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할리우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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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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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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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0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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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사고 싶어요. (2)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하나의 운을 빼앗아 가면 다른 행운을 주는 것.

그런 것이 신의 심보일까.

류지호는 고언 형제의 영화에 투자를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월가의 투자은행 G&P로부터 웨딩비디오 사업에 투자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류지호는 행운은 준비된 자에게만 허락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실감했다.

G&P 측과 협상을 빠르게 진행했다.

사실 협상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서로가 배려를 하다 보니, 억지나 악성 조항이 들어설 자리가 없었다.

아무리 작은 투자계약을 하더라도 무수히 많은 조항과 내용이 들어간다.

그러나 G&P측의 적극적인 협조 덕분에 계약서의 초안이 신효정이 준비해온 안으로 완성되었다.

자잘한 내용들만 조정하면 되었기 때문에 계약서가 금방 만들어졌다.


“자본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지. 100만 달러를 내줄 테니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해봐.


대니얼이 기꺼이 지갑을 연 것은 프레젠테이션 때문이 아니다.

패밀리 오피스의 기업화.

류지호의 웨딩 사업에 100만 달러를 투자하는 것은 이들에게 자동차 한 대 값에 지나지 않았다.

그에 비해 패밀리 오피스 건이 실제 사업화가 된다면 류지호에게 몇 천만 달러, 아니 지분을 줘야할지도 몰랐다.

윌리엄이 푸근한 인상으로 류지호에게 물었다.


“돈만 있으면 당장 서울에서 시작할 수 있는 게냐?”

“스튜디오 임대도 해야 하고, 인력도 꾸려야죠. 예식장 영업도 해야 하고, 광고도 해야 하고요.”

“계약서 꺼내 봐라.”


신효정이 서류가방에서 서류를 꺼내 테이블 위에 올려놨다.

윌리엄이 만년필을 꺼냈다.


“어디에 서명하면 되는 것이냐?”

“계약서 확인 안하세요?”

“우리가 지분을 조금 더 챙길 수 있지 않았느냐?”


동업을 시작하거나 투자를 받을 때 가장 힘들고 껄끄러운 것이 바로 양측의 지분과 수익 배분율을 정하는 일이다.

G&P는 가온웨딩에 100만 달러를 투자하며 25%의 지분을 챙겼다.


“그래도....”

“갑자기 자신감이 확 떨어지는 게냐?”

“생각보다 훨씬 많은 돈을 투자해 주시는데 걱정할 일이 뭐가 있겠어요.”

“다 좋은데, 오십만 달러를 더 투자해도 내게는 국물도 없는 거냐?”


윌리엄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류지호는 마냥 죄송한 표정으로 볼만 긁적이다가 어렵게 말을 꺼냈다.


“지분을 더 드린 것이 제 최대 성의 표시에요. 정말 죄송해요.”


25% 지분.

별거 아닌 것 같다.

그런데 주식회사라면 실제로는 경영에 참여 하다못해 의사결정에 권한을 휘두를 수 있는 비율이다.


“G&P가 경영에 간섭하는 일은 전혀 없을 것이니, 어디 네 수완대로 능력을 펼쳐 보여 봐.”

“열심히 할게요.”

“원한다면 지분계약서에 명시해도 좋다.”


신효정이 슬그머니 계약서의 한 부분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삽입되어 있었다.

류지호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결산보고나 감사는 여기 캐서린의 로펌에서 하는 걸로 하지.”

“동의해요.”


아무리 신뢰하는 사이라고 해도 일단 일을 같이하게 된 이상 상대 쪽에서도 상황을 확인할 수 있을 최소한의 장치는 필요했다.

대니얼이 뒤쪽에 가만히 서있는 한국계 중년 남자를 손짓으로 불렀다.

남자가 다가와 공손한 태도로 대니얼의 옆에 섰다.


“여기는 너희가 스스로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줄 경영자문이다.”

“반갑습니다. 래리 킴입니다.”


래리가 한국말로 인사를 해왔다.


“잘 부탁드려요. 류지호에요.”


래리 킴은 한국계 이민 2세로 G&P 벤처캐피탈 부분에서 일했다.

G&P 벤처캐피탈은 월가에서도 꽤 유명했다.

그 성공 비결은 ‘투자’가 아니라 ‘육성’에 있다.

