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가 피어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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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리온
작품등록일 :
2024.03.1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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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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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8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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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필요한 것은

DUMMY

마공함의 내부는 거대한 호텔과도 같았다.


새하얀 벽면에 화려한 금색 장식들과 중앙의 거대한 샹들리에부터 이미 호화스러움을 감출 생각이 없어보였다.


둥근 벽면을 따라 보이는 객실 중 꼭대기 층을 안내받아 들어가니 내부 또한 상당히 호화로웠는데 실내 장식이나 이런 것도 눈에 들어오지만 니키타는 두가지 요소가 더욱 눈에 띄었다.


하나는 마공함 바깥을 내려다 볼 수 있는 탁 트인 창문이며 또 하나는 점심, 저녁을 원할 시 무료로 신청이 가능하다는 점이었다.



"여기서 주는 무료 점심, 저녁은 생각보다 별로야. 그냥 여기 상가에서 사먹는게 훨씬 맛있다니까?"



라는 에리카의 한 마디 덕분에 무료 식사는 못할 것 같지만 말이다.


니키타는 푹신한 소파에 앉은 뒤 자신의 총을 꺼내들었다.


라이플 한 자루, 권총 한 자루, 데린져 한 자루 정도였다.


니키타는 여기서 데린져를 파기하고 새로운 총기를 만들 생각으로 꺼내든 것인데, 데린져가 갑옷을 뚫지 못했기에 차라리 근접 살상력이 좋은 총을 들고 다니는 것이 좋을 것이라 봤기 때문이다.


기관단총이냐, 산탄총이냐.


일단 데린져를 분해하고 생각해야지, 생각하고 이를 분해하자 순간 그 결과물을 보고 니키타는 놀랐다.


기존 데린져를 제작할 때 사용한 재료가 그대로 자신에게 회수된 것.


당황한 그는 다시 데린져를 제작한 뒤 분해해보자 결과는 아까와 똑같이 나타났다.


종족 전용 연금술에 레벨이 존재했었나?


결과값에 그의 의심은 당연했다.


게임 내에선 종족 전용 능력에는 본디 레벨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기에 반수의 종족 능력이 쓰레기라 평가받음이 당연하지만 이를 성장시킬 수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러다가 무기도 복제하는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니키타 또한 지금의 상황이 당황스러우면서 동시에 설레일 지경이었다.


일단 니키타는 산탄총을 만들기 시작했다.


단순한 디자인에 뛰어난 내구성을 가져 어떠한 환경에서도 작동이 잘 되는 신뢰성 높은 무기를 만들기 위함이다.


다만 지금 당장 완성시킬 생각은 없었는데 이 마공함의 내부 안내서를 보며 떠오른 생각이 있기 때문이었다.


마공함의 내부에는 다양한 상점들이 즐비했는데 식당과 서점, 의류점에 소모품 상점도 있지만 원재료 상점 또한 위치해 있었다.


대장간, 각인점은 물론이며 광물, 약초, 각인 재료 등 다양한 원재료들이 판매되는 상점들이 위치해 있다는 것은 지금 니키타에게 너무나 필요한 장소였다.


이제 마공함에 있는 2주간 무엇을 할 지 천천히 고민하며 안내 책자를 살펴보던 중, 에리카가 방에 들어왔다.



"뭐야, 벌써 짐 다 푼거야?"



"딱히 풀 만한 짐도 없는걸. 너도 구경은 다 하고 왔어?"



"그럼, 어떻게 돌아다닐지 다 생각하고 오는 길인걸."



방의 배치는 보통 같은 가문 내 인원끼리 묶어서 내어주는 듯한 모양이었다.


니키타는 직통 혈육이 아님에도 성이 레투아니르란 이유 때문인지 방을 배치하는 이들의 실수로 인해 에리카와 같은 방을 사용하게 되었다.


보통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면 즉각 항의하긴 하지만 에리카와 니키타는 지내온 시간이 길어진 탓인지 그다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일단 마공함이 출발하면 상점들도 열린다니까 간식 좀 미리 주문해두자."



"응, 그리고 학교 입학에 관한 정보들을 긁어 모아봤어. 역참 직원에게 부탁한 요소들과 미리 마공함에 타있던 예비 입학생들에게 받아온 정보라 완전히 정확하진 않을 수 있어."



벌써 그런 정보를 입수했다고?


에리카의 행동력에 혀를 내두르며 니키타는 그녀가 가져온 정보를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대부분은 니키타의 기억 속 요소들과 맞아 떨어졌다.


현 제국학교의 동아리들 중 핵심은 마법의 '네오피테', 기술의 '페이지', 연금의 '루비도'이다.


물론 그 외에 다른 동아리들이 존재하지만 현재 학교에서 인정해주는 공식적인 정규교육 동아리는 셋 뿐이며 그 외의 교육에 관련된 집단은 동호회 느낌으로 받아들인다.


그런 동호회로 여겨지는 집단 중 상당히 신경써야 하는 곳은 두 곳.


