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따 이등병의 1차 대전 생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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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rrhks404
작품등록일 :
2020.11.21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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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2.04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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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일발필중

DUMMY

슐레프 중대원들 사이에서는 소위 '전투 피로증'이라는 것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많은 병사들이 초점이 없는 눈으로 멍하니 허공을 쳐다보았다. 처음 전투할 때 시체만 보면 무서워서 빙 돌아가던 녀석들이, 이제는 시체를 봐도 피하지도 않고 그냥 밟고 지나가거나 그 근처에 주저앉아서 에너지바를 먹었다.


이렇게 눈에 초점이 없는 녀석들 중에 가끔 입은 웃고 있는 새끼들도 있었다. 눈 속에는 그야말로 심연이 있는 것 같았다. 이런 놈들은 담배를 손가락에 끼우고 실실거리는 모습은 그야말로 오싹하기 그지없었다.


누군가 외쳤다.


"밥이다!!"


병사들이 우르르 일어서서 밥차가 있는 곳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그 때 누가 외쳤다.


"담배 보급이다!!"


밥차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던 병사들은 모두 담배를 보급해주러 온 트럭으로 달려갔다.


"비켜!!"


"내가 먼저야!!"


"술 보급이다!!"


병사들은 서로 밀치면서 술 보급 트럭으로 먼저 달려갔다.


"새치기 하지마!!"


"내가 먼저야!!"


그렇게 병사들은 담배와 술을 보급받고는 고기 스프를 먹으며 꿀같은 휴식을 취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밥 먹는 시간에는 웃고 떠들던 병사들은 이제 멍하니 허공을 쳐다보며 맛 좋은 하노버 담배를 피웠다.


알프레트가 말했다.


"우리 이대로 계속 모스크바 가는걸까?"


"북부집단군이나 남부집단군에 지원갈 수도 있대!"


"남부집단군으로 갔으면 좋겠다. 우크라이나 아가씨들이 우릴 기다릴거야!"


"에헤..."


한편 블라덱은 자신을 간호해준 소련 여군 간호사를 쳐다보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내 아버지는 팬..아니 의류 공장을 하는데 조만간 내가 그 공장을 물려받을 겁니다. 유대인은 어린 시절에 친척들이 돈을 모아주고 그 돈으로 제테크를 합니다. 이미 내 몫으로 예금된 몫이 꽤 있소. 혹시 이름을 물어봐도 되겠소?"


"옐레나에요."


그 옐레나라는 이름의 소련 여군도 블라덱이 싫지는 않은것 같았다. 이 모습을 보고 오토, 스테판, 게오르크, 헬무트, 볼프강이 수근거렸다.


"저 얼간이 같은 녀석..."


"재수없는 새끼..."


게오르크가 나불댔다.


"얼마 전에 강간이나 했던 주제에 사랑타령이네."


오토와 동기들도 원래라면 친구의 연애사를 응원해주었을 것 이다. 하지만 최전선에서 뒤질지도 모르는 판국에 이런 눈꼴 시려운 것을 보게 되면 배알이 뒤틀렸다. 한 시간 뒤, 슐레프 중대는 다시 진격하게 되었고 옐레나는 후방으로 가게 되었다.


"1소대 차간 거리 유지하고 전진!!"


그렇게 슐레프 중대는 이동 대형을 유지하며 앞으로 전진했다. 그 날 밤, 슐레프 중대의 전차들은 모두 숲 속에 엄폐했다. 오토는 개인호를 팠고, 통나무랑 흙 등으로 위를 덮어서 유개호를 만든 다음 그 안에서 눈을 붙였다. 소련군 포병대들은 점점 정확하게 포를 쏘고 있었기에 이런 엄폐는 무척이나 중요했다. 다행히 오늘 밤은 소련군 포병대도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오토는 눈을 붙이고는 생각했다.


'내일도 내가 살아있을까?'