자금을 공급하는 일보다, 경영진을 구성하고, 적절한 자문을 제공함으로써 회사를 키우는 일이 우선이다.

때에 따라서는 그렇게 키운 회사를 큰돈을 받고 다른 기업에 넘기며 막대한 이익을 챙기기도 한다.

사실 모든 창업자가 경영인으로서의 자질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다.

자질 없는 창업자가 근거 없는 자신감에 빠져 자신의 경영 주도권만을 고집하다 보면 경영은 잘못된 길로 빠질 가능성이 높다.

경영은 창업자의 열정과 한정된 능력만으로 성공시킬 수 있는 만만한 대상이 결코 아니다.

G&P의 투자 회사에 대한 육성전략은 미국 벤처캐피탈의 보편적인 행태다.


“첫째도 사람, 둘째도 사람, 셋째도 사람이라는 식의 격언은 실무에서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성공의 원인을 운과 사람에게만 돌린다면, 그 어떤 체계적인 원리도 경영에 적용할 수 없는 법이다. 많은 성공한 기업들은 보다 높은 확률로 성공하기 위해 체계적인 혁신 기법을 도입해 왔다. 고객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개발 방향의 설정, 그리고 마케팅 전략의 체계적 수행을 통해 위험은 분명히 줄일 수 있다. 투자회사에서 파견한 임원을 감시자라 생각하지 마라. 킴은 G&P에서도 뛰어난 전문가 중에 한명이고, 한국의 문화를 잘 이해하고 있다. 그의 직언을 항상 귀 담아 들어라.“


대니얼이 호랑이 눈 같은 부리부리한 시선으로 류지호를 바라보며 가르침을 내렸다.

대니얼이 관심이 없다면 할 수 없는 잔소리다.


“명심할게요.”

“그렇다고 걱정할 거 없다. 킴은 너희가 토대를 갖췄다는 판단이 선다면 언제든 미국으로 돌아올 것이다.”

“예.”


류지호가 보기에 G&P의 이런 투자 방식은 모험을 뜻하는 단어인 벤처(Venture)와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벤처캐피탈이 아니라 창조 자본, 즉 크리에이티브 캐피털(Creative Capital)이 더 적절한 표현일 것 같았다.

자신도 나중에 영화펀드 운영을 위해 투자회사를 갖게 된다면 투자가 아니라 육성을 제일 먼저 염두에 두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창조라는 표현은 왠지 불길해. 말년이 피곤해질 것 같으니까 그냥 벤처로 하자.’


류지호는 쓸데없는 생각을 털어내기 위해 머리를 가볍게 흔들었다.

윌리엄이 미소를 지었다


“좋아. 그러면 잘 해보자고.”

“네. 잘 부탁드려요.”

“기대치가 없다면 실망도 없지.”


대니얼 회장이 훈훈한 분위기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지호는 꼭 성공시켜 지금 대니얼이 한 말을 후회하도록 해봐.”

“예. 할아버지.”

“윌리엄은 할아버지고 난 왜 회장인가?” “그거야...”


류지호가 마땅히 할 말을 찾지 못해 순간 당황했다.

윌리엄이 나서서 어색한 분위기를 정리했다.


“어린 아이에게 심술을 부리기는... 자네는 나이값 좀 하게.”

“나도 할아버지라고 불러라.”


대니얼이 툭하고 던지듯 말했다.


“예?”

“준 돈 빼앗기 전에 두 번 말하게 하지 마라.”

“네. 할아버지.”


껄껄껄.

윌리엄이 대소를 터트렸다.


“감사합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할아버지.”

“나도 잘 부탁한다. 회사를 크게 키워서 나에게 많은 수익을 가져다주길 기대하지.”


대니얼이 비웃는 것 같은 묘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마치 배부른 포식자가 짓는 웃음 같은.

류지호는 찜찜함을 털어내고, 그의 손을 붙잡았다.

이로써 사업적 대화는 모두 끝났다.

이제 남은 것은 뒤풀이다.


❉ ❉ ❉


이번 계약과 관련된 모든 이들이 윌리엄의 저택으로 향했다.

미리 연락을 받은 브래드가 모든 준비를 마치고 일행을 맞이했다.

로렌 노부인까지 참석한 연회는 이전 만찬과 다를 것이 없었다.

격식 없이 편안한 식사였다.

