을 충분히 하는 사람들이었다.


무엇보다 로빈과 멜라니의 표정이 가관이었다.

특히, 로빈의 심정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였다.

마법사로 판명된 아이스와 이설 그녀 외엔 별 도움도 되지 않을 거로 생각했던 사람들이다.


그리고 자신은 이설 일행을 현 파티에서 가장 약한 무리로 분류해 놓지 않았던가.

그런데 알고 보니 그들은 양들 틈에 섞여 있던 노련한 사냥꾼들이었던 것이다.


로빈과 달리 멜라니는 매우 복잡한 심경으로 카이 일행을··· 아니, 정확히는 이설을 바라보았다.

그녀가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자신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다음에 또 만나면 음식을 모욕한 그 다리를 확 뽀개버릴 수도 있으니 마주치지 않게 조심해.”



“······.”


멜라니는 조용히 두 다리를 감추듯 베베 꼬았다.




* * *





“운 좋게 여기까지 살아왔군.”

“······그렇소.”


카이의 말에 로빈은 아무렇지 않은 양, 넉살 좋게 대답했다.

마음 같아선 한 대 치고 싶었지만 다가오는 황자로 인해 그럴 수가 없었다.


“······로빈이라고 하옵니다.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전하.”


무덤 밖에서 만난 이그니스 기사단으로 인해 로빈은 제국의 황자가 카이 일행과 함께 있음을 알고 있었다.

아담은 로빈의 인사를 받는 둥 마는 둥 뚱한 표정으로 바라보다 밋밋한 어조로 말했다.


“······고생이 심했던 모양이네요. 듣기론 일행이 꽤 됐었다고 하던데.”


아담의 말투에서 로빈은 카이 일행이 자신들을 어떤 식으로 이야기했는지 대충 눈치챌 수 있었다. 하긴, 자신이라도 좋게는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아담은 로빈의 대답도 듣지 않은 채 관심 없다는 듯, 그의 앞을 그냥 지나쳐 그대로 멜라니와 클레이용병단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얼떨결에 황자와 조우한 멜라니와 클레이용병단은 조금 전 로빈과 마찬가지로 익숙지 않은 경어체를 사용하며 인사를 건넸다.

그러나······.


“만나서 반가웠어요. 그럼······.”


다른 어떠한 질문도 하지 않고, 반가웠다는 인사말만 하고 아담은 그대로 자신의 일행이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종종걸음으로 돌아갔다.


카이 일행은 이미 로빈 일행과 더이상 엮이고 싶지 않다는 듯 저만치 멀어진 상태였다.

그렇게 멀어지는 황자와 카이 일행을 멍하니 바라보던 로빈에게 모린더가 고개를 휙 돌리며 신경질적인 말투로 물었다.


“뭐요? 안 따라갈 거요?”

“······.”


어차피 만날 거라 예상했었다.

하지만 그때는 적어도 카이 일행보다 자신들의 전력이 우세하다 믿었을 때였다.

저들이 자이언트 울프라는 최고의 병기와 함께여도 자신에겐 반쪽짜리지만 설계도면이 있지 않은가.


그러나 로빈은 지금껏 자신이 잘못 생각하고 있었음을 이제야 깨달았다.

저들은 결코 자신이 생각하던 그렇고 그런 무리가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이 아는 한, 최고의 팀워크를 자랑하는 훌륭한 트래져 헌터들이 분명했다.


한참 그렇게 복잡한 심경으로 점점 멀어지는 카이 일행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멜라니가 뭔가 결심한 듯 아랫입술을 악문 채, 자신의 어깨로 로빈의 팔을 툭 치는 것이 아닌가.


“어차피 여기까지 온 것, 죽기밖에 더하겠어요?”

“······?”


로빈의 한쪽 입꼬리가 씩 하고 말아 올라갔다.

.

.

.


“······어떠우?”

“······뭐가?”


자신 쪽으로 힐긋 고개를 쭉 빼며 묻는 바이탈의 말에 바우가 볼멘소리로 되물었다.

