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ison Ga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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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e11is
작품등록일 :
2024.01.2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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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5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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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2.10 1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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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 21 : Time & Signal

DUMMY

20ㅗㅗ.01.13 금요일이다.


이 날은 전 날에 비해서는 순조로웠다.

오전엔 여느 날과 다름없이 일어나고 나서 이불 개고 쓸고 닦기를 했다.

오전엔 식사로 이것저것 나와서 먹었는데 맛있었다.

난 설거지를 하고 점검 후 남은 일과를 보내느라 운동하러 못 갔다. 대신 밀린 일기를 적었다.

난 점심에 설거지를 제대로 안 해서 제대로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저녁에는 잘해 냈다.

이제는 설거지 스킬이 깨나 높아져서 예전에 비해서는 더 빠르고 손쉬워지기는 했지만 아직 멀었나 보다.

난 사실 이미 통 상태가 괜찮지 않다는 걸 알고 있었고 휴지로 닦기도 했는데 크게 의미는 없었다.

만약 이전 방이었다면 월척이다 하면서 또 딱밤 때리고 다시 해 오라고 하면서 NPC들이 수작을 부렸을 텐데 이 방은 다음부터 제대로 하라는 걸로 끝나서 의욕이 났다.

내가 과거 일 다닐 때 잔소리 하는 곳이 꼭 있었다.

그건 일을 잘하라고 그런 거였겠지만 거부감이 들었다. 그럴수록 오히려 일 하기 싫고 의욕이 나지 않았다.

난 원래 그게 누구라도 처음에는 어설프고 능숙하지 않은데 한 달도 근무 안 한 노동자에게 전문가 수준의 솜씨를 바라니 어이가 없었다.

사람은 저마다 능숙하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어리숙한 면이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1부터 10까지 능숙하고 빈틈없이 완벽한 걸 바라니 숨 막힐 뿐이다.

동양인들이 유독 이런 특성이 짙은데 오지랖도 넓고 사소한 것마저도 일일이 다 가르치려고 하고 정해진 답만 고수해서 답답하다.

예로 4라는 답이 나오기까지 다양한 식을 만들 수 있는데 기본적으로 2+2라면 오로지 그게 옳고 전부라고 하는 것처럼 말이다.

누가 모르는 걸 알려주는 건 잘못된 일이 아니지만 상대가 그걸 물어보거나 알려주라고 한 게 아닌 이상은 지켜보는 게 예의라고 생각한다.

내용으로 돌아가서 감옥 생활을 하다 보니 굳이 잘할 필요는 없고 앞서 나갈 필요 없고 의욕이 과하면 안 좋다는 걸 깨닫게 됐다.

또한 한국 같은 나라에서는 눈에 띄고 개성이 있고 매력이 넘쳐도 안 좋다.

이 나라에서는 다들 하는 대로 하고 가고 겪고 먹고 자고 하면서 지내지 않으면 이상한 취급, 사회 부적응자, 이기적인 인간, 눈치 없는 녀석이 돼서 공격당하고 왕따 당한다.

난 이런 현실을 알고 있었지만 체감 됐고 정도를 벗어나면 내가 봐도 왜 저러나 싶지만 이건 그것과는 별개의 일이다.

난 최대한 조용히 지내야겠다는 기분이 들었다. 마치 유령처럼 말이다. 물론 그게 쉽지는 않을 것이다.

내가 일부로 그러는 건 아니지만 난 평소 개성 있다는 말을 자주 들었다.

난 관심종자가 아니라서 남의 시선에 띄고 싶은 생각은 없지만 흔하게 하고 지내는 것처럼 할 생각도 없고 납득이 가는 선에서 참고만 하며 내 갈 길 묵묵히 걸어 나간다.

이게 아마 누군가에게는 이상하고 이해가 되지 않을지도 모른다.

저들은 종종 남들이 싫어할 짓은 하지 말라고 한다. 그런데 앞서 말한 것처럼 난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한다.

나는 남 눈치는 거의 안 본다. 그런데 남을 무시하거나 깔보지도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지도 않는다.

