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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뤼포
작품등록일 :
2021.12.19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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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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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쪽

W.a.W Pictures. (1)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상호, 단체, 사건 등은 작가의 상상력으로 재구성되고 창조된 허구입니다.




DUMMY

“어머나 이걸 어떻게... 어머나!”


심영숙은 통장을 보며 ‘어머나‘만 연신 되풀이했다.

매일매일 높아만 가는 주가를 보며 알고는 있었지만, 막상 통장 두 개에 찍힌 5억과 6억이라는 숫자에 가족들은 모두 할 말을 잃었다.

류민상은 담배와 술이 간절했다.

집안 내에서의 흡연금지를 요구한 아내의 눈치를 보며 한숨만 쉬었다.


호호호.


얼마 되지 않은 돈으로 살림을 꾸려오던 심영숙은 더 이상 좋을 수 없다는 듯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폈다.


오예에에에.


류아라는 아무것도 모르면서도 어머니의 웃음에 좋다고 거실을 뛰어다녔다.

류순호는 통장에 찍힌 0을 몇 번 세어보고는 숫자가 별로 와 닿지 않는지 금세 관심을 끊어버렸다.

가족들의 제각각인 모습을 흐뭇하게 보고 있던 류지호가 아버지에게 다가갔다.


“아버지?”

“응?”

“앞으로 더 돈을 벌고 싶으신가요?”

“무슨 말이냐?”

“주식투자에 대해 말씀 드리는 거예요.”

“...흠.”


류민상과 심영숙은 어리둥절했다.

사실 부부는 이 정도의 대박이면 충분하다 못해 분에 넘친다고 생각했다.

자식들 몫으로 아파트를 사둘 수 있다면 그것보다 좋은 일이 없다.

그게 아니라면 은행에 정기예금 해두어도 된다.

은행이자가 현재 대략 11% 안팎이다.

매년 이자만 받아도 자식들이 장성했을 때 분가 밑천을 넉넉하게 챙겨 줄 수 있다.


“제임스와 통화했어요. 몇 개의 장기투자 할 곳을 알려주더라고요.”


물론 거짓말이다.

민병길 원장이 추천한 종목 중에 대광산업.

그리고 미래를 살아봐서 알고 있는 오성전자와 한국이동통신.

역사대로 흘러간다면 이번 대박은 아무것도 아닐 정도의 돈벼락을 맞을 수 있다.

특히 올 하반기 상장이 예고되고 있는 한국이동통신은 선경그룹에 넘어가며 IMF 직후 수백만 원까지 치솟는다.


“허허.”


류민상은 류지호의 말을 들으며 어이없는 헛웃음을 흘렸다.


“아들, 이번에는 어쩌다가 요행 아니겠니?”

“요행일수도 있고, 전문가들의 예측이 적중한 것일수도 있고요.”

“이 엄마는 주식이 좀 꺼려져.”


류지호가 예상했던 대답이다.


“그럼 땅은 어떠세요?”

“땅?”


심영숙은 땅이라는 말에 솔깃했는지 류지호의 손을 잡고 거실에 주저앉혔다.


“서서 그러지 말고, 일단 앉아서 얘기해봐.”


온 식구가 류지호를 중심으로 자리를 잡았다.


“뉴스 보니까 분당은 부동산 투기로 장난이 아니라던데...”

“알짜배기 땅들은 이미 끝났어요. 아마 지금쯤이면 서울사람이나 기업에서 웬만한 땅을 다 선점했을 걸요.”

“아무래도 그렇겠지?”

“만약 땅을 산다면 일산 쪽이 좋을 것 같아요. 고양시에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국제전시장이 생길거래요.”

“어머, 그래?”

“아버지는 바쁘시니까 어머니가 저랑 같이 알아봐요.”


심영숙이 류지호의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네 통장에 들어있는 돈은 어쩔 거니?”

“그건 따로 쓸데가 있어요. 두 분이 양해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아냐아냐.”


심영숙이 격하게 손을 저었다.


“엄마가 그 돈이 탐이 나서 그런 게 아니라.... 사업하는 데 필요하면 땅을 살 것이 아니라 아빠 통장의 돈도 가져다 써. 이제 엄마는 두 발 뻗고 잘 수 있을 거 같아. 난 어디 절이나 성당에라도 나가야 하나 고민이 많았단다.”

