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수리 훈장
독일 병사들은 카타콤의 출입구에 폭탄을 설치하고 모조리 폭파시켰다. 그리고 한스의 전차 부대는 센강 다리를 건너 파리 북부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전차병들은 맛있는 음식을 먹을 생각에 잔뜩 기대에 부풀었다. 에밋이 군침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슈니첼 정도는 나오겠지?”
거너가 말했다.
“톱밥으로 만든 가짜 슈니첼이 아니라 진짜 슈니첼일거야! 크으···”
“난 슈바인 학센 먹고 싶어.”
헤이든이 말했다.
“빌헬름 오니까 이건 좋네!”
“이번에 대대장님은 적수리 훈장이지?”
“캬 대단해!!”
다들 맛있는 음식 먹을 생각에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지 못했지만, 빌헬름 2세를 호위해야 하는 한스는 잔뜩 긴장했다.
‘젠장!! 꼭 이딴 요란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건가! 훈장은 그냥 포장해서 보내주면 그만인데!!’
이제 파리 북부는 헌병들이 들어와서 어느 정도 치안이 안정화된 상황이었지만 방심은 금물이었다. 한스는 지도를 보며 마지막으로 위치를 검토했다.
'두 시간 뒤에 경전차 부대 이동해서 모시고 개선문으로 이동..'
그 때 전선 기자 크라우제가 와서 외쳤다.
“파이퍼 백작님! 전차들을 촬영하고 싶습니다!”
한스가 말했다.
“촬영하게!!”
크라우제는 촬영을 하려다가 독일제 LK II 전차가 아닌 다른 전차들이 너무 많은 것을 보고 불만스럽게 생각했다.
“백작님! 이 LK II 전차 앞쪽으로 서 주십시오!!”
그렇게 한스는 크라우제의 요청대로 LK II 전차 앞에 포즈를 취했다.
퍼엉!
잠시 뒤 빌헬름 2세가 한스의 경전차 부대의 호위를 받으며 파리에 나타났다. 한스는 LK2를 타고 상부 장갑 위로 상체를 내민 상태에서 모든 건물 창문, 옥상 등을 구석구석 확인하였다. 헌병들과 독일 18군이 철통 경계를 하고 있기는 했지만 방심은 금물이었다. 그러한 한스를 보고 몇 장성들이 수군거렸다.
“저 녀석 자기 일은 확실히 하는군.”
“앞으로 연대장까지 맡겨도 괜찮겠네.”
그렇게 빌헬름 2세는 호위를 받으며 개선문을 지나갔다. 한스는 쌍안경을 들고 사방을 주시하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젠장! 그냥 궁으로 갈 것이지 여기는 왜 지나가는 거야!!’
크라우제와 전선 기자들은 빌헬름 2세와 독일군이 개선문을 위풍당당하게 지나가는 모습을 사진으로 촬영했다.
퍼엉!
잠시 뒤, 빌헬름 2세가 엘리제 궁에 들어갔고 한스는 그제서야 한숨을 돌렸다. 그 때 한스의 눈에는 익숙한 얼굴이 눈에 띄었다.
‘부..붉은 남작?’
이번 파리 점령에서 한스와 함께 큰 공을 세운, 플라잉 서커스단의 붉은 남작도 훈장을 받으러 엘리제 궁에 들어왔다. 한스는 빌헬름 2세 호위 때문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지만 붉은 남작, 리히트호펜은 이 순간을 여유롭게 즐기고 있었다. 한스가 속으로 욕설을 퍼부었다.
‘누구는 이렇게 고생하는데 저 녀석은 아주 뻔뻔하게도 즐기고 있군!!’
리히트호펜은 한스에게 다가오더니 오랜 친구라도 되는 양 인사했다.
“이보게 파이퍼! 이번에 같이 싸울 수 있어서 영광이었네!!”
“나..나도 육군항공대의 큰 도움을 받았네!”
“전차 부대의 아버지인 자네가 아주 솔깃해할 이야기가 있네.”
리히트호펜의 말에 한스는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뭐..뭐지? 앞으로도 전차 부대는 육군항공대와의 긴밀한 협조가 필수적이다..그러니 항공기에 대해서도 잘 알아두는 것이 좋겠군..이 녀석 잘난 면상은 보기 싫지만..’
“그..그것이 무엇인가?”
“앞으로 전차 부대의 공세를 지원할 수 있도록 저고도 비행 등 지상 공격에 특화된 새로운 항공기를 설계해달라고 내가 직접 요청했네!”
