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하루
에밋은 물 웅덩이에 철퍽 주저앉았다.
“우와왁!!”
한스가 에밋에게 조용히 하라고 했다.
“쉬잇!!!”
하지만 한스도 속으로 벌벌 떠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여기서 죽느니 차라리 무인지대에서 총 맞는게 낫겠다.’
무인지대에서 총 맞고 부상당하면 최소한 해가 뜨는 것을 볼 수는 있을 것이다. 거너가 중얼거렸다.
“여..여기서 길 잃으면..”
한스가 말했다.
“내가 길을 알고 있으니 따라오게.”
그렇게 한스는 손전등으로 사방을 비추며 아까 왔던 길로 천천히 걸어나갔다.
철퍽 철퍽 철퍽
에밋과 거너는 혹시 한스를 놓칠까봐 바짝 붙어서 쫓아왔다. 한스는 4갈래 길로 걸어가고 있었다.
‘이제 저 길목에서 우회전해서 쭉 나가기만 하면..’
그 순간, 다른 곳에서 철퍽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철퍽
한스는 재빨리 손전등을 끄고 자리에 멈춰섰고 에밋이 한스의 철모에 쿵 박았다.
“아악···내 코..”
“쉬잇!”
한스가 손전등을 끄자 카타콤 안은 완전히 시꺼먼 어둠이 되었다. 한스는 주의깊게 귀를 기울였다. 에밋과 거너도 벌벌 떨면서 귀를 기울였다. 거너가 속으로 생각했다.
‘자..잘못 들으신거 아닐까? 이런 곳에 누가..’
철퍽
하지만 분명히 물이 철퍽거리는 그 소리가 카타콤 안에서 메아리치는 것을 들을 수 있었다.
철퍽 철퍽 철퍽
그 소리는 점점 가까워져오고 있었다.
철퍽 철퍽
한스가 속으로 생각했다.
‘아..아군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때 불어로 뭔가 중얼거리는 소리가 났다.
“빨리!! 문서를 모두 파쇄해야 하네!!”
“여기서 태울 순 없으니 밖에서 태우자.”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칠흙 같은 어둠이 밝혀지고 손전등 불빛이 여기저기 비추어졌고 철퍽거리는 소리는 왼쪽에서 점점 다가오고 있었다. 한스는 조심스럽게 MP18을 집어 들었다.
‘최소 3놈···’
철퍽 철퍽
한스는 양손으로 MP18을 든 다음 적군이 조금 더 접근했을 때 갈겨서 모두 총으로 쏴버리기로 했다. 그리고 한스가 조심스럽게 오른발을 내딛으려던 순간, 안보이던 해골에 발이 걸려서 미끄덩 자빠지며 실수로 방아쇠를 잘못 건드려 MP18 총구에서 불꽃이 뿜어져 나왔다.
츠킁 츠킁
총소리가 카타콤에서 사방으로 메아리쳤다.
“누구냐!!”
“우와왁!!!”
에밋, 거너가 먼저 오른쪽 길목으로 달아났고 프랑스군이 있던 곳에서 불꽃이 뿜어져나왔다.
타앙!
하지만 한스는 넘어져있었기에 총알은 맞지 않았다. 한스는 허리를 숙인채로 달려들어 프랑스군 셋을 넘어뜨렸다.
미끄덩!!
“아악!!”
한스의 MP18은 이미 저만치에서 뒹굴고 있었다. 한 프랑스 병사가 권총을 꺼내드는 순간, 한스는 막대형 수류탄의 끈을 잡아당길 준비를 하며 외쳤다.
“이거 까트린다!!”
“허어억!!!”
아까 한스가 롤스로이스 장갑차에서 탈출할 때 혹시나 몰라서 하나 챙겨두었던 막대형 수류탄이었다. 막대형 수류탄은 밀즈 수류탄보다는 화력이 약하지만 이렇게 좁은 통로에서 폭발하면 순식간에 프랑스 병사들과 한스는 다같이 형체를 알아보지도 못할 곤죽이 될 것이 분명했다.
바닥에 놔뒹구는 손전등이 하얗게 질린 프랑스 병사들의 유령 같은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 맨 앞에 있던 프랑스 병사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스는 수류탄을 쥔 상태에서 조심스럽게 뒷걸음질쳤다.
철퍽
철퍽
이제 몇 걸음만 더 뒷걸음질치면 한스는 에밋, 거너가 탈출한 길목으로 빠져나갈 수 있을 터였다. 그리고 한스가 뒷걸음질치는 순간, 무언가를 밟고 자빠졌다.
“우와왁!!!”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맨 앞에 있던 프랑스 병사가 한스를 향해 권총을 쏘았다.
타앙! 탕!