오토는 밀리나에게서 온 편지를 읽기 시작했다. 모스크바까지 점령하면 조만간 전쟁이 끝날거라고 둘은 예상하고 있었고, 전쟁이 끝나면 결혼하기로 약속한 상태였다. 밀리나의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기술이 발달해서 전차 부대가 그렇게 빨리 진격하는 것은 참 신기한 것 같아. 20년 전에는 4년 동안 참호에서만 머물러야 했다며? 신문을 보니까 러시아에 민간인들은 피해가 없다고 해서 정말 다행이야. 하루 빨리 너를 보고 싶어. 모스크바까지 진격하면 너가 내 남자친구라고 모두에게 말할거야!]


오토는 밀리나의 편지에서 나오는 향기를 맡았다. 페비틴으로 인해서 머리가 지끈거렸던 것이 모조리 사라지는 것 같았다. 진짜 행복이 있는데 왜 페비틴 같은 알약과 말초적 쾌감에 의지했단 말인가?


그 때, 블라덱이 오토의 개인호로 얼굴을 내밀었다.


"들어가도 되나?"


블라덱은 아직도 부상 여파 때문에 개인호를 못 파둔 상태였다. 결국 오토는 비좁은 개인호를 블라덱이랑 같이 나눠야 했다.


'시발놈 왜 하필 여기 오는 거냐! 네 놈 소대원들한테 하나 더 파라고 하면 되잖아!'


블라덱이 자랑했다.


"내 주소를 옐레나에게 알려주었네. 전쟁이 끝나면 다시 연락이 올 수도 있을걸세."


"축하하네. 자넨 돈 뿐만 아니라 여자도 잘 낚는군!"


블라덱은 씨익 웃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표정이 굳었다.


"방학때 오토바이 배우던거 기억나나?"


오토와 동기들은 군사학교 방학 기간에 오토바이 운전법을 배웠었다. 그 때 오토와 친구들은 언덕에서 오토바이로 온갖 곡예 운전을 하면서 신나게 놀았었다.


"그랬었지.."


블라덱이 말했다.


"우리 전부 그 때는 안 이랬는데 말일세..왜 이렇게 되었을까?"


오토의 표정이 굳어졌다. 안 그래도 좆같은 기억을 애써 잊으려고 했는데 옆에서 자리 차지하고 주절대는 블라덱 새끼를 걷어차서 개인호 밖으로 쫓아내고 싶었다.


"사실 아버지가 군사 학교 다니지 말고 사업이나 배우라고 했었네. 어차피 내가 팬티 공장을 운영해야 하니 말일세."


"근데 왜 군사 학교 온건가?"


"유대인이라고 다들 무시하잖아. 장교가 되어서 혼쭐내고 싶었지."


솔직히 독일에서는 유대인에 대한 시선이 여전히 좋지 않았던 것 이다. 오토가 말했다.


"한심한 놈.."


블라덱이 불안하게 눈을 굴리며 말했다.


"페비틴이 문제같네. 페비틴만 안 먹었으면 그런.."


"난 피곤해서 자야겠네."


억지로 눈을 붙였는데 블라덱이 징징거리기 시작했다.


"으극..으그극...으극..."


오토는 블라덱의 멱살을 잡고 개인호 밖으로 던지고 싶었다.


'저 시발 새끼!!!'


블라덱은 계속 울기 시작했다.


"끄윽...끄어억..으허엉!! 옐레나가 그 일을 알게 되면 어떡하지? 앙뚜완 그 새끼가 내 가족한테 말한다면 난 집에서 쫓겨날게 분명하네!"


오토는 손에 식은 땀이 나기 시작했다.


'호..혹시 그 일이 알려지면 나도?'


블라덱은 토할듯이 울음을 터트렸다.


"으으윽...으극...으어억..."


오토는 블라덱을 개인호에 혼자 내버려두고 밖으로 나왔다. 마침 공병 소대장, 노이어가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노이어는 지뢰 제거에 있어서 실력이 좋기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었다.


다른 공병 부대 같은 경우는 대전차 지뢰를 제거할때 꼭 한두개씩은 빼놓고 제거하기 때문에 전차 부대의 선두 전차가 기동 불가가 되는 일이 많았다. 그렇게 선두 전차가 기동 불가되면 길이 막혀서 전체 부대의 진격이 늦춰지기도 한다. 특히 티거나 판터처럼 로드휠이 여러 개 있는 전차의 가운데 로드휠이 고장났다면? 모든 로드휠을 빼내고 교체하는 대작업이 필요하다!


