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단 기동 훈련
알프레트가 대피호에서 지친 표정으로 말을 내뱉었다.
"소련 놈들은 진짜 끝도 없군."
"아무리 죽여도 계속 튀어나오네."
슐레프 중대가 전진할수록 맞닥뜨리는 소련군들도 점점 제대로 된 전술을 쓰고 있었다. 전차병들은 계속된 전투에 지치고 있었지만 소련군들은 계속해서 보강되고 있었던 것 이다.
오토가 속으로 생각했다.
'러시아 임시 정부 녀석들이 점령지 관리하는게 천만 다행이다...'
현재 러시아 임시 정부 세력의 백군이 점령지 관리에 힘쓰고 있었다. 이들은 친독파 소련인과 함께 마을에 이장, 면장 등 여러 권력자들을 회유해서 점령한 지역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었다.
'우리 만으로는 절대로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없었다..'
백군 녀석들은 잘 싸웠고 투지 또한 강했지만 상상 이상으로 잔인했다. 오토는 20년 전에 자신의 아버지 세대가 프랑스, 영국과 전투했던 참호전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하지만 러시아 임시 정부 쪽 백군이 갖고 있는 스탈린과 공산주의자들에 대한 증오심은 엄청났다.
오토와 동기들은 러시아 출신의 지바고 소대장과도 평소에 술을 먹고 대화를 나누던 사이였고, 그들의 지나친 행위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다. 그 때 지바고 소위가 말했다.
"공산주의자는 교화가 불가능하네. 이 새끼들은 모조리 제거 해야 하네."
도대체 러시아 내전때 어떤 일이 있었기에 그 평범한 녀석이 그렇게 되었단 말인가? 지바고 녀석은 형벌 부대의 바르크만 같은 선천적 악인은 결코 아니었다. 그 당시 게오르크가 무심코 말했었다.
"내전이 전쟁보다 잔인하다는 이유를 알 것 같군."
현재 소련군 포로들이나 부상병들에게서 물건을 노획하는 일은 엄격하게 금지되었다. 하지만 이는 당연히 지켜지지 않았고 장교들 또한 묵인하고 있었다. 병참선이 길어짐에 따라서 보급이 계속해서 늦어지고 있었기에 병사들 입장에서도 먹을 것을 구하기 위해서 시체들의 잡낭을 뒤질 수 밖에 없었던 것 이다.
오토와 동기들은 군사 학교에서 훈련을 받으면서 전쟁이 이렇게 비인간적이고 인간의 밑바닥까지 보여줄거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었다.
지금 미국, 프랑스, 영국의 꿍꿍이 또한 알 수 없었다. 소련과 합의가 되어서 전쟁이 마무리 된다하더라도 뭔가 엄청나게 골치아픈 상황이 벌어질 것 같았다. 동아시아 쪽의 상황도 무척이나 복잡하다고 들었다.
뭐가 어찌되었건 오토는 일단 이 엿 같은 도시에서 살아남는 것 만을 목표로 하고 선잠을 잤다.
꿈 속에서 오토는 전쟁이 발발하기 직전에 사단 기동 훈련을 받던 시절로 돌아갔다. 그 당시만 해도 전쟁이 발발할 수도 있다는 것을 오토와 동기들 모두 짐작하고 있었다. 겉으로 말은 하지 않았지만 오토는 은연 중에 기대하고 있었다. 오토는 집에 있는 한스의 훈장들을 보며, 전쟁이 터지면 자신도 그런 훈장들을 받게 될 거라고 생각하곤 했던 것 이다.
오토 또한 4호 전차에 탑승한 상태로 기동 훈련을 준비했다.
'엔진, 연료, 탄약 모두 완벽해!!'
스테판, 게오르크, 헬무트, 볼프강, 블라덱 모두 들뜬 표정으로 떠들었다.
"이번 훈련에선 진짜 뒤질 수도 있어!!"
이번 사단 기동 훈련때는 실제로 포격 지원을 하는 것처럼 대구경 야포, 소구경 야포, 박격포와 기관총이 발사될 예정이었다. 보병 녀석들은 그 기관총 탄이 그리는 탄도 밑으로 최대한 납작한 자세로 포복해서 기어가야 했다. 공격 목표인 콘크리트 벙커 또한 실제처럼 만들어졌다. 보병 녀석들이 그 콘크리트 벙커에 수류탄을 집어넣어야했고, 통신병 녀석들 또한 통신선을 깔아야 했다. 물론 사상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탄도는 꽤 높게 깔 예정이었지만 그래도 주의해야 했다.
오토는 다시 한 번 자신의 4호 전차를 점검했다.
'상태 최고야! 작전 끝날 때까지 기동은 문제없다!!'