마법의 '비블리아', 기술의 '훈드'.


이 두 동호회가 바로 마법우월주의와 기술우월주의의 파벌로 1학년 스토리의 핵심이며 동시에 마법과 기술 간 관계에 불을 붙인 장본인들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 서서 저들을 이용한 이의 이름은 분명히 기억한다.


이번 예비 입학생들 중 핵심으로 손꼽는 인물들 중 하나였으니 말이다.


'역시 그 이름이 보이네.'


니키타는 한숨을 내뱉듯 파이프 연기를 내뱉었다.


스토리를 기준으로 마공함에 탑승하지 못하여 마차를 빌리고 지나가는 짐승의 등을 빌리며 어렵사리 도착한다는 어이없는 내용의 주인공.


세레이오 디페리시드.



"일단 기본적으로 과목을 선택하면 자동으로 동아리에 가입하게 되는 거구나."



"강제적으로 가입만 될 뿐 그 외의 활동에 어떠한 제약을 하지 않는다 하니 상관없겠지."



"기숙사도 미리 신청해둬야 하지 않아? 아직 사람들이 타지 않았을 때 미리 신청을..."



"그거라면 괜찮아. 레투아니르 공작가는 학교에 정기적으로 후원하는 가문이야. 그 보상으로 전용 마차와 길, 기숙사에 연습장도 제공해주니 신경쓰지 않아도 돼."



레투아니르 공작가 미쳤네.


돈으로 움직인다는 말은 들어보기만 했지 직접 경험한 적은 처음인 니키타.


지금 그의 기분은,


'이래서 사람들이 돈을 외치는구나...'


였다.



"실례하겠습니다. 주문하신 빵과 디저트, 차 세트입니다. 또한 함께 드리는 이 품목들은 저희 마공함에 오르신 귀빈께 제공하는 선물이니 받아주시길 바랍니다."



주문한 간식들과 같이 온 품목은 연초 박스와 커피였다.



"아마고쉬의 옐로우고원산 커피네? 마셔보고 싶었는데 잘 되었다."



에리카가 커피를 좋아했었나?


니키타와 있을 때 언제나 그가 마시던 차와 같은 것을 마시는 모습만 봐왔기에 그에겐 새로운 사실이었다.


그 둘이 각자가 받은 서비스를 맛볼 생각에 포장을 열어볼 때, 낮고 경쾌하게 울리는 고동소리가 들려왔다.



"출발하나보다!"



에리카의 말대로 창 밖의 풍경을 본 니키타는 비행기와는 다른 기묘한 풍경을 보게 되었다.


이전 성국으로 향한 배와 너무나 큰 차이가 느껴지는 것은 배가 서서히 떠오르며 좌현으로 이동할 때 기이하게도 몸이 쏠리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테이블에 놓인 물건들조차 미동없이 가만히 놓여있었다.



"객실은 반드시 지면과 수평을 유지하도록 설계한건가?"



"맞아. 그래서 이 마공함이 특출나게 비싼거지."



양 옆으로 튀어나온 거대한 배럴같이 생긴 것 안에는 분명 부유석이 존재할 것이다.


이를 얼마나 개폐하느냐에 따라 고도를 조절하는 방식인 것인가.


게임 내에서 단 한 번도 보인 적 없으며 오로지 타이틀 화면 구석에 작은 그림자처럼 보인 비행선이 이 마공함이라니.


당시 게임할 때만 해도 저런 탈 것 하나 생겼으면 좋겠다, 생각했던 니키타에게 지금 어느새 소원을 이루게 된 것이다.


그런 니키타의 생각을 모르는 에리카는 니키타의 꼬리가 힘차게 흔들리는 모습에 괜스레 뿌듯한 마음을 안겨주었다.



"출발해서 떠오를 때 까지 선물받은 물품이나 한번 맛볼까?"



"그래, 그러자. 그 김에 학교에 대한 것도 알아봐야지."



특별한 일상은 그들에게 새로운 감정을 안겨주리라 생각했지만 그 속의 평범한 행동만으로도 둘에게, 특히 친구를 만들어보지 못한 어린 소녀에게 더욱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주었다.



* * *



학교 정보를 알아가고, 이야기하며 바깥을 구경한 지 어느새 3시간이나 흘렀다.


마공함에 타면 점심을 먹기로 했지만 그럴 시간조차 잊을 정도로 둘은 상당히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이 정도면 신청된 것 같네."



"오크가 수확한 커피는 역시 상등품이 맞아. 어떻게 이런 짙은 향이 나지?"



에리카의 말대로 이야기한다면 오크는 농업과 목축업에 종사하는 이들이다.


뛰어난 힘과 체력 뿐 아니라 그들이 가진 선천적인 근성은 꾸준함을 만들어내었고 그 결과로 대륙 전체를 기준으로 전무후무한 국가 전체가 곡창지대가 되었다 한다.


물론 그렇다해도 그들이 약하다 말하지 못하는 것이, 오크는 모든 인원들이 전사이기 때문이다.