“저..정말인가?”
‘이 자식 꽤 머리가 좋잖아?’
솔직히 독일의 전차 부대는 프랑스, 영국에 비해서 터무니없이 규모가 작았기에 항공대의 지원은 필수적이었다.
‘그렇게만 된다면 앞으로도 승산은 있다!’
리히트호펜이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기관총을 지금의 항공기들보다 더 여러 개 장착하고 조종사와 기총 사수를 지상에 기관총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도록 장갑판도 다는 걸세!”
“그..그렇게만 된다면 보다 효과적으로 공세를 할 수 있을 걸세!!”
“그리고 적 경전차를 공격할 수 있도록 기관포를 탑재한 항공기도 설계 중이라고 하더군.”
한스는 이 말을 듣고 희망에 잔뜩 부풀기 시작했다.
‘좋았어!!’
“그런데 요새 항공기 생산량도 급감해서 언제 나올지는 모르네.”
“그..그래도 조만간 나오겠지? 지금 18군이 점령한 지역은 지나치게 돌출부를 형성하고 있네. 조금 있으면 프랑스군이 돌출부를 공격할텐데, 그 전에 빨리 우리가 공세를 해야 할 걸세. 그러니 신무기는 한 달 내로는 나와야 하네.”
한스의 말에 붉은 남작이 폭소했다.
“우하하하 우하하핫!!”
한스는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이..이 녀석 왜 웃는 거지?’
그 때, 한 장성이 한스에게 다가와서 물었다.
“이보게 파이퍼 소령! 요새 자네 인기가 대단하군!”
“가..감사합니다!”
한스로서 이런 자리는 무지하게 불편했고 장이 뒤틀리는 것 같았다.
“새로 나온 LK II 전차는 어떤가?”
“최..최고의 전차입니다!!”
“독일이 자네를 위해 최고의 중전차를 만들고 있으니 기대해도 좋네!!”
‘주···중전차? A7V보단 좋겠지?’
“내가 직접 보고 왔는데 독일에 어울리는 완벽한 전차였네!이 전차 하나만 있으면 영국놈들의 전차 10대를 격파할 수 있을 걸세!!”
장성의 말에 한스는 왠지 모를 불길함을 느꼈다.
‘어···어떤 전차길래..’
하지만 잠시 뒤 훈장 수여식이 시작되어서 한스는 어떤 전차인지 더 물어볼 수 없었다. 한스는 이마에 식은 땀을 줄줄 흘리고 서 있었다. 긴장되어서 입은 바싹바싹 말라갔다.
‘1분만 참자···1분만···’
“독일에 숭고한 업적을 어쩌구 저쩌구 용기를 드높이고 어쩌구 저쩌구 높은 기상과 숭고한 정신으로 어쩌구 저쩌구 국법에 의해 적수리 훈장을 수여함!”
빌헬름 2세가 한스에게 직접 적수리 훈장을 수여하였다. 베르너, 호프만, 켈러는 이 광경을 증오의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망할 파이퍼 자식!!!’
이후 빌헬름 2세의 연설이 이어졌고, 한스는 자기 옆에 있는 뻔뻔한 붉은 남작을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이제 나도 쫄 이유 없어! 나름 훈장도 받았고 소령인데 이런 자리에서도 당당하게 행동하는 거야!’
빌헬름 2세의 연설이 끝나고 여러 절차가 끝난 후 한스는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나도 어깨 펴고 당당히 걸어야지!’
많은 기자들이 한스가 내려오는 쪽으로 사진기를 들고 있었다.
‘고개 숙이지 말고! 나도 나름 베테랑 군인이..’
한스는 순간 발을 헛디뎌서 계단 밑으로 미끄러졌다.
우당탕 쿠광!!
기자들은 그 순간 사진을 촬영했다.
퍼엉! 펑!
붉은 남작이 천천히 내려오며 한스에게 말했다.
“이보게! 자네 괜찮은가? 하하하! 그러게 조심 좀 하지 그랬나!”
“으으..으으..”
한스는 쪽팔렸지만 아무렇지도 않은 척 자리에서 일어나서 계단을 내려갔다. 그 때, 18군을 그동안 지휘하던 후티어가 한스를 불러서 이야기했다.
“그 동안 대단히 수고했네.”
“가..감사합니다!”
