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와씨
센강을 건너오는 헤르만 괴링의 전투기 편대를 목격한 프랑스 포병들이 외쳤다.
“대공포!! 대공포 준비해!!”
프랑스 기관총 사수들도 하늘을 향해 자신의 기관총을 조준했다. 놀랍게도 독일 전투기 편대는 점점 고도를 낮추고 있었다.
우우우웅 우우우웅
‘먹잇감이 입 안으로 굴러들어오는 꼴이군..’
독일 전투기 편대의 타겟은 포병대쪽일 것이 분명했다. 프랑스 기관총 사수들은 독일 전투기 편대가 포병대 쪽으로 도달하기 전에 기관총을 긁어대서 모조리 격추시키기로 마음먹었다.
‘저 정도 저공비행이면 격추 가능하다!!’
프랑스 기관총 사수 뒤바는 독일 전투기가 지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방향을 향해 기관총을 미리 조준하고 긁어대기 시작했다.
드르륵 드르르륵
그런데 독일 전투기들은 방향을 바꾸어 그 쪽을 지나치지 않았다.
‘어?’
제일 앞서 나가던 괴링의 흰색 포커 D.VII는 원을 그리며 뿌와씨 하늘 위를 저공비행하면서 프랑스군의 기관총 사격을 따돌리고 포병대 쪽으로 소형 폭탄을 떨구었다.
쿠과광!!콰광!!!
대공포 사수들은 하늘 위를 뱅글뱅글 도는 괴링의 흰색 포커 D.VII를 향하여 포를 쏘아대기 시작했다.
“발사!!!”
펑 펑 펑 펑 펑
하지만 저공비행이라 할지라도 원형으로 기동하는 전투기를 맞추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괴링의 흰색 포커는 시꺼먼 포연을 뚫고 나오며 다시 소형 폭탄을 포병대에 떨어트렸다.
콰광!!쿠과광!!
괴링이 포병대 쪽에 소형 폭탄을 투하하는 동안 다른 포커 전투기들도 원을 그리며 뿌와씨 포병대 곳곳에 소형 폭탄을 투하했다.
쿠과광!!콰광!!
프랑스 보병들은 재빨리 방어 태세를 갖추기 시작했다.
“빨리!! 빨리!!”
“저 새끼들 왜 이 쪽으로 오는 거야!!”
‘독일놈들은 낭테르 쪽으로 간다고 들었는데!! 기만이었던건가!!’
하지만 이미 엄청난 수의 독일군 보병들이 시꺼먼 센강을 도하하기 시작했다. 프랑스 기관총 사수 까림이 중얼거렸다.
“센강을 니 놈들 피로 물들여주지..”
그 때 부사수가 외쳤다.
“으아악!! 저..저거!!!”
“뭐야? 왜 그래??”
LK2전차 12대와 노획 마크 전차 8대가 강을 따라 빠르게 건너오고 있었다. 전차들은 제각기 10m 정도 간격을 두고, 전차 사이사이에는 독일군 정예병들이 빼곡하게 따라오고 있었다.
“누가 저 쪽 저격해!!”
그 순간, 독일군의 선두에 있는 마크 V 전차에서 연막탄이 발사되었고, 다리는 뿌연 연막으로 가득해졌다.
“젠장!! 저격할 수가 없어!!”
끼기긱 끼기기긱
센강 다리 위에 뿌연 연막 속에서 독일군의 전차 부대는 서서히 뿌와씨를 향하고 있었다.
“포병들은 뭐하는 거야!!”
프랑스 포병대들은 독일군의 전차를 격파시키기 위해 이동식 포를 운반하기 시작했다.
“빨리!! 다리를 건너오게 하면 안된다!!”
그 순간, 누군가 외쳤다.
“가스!! 가스다!!”
“방독면!!”
독일군은 프랑스 포병대 쪽을 향해서 집중적으로 독가스탄을 발사했다. 미처 방독면을 챙기지 못한 병사들은 순식간에 바닥에 쓰러져 피를 토하면서 죽어갔다.
“꾸르륵···꿰궤궥..”
한편 프랑스 기관총 사수 까림은 방독면을 쓴 채로 센강을 향해 기관총을 긁어댔다.
