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이등병의 1차 대전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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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rrhks404
작품등록일 :
2020.11.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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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5.10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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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1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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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전 전투 훈련

DUMMY

헬무트가 말했다.


"실전 전투 훈련 때 존나 재밌었는데..."


오토가 말했다.


"재밌긴 했지. 죽어라 고생했지만..."


오토가 군사 학교에 다니던 생도 시절, '판저 부대' 라고 불리우는 엘리트 부대랑 실전 전투 훈련을 한 적이 있었다. 물감이 들어간 공포탄을 사용하는 이 훈련을 대비해서 오토와 동기들은 몇 달 간 빡센 훈련을 받았다.


"판저 부대는 단 한번도 진 적이 없대!"


"여태까지 모든 기수 통틀어서 1방어선까지 침투한 기수도 없대!!"


오토가 결의에 찬 목소리로 외쳤다.


"우리는 판저 부대를 이긴 최초의 생도들이 될거야!"


이번 훈련은 모형 전차 없이 보병과 포병만으로 진행되었다. 특수 부대의 피셔가 생도들을 지휘할 중대장으로 파견되었다.


오토와 동기들이 상대해야 하는 판저 부대는 실제 소련군이 입는 군복을 입고, 동무, 동지 같은 소련군이 쓰는 단어를 쓰고 전술 용어도 모조리 소련군이 쓰는 단어를 쓸 정도로 훈련에 몰입해서 참가할 것 이라고 했다.


"그 놈들은 우리를 파시스트라고 부른다더군!"


"진짜 싸울 맛 나겠어!!"


참고로 라우리, 아리베르트, 클라우스 켈러 같은 한 기수 위 선배들은 지난번 실전 훈련에서 얼마 버티지도 못하고 모조리 전멸한 전력이 있었다. 그 당시 중대장이 이들에게 이렇게 외쳤다.


"여태까지 네 놈들만큼 못 버틴 한심한 기수는 처음 본다!!"


오토와 동기들은 이번 훈련에 최대한의 성과를 내기 위해서 몇 달에 걸쳐서 체력 훈련, 전술 훈련을 했다. 처음에야 할만했지만 두 달째가 되자 다들 지치기 시작했다. 구보를 뛰다가 그늘에서 물을 마시며 휴식을 취하는데 기진맥진한 볼프강이 말했다.


"그..그냥 대충하면 안되냐? 어차피 훈련일 뿐이잖아!"


"그래도 1등부터 꼴등까지 점수까지 쫙 나오는데 제대로 해야지!"


헬무트 또한 드러누워서 하늘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실전 훈련이고 나발이고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그리고 기다리던 실전 훈련 첫날, 생도들은 결의에 찬 모습으로 서 있었다. 몇 녀석들은 자신들의 앞에 놓여있는 시체 백을 보며 낄낄거렸다.


"죽으면 진짜로 저기 들어가는건가?"


"죽기 전에 멋진 말 해도 되나?"


'저 안에 들어가면 자도 되는건가?'


그 때 피셔가 엄숙한 표정으로 걸어와서는 외쳤다.


"이것은 훈련이 아니라 실제 전투다!!"


1차대전 돌격대 출신 베테랑 피셔 중대장의 말에는 엄청난 위엄이 있었다. 생도들이 피셔를 보며 속으로 생각했다.


'중대장님은 몇 명이나 죽여봤을까?'


나름 심각한 분위기였지만 생도들은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은 상태였다. 오토와 동기들, 특히 블라덱은 주머니 속에 식량과 양말을 가득 챙겨왔다. 며칠에 걸쳐서 진행되기 때문에 음식이 부족하다고 들었기 때문이다.


하늘에는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생도들은 걱정되기 시작했다.


'젠장!! 좆됐다!!'


'왜 하필 우리 기수 때 비 오냐!!'


'양말 안 챙겨왔는데!'


그리고 몇 달간 준비했던 실전 전투 훈련이 드디어 시작되었다. 숲 속에 만들어진 중대 지휘소는 상당히 그럴듯했다. 몇 생도들은 경계를 섰고, 철조망 또한 깔아두었다. 피셔가 철조망을 보고는 외쳤다.


"철조망 설치한 녀석들 다 나와!!"