근사한 저녁식사를 마친 사람들은 저마다 취향에 맞는 술로 작은 파티를 즐겼다.


쩝쩝.


레오나가 류지호의 품에 안겨 케잌 조각을 입에 넣고 우물거렸다.

그녀가 고개를 돌려 류지호를 바라보며 입을 뗐다.


“큰오빠.”

“응?”

“코리아에 가?”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지.”

“힝, 큰오빠와 많이 놀지도 못했는데.”


레오나는 류지호와 함께한 시간이 이렇게 속절없이 흘러버리자 너무 아쉬워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류지호 역시 아쉬운 것은 매한가지다.


“레오니가 한국으로 오면 되지 않을까?”

“정말?”

“그럼.”

“아빠, 엄마는 매일 바쁜데?”

“이 할아비와 같이 가면 되지.”


윌리엄이 둘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할아버지, 진짜?“

“그럼.”

“와아~”


레오나가 류지호의 품에서 뛰어내렸다.


도도도도.


윌리엄에게 달려가 그의 품속에 뛰어들었다.

케익이 윌리엄의 셔츠를 더럽혔지만, 누구도 개의치 않았다.

류지호는 레오나의 애교를 받아주는 윌리엄을 지켜보다가 저택을 빠져나왔다.

그의 손에는 맥주병 하나가 들려있었다.


털썩.


그는 정원 한편에 설치되어있는 그네에 걸터앉았다.

레오나를 위해 설치해 놓은 어린이 놀이기구인 모양이다.


끼익끼익.


류지호가 그네에 엉덩이를 걸치고 맥주를 홀짝거리고 있는데, 제임스와 매튜가 걸어왔다.


“혼자 이곳에서 뭐해?”

“바람 좀 쐬려고요.”

“안 추워?”

“별로요.”


뉴욕의 날씨는 한국처럼 사계절이었지만, 여름과 겨울이 한 달 가량 더 길다.

제임스가 언더락스 잔을 류지호에게 내밀었다.


팅.


두 사람이 건배를 나누자, 매튜도 이에 동참했다.


“기분이 어때?”

“바라던 것보다 많은 투자금을 받게 된 것에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딱히 그렇지는 않아요. 빚처럼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사업이건 장사건 본질적으로 남의 돈으로 하는 거야. 기업일 경우 주식이나 채권을 통해 타인 자본을 활용하지. 회계에서 부채는 자기 자본과 함께 총자산에 포함돼. 부채를 두려워해서는 기업가라고 할 수 없어.”


매튜가 진지한 어조로 말을 받았다.


“리스크는 기업가가 감수할 일이야. 기업은 위험을 무릅쓰고라도 투자를 늘리는 의욕을 가져야 해. 최고 경영자가 그 싹을 잘라 버린다면 성장 의지를 상실하게 되고 성장은 멈추게 돼. 결국 그 기업은 도태되기 마련이야.”


류지호는 두 사람의 말을 가만히 경청했다.

딱히 틀린 말도 아니고, 훈계하는 투로 말하지도 않았기 때문에 기분이 나쁘지도 않았다.


“개척되지 않은 곳에 먼저 깃발을 꽂는 건 좋은 전략이야. 하지만 네가 시장을 선도해도 막대한 자본과 인력으로 밀고 들어오는 후발주자는 네가 권총으로 막을 수 없는 기관총으로 무장하고 있을지도 몰라.”


제임스가 류지호를 걱정하는 마음을 담아 말했다.

류지호는 담담한 표정으로 그의 말에 대답했다.


“골리앗에 맞선 다윗의 입장에서 맞서야죠. 다윗이 그랬다죠. 방어를 포기하듯 갑옷을 벗어던지고, 방패와 창도 들지 않고 맨몸으로 맞섰어요. 상대는 오만했고, 다윗이 결투를 포기한 줄 알고 방심했어요. 그리고 다윗은 자신이 가장 잘 다룰 수 있는 무기인 슬링으로 상대했죠. 결국 그 싸움의 승자가 누가 되었나요? 슬링이라는 작은 무기도 상대의 뇌가 있는 이마 정중앙에 정통으로 명중시킨다면 골리앗도 쓰러뜨릴 수 있어요.”


크크크.

매튜가 기괴한 웃음소리를 냈다.