“그 돈으로 땅이나 건물을 사도록 해요. 그래야 저도 맘 편히 사업 할 것 같아요. 땅과 건물은 어디 가는 게 아니니까요.”

“그래. 주식은 잘못하면 휴지가 되지만 땅은 언젠가는 오르잖니.”


전문가라 하더라고 잘못하면 패가망신까지 할 수 있는 도박성이 짙은 투자가 주식이긴 했다.

그렇다고 그 도박판을 포기할 수도 없다.

류지호는 오성전자, 대광산업 종목에는 얼마를 투자할 생각이다.

나머지 돈은 영화와 관련된 사업에 시드머니로 쓸 계획이고.

영화 역시 도박성이 다분한 투자다.

하지만 이미 박스오피스 순위권 영화를 대부분 기억하고 있는 류지호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그 날 이후로 류지호는 어머니와 틈틈이 신도시가 들어설 일산 일대를 돌아다녔다.

인터넷이 없던 시절이니 직접 발품을 팔아야 했다.

결과적으로 류지호는 땅을 살 수 없었다.

종합운동장과 종합전시장(KINTEX)이 들어설 땅 일대가 모두 국토교통부 소유의 국유지였고, 그 외의 땅들도 매물로 나온 것이 거의 없었다.

부동산에 물어보니 웬만한 땅은 모두 외지인들이 임자라고 했다.


‘정확한 시기를 알지 못하면 뒷북을 칠 수밖에 없네....’


류지호는 신도시 부동산 투자에서 깨끗하게 손을 뗐다.

대신 인천의 구월동 일대의 땅을 사들였다.

자금이 되는 대로 사들이려고 했다.

은행대출까지 받았다.

구월동 역시 매물이 한정적이었다.

부동산 고수들이 많은 것인지, 류지호처럼 과거로 돌아온 사람이 있는 것인지.

기대했던 만큼의 땅을 매입할 수 없었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이다.

신도시 개발계획이나 부동산 관련 정보들은 공무원과 끈이 닿아있는 힘 좀 있고 돈 좀 만지는 사람들은 쉽게 정보를 얻던 시절이다.

일반인이 알 정도면 이미 모든 작업이 끝났단 의미가 된다.


“아빠, 우리 아파트로 이사 가면 안 돼?”


류아라가 눈동자를 초롱초롱 빛내며 부모님을 졸랐다.

두 동생들도 알게 되었다.

자신들이 부자가 되었다는 걸.

그렇다면 불편한 주택보다 세련되고 멋진 아파트에서 살아도 되지 않을까.

두 동생들이 기대어린 표정을 지으며 부모님을 압박했다.

부모님은 자식들의 뜨거운 열망을 외면하지 못했다.

아파트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구월동 땅을 사고 남은 돈으로 연수동 택지개발지구에 30평대 아파트를 구매하기로 했다.

그것을 마지막으로 부동산 공략은 그만두기로 온가족이 의견을 모았다.


띵동!


문을 열어주기 위해 밖으로 나갔던 류순호가 매튜와 래리를 데리고 들어왔다.


“파티다!”


매튜가 양손에 들고 있는 비닐봉지를 들어 보이며 외쳤다.


“......?”


류지호의 가족들은 느닷없이 쳐들어와 파티를 선언하는 매튜를 멀뚱히 쳐다볼 뿐,

류아라만이 열렬한 환영인사를 했다.


“와아~ 바야바 삼촌이다!”


매튜의 치렁치렁한 헤어스타일, 가슴이며 팔뚝에 털이 복슬복슬한 것이 어린이들의 우상 ‘내 친구 바야바’를 연상시킨 모양이다.

매튜가 류아라의 뜨거운 기대에 부흥했다.


“어흥!”


까르르르.


류아라가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매튜는 더욱 열정적으로 바야바를 흉내 내며 류아라를 즐겁게 했다.

아직은 밤공기가 쌀쌀한 4월이었지만, 일행은 마당 평상에서 삼겹살을 구웠다.


“민상, 축하해요. 이제 부자가 되었네요.”