하지만 노이어의 공병 소대는 언제나 지뢰를 빠짐없이 발견했다. 그렇기에 여태까지 슐레프 전차 중대는 진격 속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 이다. 혹여나 오토의 소대가 고립될 경우에 대비해서 노이어에게 지뢰 제거 기술은 배워둔다면 좋을 것이 분명했다. 소련군은 점점 방어선을 강력하게 만들고 있었고 대전차 지뢰는 전차 부대에게 엄청난 골칫거리엿다.


오토가 노이어에게 물었다.


"이보게. 지뢰 제거하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게."


노이어가 담배를 피우며 귀찮다는 듯이 대꾸했다.


"다음에 알려주겠네."


오토는 노이어에게 하노버 담배를 세 갑 내밀었다. 결국 노이어는 오토에게 독일군의 텔러 지뢰, 이른바 T-34 킬러라고 부르는 대전차 지뢰와 그 외 여러 대인 지뢰를 보여주었다.


"지뢰 제거를 하기 위해서는 적군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네."


"적군 입장에서?"


"나아가서 적군이 아군을 어떻게 생각할지 또한 역으로 생각해야 하네. 자네가 대인용 지뢰를 설치한다면 어디 설치하겠나?"


"적 보병들이 지나갈 수 밖에 없는 진입로에 설치할걸세. 혹은 루거 권총 밑에 설치하거나.."


"한 단계로밖에 생각을 못하는군. 자네가 보병이라 생각해보게. 대가리 위로는 놈들의 포격이 쏟아지고 있네."


오토는 그제서야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엄폐하기 쉬운 포탄 구덩이나 도랑, 배수로 쪽에 들어가겠지."


"그걸세! 도랑, 배수로, 엄폐하기 좋은 포탄 구덩이에 대인 지뢰를 설치해놓는걸세!"


오토는 식은 땀을 흘렸다.


'티거가 기동불가되어서 탈출했을 때도 대인 지뢰에 유의해야겠군!'


노이어가 말을 이었다.


"자네의 소대원들이 전차에서 탈출해서 어딘가로 달려가고 있는데 지뢰를 매설한 흔적이 있다면 어떻게 할건가?"


"그 매설한 흔적이 있는 곳을 우회해서 가야겠지?"


"자네가 공병이라면 지뢰를 한 곳에만 설치해두겠나?"


"아...그러면?"


노이어가 지뢰 탐지기를 갖고 와서 말했다.


"실제로 그런 일이 있을 때는 꼭 지뢰 탐지기로 주변을 탐색해봐야 하네. 얼마 전에 그런 일이 있었지. 보병들이 앞으로 걷다가 지뢰를 발견한걸세. 그 녀석은 그냥 우회해서 걸어간게 아니라 이 노이어 공병 소대장을 불렀지. 그리고 내가 이 지뢰 탐지기로 일대를 탐색해봤네."


오토는 식은 땀을 흘리며 이야기에 집중했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가?"


"그 일대가 지뢰밭이었지. 하지만 내가 누군가! 나, 노이어 소대장 덕분에 그 보병은 살아남을 수 있었네! 그 녀석은 내 군화에 입을 맞추었지! 그렇게 내가 목숨을 구한 녀석들만 연대 규모일세!"


노이어는 계속해서 자기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공병이란게 무엇인가? 전투 때 제일 먼저 앞서가고 퇴각할 때는 제일 늦게 퇴각해야 하는 자리일세! 전투기 조종사나 티거 전차장보다 훨씬 위험한 자리라는걸세! 물론 내가 훈장을 받고 싶어서 이러는건 아닐세! 내가 목숨을 구한 녀석들이 여태까지 받은 훈장은 이 군용 트럭을 모조리 채울 수 있을걸세!"


오토는 노이어의 말을 무시하고 지뢰 탐지기를 보며 말했다.


"혹시 대전차 지뢰를 제거하는 법을 알려주겠나?"


노이어가 리겔 지뢰를 꺼내어 들며 계속 주절거렸다.