“다윗처럼 슬링을 잘 다루는 능력과 배짱이 있다고 자신을 어필하는 거야?”

“적어도 그럴 배짱은 있어요.”


그렇게 류지호가 맥주 한 병을 비울 때까지 이야기를 나눴다.

제임스와 매튜가 저택 안으로 사라지고, 신효정이 다가왔다.


“지호학생, 아니 류지호 대표님.”


류지호가 의아한 얼굴로 신효정을 바라봤다.


‘이 아줌마가 또 무슨 약을 팔려고.....?’


신효정은 한참을 뜸을 들였다.


“....미안해요.”

“뜬금없이요? 뭐가요?”

“내가 류 대표의 진면목을 잘 못 파악했어요.”

“그 호칭은 갑자기 뭔가요? 되게 어색하네....”

“가온도 주식회사가 됩니다.”

“그래봐야, 자영업자와 다를 것도 없는데요?”

“앞으로 류 대표의 뜻을 헤아려 판단하겠어요.”

“느닷없이 훅 들어오시네. 신변호사님 이런 캐릭터 아니잖아요.”


류지호는 신효정이 술에 취해 주정을 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내일 아침이면 기억하지 못할.

헌데.


“류 대표는 내가 예상한 대로 움직이는 법이 없어요. 프랜차이즈를 하지 않나 난데없이 영화에 투자를 하겠다고 하질 않나. 패밀리 오피스 건은 정말... 내게 모든 걸 말해 줄 필요는 없지만 나도 류 대표가 하려는 판에 끼고 싶어요.”

“제가 앞으로 무얼 할 줄 알고요.”

“그걸 모르겠어요. 오성이나 대유 같은 대기업을 일구게 될지 유니벌스 스튜디오 같은 엔터 사업을 하게 될지.... 내겐 말해주지 않겠죠?”

“너무 앞서 가시네. 백만 불 투자 받았다고 수퍼마켓이 백화점이 되는 건 아닙니다만.”

“글쎄.... 이삼년 안에 백화점이 될 것 같은데요?

“부담 팍팍 주시네....”

“하지만 재미있을 것 같아요. 내가 할 일도 많아 질 테고.”

“신 변호사님을 바쁘게 만들려면 내가 사고를 많이 쳐야한다는 건데.... 웬만하면 경찰서는 다시 가고 싶지 않아요.”


류지호가 농담으로 받았다.

하지만 신효정은 진지했다.


“독립해서 저만의 법률 사무실을 차릴 예정이에요. 첫 고객이 되어 주세요.”

“가온은 매출이 1억 밖에 되지 않아요. 신 변호사님의 야망에 어울리는 규모가 아닙니다.”

“난 최고의 기업인, 최고의 글로벌 기업과 일하고 싶어요. 그게 내 야망이에요.”


류지호는 왜 이 시점에 신효정이 말을 꺼냈는지 생각해보았다.

알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물어보면 될 일.


“왜 지금입니까?”

“귀국하면 버려질까봐.”

“파커에서 무슨 언질을 주었습니까?”

“아니요. 그들과는 상관이 없어요. 여자임을 내세우고 싶지 않지만... 감이에요. 여자로서의 감.”


류지호는 어이없는 표정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버려진다.

여성의 감이다.

따위의 말이 등장해야할 타이밍도 맥락도 아니다.

자신이 남성으로 느껴질 만큼 매력이 있나.


“변호사로서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본능적으로 느껴요. 한국으로 돌아가면 더 이상 류 대표와 함께 할 수 없을 것을요. 여성은 표정, 어투 같은 사소한 힌트만으로 타인의 생각이나 느낌을 간파할 수 있는 천부적인 능력, 즉 육감을 지닌다고 해요. 그런 제 육감이 말하네요. 류 대표를 잡으라고.”


류지호는 신효정의 헛된 생각을 바로잡아줘야 할 필요를 강렬하게 느꼈다.


“저와 신 변호사님과는 나이차이가 많이 납니다. 무려 12살이라는. 저는 연상연하 커플에 대해 개방적인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지만....”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죠?”

“그러니까... 음... 난 그쪽이 여자로 안 보여요.”

“당연합니다. 나도 류 대표가 남자로 안 보입니다. 내 타입이 아닙니다. 이상한 생각 하지 말고, 본래의 대화로 돌아가죠.”


휘이잉.