매튜의 말을 래리가 통역을 해줬다.


“부자라....”


류민상은 혼잣말로 중얼거리며 소주잔을 기울였다.


“왜 손을 뗀 거지요?”


매튜가 한창 땅을 알아다보다 멈춘 것에 대해 물었다.

류지호가 아버지 대신 영어로 대답했다.


“5명 식구가 넉넉하게 살 수 있는 집. 생활비에 허덕이지 않고 살 수 있는 정도로 안정감을 가지고 사실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하실 분들이에요.... 우리 부모님은.”

“내가 한국에서 만난 사람들은 자식을 통해 부자가 되고 싶어 안달이던데?”

“그런 사람들도 없지 않겠지만 많은 서민 가정은 부모님들이 큰 욕심 안 부려요. 오로지 자식들을 위해 인생을 바쳐요. 자식 덕을 보려는 부모는 별로 없을 걸요. 돈 보다 가족이죠.”

“너희만 특이한 거 아닐까?”

“나는 우리 가족이 큰돈에 휘둘리지 않고,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돈에 휘둘린다고?”

“갑자기 많은 돈을 수중에 갖게 되면 사람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잖아요.”


류지호 본인도 큰돈에 휘둘리지 않을 거라 장담하지 못하는데 부모님은 오죽하랴.


“민상은 야망이 없어? 아직 젊잖아?”

“야망이라... 장작을 하얗게 불태울 수 있지. 재만 남을 뿐이야. 난 내 아들이 허무하게 재만 남기는 인생이 아니라 다른 장작을 태울 수 있는 불씨를 남겼으면 좋겠어.”

“불씨를 남긴다고? 어떻게?”

“그거야 내 똑똑한 아들이 고민해야지.”

“민상은 좋은 아빠야?”

“나쁜 부모는 아니라고 자부하네.”

“그러고 보면 지호도 이 집안에서는 별종이었어.”


래리는 매튜의 말을 통역하지 않았다.

류지호만이 피식 웃고 말았다.


“지호야, 혼자 잘 먹고 잘 살겠다고 마음먹었다면 그 생각은 버리자꾸나.”

“예. 아버지.”

“열심히 살면서도 보상 받지 못하고 어렵게 사는 이웃이 얼마나 많은지 알지? 더불어 같이 잘 사는 방법을 함께 찾아보자꾸나.”

“예.”


류지호는 아버지의 말을 선선히 받아들였다.

적당한 욕심은 인간을 부지런하게 만든다.

하지만 탐욕은 인간을 괴물로 만든다.

그런 사실을 어렴풋이 깨달아가는 류지호다.

살아가면서 모든 일에 쉽게 만족하지 않겠지만, 탐욕 때문에 스스로를 망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 항상 경계하리라 다짐했다.

매튜는 래리의 통역으로 류민상, 류지호 부자의 대화를 들었다.

그의 입장에서는 이들 부자의 대화가 고리타분하게 느껴졌다.

다만 아버지를 받들어 공경하는 아들이나, 아들을 높이어 귀하게 여기는 아버지나.

매튜에게는 부러운 부자관계가 아닐 수 없다.

이날 가볍게 시작한 술판은 밤늦게 까지 이어졌다.

류지호와 매튜는 주거니 받거니 진탕 술을 마셨다.


✻ ✻ ✻


다음 날 아침

류지호는 7시가 넘어서 겨우 눈을 떴다.

얼마나 마셨는지 눈을 떴어도 한 동안 정신이 멍했다.

지난 밤 너무 마셨다.

분위기에 휩쓸려 폭음을 하고 말았다.

숙취로 깨질 듯 한 머리를 꾹꾹 누르며 류지호가 방을 빠져나갔다.

거실에서 매튜가 세상모르고 잠을 자고 있었다.

래리는 어디로 갔는지 보이질 않았다.

냉장고에서 시원한 물을 꺼내 단숨에 들이켜자 류지호의 정신이 조금 돌아왔다.

수봉공원에 올라가 가볍게 몸을 풀고 집으로 돌아 온 류지호는 어머니가 끓여준 콩나물국으로 속을 풀고 집을 나섰다.