난 머리카락도 짧게 자르고 최대한 맞춰 지내려고 했는데 무의미했고 갈굼, 왕따 당하며 개고생만 했다.

내가 머리카락을 괜히 짧게 자른 것 같기도 한데 어차피 이곳에서 생활하려면 단정하고 단조롭게 지내는 게 상책이라서 이건 어쩔 수 없고 필요한 일이다.

머리카락을 짧게 자르니 씻거나 활동할 때 편하고 수월해지기는 했다. 그런데 마음이 편하지는 않다. 홀가분하지도 않다.

내가 두고 온 많은 활동과 이곳에서 보내는 시간으로 생긴 근심 같기도 하다.

이런 근심을 담고 있어 봤자 달라질 건 없지만 출소하고 나서 못다한 활동을 다시 자유롭게 이어 나가고 싶은 심정은 변함없다.

내게 저런 순간이 머지않아 다가올 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뭔가 막연하고 아늑하게 그려지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요즘 살이 찌고 식사도 굶지 않고 잘 챙겨 먹는 중인데 이런 순간이 달갑지는 않다.

난 이왕 살이 찌고 잘 챙겨 먹는다면 감옥 말고 원래 지냈던 집에서 그랬으면 하는 바람이다.

난 자유롭고 싶다. 그걸로 충분하다.

감옥에서는 식사나 간식도 내 마음대로 하고 지낼 수 없다.

이건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난 저런 활동을 집에서는 자유롭게 해 나갔는데 여기에서는 그런 게 불가능하니 차라리 홀로 계속 적적하게 지내도 집에서 자유롭게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는 게 낫겠다.

내게는 이런 게 가장 잘 어울리고 이상적인 일상이라서 그렇다.

난 이곳에서 다양한 경험을 했고 이제는 익었지만 나답지 않다는 점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니 난 나답게 돌아가야겠다.

단체, 감옥을 벗어나 다시 혼자서 조금이라도 상관없으니 가까이할 뭔가를 찾고 그런 부분과 함께 하는 거다.

난 머지않아 감옥에서 해방되고 다시 자유롭게 비상할 것이다.


......


점심시간 이후 이 방에서 함께 지내는 NPC 중 하나가 백신을 접종받고 왔다.

들어보니 누군가는 4차까지 접종을 맞았고 누구는 5차까지 맞았고 이걸 안 맞으면 여기에서 안 좋은 일이 생기는 모양이다.

난 저것에 대해 할 말은 많지만 그냥 지켜보기로 했다.

원래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도 있는 법이고 모든 건 그렇게 돌고 돈다.

감옥 안에서 머무는 수용자가 그런 것처럼 말이다.

난 심심해서 수필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


밤에 외출을 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산책을 하고 싶어서 그렇다.

집 안에서 지냈더니 갑갑해서 안 되겠더라. 그래서 이것저것 볼 일을 마친 뒤 외출했다.

밖에 나갔더니 밤이었다. 그래서 어두컴컴했다.

길거리 여기저기는 오전 시간대에 비해선 인적이 드물었고 간간히 어딘가로 향하는 사람들만 보일 뿐이었다.

저들은 아마 둘 중 하나일 것이다.

볼 일 보고 나서 귀가하는 길이든지 아니면 이 시간대 어딘가로 향하고 있다든지...

나는 외출한 뒤 별생각 없이 발길이 닿는 대로 걸었다. 그래서 정해둔 목적지가 없었다.

난 오로지 걷고 싶어서 스마트 폰도 가방도 안 들고나갔다.

맨손 상태로 외출을 한 것도 오래간만인 것 같다. 덕분에 다니는 것에 있어 수월했다.

내가 예전에 자주 다니던 쪽으로 향했다. 그다지 달라진 건 없더라.

단지 기존에 있었던 무언가가 다른 식으로 변해 있을 뿐이었다.

주로 건물이 말이다.

어떤 건물이 변해 있었냐면 주로 먹거리 관련된 그런 쪽이 변해 있었다.

여기서 의아했던 점은 분명 저것 관련된 것을 한 장소에서 본 것 같은데 건너편에 똑같은 게 있고 그 바로 옆 부근에 똑같은 주제로 된 가게가 또 있더라.

