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 전투 훈련 2 + 수상한 형벌 부대원
어둠 속을 전진하며 게오르크가 다짐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전쟁 영웅 칭호를 획득하겠어! 특히 오토, 저 녀석보다는 내가 더 많은 적군을 섬멸한다!'
게오르크는 가장 성적이 좋은 오토에게 경쟁의식을 갖고 있었던 것 이다. 다른 녀석들 또한 비 오는 어둠 속에서 몸은 무거워지고 두려웠지만 아드레날린이 치솟으며 이 훈련을 점점 즐기고 있었다. 그런데 아까부터 계속해서 같은 위치를 돌고 있는 것 같았다.
오토가 속삭였다.
"아까 여기 지나지 않았냐?"
"이 바위 아까도 지난 것 같네!"
볼프강이 나침반을 꺼내어 방향을 체크했다. 스테판이 말했다.
"나침반 볼 때는 철모랑 총기에서 최대한 떨어트리고 봐야지!!"
"악!! 실수했다!!"
야광 시계를 보니 오토가 소속된 분대의 조공 임무가 지연되고 있었다.
"아직 32 확인점도 못 갔잖아! 서둘러야 해!"
조공 부대는 32 확인점으로 가서 판저 부대로 하여금 주공 방향을 착각하도록 기만해야 했다.
하필이면 달도 안 뜨고 날이 흐려서 별자리로 방향을 식별하기도 쉽지 않았다. 비가 주룩주룩 오는 바람에 하늘을 보면 눈이 빗물로 완전히 젖어버렸다. 피곤해서 이대로 주저앉고 싶었지만 강철 같은 의지로 천천히 전진했다.
그리고, 오토는 무언가를 발견하고는 정지하라는 수신호를 보냈다.
'정지!!'
오토와 동기들은 주변에 은엄폐한 상태로 앞에서 나오는 희미한 불빛을 바라보았다. 2~3명이 들어갈만한 작은 텐트가 쳐져 있었다.
'그..그냥 우회할까?'
게오르크가 수신호로 동료들에게 말했다.
'공격하자! 중요한 정보를 얻어낼 수도 있다!!'
오토가 고개를 저었다.
'그냥 우회해서 가자!! 찜찜하다!!'
하지만 볼프강, 헬무트 또한 게오르크의 말에 동의했다.
'이거 안 잡으면 병신이다!! 고작 두 세 명 밖에 안 될텐데 우리도 충분히 잡을 수 있어!!'
'포로로 잡으면 놈들 본부에 가짜 정보를 흘릴 수도 있다!!'
결국 오토, 스테판, 게오르크, 볼프강, 헬무트는 이 텐트를 습격하기로 결심했다. 텐토 속에 그림자가 어른거리고 있었다. 게오르크는 총을 겨눈 상태로 텐트를 걷어올렸다.
"???"
텐트 안에는 조명과 함께 사람처럼 보이도록 나뭇가지 위에 소련군 군복을 입혀두고 철모를 씌워둔 상태였다. 게오르크와 동료들은 이 광경을 보고 입을 크게 벌렸다.
"시발 이게 뭐야.."
오토가 외쳤다.
"함정이다!!!"
순간, 어둠 속에서 총알이 날아왔다.
쉬잇!!
물감이 사방팔방 터지며 게오르크의 군복이 보라색으로 물들었다. 게오르크가 외쳤다.
"시발 나 죽은거야?"
오토, 볼프강, 헬무트, 스테판은 미친듯이 어둠 속으로 도망쳤다.
"저격이야!!"
"으아악!!"
게오르크는 허탈함에 빠져 중대 지휘소로 돌아갔다. 오토 일행은 도망간 다음 숨을 골랐다.
"헉...헉..."
오토는 수통에 물을 꺼내 마셨다.
"시발 아까 저격수 보이지도 않더라!!"
"아가리 닥쳐!! 이 근방에도 놈들이 숨어있을거야!"
잠시 뒤, 오토, 스테판, 볼프강, 헬무트는 목표 지점 도달에 성공했다. 그리고 바위 뒤에 엄폐해서 자리를 잡은 다음, 적군 판저 부대의 지휘소로 추정되는 곳을 향해 총을 발사했다.
탕! 타앙! 탕!
화약 냄새가 코를 찌르며 총 소리가 어둠 속에서 울려퍼졌다. 오토는 심장에서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는 것이 느껴졌다.