성별과 나이와 관계없이 그들은 뛰어난 전사이며 질긴 피부는 마력조차 거부할 정도로 단단하다고 한다.


그렇기에 어느 국가와도 척을 치지 않은 채 중립국가로써 곡식을 판매한다고 한다.



"연초의 맛도 완전히 다르다고 하더라. 뛰어난 연초는 엘프들이 만든 연초와 비슷하다 여겨진다던데, 어때?"



에리카의 말대로 였다.


연초의 핵심은 바로 마력초.


마력초는 재배되는 땅과 물, 환경, 재배하는 이의 마력은 물론이며 이를 말리며 작업하는 과정에 따라 달라진다.


그런 점을 생각했을 때 니키타가 받은 연초는 놀랄 수 밖에 없었다.


들이 마시는 순간 동토의 냉기가 폐까지 들이차는 기묘한 맛.


오랜만에 맛보는 시원함에 니키타 또한 처음 펴본 뒤 상당히 놀란 표정이었다며 에리카가 말해주었다.



"우선 상점들부터 둘러보러 가보자. 레투아르는 물론이고 수도에서도 구하기 어려운 물건들이 많다고 들었거든."



"그래, 그럼 내려가보자."



내부의 상점은 에리카의 말 그 이상이었다.


드워프가 만든 무기와 엘프가 만든 마구는 주문 제작만 받아야 하는거 아닌가, 싶은 수준이었으며 서점의 책은 상당히 구하기 어려운 종류만 들어와 있었다.


특히 장비와 의류의 경우 제작자의 서명까지 새겨져 있을 정도로 자부심이 느껴질 지경 아닌가.



"그 도끼, 엘프의 기술로 만든건가?"



장비를 구경하던 중 엘프 대장장이가 먼저 관심을 보였다.



"네, 저도 선물받은거라..."



"잠깐, 한 번 살펴볼께."



순간 도끼를 받아든 그녀의 눈빛은 상당히 매섭게 변하였다.


드워프가 장비에 진심이긴 해도 엘프 또한 마찬가지.


이 또한 일종의 지식이기에 그들의 실력은 드워프에 비해 알려지지 않았을 뿐이지 그들과 거의 비견되는 수준이다.



"역시, 아버지는 일부로 이런 도끼를 주신 거구나."



무언가 알아차린 듯 그녀는 눈을 꾹 감은 뒤, 무언가 결심한 듯 보였다.



"이 도끼에 대해서 아버지는 별다른 말은 없었지? 뭐 하지 말라거나, 뭐 하라거나."



"네, 그냥 유용하게 사용하라는 말만..."



"이거 미완성이야."



"...네?"



그녀는 한숨을 내쉬며 투덜거렸다.



"이건 완성품이 될 수 없는 무기라고."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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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 내 마음을 아는 것 뿐 NEW 1시간 전 2 0 11쪽
» 지금 필요한 것은 24.09.18 6 0 11쪽
34 그녀가 기억하는 방법 24.09.14 10 0 12쪽
33 힘차게 발을 내딛는다 24.09.12 12 0 11쪽
32 비로소 여우는 인정을 받고 24.09.10 18 0 12쪽
31 여우는 자신의 송곳니를 찾게 된다. 24.09.09 18 0 11쪽
30 여우는 그제야 작은 숨을 토해낸다 24.09.06 21 0 11쪽
29 선택받은 땅을 향하여 24.09.02 25 0 12쪽
28 우린 나아가리라 24.08.05 24 0 12쪽
27 석탄을 전부 넣어라 24.07.24 27 0 13쪽
26 출항을 알리노라 24.05.24 28 0 12쪽
25 결국 승선하고 만다 24.05.12 27 0 10쪽
24 그렇게 떠밀려진 그는 24.05.05 28 0 12쪽
23 선택지는 없다고 24.05.04 27 0 9쪽
22 모두가 말한다 24.04.27 27 0 10쪽
21 승선을 해야 하냐고 24.04.17 27 0 9쪽
20 소년은 물었다 24.04.16 32 1 10쪽
19 작은 선물을 안겨준다 24.04.15 32 0 11쪽
18 그를 감싸준 이는 24.04.13 36 0 10쪽
17 시선은 그에게 집중되고 24.04.11 38 0 10쪽
16 외전. 어둠은 쫒아오고 24.04.09 39 0 7쪽
15 행복해지자 24.04.07 41 0 7쪽
14 어둠 속을 빠져나가 24.04.06 40 0 8쪽
13 가슴까지 차기 전에 24.04.05 42 0 11쪽
12 발목이 잠기고 24.03.24 43 0 9쪽
11 허나 이는 가르침이라 24.03.22 43 0 9쪽
10 마주한 것은 공포요 24.03.21 43 0 12쪽
9 용기내어 다가가니 24.03.20 44 0 9쪽
8 많은 준비를 마치고 24.03.19 45 0 9쪽
7 거울을 마주하기 위해 24.03.18 46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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