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가 피어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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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리온
작품등록일 :
2024.03.1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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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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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20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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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내어 다가가니

DUMMY

"전 어둠숲 수색을 진행하겠습니다."



리터 시험 내용을 고르는 질문에 니키타는 아무런 거리낌없이 답하였다.


시험관으로 앉은 공작가 고문 중 한 명이 이에 의문을 제기하였다.



"정확한 실적으로 인정될 수 있는 안건을 가져와야 한다네. 자넨 자신있는가?"



"인정할 수 밖에 없는 안건을 가져오겠다 확답 드리겠습니다."



니키타의 그 말에 그는 고개를 끄덕여보였다.


굳이 여기서 더 할 말이 존재하겠는가, 본인이 스스로 그러한 일을 가져오겠다 자부하였는데.


이제부터 니키타는 던전에 대한 수색 작업을 시작할 생각이었다.


연금재료는 어둠숲까지 들고 간 이후에 직접 연금을 진행할 생각이며 이외의 물품들은 던전에서 얻자마자 곧장 연금을 시작할 계획이었다.


그리고 조금 뒤 오후, 니키타와 에리카의 시험 내용을 정리한 공작 및 고문들의 승인이 이루어졌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이로써 공작가의 많은 이들이 모인 이 자리에서 니키타와 에리카의 리터 시험식을 개최하게 되었다.


시험식 당일날 많은 공작가 사람들이 이 저택에 모여 가벼운 스탠딩 파티를 즐기고 있었다.


다른 이들은 마치 오랜만에 만난 이들이라 웃으며 맞이하고, 각자의 근황 따위를 나누며 즐거운 대화가 이어지는 지금 니키타는 조용히 구석으로 들어가 저들을 하나하나 살피고 있었다.


레투아니르 공작가가 몰락한 이후에 살아남은 이들 중 스토리의 주요 인물이 존재할 가능성이 있다.


예를 든다면 자신을 가르치는 교관인 지그문트 레투아니르와 같은 인물을 말이다.


그렇기에 니키타는 지금 들려오는 이야기들도 경청하며 자신의 손에 쥐여진 꿀술잔을 기울였다.


리터 시험을 치르는 에리카는 어떤 시험을 선택했을까.


사실 이 곳에서 에리카가 선택했을 법한 내용은 토벌일 가능성이 높다.


이 근방에 지내는 이들 중 레투아니르 공작가에 반기를 든 이들의 우두머리 격인 단체를 토벌하는 임무일 것이다.


그 인원이 대략 70명 즈음 되어 혼자 이를 강행돌파하는 것은 어느 누구도 불가능이라 여길 일이지만 그녀라면 다를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녀는 마검사라는 어중간함을 극복해낸 유일한 존재, 그 위상은 지금조차 무시하지 못할 것이다.



"어찌, 이제 시험을 치룰 이들을 소개해줄 수 있겠나?"



레투아니르 공작가 4번 컴퍼니 사장 아르바흐 레투아니르가 묻자 공작은 그제야 헛기침으로 주변을 조용히 시켰다.



"이번 리터 시험을 치룰 레투아니르 기사 후보생은 니키타, 에리카 이 둘입니다."



보통 각 기수에서 기사 후보생이 등장하는 경우는 매우 드문 일로 심지어 두 명이나 되는 것에 한 명은 반수라니.


레투아니르 공작가는 혈통보다 순수 실력만으로 모든 것을 결정하기에 오히려 저들은 니키타가 어찌 기사의 자격을 증명할 지 관심이 모였다.



"저들이 고른 시험 내용은 어둠숲 탐색 임무로, 금일 00시 이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뭐?


이게 무슨 소리지?


어째서 그녀가 어둠숲을 고른 것이지?


에리카는 와인을 손에 쥔 채 가만히 웃으며 그녀의 가족들에게 걱정과 격려를 받고 있는 중이었다.


분명 무언가 목적이 있을 법한데 지금 어떤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너무나 여유로운 눈빛과 자연스런 미소가 15살의 아이에게서 가볍게 보일 수 있는 것이 아닐텐데.


덕분에 그녀의 의중을 전혀 파악하기 힘들었다.