찬바람이 레오나의 놀이터를 훑고 지나갔다.

한동안 두 사람은 말이 없었다.

신효정이 그네에서 엉덩이를 떼고, 류지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동자가 맑게 빛나고 있다.

내려다보는 시선이 아니다.


“정식으로 요청할게요. 제 사무실의 첫 번째 고객이 되어주세요.”


류지호가 몸을 일으켰다.


“오늘 따라 저를 들었다 놨다 하시네.”

“전 최선을 다해 진실하게 대했다고 생각해요.”


류지호가 손을 내밀었다.

신효정이 마주 손을 잡았다.


“캘리에요.”

“예?”

“캘리 신. 제 미국이름이에요.”

“아, 네.....”


신효정의 양 볼이 살짝 달아오르는 것처럼 보이는 건 착각일까.

류지호는 활기차게 말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예. 최상의 서비스를 제공하겠어요.”


❉ ❉ ❉


류지호의 허락을 득한 신효정이 곧바로 캐서린과 마주했다.


“독립을 할 생각입니다. 한국으로 돌아가면 새로운 파트너 변호사를 영입하려고 합니다.”

“내가 어떻게 해주길 바라나요?”

“저도 지호처럼 사업계획서를 준비해야 합니까?”

“로펌을 운영할 자신은 있어요?”

“제가 여성이기 때문에 못 미덥습니까?”

“난 어떤 성별, 인종도 차별하지 않아요. 심지어 외계인도 대화가 통하면 나와 같은 종족이지요.”

“더 전문적인 분야에서 일하고 싶을 뿐입니다.”

“난 미스 신이 이쪽으로 오고 싶어 하는 줄 알았는데.”

“처음에는 그런 마음도 없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 제가 할 일이 많아질 것 같습니다.”


캐서린은 계속해보라는 듯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지호는 제가 생각한 것보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그를 계속해 돕고 싶습니다.

“자신만만하군요.“

“솔직히 말씀드려 대니얼 회장님이 투자를 자처하시는 순간 더 이상의 고민은 의미가 없어졌습니다.”

“우리 아빠는 결코 친절하고 자상한 사람이 아닌데, 저렇게 호의적이라도 쓸모없다고 판단하면 거들떠도 안 볼걸요.”

“그에게는 비전이 있습니다.”

“미스 신이 지호를 나보다 더 높이 평가하고 있군요.“

“그의 전망은 매우 밝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지호가 많은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는 건 즐거운 일이에요.

“......”

“좋아요. 정리해 볼까요?”

“저는 기업법무 일반과 분쟁해결 전문입니다. 금융, 형사, 행정, 민사, 부동산 등의 전문가를 영입할 계획입니다. 엔터테인먼트, 방송통신분야의 전문가도 준비할 예정입니다.”

“지호가 뭘 하려고 하는 지 알아차렸나 보군요.”

“제게 할리우드의 여러 법률 시스템에 대해 자주 문의를 해오니까요.”

“내 로펌과 파트너가 되고 싶어요?”

“캐서린의 로펌과 업무 제휴를 원합니다. 그리고 그걸 공인 받고 싶습니다.”

“지호 등에 올라타고 싶은 건가요?”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복수하고 싶은 사람 있습니까?”

“단언하건데 없습니다.”

“그럼 순수한 야망이군요.”

“이미 한국의 대형 로펌들은 기존 기득권과 끈끈하게 네트워크를 맺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그들 시야 밖에 존재하는 전도유망한 기업이나 인물과 함께 성장해야 합니다.”

“좋아요. 나와 지호에게 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허락하겠어요.”


캐서린은 선선히 허락했다.

신효정이 능력이 없었다면 애초에 함께하지도 않았다.

캐서린의 얼굴에 지어졌던 미소가 사라졌다.


“내가 충고 하나 할까요?”

“경청하겠습니다.“

“매사 철두철미 하려고 애쓰지 마세요. 빈틈이 없어 보이려고 애쓸 필요는 없어요. 변호사는 서비스업이에요. 고객에게 호감을 줘야 일이 들어옵니다. 실적이 좋다고 해서 고객이 제 발로 찾아오지 않습니다.”

“......!”

“그 동안 미스 신의 경력을 확인하고 일처리를 지켜봤어요. 지호가 폭력사건에 얽혀 고난을 겪은 것에 대해 보고가 늦었던 것 같은 일은... 다음부터 관용이 없을 거예요. 지호를 위해서라고 변명할건가요?”