난 그걸 보며 이게 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저런 걸 즐겨 먹지는 않는데 요새 유독 보이는 그림이 있다. 마치 저런 모습처럼 말이다.

또한 저런 곳뿐만 아니라 다른 곳에도 뭔가 변하면 저런 식으로 돼 가는 그런 게 있다.


'이게 도대체 뭘까?'


간단하게 생각하면 저런 게 유행이니깐 자주 보이고 들리고 하는 것일 테지만 다른 식으로 보면 저런 식으로 물이 들어간 것도 맞고 또는 오염이 됐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그렇다. 이 세상은 지금 어떤 식으로 물이 들어 있다.

또는 오염이 돼 있다. 그런 채로 정체 돼 있고 점차 포화 지경에 이르러 간다.

이것에 대해 그다지 신경을 쓸 필요가 없는 게 저것은 일시적인 현상 일 뿐이라 시간이 지나면 사그라지고 다른 것으로 대체되서는 변한다.

그렇지 않나? 이 세상에 영원한 건 없고 다 잠깐 머물다가 형태가 변해서 다른 것으로 대체된다. 그러니 신경 쓸 필요 없는 것이다.

난 저런 현상을 목격한 뒤 자리를 옮겼다.

이번에는 낯선 길로 향해볼까? 하다가 처음 발길이 닿은 게 저러한 현장이었는데 이후에는 평소 다니던 길로 향했다.

난 갈 만한 곳도 없고 한밤 도중에 빛도 없는 길을 다니기도 뭐해서 골목 지고 외딴곳보다는 넓은 도로변으로 향했다. 그랬더니 차만 여기저기 많이 보이더라.

어두운 밤거리... 신호등... 아스팔트 도로... 횡단보도... 차가운 밤공기... 적은 인파... 수많은 차량들...

나는 뒤도 안 돌아보고 일직선으로 쭉 나아갔다. 그러고 나서 먹자골목으로 방향을 틀었다.

야심한 밤에 식당들이 보이니깐 출출해서 간단히 한 잔 때리기 위해서가 아닌 집으로 향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그 시점에 들어서자 갑자기 인파가 북적이더라.

저 들은 아마 일단 금전이 많고 건강하고 시간적으로 여유로우니 주말도 아닌 평일 밤에 저러고 지내는 것 아닐까?

좋게 이야기하면 태평한 거고 안 좋게 이야기하면 배들이 불렀다.

이것은 야식 배달을 시켜 먹는 부류와 한 밤 도중 무언가를 냠냠거리는 이들도 포함된다.

저들이 그러든지 말든지 빨리 죽고 싶어서 저러는 것인가 보다 하고 넘기면 될 사항이니 넘기고 저곳을 지나고 나서 이제 집으로 향할까 싶었지만 전날 운동을 못했으니 조금만 더 다니기로 했다.

나는 어차피 백수라서 할 만한 일도 없고 다음 날에도 넉넉하니깐 말이다.

난 그렇게 다른 장소로 향했는데 처음 보는 햄버거 가게가 보여서 방문해 봤다.

내가 요새는 햄버거 같은 걸 안 먹는다.

그건 금전적인 것도 있지만 건강에 안 좋아서 꺼리다 보니 자연스레 멀어지게 됐다.

원래 금전을 아끼려고 방문을 안 하고 지낸 것도 있는데 이것저것 떠나서 사회적인 요인이 겹치고 내 시간대랑 잘 안 맞아서 그것 영향이 더 컸다.

난 이게 오히려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덕분에 금전도 아끼고 건강도 챙기고 좋았다.

난 저런 과정을 마치고 집으로 향했다.


......


저녁 식사 할 때 코다리가 나왔다.

tv에서 맛집 어쩌고 하면서 코다리가 나오던데 방장이 그걸 보며 우리가 먹는 코다리는 뭐냐고 말했다.

뭐긴 뭐겠나? 그것도 코다리지...

음식 얘기를 하니깐 난 이 정도만 해도 충분한데 다른 곳에 비해 내가 지금 머무는 감옥은 식사가 부실하다고 한다.

어느 곳에는 햄버거도 나온다고 한다.

