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할리우드!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현대판타지

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최근연재일 :
2024.09.14 09:05
연재수 :
962 회
조회수 :
4,127,718
추천수 :
127,041
글자수 :
10,687,409

작성
22.02.04 10:00
조회
9,110
추천
200
글자
29쪽

우물을 벗어난 개구리. (3)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먼저 지금의 기회를 주신 윌리엄과 대니얼 어르신께 그리고 발표 자료를 준비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조언과 도움을 주신 신효정 변호사님께 감사 인사를 드립니다.”


신효정의 표정이 미미하게 흔들렸다.

이런 자리에서 자신의 이름을 언급하는 류지호가 새삼 고맙게 느껴졌다.


“요즘 이 도시 사교계에서 제가 조금 유명해졌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제가 어떻게 불리는지 아십니까?”

“럭키 보이?”


팀장 한 명이 대답하자, 매튜가 이를 정정했다.


“미라클 보이.”


류지호가 얼굴에 미소를 띠고 임원들 한명 한명과 다시 눈을 맞췄다.


“맞습니다. 미라클 지호 류입니다.”


하하하.


매튜가 웃었다.

그런 철없는 동생을 캐서린이 매서운 눈으로 째려보았다.

찔끔한 매튜가 얼른 딴청을 피웠다.


“저의 꿈은 30대에 세계적인 콘텐츠 기업을 일구는 겁니다. 그러자면 적어도 20대엔 한국에서 최고 기업을 이룩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다양한 경험이 필요하고, 안 망해보고서는 어려울 것 같더군요. 한 번 망하면 재기하는데 2~3년은 걸릴 것이라고 생각하니 아무리 계산해 봐도 방법은 10대 때 창업하는 것밖에 없었습니다.”


류지호는 빔 프로젝터 스크린 앞에 서서 빠르지 않은 속도로 그러나 뜻을 최대한 명확히 담은 간결한 영어로 발표를 시작했다.


“그래서 시작했습니다. 바로 이렇게 말입니다.”


신효정이 강의용으로 많이 쓰이는 오버헤드 빔 프로젝트 조명판 위에 문서를 올려놨다.

PAN & GAON WEDDING Studios.

스크린에 가온웨딩의 외부간판을 찍은 사진과 웨딩비디오 촬영 모습들이 떠올랐다.

찰칵.


이어 흑백 사진 한 장이 떠올랐다.


“어, 저건 미스터 류와 미세스 심인데?”


스크린에 뜬 사진은 류민상과 심영숙의 결혼기념사진이다.


“맞습니다. 저는 이 두 분의 사랑으로 태어났습니다. 제가 태어나기 정확하게 10개월 전에 이런 일이 있었죠.”


계속해서 스크린에는 류민상과 심영숙의 결혼기념 사진이 몇 장 슬라이드 되었다.

회의실에 모여 있는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했다.

투자유치를 하기 위해서는 하고자 하는 사업을 어필해야 하는데, 류지호는 계속해서 자신들의 가족사진만 보여줬다.


‘뭐지?’


회의장 안의 사람들은 의아한 기분으로 류지호의 말에 집중했다.


찰칵!


갑자기 스크린에 미국의 웨딩 사진이 몇 장 떠올랐다.


“보세요. 이것이 당신들 미국인들의 웨딩포토이거나 비디오입니다. 다시 제 가족의 웨딩포토를 볼까요? 제 아버지 미스터 류는 성격답게 사진 속에서도 무뚝뚝합니다. 저런 분이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은 미스 심의 마음을 어떻게 훔쳤는지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습니다.”


호호호.


캐서린과 몇 명의 여성 임원의 웃음소리가 들렸다.

류지호는 슬그머니 딴청을 피우는 팀장 몇 명과 눈을 마주치며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러자 그는 어깨를 으쓱해 보이며 자신과는 무관하다는 시늉을 해보였다.


하하하.

호호호.


잠시 회의실에 웃음이 흘렀다.

류지호는 좌중의 집중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그는 이번 프레젠테이션에서 글자와 숫자를 최소화 했다.

아마추어 느낌 물씬 풍기는 그의 가족사진들을 슬라이드로 보여주고, 자신이 작업했던 웨딩비디오와 박상우의 사진을 스크린에 띄웠다.

전통적인 방식의 프레젠테이션은 사업규모, 예상매출, 전망 등을 숫자로 보여준다.

피칭을 그런 식으로 하면 투자는커녕 청중의 졸음만 유도한다.

사과로고로 유명한 McIntosh Inc.의 유명한 신제품 발표회나 영화투자 피칭 프로그램에서는 지금 류지호가 선보이는 방식으로 청중의 관심과 집중을 이끌어낸다.

