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son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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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11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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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1.2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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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5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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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0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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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 20 : Optimization

DUMMY

지금은 20ㅗㅗ.01.12 어느새 목요일이 됐다.


방을 옮긴 지 3일째인데 내가 이 날 렉이라도 먹은 것처럼 버벅거려서 다음 날부터는 더 잘해 볼 심산이다.

나는 이것에 대해 생각해 봤다.

내가 버벅거린 이유는 이곳에 아직 적응이 덜 돼서 그런 것 아닐까?

말하자면 최적화가 덜 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최적화에 대해 설명하자면 뭔가 해 나가기 딱 괜찮은 상태 정도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예로 바닥을 쓸고 닦는 상황이라고 치자.

내가 바닥을 쓸고 닦으려면 일단 바닥에 물건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 쓰는 것도 닦는 것도 수월하고 깨끗하고 말끔하게 바닥을 쓸고 닦을 수 있다.

내가 자전거를 타고 운동을 한다면 각종 보호 장비를 착용하고 체인에 기름칠이 돼 있어야 안전하고 건강하게 자전거를 탈 수 있다.

내가 자동차를 타고 어딘가를 나아간다면 도로에 장애물이 없거나 적고 기름이나 전기가 가득 차 있고 타이어에는 펑크가 나 있지 않아야 수월하고 시원하게 길을 나아갈 수 있다.

내가 공장이나 어떤 현장에서 일을 한다면 그곳에 설비가 제대로 갖춰져 있고 장비가 고장 나지 않고 내부가 체계적으로 돌아가야 문제나 막힘 없이 일을 할 수 있다.

내가 게임에서 어떤 특정 괴물을 사냥하는 입장이라면 장비랑 수준이 그것을 잡기 적합한 정도로 구성돼 있어야 한다. 혹은 사람들과 함께 그것을 사냥해야 잡을 수 있다.

이건 아마 어느 상황 할 것 없이 공통으로 적용되는 부분일 것이다.

앞서 언급한 예시처럼 뭔가를 해 나가기 딱 괜찮은 상태나 정도를 최적화라고 하면 될 것 같다.

여기서 의문인 건 어떻게 해야 최적화가 되느냐 하는 부분인데 이건 사실 별 거 없다.

최적화라는 게 보면 적합한 상태라 할 수 있는데 적합한 상태는 그러기까지의 과정.

즉 노력과 수고를 필요로 한다.

가장 간단하게 예시를 들면 게임에서 어떤 특정 던전에 입장하거나 괴물을 잡거나 퀘스트를 할 때 먼저 해야 할 건 수준을 끌어올리는 거다. 물론 수준만큼 장비도 중요하다.

하지만 수준만 어느 정도 끌어올리면 설령 장비가 초보자용 목도라고 해도 무시 못할 정도의 위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장인은 연장을 탓하지 않는다

저 수준이라는 게 보면 사실 별 거 없다. 왜냐면 이 세상 그게 뭐든지 하다 보면 금세 익고 적응해서 그렇다.

나도 여기 처음 들어갔을 때 정말 적응이 안 됐지만 지금은 밤꽃 냄새 풍기는 남초 속에서 잘 버티고 지내는 중이니 말이다.

이건 말이 그렇다는 거지 실제로 밤꽃 냄새가 난다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여전히 단체 생활은 나랑 잘 안 맞는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단지 지금은 어쩔 수 없이 참고 견디고 버티면서 지낼 뿐...

이런 인내의 나날이 결국엔 결심을 맺어 내게 긍정적인 결과로 다가올 거라 굳게 믿는다.

고생 끝에는 분명 낙이 올 거다.

난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여태껏 지내본 결과 다들 멘털이 약한 지 쉽게 포기하고 그만두고는 한다.

다들 어렵다. 힘들다. 피곤하다. 하기 싫다. 타령을 하면서 지낸다.

이 세상에 어렵고 힘든 일은 없다. 그저 요령이 없을 뿐.

이것은 게임이랑 비슷하다.

결국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야 한다.

게임을 한다면 지는 것보다는 이기는 게 낫지 않나? 그러면서 즐기면 더 좋고 말이다.


......


다른 것 떠나서 어서 몸이 이곳 생활을 제대로 해 나갈 수 있게 해야겠다.

감옥 생활을 잘해서 좋을 건 없지만 일을 제대로 해야 갈굼도 덜 당하고 원활하고 무난한 생활이 가능할 테니 주의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


"이거 받아서 외워."