오토와 동기들이 쭈뼛거리며 걸어나왔다. 피셔는 담요를 철조망 위에 덮고는 직접 넘어가는 시범을 보여주었다. 오토와 동기들이 속으로 생각했다.


'2단으로 설치했는데!!'


'저렇게 쉽게 넘어가다니!'


피셔가 담요를 걷어내고는 외쳤다.


"이런 철조망은 담요 하나만 덮어도 금방 넘어올 수 있다! 밤이 되면 소련 놈들이 넘어와서 네 녀석들 목을 따고 있을 것 이다!"


얼타고 서 있는 오토와 동기들을 향해 피셔가 계속해서 침을 튀기며 외쳤다.


"혹시 네 놈들이 이따 정찰 가냐? 그래서 철조망 대충 설치했나?"


'우린 정찰조 아닌데...'


"네 놈들이 정찰 간 사이에 중대장이랑 관측 장교들 다 죽었을 거다!!!"


오토와 동기들은 다시 철조망을 설치했다. 헬무트가 궁시렁거렸다.


"확실히 실전이라 다르군."


지나가던 장교가 헬무트에게 외쳤다.


"이건 실전이 아니라 전투다!!"


"야볼!!"


잠시 뒤, 오토와 동기들은 밥차에서 취사병한테 맛 좋은 뜨뜻한 고기 스프를 배식받았다.


'이게 실제 전투 식량!!'


흰 모자를 쓰고 있는 사람 좋아 보이는 40대 정도의 취사병이 오토와 동기들에게 물었다.


"내가 봤던 생도들 중에 자네 기수가 제일 열심이군!!"


모든 기수들마다 다 듣는 의례적인 칭찬이지만 오토와 친구들은 속으로 뿌듯해했다. 그 취사병은 빵을 한 조각씩 잘라주며 말했다.


"이반 놈들은 무척이나 강한 놈들이라 얼마나 버티느냐가 관건일세! 지난 번에 봤던 녀석들은 하루 만에 전멸하더군! 이번 전투는 이틀만 버텨도 상위 30프로에 들지!"


오토가 말했다.


"저흰 승리가 목표입니다!"


"패기 좋군!! 하지만 놈들은 능수능란하게 기만 전술을 쓰지! 자네들이 교과 과정에서 배운 전술만으로는 승리하기 힘드네!"


헬무트가 외쳤다.


"우리도 기만 전술을 쓸겁니다!"


"오, 자네들도 기만 전술을 쓸 줄 아나?"


볼프강이 떠들었다.


"이반 놈들이 기만 중대 지휘소를 만들어둘 것은 예상했습니다! 정찰조 녀석들이 가서 지휘소의 위치를 정찰하고 올 겁니다!"


"오오 자네들도 제법이군! 저녁 먹고 갈건가?"


그렇게 오토와 동기들은 고기 스프와 호밀빵을 먹었다.


"전투 식량 먹으니까 진짜 전투하는 것 같지 않냐?"


평소에 군사 학교에서 먹던 밥보다 질이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야외에서 먹으니 더 맛있었다.


어느덧 해가 저물었다. 3소대에 정찰조 녀석들은 긴장 반, 설렘 반으로 자신의 총기를 점검했다. 비록 물감이 들어간 공포탄일지언정 이런 곳에서 실제 사격을 할 생각을 하니 무척이나 기대가 되었다.


헬무트가 녀석들에게 외쳤다.


"죽지는 마라!"


정찰조 녀석이 경례를 하고는 장난스럽게 외쳤다.


"금방 돌아오겠네!"


"전투 영웅 칭호를 받고 돌아오겠네!"


이번 실전 훈련에서 적군 10명을 사살한 생도는 전투 영웅 칭호를 받을 것 이었다. 판저 부대를 상대로 싸워서 전투 영웅 칭호를 받는 것은 하늘에 별따기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다들 전투 영웅 칭호를 받고 싶은 욕심은 있었다.


정찰조 녀석들이 풀잎을 밟는 소리와 함께 어둠 속으로 떠났다.


스슥 스스슥


5월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밤 9시가 되니 상당히 쌀쌀했다. 오토와 친구들은 정찰조 녀석들이 소식을 가져다주길 기다렸다.


'내일은 비 올 것 같은데..'