바로 이미지를 활용하는 것이다.


“우리는 그들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사진과 비디오에 담아 팝니다. 이 말은 부부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커플의 결혼식 날의 기억과 추억. 그것을 기록해서 파는 것과 같은 말입니다.“


처음으로 스크린에서 몇 개의 숫자가 떴다.


30만.

1990.

1000.


“대한민국에서는 일 년에 30만에서 40만 명이 결혼식을 합니다. 가난한 커플도 있고, 부자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혼식만큼은 비교적 평등합니다. 국가에서 호화결혼식을 법으로 금지하기 때문에 모두가 결혼식장이라는 규격화된 공간에서 결혼을 해야 합니다. 몰론 우리 민족만의 전통적인 혼례도 존재합니다.”


스크린에 결혼식장과 전통혼례 사진이 몇 장 슬라이드 되었다.


“대한민국의 예식장은 보시는 바와 같이 대부분 비슷합니다. 저들이 입고 있는 턱시도와 드레스 가격이 차이가 날 뿐. 예식순서, 기념촬영, 피로연이 모두 같습니다. 굉장히 효율적입니다. 모든 서비스업의 CEO들이 바라는 규격화 및 표준화를 보여줍니다. 패스트푸드 프랜차이즈 매크도널즈에서 배운 것이 아닙니다. 한국인들 스스로 고안한 결혼 프로세스입니다.”


다시 스크린의 사진이 바뀌었다.

미국의 결혼식과 웨딩사진, 웨딩 비디오를 촬영하는 모습들.

해리 맥코트로부터 지원 받은 사진들이다.

류지호가 한국의 결혼문화를 비꼰 것은 이 걸 강조하기 위함이다.


“제 고객들에게 미국인들이 하는 걸 해주고 싶습니다. 1000달러. 그 돈이면 충분합니다. 제 고객들도 당신들이 결혼식에서 경험했던 걸, 개성적으로 추억을 기록하고 저장하는 걸, 아주 간편하게 할 수 있습니다.”


발표를 이어나가는 가운데 류지호가 슬쩍 윌리엄을 바라보았다.

표정은 나빠 보이지 않았다.

반면에 대니얼은 먹잇감을 노리는 맹수처럼 눈을 부릅뜨고 류지호를 지켜보고 있었다.

G&P 임원과 팀장들을 어떠한가.

그들은 숫자와 허세 섞인 글자가 아닌 이미지에 매료되었다.

이미지는 말과 글자보다 사람들의 뇌리에 훨씬 선명하게 각인된다.

제 아무리 금융과 투자에서 전문가라고 하더라도 웨딩산업의 규모니 예상매출이니 기대수익이니 하는 숫자놀음은 프레젠테이션이 끝나면 곧바로 잊힌다.

하지만 이미지와 그와 곁들어진 스토리텔링은 금방 잊히지 않는다.

이미지들이 자신들이 경험해 본 결혼식이라면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프레젠테이션 이미지는 류민상 부부의 흑백기념사진, 류지호와 류아라의 아기 때의 컬러사진, 서울 올림픽과 결혼식장 모습, 돌잔치, 환갑잔치 그리고 해리 맥코트가 촬영한 매력적인 웨딩연출사진으로 마무리 되었다.

그 사이 류지호는 자신의 웨딩사업을 어필하지 않았다.

결혼식을 기념하는 행위 자체를 차분하게 설명했다.

마지막까지 류지호의 발표는 기존 사업설명회와 완벽하게 달랐다.

대니얼은 내심 놀라면서도 어느덧 관찰자의 냉정한 시선으로 경청했다.


“나이에 대한 선입견을 거둬보시길 바랍니다. 저는 이미 한국에서 20살 이상 나이차이가 나는 사람들과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들과 아무런 문제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겐 아주 훌륭한 멘토가 있습니다. 누군지는 말 안 해도 아실 겁니다.”


회의실의 모여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윌리엄과 대니얼에게 향했다.


“그분들은 나의 실수를 미리 지적해 줄 것이고, 잘못된 유혹이 뭔지 말해줄 겁니다. 그분들은 수많은 실패와 성공을 겪고 정상에 올랐습니다. 그분들의 가르침과 조언이 제 시행착오를 줄이거나 없애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류지호는 프레젠테이션 내내 투자필요성을 역설하지 않았다.

쓸데없이 청중의 시선을 끌기 위해 충격요법을 쓰거나 일부러 오버하지도 않았다.

복식호흡으로 좋아진 목소리 톤으로 차분하고 안정적으로 발표했다.

유머는 일부러 하지 않아도 충분했다.

간간이 스크린에 뜨는 류아라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사진과 여러 한국 커플들의 기념사진만으로 충분했다.