한스의 부대는 내일 1군이 있는 곳으로 이동해서 랭스 쪽으로 공세를 계속할 예정이었다. 후티어가 말을 이었다.
“자네는 10년, 20년 뒤에는 더더욱 훌륭한 지휘관이 될걸세.”
후티어의 말에 한스는 손바닥이 땀으로 축축해졌다.
‘이..이게 무슨 소리지?? 전쟁 끝나면 난 기술자 될건데?’
이 때, 전차병들은 맛있는 음식이 잔뜩 차려진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근처에는 플라잉 서커스단 또한 식사를 하고 있었는데, 항공대는 대다수가 귀족 출신에다가 편안한 숙영지에서 잠을 자기 때문에 몇 년간 전쟁에서 구른 전차병들과 때깔이 달라 보였다. 프란츠가 슈바인 학센을 맛보며 흐느꼈다.
“이..이거 몇 년 만에 먹어보는건지 모르겠습니다..”
플라잉 서커스단의 노르만이 슈바인 학센을 먹으며 중얼거렸다.
“이거 평소에 먹던 것 보다 고기가 질기군!!”
게르하르트가 말했다.
“술이 싸구려야!”
“우리는 매일 목숨 걸고 출격하니 당연히 좋은거 먹는 거지!”
플라잉 서커스단이 떠드는 소리를 듣고 나니 전차병들은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루이스가 수근거렸다.
“밥맛 떨어지는 자식들..”
“한 번 두들겨 패주고 싶어..”
플라잉 서커스단의 디터가 큰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독일을 위해 싸우는 것도 자랑스럽지만, 하늘 위에서 기사도 정신을 잃지 않고 싸우는 우리 항공대대 또한 자랑스럽네!”
에밋이 그 말을 듣고 작은 목소리로 수근댔다.
“기사도 정신은 무슨..”
에밋의 말을 듣고 노르만이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떤 녀석이야!”
제프 디트리히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이야기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진정하게.”
그 때, 디터가 말했다.
“노르만 자리에 앉게.”
디터의 말에 노르만이 자리에 앉았지만 분위기는 험악해졌다. 프란츠가 수근거렸다.
“앞으로도 저 녀석들과 계속 작전을 해야 합니까?”
“망할 놈들..”
한편 일본 다다즈미 중위는 프랑스에 2방어선 참호에서 울분을 토하고 있었다.
“우리가 왜 2방어선이야!!”
주변에 다른 일본 병사들이 다다즈미 중위를 말렸지만 그의 화는 풀리지 않았다. 다다즈미 중위는 군도를 꺼냈다.
촤르륵!!
“대일본제국 육군의 명예를 위해서 이 자리에서 할복하겠다!!”
그 때, 쿠리바야시가 걸어왔다.
“이게 무슨 소란인가?”
다다즈미 중위가 시뻘겋게 상기된 얼굴로 울분을 토했다.
“대일본제국 육군으로서 2방어선이 아닌 1방어선에서 싸우고 싶습니다!”
“조만간 부대 이동이 이루어질 수도 있으니 진정하게.”
쿠리바야시의 말에 다다즈미 중위가 다시 군도를 집어 넣었다. 쿠리바야시가 말했다.
“독일군, 프랑스군은 전차라는 신무기를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네. 우리는 이번 전투를 통해서 놈들의 신기술과 전술을 연구해야 한다.”
오카다 사다오가 물었다.
“그···한스 파이퍼라는 자는 어떤 자입니까?”
오카다 사다오의 동기 시로가 말했다.
“제가 듣기로는 총알에 맞아서 왼쪽 귓볼이 없다고 합니다.”
다다즈미 중위가 다시 군도를 꺼내들었다.
촤르륵!
“내 기필코 대일본제국 육군을 위해 한스 파이퍼의 목을 가져오겠다!!”
쿠리바야시가 말했다.
“다다즈미 진정하게.”
“넵!”
쿠리바야시가 말했다.
“지금 일본 육군의 목적은 전투의 승리가 아니라, 프랑스, 독일의 전술과 신무기에 대해서 배우는 것일세. 굳이 쓸데없는 소모전은 할 필요 없네.”
쿠리바야시의 말에 오사카 사다오가 속으로 생각했다.
‘맞는 말이야..지금은 독일과 싸워도 언제 독일이랑 같은 편이 될지도 모르지..일단 놈들은 우리보다 전술, 과학 기술 모두 더 발달했다···장기적으로 일본을 위해선 일단 정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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