'이게 전투다!!!'
쿵 쿵 쿵 쿵
거대한 북을 치듯 심장이 뛰었고, 오토는 전쟁 영웅이라도 된 듯한 기분을 느꼈다. 판저 부대에서도 이 쪽을 향해 기관총을 긁어대기 시작했다.
드륵 드르르륵
"이동하자!!"
오토와 동기들은 재빨리 자리를 이동한 다음 그 곳에서 소총을 발사했다.
탕! 타앙!
오토와 친구들은 일부러 인원이 많아 보이도록 함성을 질렀다.
"우와와와!!!"
"돌격!!!"
오토와 동료들은 이리저리 위치를 바꾸면서 사격을 하면서 가능하면 이 쪽으로 시선이 쏠리도록 했다. 오토와 동료들의 역할은 최대한 이 쪽지 주공으로 보이게끔 적을 기만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탕! 탕! 타앙!
그리고, 드디어 주공이 반대편에서 총격을 퍼붓고 있었다. 공포탄이 들어간 박격포탄도 이 판저 부대의 지휘로로 추정되는 곳을 향하여 쏟아붓고 있었다.
박격포탄이 발사되는 특유의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사방에서 물감 폭탄이 터졌다. 오토는 엎드린 상태로 바위 옆에 총구를 내민 상태로 총을 쏘았다.
탕! 타앙! 탕!!
스테판이 외쳤다.
"이러다 이기겠어!!"
아드레날린이 솟구치기 시작했고, 오토는 바위 위로 몸을 내밀고 조준 사격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렇게 생도들은 판저 부대의 지휘소로 추정되는 곳을 점령했다. 오토는 사관 생도 기수 역사상 첫 승리를 거두었다는 생각에 기뻐했다.
"해냈어!!"
소련군 군복을 입은 한 판저 부대원이 물감을 묻은 상태로 누워 있었다. 그런데 한 판저 부대원은 의미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오토는 순간 불길함을 느꼈다.
'뭐..뭐지?'
퍼엉!! 펑! 퍼엉!!!
생도들을 향해 거대한 물감 포탄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젠장!"
"엄폐해!!"
"엎드려!!"
펑! 퍼엉! 펑!
하지만 사방에서 쏟아지는 박격포 물감탄에 생도들은 하나 둘씩 전사하기 시작했다.
"시발 저 쪽에 수류탄 던져!!"
"함정이다!!"
"후퇴해!!"
스테판과 볼프강 또한 박격포 탄을 맞고 보라색 물감으로 범벅이 되어 전사한 상황이었다. 오토는 헬무트와 함께 똥줄 빠지게 도망갔다.
'으아아아!!!'
그렇게 오토는 헬무트와 함께 몇 패잔병들과 함께 중대 지휘소로 복귀했다. 알고보니 그 곳은 판저 부대의 진짜 지휘소도 아니었다. 놈들은 일부러 이 곳으로 생도들을 유인한 다음에 박격포탄을 쏟아부어서 격멸시킨 것 이었다.
현재 생도들로 구성된 중대에 남은 병력은 40프로 정도였다. 다행히 비는 그쳤다. 스테판, 게오르크, 블라덱, 볼프강이 모두 시체백에 넣어진 상태였다. 오토는 동료들의 타원형 인식표를 잘라내서 모두 슈탈헬름에 넣었다.
블라덱은 시체백 안에서 초코바를 먹고 있었다. 오토가 블라덱에게 말했다.
"양말 한 켤레만 줘!"
지금 오토의 양말은 모두 젖어서 묵직해진 상태였다. 그렇다고 양말을 벗고 행군하면 발이 피투성이가 될 것이 분명했다. 블라덱이 말했다.
"싫어."
편히 누워서 휴식을 취하는 블라덱 녀석이 양말 한 켤레 안 주자 오토는 열 받기 시작했다.
"이게 니가 평소에 떠들어대던 우정이냐?"
"물 한모금만"
결국 오토는 블라덱에게 수통을 내어주고는 양말을 한 켤레 받을 수 있었다. 양말을 갈아신으니 그나마 살 것 같았다. 피셔 중대장이 외쳤다.
"먼저 간 전우들을 위해 합동 영결식을 치룬다!!"
시체백 위에 철십자기가 덮어 씌워졌다. 전우들은 다들 시체백 안에서 코를 골고 있었다.