그 때, 어둠 속에서 총격전이 벌어졌다.


탕! 타앙! 탕!!


오토와 친구들은 피가 끓어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젠장!! 들켰나봐!!"


"내가 저기서 싸웠어야 해!!"


판저 부대는 하늘에 조명탄을 발사했다.


퍼엉!


붉게 작렬하는 조명탄이 포물선을 그리며 떨어지기 시작했다. 어둠 속에서 공포탄이 발사되면서 불꽃이 번쩍거리는 것이 보였다.


탕! 탕! 타앙!!


"어떻게 된거야!!"


어둠 속에서 번쩍거리는 불꽃이 보일 뿐 이 쪽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리고 유선으로 연락이 왔다.


"정찰조 전멸"


피셔는 욕설을 내뱉으며 수화기를 내던졌다.


'젠장!!'


정찰조 녀석들은 자신의 군복에 묻은 물감을 보며 욕설을 내뱉었다.


"시발..."


몇 달간 죽어라 고생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뒤지다니 이건 너무 억울했다. 정찰조 녀석들은 동기들이 있는 중대 지휘소로 와서 모두 시체백 안에 집어넣어져야했다. 그 시체백 위에는 철십자기가 올려졌다. 오토는 이 광경을 보고 할말을 잃었다.


'시..실전이었다면 이렇게 죽는거야?'


시체백으로 얼굴만 내놓고 있는 동기들을 보니 뭔가 울분이 차올랐다. 헬무트가 동료들을 보고 외쳤다.


"꼭 자네들의 원수를 갚겠네!"


시체백에 들어가있는 사관 생도들의 얼굴에는 허탈함과 허무함이 가득했다.


"몇 달을 준비했는데 총도 제대로 쏴보지 못했네!"


"조준도 못하고 어둠 속에서 막 갈겼어!!"


블라덱은 전사한 동료들의 타원 모양의 인식표를 잘라내서 양철 통에 하나씩 집어넣었다. 잘라진 반원 모양의 인식표들이 양철 통에 부딪칠 때마다 금속이 부딪치는 소리가 났다.


그 때, 피셔 중대장이 와서 외쳤다.


"놈들은 정찰조를 보낼 것을 알고 있었다!! 정보가 세어나갔을 가능성이 높다!"


생도들은 모두 눈알을 굴리며 서로를 쳐다보았다.


'언제 정보가 세어나간거지?'


피셔 중대장이 외쳤다.


"나, 작전 장교, 관측 장교, 자네들 이외에 다른 인물이 이 지휘소에서 목격되었는가? 이봐 자네!! 자네가 대답해봐!!"


헬무트가 대답했다.


"아..아까 취사병 이외에는 전혀 목격되지 않았습니다!"


"뭐? 취사병? 취사병??"


피셔 중대장의 수염이 꿈틀거렸다.


"저..전투 식량 배급해주신 취사병 말고는.."


"그 놈이 취사병이라는 것을 확인했나?"


"모...모자도 쓰고 있었고 으..음식 배식해주신..."


피셔 중대장이 침을 튀기며 소리쳤다.


"취사병 모자 쓰고 있다고 아군이냐!!! 이 멍청한 놈들아!! 소련 놈들이 취사병 모자 쓰고 음식에 독 풀어서 먹이면 그냥 다 쳐먹겠군!! 정보 다 털렸겠다!!"


오토와 동기들의 표정이 하얗게 질렸다.


'우...우리가 정보 발설한건가!!'


'좆됐다!!'


피셔는 전사한 동료들이 잠들어 있는 시체백을 가리키며 헬무트에게 외쳤다.


"자네들 때문에 전우들이 전사했다!! 현재 심경이 어떤가!!"


"동료들이 전사한 것을 보니 마음이 아픕니다!"


"꼭 로스케를 죽여서 원수를 갚자!!"


오토와 동기들의 마음 속에는 꼭 적군을 사살해서 전우들의 원수를 갚겠다는 강한 결의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반드시 승리한다!!"


철십자기가 올려져있는 시체백 속에서 동기들은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드르렁 드르렁


밤 11시, 오토의 소대는 적군을 기만하기 위해 조공 부대로 출발하였다. 하늘에서는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비 온다!!'