“아닙니다. 제 실수를 인정합니다.”

“좋아요. 나와 파트너가 된다면 비밀이 없어야 해요. 난 파커와 다르답니다. 언제든 나를 찌를 가능성이라도 보이는 칼이 주변에 있다면 부러뜨려 용광로에 넣어버려요. 잊지 마세요. 내 마음은 파커처럼 넓지만 피는 그레이엄에게서 왔다는 걸.”


캐서린 역시 그레이엄 가문의 철혈을 교육받은 인물이다.

신효정은 류지호로 인해 풀어졌던 긴장을 다시 한 번 바짝 조여야 했다.


“그리고 한 가지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

“지호에 관한 겁니다.”


고개를 끄덕여 말해보라는 시늉을 해보였다.


“알고 있다시피 고언 형제의 영화와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들의 영화로는 돈을 벌 수 없을 텐데....“

“지호 말에 의하면 그들의 미래를 사고 싶답니다.”

“미래를 사고 싶다?”

“그 속내를 제게 다 말해주지 않았습니다만, 그들 형제의 영화를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빅팬이라는 건가요?”

“팬이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진지했습니다.”

“종잡을 수 없군요. 지호는....”


캐서린은 차가웠던 표정을 풀고,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들겼다.


“G&P에서는 영화투자를 접었는데....”

“성년이 되기 전에 준비해 둘 필요가 있을 것 같습니다. 영화투자가 일회성으로 끝날 것 같지 않습니다.”

“개인투자입니까? 아니면 주식회사를 생각하고 있다던가요?”

“지호는 항상 신중합니다.”

“어떤 부분에서는 십대의 껍질을 쓴 노인처럼 보이기도 하지요.”


신효정의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다.


“왜 하필 영화지? 흥행사업은 예측이 불가능한 투자인데....”


캐서린은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제임스와 캐서린은 아직 류지호가 그리는 미래에 대해 알지 못했다.

류지호가 유일하게 속내를 내비친 사람은 윌리엄이 유일했다.

두 여인은 작당모의를 하는 것처럼 한참을 쑥덕거렸다.

가족이 뭔가를 비밀스럽게 모의한다면 대부분 선물을 준비할 때다.

두 사람이 류지호를 위해서 선물을 준비하는 것인지 시험을 준비하는 것인지.

아직은 알 수 없다.


작가의말

즐겁고 행복한 한 주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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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W.a.W Pictures. (3) +4 22.02.16 8,328 183 23쪽
83 W.a.W Pictures. (2) +2 22.02.15 8,395 167 20쪽
82 W.a.W Pictures. (1) +4 22.02.14 8,584 184 17쪽
81 자네는 주식투자를 뭐라 생각해? +8 22.02.12 8,469 191 17쪽
80 천불생무록지인 지부장무명지초.... (3) +3 22.02.11 8,416 179 19쪽
79 천불생무록지인 지부장무명지초.... (2) +6 22.02.10 8,623 177 23쪽
78 천불생무록지인 지부장무명지초.... (1) +7 22.02.09 8,882 167 25쪽
77 믿고 의지할 수 있는 건 가족뿐. +9 22.02.08 8,769 187 21쪽
» 미래를 사고 싶어요. (2) +5 22.02.07 8,871 188 21쪽
75 미래를 사고 싶어요. (1) +5 22.02.05 9,169 181 26쪽
74 우물을 벗어난 개구리. (3) +6 22.02.04 9,110 200 29쪽
73 우물을 벗어난 개구리. (2) +9 22.02.03 9,279 194 27쪽
72 우물을 벗어난 개구리. (1) +2 22.02.03 9,329 184 22쪽
71 10억 달러만 주세요! +11 22.02.02 9,496 205 25쪽
70 뉴욕 사교계 데뷔? +5 22.02.02 9,320 187 25쪽
69 상류사회의 일상이란. (3) +8 22.01.29 9,440 211 20쪽
68 상류사회의 일상이란. (2) +4 22.01.28 9,314 210 17쪽
67 상류사회의 일상이란. (1) +6 22.01.27 9,814 204 19쪽
66 충성을 다 하겠슴다! (4) +6 22.01.26 9,469 205 1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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