드르렁 드르렁
너무 피곤해서 전사한 녀석들이 부러울 지경이었다. 좀 있으면 오토는 헬무트와 다른 생도들과 함께 습격조로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헬무트가 오토에게 말했다.
"습격조 갈 때 그냥 자네가 나 쏴주면 안되겠나?"
"그게 무슨 소리야! 지금 40프로 밖에 안 남았는데 끝까지 싸워야지."
"피곤해 죽을 것 같아! 이러다 발톱 빠지겠네!"
여전히 군복은 팬티까지 젖어 있어서 안 그래도 피곤해 죽겠는데 몸이 무쇠처럼 무거워진 상황이었다. 아직 전사하지 않은 생도들은 경계를 서면서도 꾸벅꾸벅 졸고 있었고 서로 깨워줘야 했다.
오토가 말했다.
"몇 달간 고생했는데 이대로 죽으면 너무 아깝잖아! 좀만 버티자고!"
오토의 말에 근육투성이 헬무트도 결의를 다졌다.
"그래!! 꼭 로스케들을 때려부수겠어!!"
그 때, 군사학교 교장이 이번 훈련을 참가하러 와서 오토와 동기들을 격려해주었다.
"훌륭한 자세일세! 자네 중대의 건승을 기원하네!"
헬무트가 쑥덕거렸다.
"호..혹시 교장선생님도 스파이?"
어제 한 번 취사병으로 위장한 스파이에 당한 생도들은 교장선생님도 의심하기 시작했다.
"신원 조회해야 하나?"
잠시 뒤, 오토와 헬무트는 다른 생도들과 함께 어둠 속에서 습격조로 출발했다. 어제 된통 당한 생도들은 전진하면서 적 저격수가 엄폐하고 있지는 않은지 샅샅이 살펴보며 전진했다. 한 생도가 말했다.
"어제 지뢰 밟고 네 명이 한꺼번에 전사했네! 인계철선 조심해!"
오토와 헬무트는 후방 경계조로 본대를 따라갔다. 그 때, 오토는 뭔가 위화감을 느꼈다.
'저..저 나무는?'
옆에 있던 다른 나무들과는 종류가 다른 나무가 하나 눈에 띄었던 것 이다. 그리고 저격이 날아왔다.
탕!
"저격이다!!"
"5시 방향 저격수!!"
생도들은 이리저리 흩어져서 난장판이 되었다. 제대로 조준 사격을 하는 놈들은 없었고 바위나 덤불 뒤에 숨어서 허공을 향해 소총을 쏘았다. 오토는 일단 은엄폐부터 하기 위해 재빨리 바위 뒤에 숨었다.
"헬무트! 이 쪽으로 와!!"
헬무트는 커다란 덩치로 헐레벌떡 이 쪽으로 달려오고 있었다. 그 때, 저격총이 날아와서 헬무트의 다리를 맞췄다.
퍽!
헬무트의 군복 바지는 물감으로 범벅이 되었다. 이렇게 되면 중상처리 되어서 동료의 도움 없이는 이동불가 상태가 된다. 헬무트가 외쳤다.
"이봐!! 도와줘!!"
하지만 오토가 바위 밖으로 나갔다간 자신도 맞을게 뻔했다.
"기어서 와!!"
결국 헬무트는 등에도 저격을 맞고 전사 처리되었다. 오토가 욕설을 내뱉었다.
"이런 젠장!!"
잠시 뒤 오토는 시체백에 들어있는 헬무트를 들고 중대 지휘소로 가야했다.
"너가 직접 걸어가면 안되냐?"
헬무트는 눈을 감은 채로 오토에게 말했다.
"햇볕땜에 눈부시니까 지퍼 잠가주게."
그렇게 오토는 시체백을 잠그고 다른 생도와 함께 양쪽에서 육중한 헬무트를 옮겨야했다. 헬무트는 뇌까지 근육으로 되어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덩치가 컸기 때문에 더럽게 무거웠다. 시체백 속에서는 드르렁드르렁 콧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런 망할!!'
이렇게 군사 학교 시절 훈련을 회상하면서 오토가 말했다.
"그 때 엄청 무거웠네!!"
헬무트가 말했다.
"그래도 우리 둘이 제일 마지막까지 살아남지 않았었나?"