점심이 되기 전 방의 NPC 한 명이 내게 다가와 뭔가를 건네줬다.


......


'공책을 얻었읍니다.'


난 공책을 펼쳤다.


......


702-3 R 방 규칙, 시간표, 11번이 하는 일.


05:50 AM / 창문 열기, 물건 내리고 이불 개고 쓸닦, 뜨거운 물이 담긴 통 빼고 새로 받고 면도기 넣기. * 꼬깔, 칫솔, 휴지 2장, 토너 챙기기. * 주말에는 면도 안 함.

06:30 AM / 점검 - 관복 착용, 양말 착용하기.

07:00 AM / 식사 - 식사표 확인, 행주 빨고 탕반기에 올려두기. 1번은 큰 상 옮기고 나서 2번이 주는 식판 전달하기. 신문, 화장지, 소시지 2개 꺼내기.

08:00 AM / 점검 - 관복 착용, 양말 착용하기, 상 깔기, 쓰레기, 면도기, 뜨거운 물통 내놓기. * 주말에는 상 안 펴도 됨.

10:00 ~ 10:30 AM / 뜨거운 물통 받기.

10:50 AM / 식사 - 식사표 확인, 행주 빨고 탕반기에 올려두기. 1번은 큰 상 옮기고 나서 2번이 주는 식판 전달하기. 신문, 화장지, 소시지 2개 꺼내기.

12:00 PM / 도레미 라디오.

13:00 PM / 상 펴기.

15:30 ~ 15:50 PM / 뜨거운 물통 빼고 새로 받기.

16:00 PM / 상 접기.

16:15 ~ 16:30 PM / 쓸고 닦기 후 점검 - 관복 착용, 양말 착용하기.

16:50 PM / 식사 - 식사표 확인, 행주 빨고 탕반기에 올려두기. 1번은 큰 상 옮기고 나서 2번이 주는 식판 전달하기. 신문, 화장지, 소시지 2개 꺼내기.

19:30 PM / 일과 종료 - 쓸고 닦을 때 쓰던 걸레로 하수구 막기, 이불 내리고 물건 올리기.


주의 사항


온수 샤워 - 작은 대야, 샴푸, 폼 클렌징, 비누 세재, 섬유 유연제.

대변볼 때 오토 켜고 신문지로 창문 가리고 엉덩이 닦기.

씻을 때수건 문 옆에 걸고 속옷은 창틀에 두기.

화장실 쓸 때 물 틀기.

재판날 플라스틱 구기지 말기.

옷은 책 놓는 곳에 두기.

방 안에서 뛰어다니지 말기.

개인 용품 손대지 말기.

대답은 네, 아니오만 하기.

수요일 대청소날 창문, 창틀에 놓인 물건 다 빼고 빗자루에 물 묻혀서 방충망, 창틀 쓸고 물기 털고 걸레로 닦기, 수세미 퐁퐁 묻혀서 싱크대 한 번 닦고 물로 씻기.

방귀는 화장실 가서 뀌기.

식사할 때 음식 휘젓지 말고 많이 먹지 말고 흘려보내기.

질문은 선임에게 물어보기.

쓸고 닦는 건 방장이 정리한다고 할 때 하기.

앞서 나가지 말고 시킨 것만 하기.


......


'염병...'


......


'됐다.'


그래 뭐 그럴 수도 있는 거지.

여기 일과는 솔직히 어려울 게 없다.

출소하기 전까지 단순 노무의 무한반복...

이것이 전부나 다름없지만 항상 문제인 건 역시 사람인 것 같다.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어떤가?

의지가 되고 도움이 된다. 그런데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시끌벅적하고 갈등, 마찰이 생기기도 한다.

이런 말도 있지 않은가?

혼자 있으면 외로운데 둘 이상 되면 빡친다.


......


점심이 되자 늘 그렇듯 도레미 라디오에서 노래가 나온다.

이 시간이 되면 대부분 잠을 잔다.

지금이 잠을 자는 시간인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중요한 게 아니니 넘기도록 하고 난 책을 읽기로 했다.

이 방은 이전 방과는 다르게 책 종류가 대부분 잡지다. 물론 이전 방에도 잡지는 있었지만 여기는 거의 9할이 잡지다.

그것도 여자들 젖가슴이 나오는 잡지 말이다.