때론 스크린을 막아서며 자신에게 집중하도록 자연스럽게 유도 하고, 옆으로 살짝 물러나며 청중들이 이미지에 집중하도록 배려하기도 했다.

류지호는 영화투자를 위해 했던 성공한 피칭을 두 번째 삶에서 완벽하게 재현했다.


짝짝짝!


윌리엄과 제임스가 가장 먼저 박수를 쳤다.


“멋지군.”

“믿어지지 않아.”

“이런 프레젠테이션이라니!”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회의장에 앉아있던 팀장들이 일어나 박수를 쳤다.

이들도 아는 것이다.

도저히 십대가 할 수 없는 노련한 프레젠테이션이라는 것을.

류지호는 온 몸에서 전율이 일어나고 머리가 찌릿찌릿했다.


“......쳇!”


앤서니의 미간이 살짝 구겨졌다.

대니얼의 입가가 살짝 올라가 있는 걸 발견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업무 보고할 때는 보여주지 않던 아버지의 미소다.


툭.


열렬히 박수를 치는 매튜가 앤서니의 어깨를 쳤다.

박수에 동참하라는 의미였다.


“귀찮게 굴지 마.”

“흐흐흐.”


매튜가 바보 같은 웃음을 흘렸다.

신효정과 로라가 문서를 청중들에게 돌렸다.

Q&A를 앞두고 잠시 사업계획서 검토의 시간을 가졌다.

이 역시 류지호가 의도한 것이다.

온전히 프레젠테이션에 집중시키기 위해 사전에 사업계획서를 배포하지 않았다.


달그락.


비서들이 사업계획서를 읽고 있는 임원들 음료를 갈아줬다.

윌리엄이 은근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신선하군. 그렇지 않아, 대니얼?”

“확실히 엉뚱한 녀석이야. 숫자가 등장하지 않는 투자설명회는 조금 낯설군.”

“자네도 봤지? 누구 하나 딴 짓을 하는 녀석이 없었다는 거.”

“나도 저 녀석의 재주에 홀딱 넘어갈 뻔했어.”


사업계획서를 훑어본 G&P측 사람들이 하나둘 자세를 바로 했다.

류지호가 다시 스크린 앞으로 나가 허리를 꼿꼿하게 펴고 섰다.


“지난 1년 동안 사업을 어떻게 운영했는지 간략하게 말해줄 수 있습니까?”

“물론입니다.”


류지호는 가온웨딩이 어떤 식으로 운영됐는지를 상세히 설명했다.


“당신의 사업이 왜 유망한지 설명해 보세요.”

“웨딩산업은 소규모 지역사업이 주를 이루고 있으며, 소위 말해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성장합니다. 또한 다른 산업에 비해 높은 수준의 기술력을 요구하지 않아 초기 투자비용이 낮다는 강점이 있습니다.”


50대 초반의 민머리 임원이 날카롭게 치고 들어왔다.


“반면 결혼이 일회성이기 때문에 동일 고객의 반복적 수요가 현저히 낮다는 것은 단점이지.“


류지호는 당황하지 않았다.

그저 침착하게 말을 이어나갈 뿐.


“미국의 예로 설명 드리겠습니다. 웨딩사업의 강점 중 하나는 다른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주 고객층을 파악하기 쉽다는 점입니다. 결혼을 준비하는 대부분의 커플은 단기간에 수천 달러를 쓰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대니얼이 불쑥 물었다.


“사업규모나 매출이 너무 미미한데?”

“현재의 웨딩촬영부분만 보면 그렇습니다. 매년 한국에서 30만 명 이상이 결혼을 합니다. 천만 명 이상이 모여 사는 서울과 경기도에서 15만 명이 결혼식을 올립니다. 관련 산업도 주먹구구식입니다. 여기서 우리가 들어갈 여지가 생깁니다. 예식과 관련된 것들을 전체적으로 통합한 컨설팅을 할 수 있습니다.”

“차라리 예식장을 지어줄까?”

“농담이시죠?”

“내가 비즈니스에서 농담을 할 정도로 물러터진 거로 보였느냐?”


잠시 류지호와 대니얼이 시선을 마주했다.


“웨딩 스튜디오, 헤어숍, 드레스숍. 여행사, 결혼정보업체하고 연관되면 그것만으로도 규모가 엄청납니다. 거기에 웨딩플래닝까지 결합하면 대관료만으로 매출을 생성하는 예식장보다 규모가 커집니다. 패키지로 판매할 경우 여러 옵션을 달수도 있고, 정직과 신뢰의 경영을 한다면 정찰제로 합니다. 합리적인 가격을 책정해 부자는 마음껏 돈을 쓰게 만들고, 서민은 적당히 품위를 유지하는 선에서 고객 만족을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사업에서 정직이 어디 있어? 윌리엄에게 이상한 물이 들었군.”