드르륵 드르르륵
쉬지도 않고 계속 기관총을 긁어댄 탓에 마치 근처에 담배를 갖다대면 불이 붙을 것 같았고 총신이 과열되어 총알은 더 이상 멀리 나가지 않았다. 방독면을 쓴 독일 병사들은 동료들의 시체를 넘어서 계속 센강을 건너고 있었다.
부사수 샤를르가 외쳤다.
“탄이 다 떨어져갑니다!!”
“죠제프!! 탄 가져와!! 빨리!!”
드르륵 드륵
순간 기관총이 작동을 멈췄다. 까림은 석면 장갑을 끼고 재빨리 기관총을 고치기 시작했고 샤를르는 다가오는 독일 보병을 향해 밀즈 수류탄을 던졌다.
쿠광!!콰광!!!
샤를르가 비명을 질렀다.
“으아악!!! 계속 옵니다!!!”
“계속 던져!!”
샤를르는 겁에 질려서 수류탄을 너무 멀리 던져버렸다.
쿠구궁!!
수류탄은 폭발했지만, 제일 앞서서 오는 방독면을 쓴 독일 병사들은 전혀 타격을 받지 않고 시꺼멓게 달려오고 있었다. 까림이 외쳤다.
“너무 세게 던지지 말고 적당히 굴려!!”
하지만 그 순간 샤를르는 인생 마지막 순간을 보았다.
“아 죽는구나.”
방독면을 쓴 독일 병사는 기관총을 거치해둔 모래주머니 위로 뛰어오르며 까림과 샤를르를 향해 MP18을 긁었다.
츠킁 츠킁 츠킁
그 독일 병사는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진 까림과 샤를을 건너 뛰고 계속해서 앞으로 질주했다. 어떤 프랑스 병사들은 이 갑작스러운 공격에 당황해서 통신기기나 기관총조차 챙기지 못하고 달아났다. 분대장이 철수하자고 하자 한 병사가 외쳤다.
“철수 명령 없지 않았습니까!!!”
“철수 명령 없다고 가만있다가 다 죽는다!!2선에서 방어해!!”
한편 뿌와씨 2방어선에 있는 프랑스 병사들은 독일군을 향해서 소총을 쏘아댔다.
따앙! 땅!!
그 때 프랑수아 분대장은 병사들 절반 이상이 사격 높이도 제대로 안 맞추고 허공을 향해 총을 쏘는 것을 발견했다.
“높이 낮춰서 쏴!! 하나도 안 맞잖아!!”
‘젠장!! 소대장 새끼는 어딜 간 거야!!’
“조준 사격은 못해도 높이라도 맞추라고!!”
그 때 누군가 외쳤다.
“2소대는 거의 전멸했습니다!!”
인접부대인 2소대가 전멸하면 아무리 잘 막아도 결국에 포위당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1소대 병사들은 모두 똥오줌을 지리며 울부짖었다.
“으아악!!”
“정신차려!! 놈들이 오고 있다!!”
그 때 프랑수와 분대장은 독일군의 LK2 전차를 발견했다. 그 악어대가리 형태에 작은 전차는 꾸물꾸물거리며 프랑스군 참호를 건너지 않고, 평행하게 지나가면서 참호선에 남아 있는 병사들에게 기관총을 긁어대고 있었다.
드르륵 드르륵
“3소대도 1분대 제외하고 전멸했습니다!!”
쿠과광!! 콰광!!
드르륵 드륵
땅! 땅!!
여기저기서 터지는 포탄 소리, 기관총 소리, 소총 소리, 잠시 뒤 프랑수와 분대장도 참호 바닥에 쓰러진채로 하늘 위로 치솟은 두 개의 조명탄을 보았다. 그리고 잠시 뒤 프랑수와 분대장은 참호를 건너 뛰는 독일군의 군화발을 볼 수 있었다. 고개를 돌려보니 옆에는 방독면을 쓴 채로 죽어있는 독일 병사의 시체가 보였다. 프랑수와는 복부에 통증을 느끼고 신음했다.
“아아..으아..”
손에서는 뜨거운 것이 흘러내렸고 수분이 부족하여 극심한 갈증이 느껴졌다. 그렇게 프랑수와 분대장이 소속했던 1소대 3분대는 모조리 전멸하였다.
프랑스 사령부에서 페텡은 조금만 더 하면 파리 북부를 되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계속해서 병력을 축차투입하라고 명령을 내렸다. 뒤봐 중령이 사색이 되었다.
“추..축차 투입은!!”
페텡의 이마에서 핏줄이 불끈거렸다.