흥미진진한 오토와 헬무트의 군사 학교 시절 이야기에 어느새 포수 에밀과 알프레트, 요하네스, 마티아스가 와서 집중하고 있었다. 포수 에밀이 눈치없이 끼어들었다.
"하하!! 실제로도 그런 순서로 살아남으실 것 같습니..악!!"
알프레트가 에밀의 허리를 쿡 찌렀다. 헬무트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오토가 속으로 생각했다.
'저런 눈치없는 새끼!!'
오토는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외쳤다.
"우리 부대는 이 강력한 1방어선을 뚫었네! 조만간 놈들의 2방어선과 3방어선도 돌파할 수 있을걸세! 우리 중대는 전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전차 중대일세!"
오토는 토끼귀 모양의 페리스코프(잠망경)이 설치된 곳으로 걸어갔다.
"지금쯤 소련 놈들은 똥오줌을 지리며 벌벌 떨고 있을걸세!"
그렇게 말하며 오토는 토끼귀 잠망경을 위로 올려서 저 멀리 보이는 소련군의 2방어선을 관찰했다.
그 순간
쉬잇!!
캉!!
쉬잇하며 날라온 총알은 잠망경을 관통했다. 총알을 맞고 잠망경은 덜컹거리며 오토의 이마에 부딪쳤다.
"으아악!!"
오토는 참호에 엉덩방아를 찌으며 주저앉았다. 총알은 잠망경을 향해 두 방 더 날라왔다.
탕! 타앙!!
헬무트가 재빨리 잠망경을 아래로 내렸다. 놀랍게도 그 잠망경에는 총알자국이 있었다.
"이..이건!!"
소련군 저격수인 류드밀라는 최전방에서 독일군의 페리스코프를 저격했던 것 이다. 류드밀라는 조준경을 보며 이를 갈았다.
'망할 독일군 녀석들...고개만 내밀어라..'
한편 오토의 소대원들인 에밀, 알프레트, 요하네스, 마티아스는 다같이 구멍 난 페리스코프를 구경했다.
"우와!!"
"저..저거 분명 특등 사수다!!"
"특등 사수래봤자 우리 소위님의 티거 앞에선 아무것도 아니다!!"
오토는 애써 아무렇지도 않은 척 눈을 굴리며 외쳤다.
"저..저격수야 고..고폭탄 한 방이면 모..모두 날려버릴 수 있다!!"
참고로 오토는 팬티에 오줌을 지린 상황이었다. 헬무트와 오토의 소대원들은 오토의 이마에서 식은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것을 목격했지만 모르는척했다.
그 때 누군가 외쳤다.
"밥이다!!"
오토의 소대원들은 병사들끼리 밥을 먹기 위해 몰려가서 소련군에게서 노획한 돼지비계 통조림을 먹었다. 짭짤하고 기름으로 범벅이 된 것이 칼로리가 꽤 높을 것 같았다.
조지아 차와 완두콩 블럭 스프도 제대로 요리해먹으면 먹을만하겠지만 지금은 물을 끓여서 제대로 요리를 할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그때 요하네스가 말했다.
"난 아무래도 저 녀석이 의심스럽네."
요하네스가 가르킨 곳에는 한 형벌 부대원이 혼자서 비스킷을 먹고 있었다. 그 형벌 부대원은 얼마 전에 전차병들이 소련군 포로를 린치하려는 것을 막아선 적이 있었다. 에밀이 말했다.
"도대체 소련 놈은 왜 보호한건지 알 수가 없네!"
"저 놈 분명히 공산주의자야!"
오토가 병사들에게 말했다.
"섣불리 의심하는 것은 옳지 않네! 앞으로 저 친구들이랑 보전협동을 해야하는데 괜한 갈등은 일으키지 말게!"
마티아스가 오토에게 말했다.
"하지만 소련군은 우리 전차에 대해 구체적인 정보를 갖고 있습니다! 공산주의자 스파이가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오토도 병사들의 말을 들어보니 저 녀석이 의심스럽기 시작했다. 그래서 오토는 형벌 부대 소대장인 할더에게 물었다.
"이보게, 담배 피울텐가?"
할더는 오토가 내민 담배를 입에 물고는 뻔뻔하게 말했다.
"불 있나?"
솔직히 오토는 할더가 여전히 못마땅했지만 그 형벌 부대원에 대한 정보가 필요했다.
"저기 저 친구는 왜 형벌 부대로 온건가?"
할더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아? 저 녀석 말인가?"
Comment '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