늦은 출근길에 배다리 태산증권에 들러 한국이동통신 상장에 대한 정보를 얻었다.

정확한 기업공개 일정은 나와 있지 않았다.

올해 안이라는 말만 들었다.

태산증권 직원은 공모가격을 2만~3만 원 사이로 예상했다.

과거로 돌아오기 전의 선경텔레콤은 밀레니엄 황제주였다.

류지호는 한때 400만 원 이상까지 주가가 치솟았던 것으로 기억했다.

최고가를 찍고 즉시 액면분할로 주가를 낮췄던 것으로 기억했는데, 이번에도 그렇게 될 지는 두고 볼 일이다.


‘몇 주나 확보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내년까지 딱 1만주만 사서 존버하지 뭐.’


배당도 안 해주는 회사 주식을 10년씩 보유하기는 쉽지 않다.

류지호는 그런 인내를 발휘할 수가 있다.

일종의 보험 같은 거니까.

혹시나 지금 하고 있는 사업이 망하기라도 하면 재기 자금으로 쓰면 된다.


‘직원들에게 삐삐도 하나 씩 줘야 하는데....“


류지호는 생각난 김에 무선호출기를 판매하는 매장으로 들어갔다.

일명 ‘삐삐’라고 불린 무선호출기는 출시한지 몇 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20만 원대에 판매되고 있었다.

아직은 일부 사람들에게만 사용되고 있는 사치품이었다.

서울로 향하다가 주안에 내렸다.

경험이 많은 박상우가 운영을 잘하고 있어 특별히 신경 쓸 것이 없었다.

주안 스튜디오를 나와 예전에 장문식과 마주했던 다방으로 향했다.

밀크커피를 주문해 마시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장문식이 모습을 드러냈다.


“쌍화차 한 잔.”


장문식이 주문을 하고, 류지호를 가만히 노려봤다.


“왜 요?”

“왜요는 왜놈 이불이고 자식아. 바쁜 사람을 오라가라마라야. 자꾸 까불면 혼난다.”

“제가 찾아간다고 하니까 굳이 주안으로 온다고 한 사람이 누군데요?”


류지호의 반격에 장문식은 입을 다물었다.

여종업원이 쌍화차를 놓고 가자, 류지호가 입을 열었다.


“사람 좀 찾아주세요.”

“이 썅! 내가 시다바리냐?”

“싫으면 말고요.”


류지호는 아쉬울 것이 없다.

장문식이 거절하면 신효정에게 부탁하면 되니까.

다만 그쪽이 효율이 떨어지고 시간이 오래 걸려 장문식에게 부탁하는 것이다.


“얼마 줄 건데?”


류지호는 손가락을 두 개 펴보였다.


“200?”


류지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읊어봐라.”

“이름은 오동석. 나이는 저와 열 살 정도 차이 나니까. 지금 스물아홉이나 서른 쯤 될 거에요. 키는 170 정도로 좀 작고, 대머리였나? 암튼 이마가 넓고 착하게 생겼어요.”


류지호가 찾고자 하는 오동석은 류지호와 비슷한 처지에 놓였던 삼류인생이었다.

그가 처음부터 삼류였던 건 아니었다.

한때는 영화수입배급업자로 제법 잘 나가던 시절도 있었다.

몇 편의 영화를 수입했다가 말아먹고 길거리로 나앉는 신세로 전락한 후, 재기를 위해 몸부림쳤지만.

류지호가 죽기 전까지 재기하지 못했다.


“무슨 일 하는지는 알고?”

“아마 영화사나 극장에서 일하고 있지 않을까 해요.”

“극장이랑 영화사가 한 두 군데냐?”

“그러니까 부장님한테 의뢰하는 거죠. 서울에서 김서방 찾기 아무나 할 수 있나요?”

“그 사람은 찾아서 어떻게 하려고? 손봐줄 놈이냐? 야산에 묻어버리게?”

“묻긴 뭘 묻어요. 같이 일하려고 찾고 있어요.”

“200에 사람 하나 찾는 거라....”


장문식이 쌍화차를 마시며 머릿속으로 계산기를 두드렸다.


탁.