난 저런 내용의 잡지는 흥미 없어서 운동하러 간 곳에 있는 관대의 책을 몇 권 들고 왔다.

종류는 만화책도 있고 소설도 있고 수필도 있다.

난 오늘은 수필이 읽고 싶어서 이걸 펼치기로 했다.


......


별이 지다


요즘 세상 사람들도 많고 작가들도 많고 작품들도 많고 창작물들도 많고 도둑놈도 많고 사기꾼들도 많고 페미니스트도 많고 꽃뱀들도 많고 랜선 관종도 많고 오타쿠도 많고 아이돌 쫓아다니는 빠도 많고 버추얼 어쩌고도 많고 동영상 찍어 올리는 사람도 많고 연예인도 많고 정말 많은 것 같다.

여기서 문제는 저런 게 나날이 늘어나고 돌고 돈다는 점이다.

이건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하지만 대부분 목적이 금전뿐이다.

또한 영혼을 팔지 않으면 유명해지고 성공하지 못한다. 덕분에 이 세상 요지경인 것 아닐까?

저런 물이 줄어들고 어느 정도 안정이 돼야 어느 순간 숨이 트이지 않을까?

불행 중 다행스럽게도 지금 이 세상은 물이 점점 줄어드는 중이다.

물이 부족한 곳도 있지만 이것은 저것과는 다른 이야기...

이제 별이 하나, 둘씩 지기 시작한다.

저마다 어딘가로 떠난다. 혹은 돌아간다.

저마다 눈물이 흘러내린다. 점점 깊숙이 말이다.

하지만 이 또한 지나가고 필요한 순간.

다들 그동안 한도 끝도 없는 탐욕을 채우기 위해서 감사와 은혜를 망각한 채 탐욕과 물질주의에 빠져서는 자연과 남에게서 빼앗기만 하면서 지냈다.

정신없는 세상. 숨 막히는 세상. 발 디딜 곳 하나 없는 세상. 개성 없는 세상. 매력 없는 세상. 진짜 관심이 없는 세상. 제대로 된 보살핌과 사랑이 없는 세상. 그저 보이기 위해서만 행동하는 세상. 정보가 포화지경인 세상.

그런 물이 턱까지 차올라 허우적대며 지낸다.

다들 여태껏 누군가가 만들어 놓은 덫에서 함정에 빠진 채로 그렇게 놀아나며 지냈다.

그게 마치 이게 사실인 것처럼 그게 마치 다인 것처럼 말이다.

이제 이야기는 서서히 끝을 향해 나아간다.

새로운 시대와 이야기를 위해 별은 진다.

구시대라는 이름의 별이 말이다.


......


이 날 방에 있었던 NPC 한 명이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났다.

그는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알 수 없다고 하던데 내가 이 방에서 기도를 한 게 통한 모양이다.

난 내가 감옥에서 나가기 전까지 이 방 NPC들에게 좋은 소식이 들리고 금전, 먹거리가 풍족했으면 한다고 빌었다. 그래야 기분이 좋고 여유로우니 마찰도 적어질 것 같아서 그렇다.

난 한편으로는 저 NPC가 이 방에서 나가길 바랐다. 그러면 방은 넓어지고 할 일은 줄어들고 내게 좋아서 그렇다.

여기서 문제는 그래도 방 인원이 10명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래도 한 방에 인원이 많으면 역시 불편할 수밖에 없으니 머릿수는 줄이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한다.

난 저 NPC가 나가고 나서 이 방에서 1~2 정도가 추가로 나갈 거라는 예감이 문득 들었다. 왜냐면 이제 곧 6개월 차서 나갈 인원이 하나 있고 보석금 내고 나가거나 다른 이유일 텐데 이건 지켜보면 알게 될 것 같다.

저 NPC가 출소하고 나서 방은 말 그대로 축제 분위기였다.

나도 내가 출소를 한 건 아니었지만 뿌듯했다.

또한 앞서 말한 것처럼 할 일이 줄어들어서 좋았다.

이 기세를 몰아 나도 얼른 이 게임에서 풀려났으면 좋겠다.

내가 나가고 싶다고 해서 아무 때나 나갈 수는 없을 것이다.

이 게임은 로그아웃이 없으니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난 아마 금세 출소해서 자유로워질 거다.

난 이 날 가능성을 봤다.

이 게임에서 풀려날 희소식...

내게 그런 소식이 들려오길 간절히 바란다.


......