“부자에게서 정직하게 이윤을 뽑아야죠. G&P가 그러는 것처럼.”


팀장 몇 명이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

민머리 임원이 그런 팀장들에게 눈총을 줬다.

한편으로 임원들은 프레젠테이션에 이어 다시 한 번 놀랐다.

대니얼을 저렇게 능청스럽게 상대하는 이를 본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G&P가 투자하게 된다면, 단순 스튜디오를 넘어서 웨딩 전반을 컨설팅하는 플래닝 업체로 나갈 수 있습니다. 결혼을 준비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평균 6개월에서 12개월가량인데 매우 힘든 과정입니다. 또한 그들은 결혼 준비에 필요한 비용을 정확하게 측정할 수 없기 때문에 그들이 생각한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임원들에 비해 비교적 젊은 팀장들의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저는 아이디어와 스토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기념촬영도 이벤트 촬영을 합니다. 가령 <스타워즈>의 다스베이더가 결혼식장에 나타나 ‘내가 너의 아버지’라고 신랑에게 말하는 이벤트를 벌입니다. 또는 좀비와 몬스터 분장을 한 이들이 플래시몹을 벌일 수도 있습니다. morning after wedding 촬영이라는 방식도 재미를 줄 수 있습니다. 신혼 첫날을 보낸 부부의 아침 일상을 영상에 담아 줄 수도 있습니다.”

“그건 미국에서나 가능한 일이야. 너의 나라에서는 불가능하지 않아?”


한국문화를 조금 아는 윌리엄이 끼어들었다.


“제 비전을 말씀드린 겁니다. 트렌드를 선도하겠다는 말씀입니다. 세월이 지난 후 결혼식이 생각날 때 한 번씩 보기 위해, 아니면 후손들에게 남겨 주기 위해··· 결혼 비디오를 제작하는 이유는 다 다르겠지만, 가온웨딩은 다양한 사랑 이야기가 담긴 결혼 비디오를 고객에게 팔겠습니다.

“최고 경영자의 역할이 무엇이라 생각해?”


대니얼이 류지호에게 물었다.

목소리가 낮아지며 분위기가 일변했다.

제왕의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그렇듯 대니얼 역시 한순간에 대화의 분위기를 휘어잡는 능력이 있었다.

지금부터는 대답을 잘해야 한다.

평소 말하는 품새로 보아 대니얼은 냉혹한 철혈이다.

절대 호인이 아니다.

류지호는 잠시 머릿속으로 생각을 정리하고는 입을 열었다.


“최고 경영자는 최고의 지원자 또는 동기부여자라고 생각합니다. 최고경영자는 매일 판에 박힌 일을 할 수 밖에 없습니다. 저는 조금 창조적인 업무를 볼 겁니다.”

“업무에 창조가 가당키냐 해? 없던 업무를 만들어서 하겠다는 의미냐?”

“예를 들어 각 팀을 찾아가 무엇이 필요한지 물어보고 그들을 지원하겠습니다. 저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갖춘 사람을 채용해 그들이 창의적인 생각으로 업무를 보도록 도와주고 에너지를 줄 겁니다. 누구든지 새로운 일을 시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자랑하도록 격려하고 모두가 축하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 겁니다.”


영화에서 프로듀서와 감독이 하는 일도 이와 비슷하다.

물론 뛰어난 영화감독이 영화사까지 잘 경영하고 영화 제작까지 잘하리란 보장은 없지만.


“차라리 치어리더가 되지 뭐 하러 CEO를 하냐?”

“우리 세대의 리더십에 필요한 덕목입니다. 앞으로는 카리스마와 명령만으로는 안 통합니다.”

“미래의 가장 큰 도전은?”

“무엇보다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도전에 있어서도 무모함과 합리성을 저울질해야 합니다. 인재를 고용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회사가 커지면 너무나도 할 것이 많아서 끊임없이 사람들을 고용해야 하는데, 가온에 최우선 가치를 둔 사람들을 고용하는 것, 그게 가장 큰 도전인 것 같습니다.”

“넌 어떻게 살고 싶으냐?”

“똑똑한 사람일수록 상대가 성공하도록 도와준다고 합니다. 남을 더 많이 도와줄수록 더 큰 성공을 거두고, 주변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했다는 것에 커다란 성취감을 느끼게 된다고 멘토에게 배웠습니다.”

“....허. 고놈 참.”


대니얼은 한 방 먹은 듯한 표정이었다.

그는 한동안 류지호를 노려보다가 피식 웃어버렸다.

류지호는 내심 안도했다.