"내가 그 이야기를 했었나? 얼마 전에 우리 공병 소대는 적진에 파고들어서 지뢰를 설치했네! 시간이 지나면서 쇠구슬이 염산에 녹아서 폭발하는 아주 천재적인 장치라네! 내가 설계했지! 그 지뢰가 폭발하면서 레닌 훈장을 달고 있던 이반 장교가 사살되었네! 그래서 ^&*%%@$"


오토는 노이어의 과장에 귀가 따가웠지만 어떻게던 지뢰 제거 관련 팁들을 알아낼 수 있었다.


"고맙네."


"내 이야기를 더 들어보게! 내가 건물 안에 지뢰를 설치했는데 말일세! 그걸로 레닌 훈장을 받은 소련놈들을 한 번에&%$*"


오토는 무시하고 개인호 속으로 들어가서 눈을 붙였다. 이제 조만간 오토의 전차 부대는 조만간 대도시로 들어가야 했다. 점점 모스크바로 가까워져 갈수록 포격에 망가진 고층 건물이 많았다. 그 곳에는 오토가 두려워하는 저격수들이 많을 것 이었다. 저격수 생각만 하면 오토는 등골이 오싹했다.


'일주일 뒤에 내가 살아있을까?'


블라덱이 전전긍긍해하는 오토를 보고 중얼거렸다.


"걱정 말게나. 조만간 우리 쪽에도 뛰어난 저격수가 온다고 들었네."


"그...그게 정말인가?"


10일 전, 독일 현지에서는 1차대전 당시 특등 사수였던 저격수 맥스가 교관으로 근무하며 저격수들을 훈련시키고 있었다.


"한 발마다 공산주의자를 죽인다!"


"일발필중!!"


"한 발마다 이반 새끼들의 두개골을 뚫는다!"


"일발필중!"


그 날, 맥스는 최전선으로 가라는 명령을 받고는 기차를 타고 긴 여행길에 오르게 되었다. 그리고 맥스가 자신의 저격총을 들고 기차에서 내렸다.


"러시아 땅은 공기가 다르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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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4 쌍봉 낙타 +64 21.12.22 246 6 13쪽
523 형벌부대원 하이에 +31 21.12.21 222 6 12쪽
522 실전 전투 훈련 2 + 수상한 형벌 부대원 +26 21.12.20 213 5 14쪽
521 실전 전투 훈련 +31 21.12.19 220 6 12쪽
520 판터 탱크와 티거 탱크의 취약한 부분과 그에 대한 전투 방법-1940년 +7 21.12.18 209 6 13쪽
519 관측창 파손 +5 21.12.17 194 5 13쪽
518 궁둥이에서의 일상 +19 21.12.16 219 5 18쪽
517 8.8 대공포 부대 +29 21.12.15 244 7 12쪽
516 재수 없는 날 +28 21.12.14 205 5 14쪽
515 헌병 +21 21.12.13 222 6 12쪽
514 성병 감염 +15 21.12.12 245 6 12쪽
513 협상 +27 21.12.11 243 7 12쪽
512 거래 +51 21.12.10 269 7 13쪽
511 사단 기동 훈련 +13 21.12.09 234 7 12쪽
510 피아노줄 +17 21.12.08 214 7 12쪽
509 연이은 승리 +32 21.12.07 247 5 12쪽
508 천둥 소리 +8 21.12.06 208 7 13쪽
507 덫에 잡히다! +17 21.12.05 224 6 13쪽
» 일발필중 +11 21.12.04 237 7 12쪽
505 팬티 검사 +63 21.12.03 324 6 14쪽
504 원격 조작 폭약 +49 21.12.02 250 7 11쪽
503 도살자 +39 21.12.01 239 7 12쪽
502 증오 +65 21.11.30 265 5 16쪽
501 500회 특집 좀비 바이러스로 감염된 21세기 +4 21.11.29 211 3 13쪽
500 슈트리히 +12 21.11.29 211 6 12쪽
499 빌리 헤롤트와 베르너의 거래 +29 21.11.28 244 7 15쪽
498 페비틴 부작용 +73 21.11.27 259 7 12쪽
497 배드 루트 분기점 +16 21.11.26 229 8 12쪽
496 오토 파이퍼의 일기 +21 21.11.25 246 7 16쪽
495 Sd.Kfz 251/16 +55 21.11.24 237 8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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