적어도 자신을 따라오지 않겠지, 생각하며 니키타는 지금 자신의 공략에 있어 위험할 수 있을 요소들을 다시 머릿속으로 복기하였다.



* * *



달이 차오르는 밤, 니키타와 에리카는 개인의 무장을 챙긴 뒤 성문 밖을 나섰다.


어느 누구도 배웅하지 않는 암청빛 어둠 속에서 니키타는 가만히 자신의 숨을 토해내었다.



"니키타."



"네, 부르셨습니까."



그 둘은 어둠숲을 향해 걸었다.


아무리 가깝다 할 지라도 그 거리는 여유롭게 걸어서 1시간 정도가 걸리기에 굳이 서두를 필요가 없었다.


지금의 여유는 폭풍 전의 고요함.


결국 마주하고 부딪혀야 할 폭풍이라면 니키타는 차라리 지금 이 여유를 즐기자는 마음으로 다급하지 않게, 여유를 가지고 걸음을 옮겼다.



"너도 어둠숲으로 가는 거지?"



"네, 그렇습니다."



"혹시 나도 널 따라가도 될까?"



그 말에 니키타는 금방 대답을 내놓기 어려웠다.


그녀가, 게임 속 악역이자 제국의 마지막 검이었던 그녀가 동행하는 것이 좋을까.


게임 속 레벨적 제한을 이 세계가 표현한 방식에 대한 요소 뿐 만이 아니라 수많은 무지의 어둠이 지금 자신의 앞에 파도치고 있었다.


아무런 생각없이 이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가기 너무나 두려웠기에 최대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이 어둠을 파해쳐볼 생각이었다.


길조차 어둠 속에 가라앉은 이 순례길의 고행 속에 에리카가 동행해도 괜찮은 것인가.


이것으로 자신의 길이 얼마나 뒤틀리게 될 지 감이 오지 않았기에 함부로 대답하기 힘들었다.



"정확하게 묻고 싶어졌는데, 넌 어둠숲의 무엇 때문에 이를 선택한거야?"



이전 마을에서도 느꼈듯 그녀의 감은 날카로운 것이 분명하였다.


다른 귀족들과 같이 돌려 말하지 않고 이를 직접적으로 접근하는 모습은 귀족이나 마법사보다 기사에 가까운 모습이지만.


하지만 이를 숨길 필요가 있을까, 라는 의문과 숨겨야만 한다, 라는 의문이 섞이지 못한 채 서로 일렁일 뿐이었다.


자신을 도와줄 이가 있다면 더욱 좋은 것이 아닌가.


하지만 이로 인해 갈 길이 더욱 비틀린다면?


이러한 의문의 파도 간의 충돌 속 태어난 것은 혼돈이 아닌 고요였다.


이미 자신의 길은 뒤틀렸다.


맞다, 이미 뒤틀린 지금, 차라리 에리카의 성장도 도울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게임 속에서도 에리카는 주인공을 포함한 4명과의 전투에서 아슬아슬하게 패배할 정도의 실력을 지니고 있었다.


이를 증폭시킬 수 있다면?



"...전 지금부터 미공략 던전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에리카는 그 말에 순간 표정이 굳어버렸다.


그녀는 니키타가 최근 어둠숲의 짐승들이 자주 양지에 출몰하는 원인을 밝히기 위한 목적 뿐이었다.


허나 니키타의 이 말이 정말 사실이라면?


던전의 범람 현상이 터지기 전, 내부의 마력이 뿜어지면 짐승들이 이에 위기감을 느껴 던전으로부터 멀리 생활하려 든다.


너무나 말이 맞아 떨어진다.



"넌 그럼 그것을 어떻게 알아낸거야?"



"처음부터 확인했습니다. 다만 당시 전 공략할 준비가 되지 못하다 판단해서 마을에 들어간 것입니다."



아니다.


넌 그런 대답을 하면 안 돼.


니키타, 어째서 그 사실을 공작가에 알리지 않은 거야?


우리가 알아선 안되는 무언가가 저 안에 존재하는 거야?


에리카는 이러한 의문에도 니키타가 답하지 않을 것이기에 조용히 속에 묻어두었다.



