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스
정체불명의 검은 형체들이 프랑스군의 경계초소로 접근하기 몇 시간 전, 슐츠는 자신의 중대원들에게 이렇게 외쳤다.
“우리는 탄약이 부족하고 프랑스는 조만간 우리를 양쪽에서 포위할 것 이다! 이번 전투가 전쟁을 끝내고 파리에 깃발을 꽂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우오오!!”
한스는 이 말이 멋있어보여서 자신의 대대원들에게 이렇게 외쳤다.
“우리는 연료와 포탄이 부족하고 프랑스는 조만간 우리를 양쪽에서 포위할 것 이다! 이번 전투가 파리에서 고기 스프를 먹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우오오!!와아아!!”
“반드시 승리하겠습니다!!”
전차병들은 마지막으로 술을 한 모금씩 마시고는 빈 병을 바닥에 떨어트렸다. 바그너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이번 전투에서 이기면 톱밥이 들어가지 않은 곡물 빵을 먹을 수 있을 것 이다..”
한스는 전차장들에게 지시했다.
“연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시간을 끌지 말고 가급적 빠른 속도로 침투한다!”
그리고 지금, 슐츠 중대의 모리츠 하사의 분대원 에베렛과 브랜틀리는 땅바닥에 누운 채로 자신의 눈 앞에 보이는 철조망을 조심스럽게 자르고 있었다. 에베렛은 벌벌 떨면서 가위질을 했다.
타악!
밤에 울려 퍼지는 철조망 소리에 모리츠 하사도 등에 식은 땀이 흘렀다.
‘저 멍청한 새끼!!소리 안나게 감아두라고 했는데!’
그렇게 모리츠 하사의 분대와 슈타이너의 분대는 철조망을 자르면서 조심스럽게 프랑스 군의 지역으로 침투하고 있었다. 프랑스 병사 앙뚜안과 죠르쥐는 독일 병사들이 은밀하게 침투하는 것도 모르고 골아떨어져 있었다. 사실 프랑스 군은 내일 독일군을 양쪽에서 포위하는 중요한 전투를 하기로 예정이 되어 있었다. 그러기에 장교들은 병사들에게 술도 주고 휴식도 취하라고 했기에 다른 날 보다 프랑스 병사들의 군기가 제법 해이해져있었던 것 이다.
슈타이너 또한 자신의 분대원들과 철조망 자르는 작업을 하며 식은 땀을 흘렸다.
‘젠장..시간이 생각보다 지체되는데..’
프랑스 군이 가설한 철조망은 3중 철조망이었기에 자르는데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렸다. 30분 뒤, 슈타이너 분대와 모리츠 분대 모두 프랑스 경계병인 앙뚜안과 죠르쥐가 졸고 있는 경계 초소 근처까지 침투에 성공했다. 슈타이너는 레온에게 수신호를 보낸 뒤, 경계병들이 있는 곳을 향해 막대형 수류탄의 끈을 당기고 있는 힘껏 던졌다.
쿠광!!쿠과광!!콰광!!
수류탄 폭발 소리에 프랑스 보병 중대장 푸후니 대위는 이 소리에 자신의 중대 지휘소에서 뛰쳐 나왔다.
“뭐야!! 어디서 터진 거야!!”
“빨리!!! 기관총 쏴!!”
프랑스의 기관총 사수는 어둠 속에서 기관총을 긁어대기 시작했다.
드르륵 드르르륵
푸후니 대위는 경계병 앙뚜안과 죠르쥐가 있었던 곳으로 전화를 걸었지만 전화기 속에서는 아무 응답이 들리지 않았다. 푸후니 대위가 외쳤다.
“독일군이 침투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슈타이너 분대와 모리츠 분대와 다른 독일 보병들은 프랑스 병사들의 생각보다 더 깊숙히 침투한 상황이었다. 슈타이너 분대와 모리츠 분대는 소리 없이 푸후니 중대의 포병 소대까지 침투해서 그 쪽을 향해 대전차 수류탄을 던졌다.
쿠과광!!콰과광!!
한편 중대장 푸후니 대위가 외쳤다.
“조명탄 쏘라고 해!! 포병대에 지원사격 요청하라!!”
푸후니 대위의 부관 끌레멍이 헐레벌떡 전화기를 들었지만 포병대 쪽에서는 전화를 받지 않고 있었다. 푸후니 대위가 펄펄 뛰면서 권총을 하늘에 쏘면서 욕설을 퍼부었다.
타앙! 탕!!
“빨리 조명탄 발사하라고 해!! 이번 일만 끝나면 로헝 그 새끼는 징계위원회야!”