“여기서 멈추면 여태까지 잃었던 장병들의 목숨이 허사가 된다!! 계속 병력 투입해!!”
그 때 전화기가 울렸고 페텡이 전화를 받았다.
“독일군이!!!뿌와씨를 공격하고 있습니다!!”
“뭐..뭐라고?뿌와씨?”
그러나 갑자기 통화는 끊어졌다. 페텡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전령이 뛰쳐들어왔다.
“도..독일군이 뿌와씨를 공격하고 있고 2방어선까지 완전히 무너졌습니다!!”
이 때 한스의 전차 부대는 18군과 함께 이브히 슈흐 쎈느로 가는 다리를 건너기 위해 은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프랑스 전차 전력들과 정예 부대들은 모두 파리에 몰려있다. 최대한 빨리 다리를 건너서 놈들을 포위해야 한다!!’
한스가 힌덴부르크에게 건의한 작전은 이러했다. 프랑스군이 파리 북부를 다시 점령하기 위해 정예 병력과 전차 병력을 센강에 집중했을 때, 한스의 전차 부대와 18군은 이브히 슈흐 쎈느, 다른 쪽에서는 뿌와씨로 침투하여 파리와 두 개의 돌출부를 동시에 포위한다. 현재 프랑스군은 파리 혹은 낭테르 돌출부를 독일군이 공격할 것으로 예상했을 테지만, 뿌와씨 쪽으로 침투하는 것은 예상하지 못했을 것 이다.
그래도 혹시나 해서 독일군은 낭테르 돌출부를 포위할 것이라는 거짓 정보를 퍼트리고, 파리 북부 쪽에 독일군은 철저한 방어 태세를 취하고 있었다. 오베흐 빌리에 쪽에 가짜 궤도 자국을 내서 모든 전차 전력이 파리 혹은 낭테르 돌출부에 몰려있다고 착각하게 한 다음, 원래는 한스의 전차 대대에 오기로 했던 LK2 전차와 노획 마크 전차 부대를 뿌와씨로 보낸 것 이었다. 힌덴부르크는 한스의 이 아이디어를 받아 들였다.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이건 미친 짓이야!! 시발!! 내가 왜 이 작전을 말했을까아아악!!!그냥 파리에서 버티자고 할걸!!’
아무리 프랑스군의 시선이 파리로 향했다지만 지금 다리를 건너는 것은 미친 도박이었다. 한스는 속으로 그냥 파리에 있는 다리를 모조리 끊어버리고 이대로 휴전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파리를 완전히 점령하지 않으면 휴전은 불가능했다. 한스는 솔직히 말해서 티거조차도 버리고 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여태까지 전투 중에 지금만큼 위험한 전투는 없었다..’
솔직히 한스는 아까 전에 자신의 대대원들에게 간지나는 연설을 하고 싶었다.
“우리의 전차는 프랑스 놈들의 피를 뿌리고 전진할 것 이다! 이 전차가 자네들의 관이 되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겨라!!”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이번 작전은 실패한다면, 프랑스군의 피를 뿌리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대대원들의 피를 뿌리는 작전이었다. 그래서 한스는 전투 전에 이렇게 말했을 뿐이었다.
“시가전에서 절대 몰려있지 않는다! 각 전차간 적정 거리 유지한다! 전차에서 탈출한 이후에는 가급적 빨리 위치 이동한다! 모두 살아남는다! 알겠나!!”
“네!!”
그렇게 한스는 식은 땀을 흘리며 자신의 전차대대를 이끌고 이브히 슈흐 쏀느로 가는 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그리고 역시나 프랑스 포병대가 다리에 포격을 하기 시작했다.
쉬이잇 쿠광!!콰과광!!
빠른 속도로 앞서서 가고 있는 마르코의 휘핏 전차는 다행히도 포탄을 맞지 않았다. 그렇지만 마르코, 베겔러, 파울은 모두 똥오줌을 지리며 비명을 질렀다.
“우와왁!!”
“진짜 이러다 죽겠다!!”
이 순간, 고타 G IV가 전투기들의 호위를 받으며 비행하고 있었다. 고타 G IV에는 160센치를 넘기는 거대한 폭탄이 적재되어 있었다.
한스는 상부 해치를 열고 그 위로 머리를 내밀고 하늘을 바라보며 절규했다.
“빨리!! 프랑스 포병대를 박살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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