'좆됐어!!'


군복, 군화는 물론 양말 속까지 모조리 젖어버렸다. 손전등을 켤 수도 없었기에 어둠 속에서 나무를 손으로 짚어가며 더듬더듬 전진해야했다. 블라덱이 속삭였다.


"우리 제대로 가는거 맞냐!"


"쉬잇!!"


"어차피 아무도 없는데 어때!"


"이 쪽이야!"


그 때, 스테판이 발을 헛디뎠다.


"으익!!!"


"조용히 해!"


그렇게 은밀히 전진하는데 블라덱이 무심코 나뭇가지를 밟았다.


펑!


작은 폭발 소리와 함께 블라덱의 군복은 보라색 물감 투성이가 되었다.


"지뢰다!!"


결국 블라덱은 그렇게 전사하고 말았다.


"총도 못쏴봤는데 이렇게 죽다니..."


"이렇게 나뭇가지가 떨어져있는건 지뢰가 있다고 아군한테 보내는 신호지."


블라덱은 허탈한 표정으로 중대 지회소로 돌아가서는 시체백 안에 들어갔고 그 위에는 철십자 깃발이 덮어씌워졌다.


그렇게 오토와 스테판, 게오르크, 헬무트, 볼프강은 조심스럽게 앞으로 전진했다. 동료가 전사하고 나니 더욱 더 상황은 긴장되기 시작했다. 아까처럼 장난스럽게 떠들지도 않고 빗방울 속에서 손을 뻗어가며 은밀하게 전진했다.


'아까 지도에서 본 바에 의하면 분명히 이 곳이 1타격점이다!!'


어둠 속에서 판저 부대는 사냥감을 기다리는 맹수처럼 생도들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그래도 빗소리가 군화 소리를 어느 정도 숨겨주고 있었다. 오토의 슈탈헬름에서는 빗물이 계속해서 후드득 떨어졌다. 비에 젖은 군화와 양말은 무쇠처럼 무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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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4 쌍봉 낙타 +64 21.12.22 247 6 13쪽
523 형벌부대원 하이에 +31 21.12.21 222 6 12쪽
522 실전 전투 훈련 2 + 수상한 형벌 부대원 +26 21.12.20 214 5 14쪽
» 실전 전투 훈련 +31 21.12.19 221 6 12쪽
520 판터 탱크와 티거 탱크의 취약한 부분과 그에 대한 전투 방법-1940년 +7 21.12.18 210 6 13쪽
519 관측창 파손 +5 21.12.17 195 5 13쪽
518 궁둥이에서의 일상 +19 21.12.16 219 5 18쪽
517 8.8 대공포 부대 +29 21.12.15 244 7 12쪽
516 재수 없는 날 +28 21.12.14 206 5 14쪽
515 헌병 +21 21.12.13 223 6 12쪽
514 성병 감염 +15 21.12.12 246 6 12쪽
513 협상 +27 21.12.11 244 7 12쪽
512 거래 +51 21.12.10 269 7 13쪽
511 사단 기동 훈련 +13 21.12.09 235 7 12쪽
510 피아노줄 +17 21.12.08 215 7 12쪽
509 연이은 승리 +32 21.12.07 248 5 12쪽
508 천둥 소리 +8 21.12.06 208 7 13쪽
507 덫에 잡히다! +17 21.12.05 224 6 13쪽
506 일발필중 +11 21.12.04 237 7 12쪽
505 팬티 검사 +63 21.12.03 324 6 14쪽
504 원격 조작 폭약 +49 21.12.02 250 7 11쪽
503 도살자 +39 21.12.01 240 7 12쪽
502 증오 +65 21.11.30 266 5 16쪽
501 500회 특집 좀비 바이러스로 감염된 21세기 +4 21.11.29 212 3 13쪽
500 슈트리히 +12 21.11.29 212 6 12쪽
499 빌리 헤롤트와 베르너의 거래 +29 21.11.28 245 7 15쪽
498 페비틴 부작용 +73 21.11.27 260 7 12쪽
497 배드 루트 분기점 +16 21.11.26 230 8 12쪽
496 오토 파이퍼의 일기 +21 21.11.25 247 7 16쪽
495 Sd.Kfz 251/16 +55 21.11.24 238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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