‘여기가 뚫리면 보슈놈들은 파리로 침투할 것이다!! 무슨 일 있어도 이 곳만큼은 지켜야 한다!’
한편 포병 소대장 로헝은 슈타이너에게 붙들려 철모에 목이 졸리고 있었다.
“으으..으으..”
슈타이너는 팔에 힘을 더 주어 포병 소대장 로헝의 숨통을 끊어놨다. 프랑스 병사들은 이미 독일군이 침투했다는 것을 눈치채고 샅샅이 수색하고 있었다. 그 때 프랑스어에 능한 에베렛이 외쳤다.
“1소대 쪽 독일군이 침투했다!! 1소대 쪽 독일군 침투!!”
프랑스 기관총 사수는 허공을 향해 기관총을 난사하기 시작했다.
드르륵 드르르륵
“우와왁!! 우왁!!”
기관총이 난사되자 프랑스 병사들 또한 고개를 쳐박고 있었다.
“저 멍청한 새끼!! 방향은 맞게 쏘는 거야?”
“저 새끼 아무 쪽에나 쏘는 것 같은데??”
프랑스 병사들은 잠시 허둥지둥댔지만 드디어 독일 병사들의 침투를 눈치챘다.
“저 쪽이다!! 포병 소대 쪽이야!!”
드디어 하늘에 조명탄이 발사되었다. 슈타이너 분대와 모리츠의 분대는 참호 속에 고개를 쳐박고 숨어 있었다. 레온, 에베렛, 브랜틀리는 바지에 똥오줌을 지리며 총검이 달린 소총을 세게 쥐었다.
“으흑..”
독일 병사들을 찾는 프랑스 병사들의 고함 소리와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보슈 놈들을 생포해!!”
“찾아서 죽여버리겠어!!”
“이 쪽은 없다!!”
슈타이너가 식은 땀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그 어떤 늑대도 사냥감을 동정하지 않는다.”
슈타이너는 디딤판을 밟고 올라가서 이빨로 밀즈 수류탄의 핀을 뽑고는 참호 위로 훌쩍 뛰어넘으며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프랑스 병사들을 향해 수류탄을 던졌다.
쿠궁!!쿠과광!!
갑작스런 수류탄 공격에 달려오던 프랑스 병사들은 모두 주춤했고, 슈타이너가 자신의 분대원들에게 외쳤다.
“후퇴한다!!”
그렇게 슈타이너 분대와 모리츠 분대는 어둠 속에서 퇴각하기 시작했다. 용감한 프랑스 보병 분대장 사르트르가 자신의 분대원들을 이끌며 슈타이너 분대와 모리츠 분대를 쫓았다.
“놈들이 퇴각한다!! 놓치지 말고 사격한다!!”
“으으윽..으흐극..”
프랑스 보병들은 분대장의 명령에 오줌을 지리며 앞으로 달려가며 총을 쏘았다.
타앙! 탕!!
하지만 조준 사격이 아니었기 때문에 한 발도 맞지 않았다. 그 때 프랑스 보병들은 퇴각하는 독일 보병들이 자신을 향해 기관단총에서 불꽃을 뿜는 것을 발견했다.
츠킁 츠킁 츠킁
“으허어..”
사르트르의 띨띨한 분대원들은 잽싸게 고개를 숙였다. 사르트르가 외쳤다.
“놓치지 마!! 조준 사격해!!”
이 시각, 푸후니 중대장이 주먹을 쥐며 속으로 생각했다.
‘목숨을 버리는 한이 있어도 이곳만은 지킨다!!’
그 때 전령이 달려와서 외쳤다.
“보슈 놈들이 퇴각하고 있습니다!!”
“당장 퇴로 차단해!!”
한편 슈타이너는 자신의 분대원들을 먼저 앞서보내고 시간을 벌기 위해 프랑스 보병들을 향해 MP18을 긁었다.
츠킁 츠킁 츠킁
그 때 고지대에 설치되어있는 프랑스군의 기관총에서 불꽃이 뿜어져나왔다.
드르륵 드르르륵
슈타이너는 재빨리 근처에 포탄 구덩이 속으로 들어갔다. 자신의 분대원들과 모리츠의 분대원들은 이미 저 멀리 퇴각한 상태였다. 하늘에서 조명탄이 대낮처럼 밝게 타오르고 있었다. 이렇게 되면 기관총으로 조준 사격이 가능해지기때문에 포탄 구덩이 밖으로 나갈 수도 없었다. 슈타이너는 숨을 죽이고 포탄 구덩이 속에 있다가 수류탄을 던졌다.
쿠광!!콰과광!!