사람 지내는 곳이나 생각하는 건 어디를 가나 비슷한 걸까?

이 방에도 지난번에 지냈던 방처럼 빌런이 몇 있었다.

예로 이전 방 NPC들은 설령 그게 농담일지라도 못 나가 타령을 하며 지내던데 이 방에도 그런 부정적인 생각을 지닌 채로 지내는 부류가 몇 있다.

한 NPC는 말이 정말 많던데 오지랖도 엔간했다.

나쁜 건 아닌 것 같은데 내가 출소할 기간을 스스로 정하면서 말 그대로 설치더라.

난 이렇게 생각했다.


'염병하네...'


이건 판사가 정할 일이지 저 NPC가 정할 일이 아니다.

내 재판이 1월 말보다 더 길어질지도 모르지만 내가 만약 보석금을 내고 출소하면 그런 건 무관해진다.

내 예상으로 저런 부류는 분명 감옥에서 오래도록 지낼 것이다.

다들 재수가 없으니 여기서 이러고 지내는 건데 말까지 저렇게 하면 안 된다.

말이 씨가 되는 법...

남이 언제 출소를 하든 그건 신경 끄고 본인 앞가림이나 잘하시길 바라며 공책 쓰라고 준 건 일기 적을 때 잘 쓰도록 하겠다.


......


이 날은 이런 거 제외하고는 별일 없었다.

내일은 1월 13일 금요일.

내가 감옥에서 지낸 지 4주째 되는 날이다.

어디서 듣기로는 13일의 금요일에는 뭔가 있다고 하던데 기억은 나지 않으니 넘기도록 하고 어느새 벌써 금요일이라는 게 신기하고 감옥에서 지낸 지 한 달 정도 됐다는 게 와닿지 않고 멀게 느껴지는데 재판까지 17일 남은 게 아늑하기도 하다.

내 공판 기일이 앞당겨지기는 했지만 더 앞당겨주면 좋겠고 얼른 이 게임에서 풀려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


난 여기서 많은 경험을 했다.

지나간 순간이 그렇지만 지금 이 순간도 꿈처럼 지나갈 것이다.

내게 앞으로 무슨 소식이 들리고 뭐가 변하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지만 끝이 멀지 않았다.

어서 재판날이 다가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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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Step 39 : VR...? 24.03.11 12 0 13쪽
40 Step 38 : SunShine 24.03.10 11 0 12쪽
39 Step 37 : move on 24.03.09 9 0 11쪽
38 Step 36 : Butterfly Effect 24.03.08 10 0 13쪽
37 Step 35 : February 24.03.07 14 0 11쪽
36 Step 34 : Reset 24.03.06 15 0 13쪽
35 Step 33 : put off 24.03.05 11 0 12쪽
34 후기 24.02.23 27 0 3쪽
33 Step 32 : The Day 24.02.21 16 0 12쪽
32 Step 31 : Two Days 24.02.20 39 0 13쪽
31 Step 30 : There's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 24.02.19 34 0 10쪽
30 Step 29 : It will be fine 24.02.18 17 0 12쪽
29 Step 28 : Lunar New Year 03 24.02.17 17 0 10쪽
28 Step 27 : Lunar New Year 02 24.02.16 14 0 12쪽
27 Step 26 : Lunar New Year 01 24.02.15 17 0 11쪽
26 Step 25 : 2 + 1 24.02.14 15 0 11쪽
25 Step 24 : Start Up 24.02.13 16 0 13쪽
24 Step 23 : I don't care 24.02.12 42 0 12쪽
23 Step 22 : Hint 24.02.11 15 0 13쪽
22 Step 21 : Time & Signal 24.02.10 16 0 12쪽
» Step 20 : Optimization 24.02.09 14 0 13쪽
20 Step 19 : Whereabouts 24.02.08 16 0 17쪽
19 Step 18 : Room Number 702-03 24.02.07 47 0 12쪽
18 Step 17 : You're right 24.02.06 18 0 13쪽
17 Step 16 : Kill or Suicide or 24.02.05 15 0 18쪽
16 Step 15 : Change & Choice 24.02.04 6 0 15쪽
15 Step 14 : Change & Rise 24.02.03 6 0 17쪽
14 Step 13 : World War III 24.02.02 18 0 12쪽
13 Step 12 : EBS / EAS 24.02.01 37 0 15쪽
12 Step 11 : Walk & Work 24.01.31 1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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