대니얼이 황당해하기는 해도 기분 나빠하진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의 거물이자 살아있는 신화 대니얼 W 그레이엄.

그와 같은 지위에 오르게 되면 사람과 세상을 보는 눈이 달라진다.

매사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과 노련함을 갖추게 되는 한편으로 지루함과 권태에 시달리게 된다.

그런 이들에게는 자극이 필요하다.


큭큭.


대니얼은 재미있는 장난감이라도 찾아낸 어린아이처럼 가슴 깊은 곳에서부터 웃었다.

그의 주변에는 아부하는 사람들, 비굴한 사람들, 또는 허세 가득한 사람들뿐이다.

젊은 놈들은 눈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한다.

이렇게 배짱 있는 젊은 놈을, 아니 어린놈을 만나기는 쉽지 않다.


“고교 중퇴를 후회한 적은 없어?”

“고등학교에서 얻지 못한 것은 폭넓은 친구 관계, 그리고 제가 좋아하는 유도 수업을 들을 수 없다는 것 정도 입니다. 저는 고등학교 졸업 자격을 이미 얻었고, 대학에도 갈 겁니다. 학벌과 인맥도 중요하지만 좀 더 큰 사람이 되려면 필요한 지식과 교양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알았다. 이쯤 하지.”


그걸로 끝이다.

대니얼의 말이 곧 법이나 마찬가지.

비서 로라가 류지호에게 다가갔다.


“안내할게요. 저를 따라오세요.”


로라가 류지호와 신효정을 회의실에서 떨어진 미팅룸으로 안내했다.


휴우.


미팅룸으로 들어서자마자 류지호가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큰 고비 하나를 넘겼다는 안도감이다.

그 모습을 보며 신효정이 미소를 지었다.


“발표 아주 좋았어요.”

“다 신변호사님 덕분이죠. 신변호사님 아니었으면 이렇게 할 수 없었을 겁니다.”


불과 이틀 전, 류지호는 신효정에게 경고했다.

그리고 오늘 G&P의 최고위직들 앞에서 신효정의 공을 치하했다.

채찍과 당근 전략일까.

아니다.

처세다.

처세는 ‘을‘에게만 필요한 덕목이 아니다.

‘갑‘ 역시 처세가 필요하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을 갚는다고 하지 않던가.

암튼 생각해 보면 꽤나 아슬아슬한 도박이었다.

재력과 영향력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두 노인을 앞에 두고 호기를 부린 셈이니까.


“난 사업이라고 해서 뭔가 대단한 것이라도 있을 줄 알았지. 이건 동네 코흘리개들 소꿉놀이 아닌가?”


대니얼은 심드렁한 태도를 보였다.

헌데 입가에는 은은한 미소가 맺혀있다.

태를 내지 않을 뿐.

내심 사업계획이 만족스러웠다.

무언가 해냈다는 것에 후한 점수를 받을 만 했다.

더욱 칭찬받아 마땅한 것은 전문가에게 의지하지 않다는 점이다.

윌리엄은 그런 대니얼의 속내를 알고 입을 열었다.


“십대인 지호에게는 사업이야.”

“10만 달러짜리 사업도 있어?”

“자네한테야 10만 달러가 속옷 값에 지나지 않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몇 년을 먹고 살 수 있는 돈이지.“


대니얼은 대꾸하지 않았다.

대신 고개를 돌려 임원들을 눈으로 훑었다.

그러다 제임스를 콕 짚어 질문했다.


“넌 어떻게 보았냐?”

“흥미롭습니다. 개척되지 않은 시장으로 처음 진입하는 건 언제나 설레는 일이죠.”

“자넨?”


대니얼이 민머리 임원에게 물었다.

프레젠테이션 내내 까칠하게 굴었던 임원이다.


“이미 웨딩홀이라는 매출이 보장된 사업이 있습니다. 웨딩홀 체인 사업이라면 그런대로 관심이 조금 갑니다.”


대니얼은 마지막으로 둘째 아들 앤서니에게 고개를 돌렸다.


“넌 어떻게 보았느냐?”

“모두의 기대를 무색하게 만드는 보잘 것 없는 사업입니다. 하도 어른들이 칭찬을 하기에 뭔가 있는 줄 알았습니다. 우리 가문의 31개 기업 어떤 것과도 연관성이 없습니다, 무엇보다 사업을 이끌어야 할 경영자의 능력에 의구심이 듭니다.”


매튜가 당연히 자신도 의견을 낼 자격이 있다는 듯 입을 열었다.


“내가 보기에는 뭔가 아주 많은 성장잠재력이 보이던데? 창의적인 발표였지 않았나?”

“어리니까 할 수 있는 치기다.”