장문식이 빈 쌍화차 잔을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정리해보자. 이름 오동석. 나이는 스물아홉에서 서른. 키는 170 전후. 현재 영화사나 극장에서 근무할 것으로 추정. 본가는 지방이고 혼자 하숙이나 자취를 할 것으로 추정. 외국어에 능통하고 순하게 생겼다. 맞지?”

“네.”

“언제까지 찾아주면 되냐?”

“신사동 스튜디오가 바빠지기 전까지요.”

“진행비는 따로 챙겨줄 거지?”

“그럴게요.“

“그리고 다음부터는 이런 건 대갈빡이랑이랑 상의해. 이 형이 가오가 있지, 너랑 다이다이 할 짬이냐?”


류지호가 고개를 끄덕여 동의했다.


“점심은요?”

“식전이다.”

“나가요. 같이 점심이나 먹어요.”

“네가 사는 거냐?“

“건달이 가오가 있지 어린 사람한테 점심 얻어먹고 싶어요?”

“니가 그냥 평범한 어린놈이냐?”


두 사람은 투덕거리며 다방을 빠져나갔다.


“야, 생각해보니까. 거시기 허네? 내가 만만해 보이냐?”

“아니요. 무지 부담스러워요.”

“근데 왜 맞먹으려 들어?‘

“맞먹는 게 아니라 편해서 그래요. 부장님하고 자꾸 만나다보니까 정이 들었나 보죠.”

“아오, 이 눔에 시끼 주둥이를... 확! 회쳐서 개밥으로 줄까보다.”

“개밥으로 줘요? 실제로 해 봤어요?”

“......?”

“그래서 경찰이 여태 증거를 못 잡았나?”


류지호와 말로는 도저히 상대가 되지 않는 장문식이다.


피식.


장문식의 입꼬리가 슬쩍 말려 올라갔다.

그와 말을 섞다 보면, 동년배 친구와 대화하는 느낌을 받는 장문식이다.

속을 긁어대기도 하지만 싫지 않았다.

싸가지 없게 굴어도 되는 녀석이 있고, 아닌 녀석이 있다.

류지호는 싸가지 없어도 될 자격이 있는 녀석이다.

자신이 인정했으니까.


✻ ✻ ✻


명동에 위치한 유림극장.

극장 계단을 오동석이 터벅터벅 올라가고 있다.

외근을 마치고 유림영화사로 돌아온 오동석을 기다리고 있던 건 직원들의 싸늘한 시선이다.

전무는 대놓고 오동석을 비난했다.


“뻔뻔한 놈.”


후우.


오동석은 답답한 마음에 절로 한숨이 나왔다.


“네가 낯짝이 그렇게 두꺼울 줄은 몰랐다. 무슨 배짱으로 회사에 들어와.“


오동석이 사무실 사람들이 모두 들을 수 있도록 목청을 높였다.


“전무님, 전 결코 회사 돈을 손대지 않았습니다.”

“증거가 있는데도 발뺌이냐? 이놈이 얼굴에 철판을 깔았네.”

“영수증도 제 것이 아니고, 전 그 돈을 구경조차 해본 적이 없습니다.”


왜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지.

누구보다 열심히 일한 자신을 이렇게 대해도 되는 건지.

억울하고 답답했다.


“그냥 순순히 자백하고, 회장님께 잘못했다고 싹싹 빌어. 그래도 손해배상은 해야겠지만.”


오동석은 피가 날 정도로 입술을 깨물었다.

그는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자신의 자리에 앉았다.

가시방석이다.

홍보실의 여직원들도 노골적으로 경멸의 시선을 던졌다.


“......!”


오동석은 책상 한편에 쌓아놓은 시나리오 한권을 끄집어냈다.

그리고 읽기 시작했다.

경찰에 출석해 사실 대로 말하면 자신의 무고가 증명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때까지 자신의 일을 묵묵히 수행하기로 했다.


“알아서 관두면 좀 좋아. 눈치가 없어 젊은 사람이....”


전무가 마치 그래주기를 바란다는 투로 중얼거렸다.

오동석은 귀를 아예 닫아버렸다.

그리고 시나리오에 빠져들었다.


작가의말

새로운 한 주가 시작되었습니다. 뜻 한 바 이루시는 즐겁고 행복한 한 주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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