게오르크가 동기들을 쿡쿡 찌른 다음에 어딘가를 바라보았다.
"저길 봐!!"
장군들 또한 이번 기동 훈련을 보러 온 상황이었다. 한스 파이퍼 또한 엄숙한 표정으로 기동 훈련을 보러 왔다. 오토와 동기들은 모두 전차에 탑승했다.
"엔진 스타트!!"
시계를 보니 훈련까지는 10분 정도가 남았다. 오토는 지도를 보며 작전을 점검했다.
'모든 것은 완벽하다..'
빨리 10분이 지나가고 훈련이 시작되길 기다렸다. 그리고 10분 뒤, 대구경 야포, 박격포, 대전차포 기타 등등 모든 포들이 동시에 포문을 열었다.
우르릉 쿠르릉 콰광!! 쿠과광!!!
"전진!!!"
수 많은 독일군의 전차들이 앞으로 전진하였다.
뒤 쪽에서는 엄청난 아군의 포격 지원이 천둥치듯 울렸다. 아마 저 앞에 있을 가상의 적군은 포격에 산산조각났을 것 이다!
오토가 외쳤다.
"고폭탄 장전! 발사!!"
퍼엉!!
오토와 동기들의 4호 전차가 불을 내뿜었고 콘크리트 벙커들은 모두 박살이 났다.
"좋았어!!!"
노이어 소대장 포함 공병들 또한 빠른 속도로 전차 부대와 함께 기동하며 불 붙인 폭약을 콘크리트 벙커를 향해 던졌다.
쿠광!! 쿠과광!!
실제 수류탄을 투척하고 도화선이 타들어가는 폭약을 투척하는 것은 엄청나게 위험했다. 진짜로 사상자가 나올 수도 있는 실전이나 다름없는 훈련이었다. 장군들은 쌍안경을 통해 현재 부대의 진격 속도를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한스 파이퍼가 이 광경을 보고 생각했다.
'아직 통신선 가설은 안 되었나?'
용감한 통신병들이 기관총 총알과 박격포, 야포의 포탄들이 탄도가 낮게 깔리며 위로 쉿쉿거리며 지나가는 와중에 방차통을 들고 열심히 기어가고 있었다. 한 통신병은 고작 훈련임에도 불구하고 팬티에 오줌을 지려버렸다. 고작 머리에서 1~2m 위로 기관총 총알이 슛슛거리며 지나가고 있었다.
정말로 죽음을 눈 앞에 둔 순간이었다.
쉬잇! 쉬이잇!
쿠과광!! 콰광!!
천지를 두들기는 포격 소리는 대기층을 울리고 있었다. 정신이 얼떨떨했고 사방에서 총소리가 들렸기에 어느 쪽으로 나아가야하는지도 헷갈렸다.
'으..으아아...'
하지만 통신병의 임무는 다른 병과 녀석들보다도 훨씬 중요했다. 뿐만 아니라 지금은 아군 포격 지원이라도 받지, 진짜 전투는 이보다도 위험할 것 이었다. 통신병은 이를 악물고 방차통을 들고 앞으로 기어갔다.
'으아아악!!!'
잠시 뒤, 통신선이 가설되었고 장군들은 흐뭇한 표정으로 앞서 전진한 부대들의 보고를 받았다.
"1방어선까지 점령 완료!!"
수 많은 콘크리트 벙커들이 4호 전차 고폭탄에 박살났다. 물론 실제 콘크리트 벙커는 이보다 훨씬 단단하고 잘 만들어져있고 엄폐 또한 훌륭할 것 이다. 뿐만 아니라 곳곳에 대전차포, 기관총이 엄폐되어 있을 것 이다. 하지만 오토는 사단 기동 훈련의 성공이 눈 앞에 보이는 상황에서 전율에 휩쌓였다.
'전세계 그 어떤 군대도 우리에게 당할 수는 없을 것 이다!!!'
이제 기관총 총알은 4호 전차의 장갑을 때리고 있었다.
탕! 타앙! 탕!
오토 전차의 요하네스가 외쳤다.
"와!! 이것이 진짜 전쟁이지 말입니다!!"
오토는 아드레날린이 치솟았다.
"아하하!! 진짜 재수없으면 뒤지겠군!!"
무전으로 스테판의 목소리 또한 들렸다.
"군인이면 마땅히 죽음을 감수해야지!!"
슐레프 중대장의 목소리가 무선으로 들렸다.
"무선으로 사담 금지!!"
확실히 대규모 실전 기동 훈련은 여태까지 훈련하고 차원이 달랐다. 오토는 지진, 폭풍과도 같은 거대하고 불가항력의 무언가에 맞서싸우는 듯한 쾌감을 느끼며 전차를 전진시켰다.