“형은 지호처럼 할 수 있어? 못할 걸? 성격처럼 머리도 강철 같아서 저런 유연한 발상은 절대 못할 거라는데 내 차를 걸지.”

“네 놈이 차가 어디 있어?”


대니얼이 매튜에게 버럭 화를 냈다.


“아참! 나 차 없지? 어떤 완고한 노인네가 압수했지?”


매튜가 능청을 떨어댔다.


“나가!”

“언제 그 말 하나 했어요. 그럼 난 지호랑 놀러 이만 나가보겠습니다.”


매튜가 얼른 일어서서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쯧.


대니얼이 그런 매튜를 보며 혀를 찼다.


“헌데 저 맹랑한 꼬마 놈이 얼마를 뜯어가려고 하는 거지?”

“우리에게 돈을 벌어주기 위해 투자를 해달라는 겁니다. 대니얼.”


캐서린이 사무적인 어조로 대니얼을 힐난했다.


“캐서린의 말이 맞아. 조금은 진지해 주게나.”


윌리엄이 근엄하게 말했다.


“내 생각은 이렇다. 지호의 조국은 무서운 속도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해외투자 파트에서 분석한 아시아의 4마리 호랑이에 대한 보고서 다들 한번쯤은 읽어봤을 것으로 안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리아가 가장 잠재력이 크다고 보고 있지.”


윌리엄의 차분한 음성이 실내에 퍼져나갔다.

이어서 임원들과 팀장들이 대화에 끼어들어 열띤 토론의 장이 벌어졌다.

어느새 류지호의 웨딩비디오사업은 자취를 감추고 아시아 투자에 관한 이슈로 넘어갔다.

대니얼 역시 냉혹한 사업가답게 진지한 태도로 토론에 끼어들었다.

앤서니는 그 모습을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각오로 집중했다.


“오오! 동방에서 온 현자여. 발표 아주 잘 봤어.”


매튜가 미팅룸으로 들어오자마자 설레발을 쳤다.

류지호가 질색했다.


“으으. 토할 것 같아요. 그런 이상한 표현은 쓰지 말아요.”


덥석.


매튜가 느닷없이 류지호를 껴안았다.

그런 후 다음 차례로 신효정에게 다가가 안으려고 했다.


“다가오지 마십시오.”


신효정이 건조한 음성으로 매튜에게 경고를 보냈다.


“쳇! 이건 미국에서 아주 자연스러운 행동이라고.”


매튜가 입술을 삐죽 내밀고 투덜거렸다.


“재미있었어. 지호! 넌 내가 만난 사업가 중에 잡스 다음가는 돌아이야.”

“절 스테픈 잡스와 비교해 주다니.... 암튼 괜찮게 봐 줬다니 다행이에요.”

“괜찮은 정도였겠어? 지금 다들 충격 받았을 거야.”

“설마요.”

“내가 회의실에서 나올 때까지 다들 표정이 밝았어.”


매튜가 대견하다는 듯 연신 류지호를 칭찬했다.

긁적긁적.

류지호는 멋쩍은 표정을 지으며 검지로 볼을 긁적거렸다.

신효정이 그 모습을 흡족한 표정으로 지켜보았다.


“회의가 길어지네.”

“로라에게 얼마나 기다려야 할지 물어보고 오겠습니다.”


신효정이 미팅룸을 빠져나갔다.


“가자! 파티다!”

“.....?”

“어차피 오늘 당장 결과 안 나와. 사탕 하나를 사더라도 이것저것 엄청 따지는 작자들이거든.”


그때 신효정이 다시 회의실로 돌아왔다.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어요.”

“그냥 말하세요.”

“지호 사업에 대해 매우 긍정적이에요. 다만 지호가 제안한 기업형 패밀리 오피스가 더욱 주목 받고 있어요.”

“그건 당연한 거야. 사이즈가 다르잖아 사이즈가.”


매튜가 힘주어 말했다.


“회의가 길어질 것 같다면서, 먼저 저택으로 돌아가라고 말씀하셨어요.”

“가죠.”


류지호는 섭섭하지는 않았다.

투자자라면 응당 그래야 했다.

모든 걸 다 주려는 듯 하면서도 그 진정한 속내는 비추지 않는 월가의 마인드로 무장한 사람들이다.


‘공은 공이고, 사는 사인 거니까. 호인 같은 모습에 함부로 다가갔다가는 알거지 되기 십상인 곳이 비즈니스 세계지.’


사실 G&P에서 투자를 못 받아도 상관없었다.

월가의 투자거물들 앞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했다는 사실이 중요했다.

이 사실이 한국에 알려지면 9시 뉴스에 소개될지도 모를 일.

그를 이용해 한국에서 투자자를 모을 수도 있다.