이렇게 슐츠 중대가 프랑스 푸후니 대위의 중대 쪽의 시선을 끌고 있을 때, 마르코의 마크 휘핏 전차 마우스, 오토바이 부대, 뷔싱 장갑차와 롤스로이스 장갑차는 빠른 속도로 다른 방향을 통해 기관총을 긁어대며 침투하고 있었다.
드륵 드르르륵
츠킁 츠킁 츠킁
어둠 속에서 전차를 운전하는 것은 엄청나게 어려웠다. 그래도 프랑스군이 하늘에 조명탄을 쏘아올려주고 프랑스군 기관총에서 예광탄들이 포물선 궤적을 그리며 빛나고 있었기에 마우스 전차의 파울과 베겔러는 그 쪽을 향해 기관총을 긁어댈 수 있었다.
드륵 드르르륵
파울이 울부짖었다.
“왜 맨날 우리가 선두입니까!!”
마르코가 외쳤다.
“후방이랑 측방 경계해!!
베겔러가 외쳤다.
“사방에서 총알 날라옵니다!!”
타앙! 탕! 타앙!
좌측 장갑, 우측 장갑 모두 총알에 두들겨 맞고 있었다. 한편 다른 전차장들도 일분이라도 빨리 좋은 자리를 잡기 위해 교전을 회피하고 빠른 속도로 침투했다.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이 쪽은 보병들이 정리하고 시가지에서 전투하려면 빨리 좋은 자리를 잡아야 한다!!
여태 경험으로 비춰보면 시가지에서의 전투는 자리빨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참호 지대를 건너고 빨리 파리 남부로 진입해서 적 전차를 격파하기 좋은 위치를 잡아야 했다. 이 때 바이스 중위의 르노 FT 전차들은 어두워서 앞이 잘 보이지 않아서 서로의 진로를 막고 난리도 아니었다.
“저 새끼 왜 안 비켜!”
“그냥 밀어 붙여!!”
“저 코너 쪽에 자리 잡는다!! 빨리 가!!”
“젠장!! 다른 놈한테 먼저 뺏겼어!!”
한스의 명령대로 오토바이병 펠릭스와 플로리안은 빠른 속도로 시가지 안 쪽으로 들어가서 기관총을 난사하고 튀는 것을 반복하고 있었다.
드르륵 드르르륵
“저 쪽이다!!”
프랑스 병사들이 플로리안의 오토바이를 향해서 소총을 갈겨댔다.
따앙! 땅!
빠른 속도로 어둠 속을 질주하는 플로리안은 최대한 허리를 숙이고 코너 오른쪽으로 돌았다.
“우왁!!으아악!!!”
한편 독일군 포병대는 노획한 프랑스포로 전차 부대를 지원하고 있었는데 문제는 좌표가 정확하지 않아서 자칫하다간 한스의 전차 부대도 포탄을 맞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헤이든은 최대한 빠른 속도로 티거를 앞으로 운전했으나 사방에서 포탄이 폭발하는 소리가 들렸다.
쉬이잇 쿠과광!!
슈웃 콰광!!
한스도 겁에 질려서 똥오줌을 지릴 것 같았지만 대대장 체면에 비명을 지르지도 못하고 벌벌 떨고 있었다. 지금 전차 부대를 지원해주는 독일 포병 대대장은 야간에도 정확히 포격을 할 수 있다며 자신만만했는데 역시 한스의 우려가 맞았다.
‘그 새끼 전투 끝나고 뒤졌어!!’
“빨리 전진!! 계속 전진한다!! 아니 우측으로 가!!”
이제 조금만 더 우측으로 가면 커다란 건물에 엄폐되는 위치에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사방에서 포탄 소리가 뒤섞여서 어느 쪽에 적군이 있는지도 분간할 수 없었다.
쿠과광!! 콰광!!
순간 한스는 우측에서 강한 충격을 느꼈다.
쿠광!!콰광!!
덜컹!
티거가 덜컹거렸다. 한스가 외쳤다.
“빨리 가!! 계속 가!!”
헤이든이 외쳤다.
“우측 궤도가 나갔습니다!!”
“연막탄 발사해!!헤이든!! 저 쪽 모서리로 가서 엄폐해!!”
티거의 좌측 궤도가 움직이며 서서히 우측으로 선회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겨우 티거는 건물 뒤로 엄폐했고 우측 궤도는 완전히 벗겨졌다.
쿠광!!콰광!!
한스는 시퍼렇게 질린 얼굴로 땀을 줄줄 흘렸다.
‘타..탈출할까?’
이렇게 되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두가지였다. 빨리 전차를 버리고 가능하면 멀리 도망가느냐 아니면 전차에서 계속 싸우느냐. 한스는 자신의 훈장을 왼손으로 만졌다.
‘마..만약 내가 포로가 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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