이전 방 NPC들이 내게 나중에 거기로 가라고 하던데 난 다 필요 없으니 원래 지내던 집에서 식사하고 싶다.

난 이곳에서 금세 출소하고 풀려날 것이다.

난 더는 이런 게임을 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는 사람이 지낼 곳이 못된다.


......


잠잘 시간이 됐다.

4차 접종받은 NPC가 손가락을 찧었다.

내가 봤을 땐 그건 재수가 없으니 그런 거다.

감옥에서 지내는 동안 느낀 건 희한하게 사레가 자주 들리고 손가락이 찧고 혀나 볼을 씹고 주사를 맞거나 한다는 점이다.

운동을 할 때 원을 그리며 걷거나 뛰고 점심시간에 잠자는 부류는 공통적으로 감옥 생활 오래하는 게 확정이다.

그냥 문득 그런 생각이 든다.

이 방에서 나가는 주제로 넘어가서 내가 지금 받는 재판은 심리다.

이 게임은 선고 재판 때 확실히 끝나는데 그러면 감옥에서 지내는 생활이 더 늘어나고 심리에서 바로 선고하는 일은 드물고 죄수도 많고 재판을 아직 못 받아서 감옥에서 오래 지내는 죄수도 많으니 선고, 심리, 심리 테스트건 일단 감옥에서 나가는 게 최우선 아닐까 싶다.

난 이게 바라는 대로 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전 방에서 반성문과 함께 제출했는데 이제 남은 건 시간과 신호라고 생각한다.

난 뭐가 뭔지 알 수 없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 그러면 분명 다 잘 될 것이다.

남은 건 내 하기 나름이다.

이곳에 들어선 순간부터 여태껏 내가 바랐고 지난해 소원까지 빌며 필요로 한 건 감옥에서 석방되고 나서 내 일상을 되찾는 일.

난 이게 꼭 이뤄졌으면 하고 이제 막바지에 다다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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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Step 39 : VR...? 24.03.11 12 0 13쪽
40 Step 38 : SunShine 24.03.10 11 0 12쪽
39 Step 37 : move on 24.03.09 9 0 11쪽
38 Step 36 : Butterfly Effect 24.03.08 10 0 13쪽
37 Step 35 : February 24.03.07 14 0 11쪽
36 Step 34 : Reset 24.03.06 15 0 13쪽
35 Step 33 : put off 24.03.05 11 0 12쪽
34 후기 24.02.23 27 0 3쪽
33 Step 32 : The Day 24.02.21 16 0 12쪽
32 Step 31 : Two Days 24.02.20 39 0 13쪽
31 Step 30 : There's no such thing as a free lunch 24.02.19 34 0 10쪽
30 Step 29 : It will be fine 24.02.18 17 0 12쪽
29 Step 28 : Lunar New Year 03 24.02.17 17 0 10쪽
28 Step 27 : Lunar New Year 02 24.02.16 14 0 12쪽
27 Step 26 : Lunar New Year 01 24.02.15 17 0 11쪽
26 Step 25 : 2 + 1 24.02.14 15 0 11쪽
25 Step 24 : Start Up 24.02.13 16 0 13쪽
24 Step 23 : I don't care 24.02.12 42 0 12쪽
23 Step 22 : Hint 24.02.11 15 0 13쪽
» Step 21 : Time & Signal 24.02.10 16 0 12쪽
21 Step 20 : Optimization 24.02.09 13 0 13쪽
20 Step 19 : Whereabouts 24.02.08 16 0 17쪽
19 Step 18 : Room Number 702-03 24.02.07 47 0 12쪽
18 Step 17 : You're right 24.02.06 18 0 13쪽
17 Step 16 : Kill or Suicide or 24.02.05 15 0 18쪽
16 Step 15 : Change & Choice 24.02.04 6 0 15쪽
15 Step 14 : Change & Rise 24.02.03 6 0 17쪽
14 Step 13 : World War III 24.02.02 18 0 12쪽
13 Step 12 : EBS / EAS 24.02.01 37 0 15쪽
12 Step 11 : Walk & Work 24.01.31 18 0 12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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