다만 어중이떠중이, 사기꾼을 걸러낼 수 있다는 보장이 없긴 하지만.


암튼 저택으로 돌아가려던 류지호를 매튜가 붙잡았다.


“나와 그냥 친한 사이라며?”

“그게 뭐요?”

“아주 친한 사이로 만들려고.”

“.....?”

“잔말 말고, 따라와.”


그 길로 매튜는 류지호를 뉴욕의 한 요트클럽으로 이끌었다.


“선장은 어디가고......?”

“선장이 왜 필요해? 내가 있잖아.”

“요트 운항 라이선스도 있어요?”

“한때 수백만 달러짜리 요트를 소유했던 몸이야.”


촤아악.


매튜가 다짜고짜 류지호를 요트에 태워 바다로 나갔다.

류지호는 뱃머리에서 바다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아아아아!“


소리를 질러대니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 들었다.

조종핸들을 잡고 있는 매튜의 입가에 미소가 맺혔다.

그는 아는 것이다.

류지호가 얼마나 중압감에 시달렸을지.


푸르릉!


요트가 바다 한가운데 멈췄다.

잔잔한 수면 위에 떠있는 요트의 선수 부분.

매튜가 맥주를 가져왔다.

푸른 하늘과 그보다 더 푸른 빛깔의 바다색.

요트 주위를 맴도는 갈매기.


끼룩끼룩.


류지호는 맥주병 주둥이에 입을 대고 꿀꺽꿀꺽 맥주를 목구멍 뒤로 넘겼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갔다.

매사 실없이 굴던 매튜도 이때만큼은 입을 다물었다.


이날 이후.

류지호는 매튜를 졸라 낮에는 요트를 타고 바다로 나갔다.

밤에는 파티를 쫓아다녔다.

자신이 과도하게 투자결과에 연연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매튜와 어울렸다.

그 초조함을 떨쳐내려고.

그런데 파티도 처음 한두 번이 재미있다.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자 점차 시들해졌다.

류지호는 고상하고 우아한 취미를 즐기는 것으로 노선을 변경했다.

뉴욕의 유명 미술 전시회장을 돌아다닌 것이다.

재즈바에서 라이브 공연을 즐기기도 했다.

주말에는 사진작가 해리 맥코트와 함께 거리 사진을 찍으러 돌아다니기도 했다.


찰칵찰칵.


해리 맥코트와 뉴욕의 거리에서 사진을 찍을 때다.

영화촬영 현장을 발견했다.

뉴욕대 학생들로 보이는 청년들의 소박한 촬영현장.

아리플렉스 16mm(Arriflex ST Camera)의 모터가 필름을 돌리는 소리.


촤라라락.


무척 정겹게 느껴졌다.

카메라 바디 전면부에 렌즈 3개를 한꺼번에 장착해 회전시켜 쓰는 카메라 모델이다.

학생들은 줌렌즈만 하나 달고 촬영했다.

그들이 떠난 자리에 애플박스 하나가 덩그러니 남아있었다.

사과상자를 닮았다고 해서 애플박스라 불리는 나무로 된 세트 받침대.

전 세계 모든 촬영현장의 필수 용품 중에 하나다.


“이봐~ 이거 놓고 갔어.”

“고마워.”


학생들이 깜박 잊고 놓고 간 애플박스를 챙겨 촬영팀에 전해줄 때는.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꼈다.

촬영현장에서의 습관이 불현 듯 튀어나온 것이기에.


‘살아있다···.’


영화 일을 해나가면서 이전 삶과 완전 달라진 과정을 겪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를 한다는 건 언제나 같다.

영화를 찍고, 흥행성적표를 받아들고, 아쉬워하고, 다음 영화를 준비하고....


[영화를 사랑하는 첫 번째 단계는 영화를 두 번 보는 것이고, 두 번째 단계는 영화에 관한 평을 쓰는 것이고, 세 번째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다. 그 이상은 없다.]


누벨바그 영화감독 프랑수와 트뤼포가 한 말이다.

두 번째로 얻게 된 삶.

류지호는 자신만의 기준이 필요했다.


- 일단 찍어봐야 똥인지 된장인지 알게 된다.


많은 감독들이 영화학도들에게 하는 조언이다.

이미 한 번 영화감독을 경험했던 류지호에게는 의미 없는 과정일 수도 있다.

영화 기술을 익히는 건 의미가 없다.

그 시간에 자신만의 영화관을 다시 세우고, 인문교양을 쌓는 게 훨씬 이롭다.

가장 중요한 것은 누구와도 자연스럽게 소통할 수 있는 능력과 자세다.

영화감독은 때때로 자신보다 훨씬 똑똑하고 유능한 예술가와 작업을 하게 된다.

전문가와의 협업에서 의사소통은 무척 중요하다.