총알은 한스의 어깨를 스치고 지나갔다. 한스는 옆에 있던 해골을 프랑스 병사들을 향해 집어던졌다.
딱!
“아악!!!”
그리고 한스는 길을 꺾으며 냅다 앞으로 달렸다.
“놓치지 마!!!”
뒤에서 비명 소리가 들렸고 한스가 외쳤다.
“시발!!이건 니들 때문이야!!!”
한스는 막대형 수류탄의 격발끈을 잡아당기고는 미친듯이 달렸다.
철퍽 철퍽 철퍽 철퍽
쿠광!!콰과광!!!
온갖 파편과 돌, 뼛조각들이 한스의 등과 철모를 때렸다.
“우와왁!!!우와왁!!!”
드디어 탈출구가 보였고 한스는 그 쪽을 향해 몸을 던졌다. 에밋과 거너가 외쳤다.
“대대장님!!!”
한스는 에밋과 거너를 두들겨패고 싶은 심정을 억누르고 말했다.
“저 쪽에 놈들의 사령부가 있었지만 수류탄이 폭발해서 길이 막혀서 진입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 때 한 보병 소위가 달려와서 한스에게 경례를 했다.
“롤스로이스 장갑차의 바퀴를 교체했습니다!”
독일군 보병 소대가 아까 전에 롤스로이스를 추격했던 프랑스 병사들을 사살하는 것에 성공한 것 이었다. 한스는 보병 소위에게 지하 무덤에 프랑스군의 사령부가 있었고 세 명의 프랑스 병사가 기밀 문서를 들고 파괴하려고 했다고 말하고 에밋에게 외쳤다.
“빨리 아군 부대가 있는 곳으로 전진한다!!”
한스는 아까와는 달리 롤스로이스 포탑 안에 탑승하지 않고 뒤에 짐을 넣어두는 칸 위에 걸터 앉았다.
거너가 속으로 생각했다.
‘저..저기 앉아있으면 총 맞을텐데..’
한스가 MP18을 들고 수류탄이 가득 들어 있는 자루를 준비하고는 뒤에 걸터 앉아서 외쳤다.
“내가 후방을 엄호하겠다!출발해!!”
롤스로이스는 시속 70km로 달리기 시작했고 한스는 최대한 몸을 뒷좌석 공간 안에 구겨 넣고는 철십자기를 위에 덮었다. 사방에서 총 소리와 수류탄 소리, 포탄이 폭발하는 소리가 시가지 내에서 울려퍼졌고 한스는 자신의 결정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젠장!!!다른 녀석 시킬걸!!!’
타앙! 타앙!
따악!! 따악!!
5시 방향에서 롤스로이스 장갑차를 향해 프랑스 병사들이 소총을 쏘아댔고 한스는 팔만 들어서 MP18을 그 쪽으로 긁어댔다.
츠킁 츠킁 츠킁
거너는 포탑에 기관총으로 1시 방향에 프랑스 기관총 사수를 향해 긁어댔다.
드륵 드르르륵
하지만 1시 방향에 있는 프랑스 기관총 사수는 잘 엄폐된 건물 안에서 기관총을 긁어대고 있었기에 아무 소용이 없었다.
타앙! 탕! 타앙!
롤스로이스의 장갑의 기관총 총알이 계속해서 쏟아졌다. 총알이 롤스로이스 장갑에 맞을때마다 불꽃이 번쩍거렸다. 어찌나 총알이 비오듯이 쏟아졌는지 롤스로이스 장갑차가 강철 빗줄기를 뚫고 가는 것 같았다.
캉! 캉!
한스는 몸을 바짝 눕힌 채로 밀즈 수류탄을 자루 안에서 꺼내면서 속으로 절규했다.
‘우와왁!!!아아아아악!!!!!!!!!!!!!!’
롤스로이스가 프랑스 군의 기관총이 엄폐된 건물을 지나는 순간, 한스는 있는 힘껏 그 쪽을 향해서 밀즈 수류탄을 던지고는 재빨리 고개를 숙여서 엄폐했다.
쿠광!!콰과광!!!
한스가 벌벌 떨며 손만 위로 올려 포탑 장갑을 두드리고는 해치를 열었다.
‘내가 안으로 들어갈테니 앞으로는 후방 엄호는 거너보고 하라고 해야..’
거너가 외쳤다.
“대대장님 덕분에 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우와왁!!!”
거너는 11시 방향을 향해 기관총을 긁어댔고 한스는 재빨리 몸을 숙인 후 다시 밀즈 수류탄을 꺼내서 던졌다.
쿠광!!콰과광!!
한스가 포탑을 두드리며 외쳤다.
“저 쪽에 멈춰!! 나 들어간다!!”