그러자 바이탈이 인상을 찡그리며 속삭이듯 말했다.


“아따, 따라오냔 말이요!”

“······누가?”


바이탈이 입술을 잔뜩 부풀리며 주먹을 불끈 쥐자 곁에서 걷던 랄프가 그의 뒤통수를 철썩 갈겼다.


퍼억!


“크악!”

“궁금하면 네가 직접 보면 될 거 아냐!”

“크크큭······.”


때리는 오크보다 구경하는 고블린이 더 밉다고 키득거리며 웃는 바우를 바이탈이 노려보았다.


달팽이처럼 어지러운 지형을 막 빠져나올 무렵이었다.

돌연 카이가 방향을 거꾸로 틀어 뒤쪽을 향해 묵직한 소리로 외쳤다.


“언제까지 따라올 셈이오?”

“······.”


마침 카이를 제외한 다른 일행들도 로빈 일행이 신경 쓰이던 참이었다.

이대로라면 보물과 램프가 있는 곳에 도달할 텐데 인제 와서 녀석들과 나누기는 죽어도 싫었다.


“누, 누가 따라간다고 하는 거예요?”


멜라니의 말에 루이스가 대꾸했다.


“아줌마, 용케도 아직껏 살아있네?”


멜라니의 눈꼬리가 위로 휙 하고 치켜 올라갔다. 하지만 그녀는 더이상 입술을 놀리지 않았다.

루이스의 말에 화가 치밀어 막 뭐라 대꾸할 찰나, 이설의 검은 눈동자와 마주쳤던 것이다.


이설의 입술이 소리 없이 움직였다.

마치 멜라니에게 이렇게 말하는 듯했다.


‘다리 조심해.’


멜라니의 안색이 급속도로 창백해졌다.

그러던 때에 그녀의 곁에서 로빈이 착잡한 어조로 카이 일행을 향해 말했다.


“뻔뻔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우리도 보물을 가질 권한이 있다고 생각하오.”

“뭐야?”

“당신들도 알다시피 이곳까지 오면서 함께했던 수많은 동료들이 죽었소. 그 많던 인원 중에 보다시피 고작 우리만 살아남았소.”

“그거야 당신들 사정······.”


로빈의 말을 중간에서 받아치려던 바이탈은 랄프에 의해 저지당했다.

아무래도 로빈의 말을 끝까지 들어보자는 심산인 모양이다.

그러자 로빈이 계속해서 말했다.


“욕심내지는 않겠소. 죽은 동료들의 목숨과는 비교할 수 없겠지만 그들 가족에게 나눠 줄 보물만 조금 가져가겠소. 모르긴 해도 그 정도는 티도 나지 않을 정도로 이곳엔 많은 보물이 있을 것이오.”

“······.”


잠시 침묵이 감돌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대략 이삼십 초가 지났을 때쯤, 카이가 로빈 일행을 향해 넌지시 물었다.


“저주의 램프에 관해선 일절 상관하지 않을 수 있소?”


카이의 말에 아담의 얼굴에 보일 듯 말 듯 감사의 표정이 서렸다.

로빈이 즉각 대답해왔다.


“물론이오! 쳐다도 보지 않을 것이오.”


로빈의 말에 바우가 반농담조로 말했다.


“어디 쳐다보지도 않나 내가 두고 보겠네.”

“······.”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또다시 로빈 일행과 함께 하게 된 카이 일행은 뱅글뱅글 돌던 지형이 사라지고 제법 넓은 공간이 나타나자 저마다 들뜬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휘유~ 굉장히 넓은데?”

“천장 높이도 어마어마하군.”


지극히 단순한 크고 넓음에 감탄한 일행은 이어서 눈에 들어온 신기한 장면에 입을 쩍 벌렸다.


작가의말

제가 현재 두작품을 연재중입니다. 다작하려니 좀 힘드네요. ㄷㄷㄷㄷ

이럴때 필요한건 뭐다? 추천과 댓글이닷! (댓글힘들면 추천이라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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