만약 <지옥의 묵시록>을 촬영한 빅토르 스토라토 감독 같은 대단한 예술가와 작업을 한다고 했을 때, 그와 단순한 일상 대화만 나눌 리가 없다.

훨씬 심오하고, 미학적인 대화를 나눌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무장이 아닌 철학이 있어야 한다.


‘슬슬 단편부터 찍어봐야겠다.’


류지호는 그간 써놓은 단편 시나리오 중 적당한 것을 골라보기로 마음먹었다.


찰칵찰칵.


뉴욕 거리를 정처 없이 돌아다니며 사진을 찍는 것은 관광을 하는 것과는 다른 재미가 있었다.

뉴욕이라는 거대한 도시의 다양한 볼거리들.

그 안의 감춰진 속살.

또 그 안에서 살아 숨 쉬는 인간군상들.

류지호는 다가오는 귀국 날짜가 아쉬웠다.


“해리... 한국에 한 번 가볼래요?”

“너의 나라?”

“당신은 프리랜서죠?”

“응.”

“한국으로 초대하고 싶어요.”


류지호는 한국의 이국적인 아름다움을 계속 어필했다.

박상우와 김준우가 해리와 교류한다면, 얻는 것이 많을 것 같았다.

해리 맥코트는 밤에는 열정적으로 놀았다.

헌데 사진에 관해서는 무척 진지했다.

유행의 최첨단, 뉴욕.

그곳에서 활동하는 해리가 가온의 포토그래퍼들과 교류를 하며 서로 영감을 나눌 수 있다면 서로에게 윈윈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류지호가 우물을 벗어난 것처럼.

함께하는 이들도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서는 안 되었다.

간접경험이라도 경험은 언제나 소중한 것이니까.


작가의말

한 주 잘 마무리하시고 행복한 불금 맞이하십시오. 감사합니다.

PS. grisciel님, 니름님 후원 감사드립니다. 간간히 새로운 내용도 좀 나올 예정입니다. 연참도 자주 하면서 진도 빨리 빼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6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Mr. 할리우드!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95 사장님이자 감독님이야. +9 22.02.28 7,861 207 19쪽
94 영정사진. (8) +9 22.02.26 7,814 192 21쪽
93 영정사진. (7) +3 22.02.26 7,443 179 18쪽
92 영정사진. (6) +6 22.02.25 7,563 196 19쪽
91 영정사진. (5) +8 22.02.24 7,608 171 21쪽
90 영정사진. (4) +7 22.02.23 7,662 199 22쪽
89 영정사진. (3) +11 22.02.22 7,766 196 22쪽
88 영정사진. (2) +7 22.02.21 8,031 184 23쪽
87 영정사진. (1) +4 22.02.19 8,411 177 23쪽
86 기업에게 국경은 없다! +5 22.02.18 8,298 180 26쪽
85 광고는 역시 스타 마케팅! +3 22.02.17 8,390 191 27쪽
84 W.a.W Pictures. (3) +4 22.02.16 8,328 183 23쪽
83 W.a.W Pictures. (2) +2 22.02.15 8,395 167 20쪽
82 W.a.W Pictures. (1) +4 22.02.14 8,584 184 17쪽
81 자네는 주식투자를 뭐라 생각해? +8 22.02.12 8,469 191 17쪽
80 천불생무록지인 지부장무명지초.... (3) +3 22.02.11 8,416 179 19쪽
79 천불생무록지인 지부장무명지초.... (2) +6 22.02.10 8,623 177 23쪽
78 천불생무록지인 지부장무명지초.... (1) +7 22.02.09 8,882 167 25쪽
77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건 가족뿐. +9 22.02.08 8,769 187 21쪽
76 미래를 사고 싶어요. (2) +5 22.02.07 8,871 188 21쪽
75 미래를 사고 싶어요. (1) +5 22.02.05 9,169 181 26쪽
» 우물을 벗어난 개구리. (3) +6 22.02.04 9,111 200 29쪽
73 우물을 벗어난 개구리. (2) +9 22.02.03 9,279 194 27쪽
72 우물을 벗어난 개구리. (1) +2 22.02.03 9,329 184 22쪽
71 10억 달러만 주세요! +11 22.02.02 9,496 205 25쪽
70 뉴욕 사교계 데뷔? +5 22.02.02 9,320 187 25쪽
69 상류사회의 일상이란. (3) +8 22.01.29 9,440 211 20쪽
68 상류사회의 일상이란. (2) +4 22.01.28 9,314 210 17쪽
67 상류사회의 일상이란. (1) +6 22.01.27 9,814 204 19쪽
66 충성을 다 하겠슴다! (4) +6 22.01.26 9,469 205 1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