하지만 거너가 계속 기관총을 긁고 있었고 사방에서 포탄이 터지고 총알 소리가 들렸기에 에밋은 한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고 그저 계속 빨리 질주하라는 뜻인줄 알았다.
“네!! 빨리 가겠습니다!!!”
롤스로이스는 최대 속도로 파리를 질주했다. 만약 뒷좌석에서 미끄러지기라도 한다면 그대로 뒤질 것이 분명했다. 한스가 속으로 비명을 질렀다.
‘시발놈들아!!!’
한스는 몸을 납작하게 몸을 구부려 누운 상태로 6시 방향에서 프랑스 병사들이 이 쪽을 향해 소총을 쏘는 것을 목격했다.
타앙! 탕!!
한스는 그 쪽을 향해서 수류탄을 있는 힘껏 던졌다.
쿠광!!콰과광!!!
그제서야 롤스로이스는 한 골목 안 쪽으로 들어가서 멈췄다.
“허억..허억..”
‘사..살았다..이제 포탑 안으로 들어가야..’
그 순간, 에밋이 해치를 열고 외쳤다.
“기름이 떨어졌습니다!!”
“뭐라고?!!!”
한스와 에밋, 거너는 재빨리 롤스로이스 장갑차에서 MP18, 수류탄을 챙겼다. 롤스로이스 장갑차의 차체에는 총알 자국들이 분화구처럼 여기저기 선명하게 나 있었다.
“히..히익!!”
“이 건물로 진입한다.”
한스는 MP18을 든 채로 옆에 있던 3층짜리 건물 문을 발로 차고 바로 안으로 진입해서 코너를 모두 확인하고는 위를 조준하며 천천히 계단 위로 올라갔다. 3층까지 확인해 본 결과, 건물에는 아무도 없었다.
‘젠장..빨리 가서 지휘를 해야 하는데..’
“수류탄은 총 몇 개 있는가?”
“4개 있습니다!!”
거너는 손에 철십자기를 들고 있었다.
‘저건 도대체 왜 가져온 거야..’
거너도 쪽팔렸는지 변명했다.
“죄..죄송합니다! 다 가져오려다가 그만 실수로..”
한스는 거너의 말을 무시하고 창문으로 달려가서 혹시 근처를 지나가는 아군 장갑차나 트럭이나 오토바이가 있는지 관찰했다.
“혹시 장갑차나 트럭이나 오토바이 지나가는 것 있는지 찾아봐!! 난 빨리 우리 부대를 지휘하러 가야하네!!”
하늘 여기저기에 계속해서 조명탄이 쏘아올려졌고 화재로 인해 붉은색 불꽃이 여기저기서 피어올랐다. 그럴 때마다 파리에는 거대한 그림자들이 드리웠다.
그 때 에밋이 외쳤다.
“저..저 쪽에 오토바이 옵니다!!”
플로리안의 사이드카가 달린 오토바이가 이 쪽으로 질주해오고 있었다.
거너가 외쳤다.
“이 쪽이야!! 이 쪽으로 와!!”
하지만 에밋, 거너가 아무리 소리쳐도 오토바이병 플로리안한테는 그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플로리안은 어찌나 빨리 질주하고 있었는지 조금 있으면 이 곳을 지나칠 것이 분명했다. 한스는 오른손에 철십자기를 주워들고는 창문을 향해 뛰어내렸다.
“우와왁!!!”
펄럭!
한스는 바닥에 놔뒹굴며 플로리안을 향해 철십자기를 흔들었다.
“멈춰!!!!”
끼익!!
플로리안이 멈추어섰다. 한스가 사이드카에 잽싸게 올라탔다.
“1중대 있는 쪽으로 가!!”
그렇게 한스와 플로리안의 오토바이는 파리를 질주했다. 시커먼 건물들 사이마다 주황색으로 타오르는 불길이 총검을 휘두르는 병사들을 비추었고 바닥에는 시커멓게 드러누운 그림자들이 보였다.
한스는 사이드카에 올라타서 달려드는 프랑스 병사들을 향해 기관총을 긁었다.
드륵 드르륵
‘젠장!! 탄이 얼마 없잖아!!’
“여기 있던 녀석은 어디로 갔냐!”
“부상당해서 대피소에서 치료받고 있습니다!!”
“아군 상황은 어떠한가!!”
“파리 북부로부터 아군이 도하 중인데 프랑스 군의 강한 저항을 받고 있습니다! 해가 뜨면 육군 항공대가 지원을 올 것 이라고 들었습니다!그리고 마크 V 전차 1대와 르노 FT 전차 2대가 연료 부족으로 기동 불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한스와 플로리안의 오토바이는 붉게 타오르는 파리를 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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