'인류가 처음 대양을 향해 나아갈 때 이런 느낌이 아니었을까!!'
전차 부대는 가상으로 만들어진 적군의 모든 방어선을 점령 완료했다.
"3방어선 점령 완료!"
"해냈어!!!"
오토와 동기들은 하루빨리 진짜 전쟁을 경험하고 싶어서 좀이 쑤시기 시작했다.
'소문대로 전쟁이 일어났으면 좋겠다!!!'
'빨리 명령만 내려줘!!'
오토는 4호 전차의 해치를 열고 위로 상체를 내밀었다. 무참히 으깨어진 콘크리트 벙커호들과 적군 모형을 보았다. 오토는 자신의 판저에 대한 무한한 자랑스러움을 느꼈다.
'이 4호 전차는 전세계 최강의 전차다!!!'
오토는 미국, 프랑스, 영국, 소련 그 어떤 국가의 정예부대가 앞에 있다한들 이 4호 전차만 있으면 다 쓸어버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오토는 불과 몇 달 전에 자기 자신의 시점으로 이 꿈을 꾸고 있었다.
그리고 몇 년 뒤, 전쟁이 끝났고 오토는 밀리나와 결혼을 하고 있었다. 히틀러가 웃으며 오토의 어깨를 두드리며 결혼을 축하했다. 모든 가족들이 오토를 보며 웃고 있었다. 밀리나의 남동생과 오토의 여동생이 들러리를 서주고 있었다. 전쟁에 이긴 독일은 그야말로 태평성대였다. 빌헬름 2세, 그리고 수 많은 종교 대표가 이번 결혼식을 축복해주고 있었다. 아시아에서 온 많은 이들도 이 결혼식에 참석해서 오토와 밀리나를 축하했다.
몇 년 뒤, 오토는 밀리나와 함께 자신의 아들을 무등에 태우고 이탈리아에 여행을 간 상황이었다.
'이렇게 좋을 수가!!'
그로부터 20년 뒤, 오토의 아들은 동유럽에 있는 한 땅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있었다. 오토는 밀리나와 함께 손을 잡고 결혼식을 지켜보았다. 오토의 아들은 러시아인 신부와 손을 잡고 있었다. 그렇게 이들이 앞으로 걸어가는데
쿠광!! 콰과광!!!
20년 넘게 묻혀 있던 유리 지뢰가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듯이 폭팔하며 수 많은 유리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안돼!!!!"
오토의 아들과 신부는 온 몸에 유리 파편이 꽂힌 상태로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오토가 꿈 속에서 울부짖었다.
"으아아악!!!"
옆에 있던 오토 티거의 조종수 마티아스가 같이 고함을 치며 오토를 깨웠다.
"우아악!! 소대장님!!! 왜 이러십니까!!"
오토는 눈을 떴다. 대피호에선 부상병들 또한 치료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피 냄새와 고름 냄새와 의약품 냄새가 코를 찔렀다. 하지만 오토는 안도했다.
'다..다행이다..'
한편, 오토와 전차병들이 머무는 대피호에서 고작 700m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류드밀라는 정치장교 블라슈크에게 항의하고 있었다.
"왜 저만 특별 대우입니까? 이것은 옳지 않습니다!!"
지금 소련군 저격수들은 아주 실력이 뛰어난 독일군 저격수 맥스의 존재를 눈치채고 있었고 공포에 휩쌓여 있었다. 그리고 블라슈크는 류드밀라에게 다른 저격수와 짝을 지어서 활동하도록 했다. 그 독일군 저격수는 어떠한 소련군 저격수보다 실력이 좋았다. 그렇기에 류드밀라와 다른 저격수를 동시에 배치하고, 류드밀라에게 귀한 무전기까지 내주었던 것 이다.
무전기가 귀했기에 류드밀라와 파트너만이 무전기를 받을 수 있었다. 정치장교 블라슈크가 말했다.
"자네와 같은 특등 사수는 매우 귀한 자원일세. 모든 저격수한테 배급할 무전기가 없으니 가장 전공이 뛰어난 자네한테 무전기가 돌아가는걸세!"
"다른 저격수들이 무전기를 받지 못한다면 저 또한 무전기를 받지 않는 것이 옳습니다!"
블라슈크가 외쳤다.
"지금 그 놈한테 당한 아군 저격수가 17명일세!! 류드밀라 자네가 그 놈을 처치하는데 성공한다면 앞으로 수 많은 아군의 목숨을 구하는걸세!"
결국 류드밀라는 마리나와 함께 무전기를 받았다. 마리나는 저격술을 일주일간 배운 17살의 여자 저격수였다. 마리나는 벌벌 떨고 있었다. 류드밀라는 마리나가 일종의 미끼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떻게 둘 다 살 방법이 없을까?'
Comment '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