* * *



니키타는 자신의 거처에 들러 만들어둔 염장 비계와 육포, 꿀과 매쉬드 포테이토 가루 몇 봉지 챙겨든 뒤 던전의 마력을 수색해 나갔다.


에리카에게 어둠숲에서 걷는 법을 차근차근 알려주며 이질적인 마력이 짙은 방향으로 어둠 속을 항해하였고, 금방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문은 존재해서는 안되는 문이다.


이를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지만, 어느 누구도 이를 본다면 그리 말할 것이다.


죽음을 마주하기 위해 들어가는 문이란 이런 문이 아닐까, 그려서도 안되고 언급해서도 안될 저 너머의 무언가와도 같았다.


손을 가져다 올려도 될까.


의문은 망설임을, 망설임은 포기로 이어진다.



"가야만 하니까."



스스로에게 되뇌이며 니키타는 문을 힘차게 열었다.


쩍, 하고 늘러붙은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고깃덩이와 같은 문을 열어 통로를 따라 밑으로 내려갔다.


니키타는 걸어가며 통로를 하나하나 살피며 연금에 필요한 물품들을 채집하며 공략 직전에 연금할 생각으로 이를 보관하였다.


에리카는 지금 상당히 긴장한 채 니키타의 뒤를 따랐다.


처음 들어온 던전인 만큼 불안감과 두려움과 고양감에 칼을 쥔 손에 힘이 절로 들어갔다.


한없이 자신을 추락시키는 듯한 깊은 통로를 지나 그 끝에 도달하자 그 둘은 서로 멈추었다.


니키타는 보았다.


모든 변화의 시작점이자 모든 사건의 시작점을.


에리카는 보았다.


모든 부정의 집합체이자 세상을 모독하는 도시를.


동굴의 모든 벽면에는 건물들이, 심지어 질서란 존재하지 않는 듯 마구잡이로 나열된 이 건물들과 그 주변을 배회하는 부정한 이들이 있는 도시가 있었다.


모든 이들이 추악한 노래를 부르고 불경한 석상에 절을 올리는 신들이 존재해선 안될 도시가 있었다.



"거울 던전..."



니키타는 이내 가방을 내려놓고 모든 재료들을 꺼내기 시작하였다.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


숨을 고르며 니키타는 준비를 시작하였다.


작가의말

오타 지적은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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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비로소 여우는 인정을 받고 24.09.10 18 0 12쪽
31 여우는 자신의 송곳니를 찾게 된다. 24.09.09 19 0 11쪽
30 여우는 그제야 작은 숨을 토해낸다 24.09.06 21 0 11쪽
29 선택받은 땅을 향하여 24.09.02 25 0 12쪽
28 우린 나아가리라 24.08.05 24 0 12쪽
27 석탄을 전부 넣어라 24.07.24 27 0 13쪽
26 출항을 알리노라 24.05.24 28 0 12쪽
25 결국 승선하고 만다 24.05.12 27 0 10쪽
24 그렇게 떠밀려진 그는 24.05.05 28 0 12쪽
23 선택지는 없다고 24.05.04 27 0 9쪽
22 모두가 말한다 24.04.27 27 0 10쪽
21 승선을 해야 하냐고 24.04.17 27 0 9쪽
20 소년은 물었다 24.04.16 32 1 10쪽
19 작은 선물을 안겨준다 24.04.15 32 0 11쪽
18 그를 감싸준 이는 24.04.13 36 0 10쪽
17 시선은 그에게 집중되고 24.04.11 38 0 10쪽
16 외전. 어둠은 쫒아오고 24.04.09 39 0 7쪽
15 행복해지자 24.04.07 41 0 7쪽
14 어둠 속을 빠져나가 24.04.06 41 0 8쪽
13 가슴까지 차기 전에 24.04.05 42 0 11쪽
12 발목이 잠기고 24.03.24 43 0 9쪽
11 허나 이는 가르침이라 24.03.22 43 0 9쪽
10 마주한 것은 공포요 24.03.21 43 0 12쪽
» 용기내어 다가가니 24.03.20 45 0 9쪽
8 많은 준비를 마치고 24.03.19 45 0 9쪽
7 거울을 마주하기 위해 24.03.18 46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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