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가 피어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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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리온
작품등록일 :
2024.03.14 20:08
최근연재일 :
2024.09.18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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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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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거울을 마주하기 위해

DUMMY

마력을 활용하여 자연을 구현하는 이들은 우린 마법사라 부른다.


그렇다면 기력을 활용하여 신체적 우월함을 내세우는 이들은 무엇이라 부르는가.


그들은 우린 기사라 부른다.



"좋아, 이제 칼에 기력을 담을 수 있어졌군."



훈련을 시작한 지 2달이 지날 무렵, 니키타는 자신의 기력을 꽤 능숙하게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칼을 쥔 작은 두 손바닥은 2달 만에 진물이 터져 쓰라렸고, 계속 찢기던 근육은 이제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니키타는 그럼에도 어떠한 불평이나 불만 하나 내색없이 자신의 수련에 매진하였다.


다시 심호흡하고, 니키타는 칼을 들어올린 뒤 사선으로 허공을 갈랐다.


그 궤적은 깔끔했고, 칼의 각도도 정확했으며, 힘 또한 균등하게 이어졌다.



"잘했네. 잠시 휴식을 하도록 하지."



니키타는 그 자리에 잠시 주저앉았다.


그럼에도 칼을 내려놓기는 쉽지 않았다.


진물이 늘러붙어 그런 것도 있겠지만 칼을 쥔 손이 계속해서 떨리고 있었다.


그래도 니키타는 지금의 성취가 상당히 만족스러웠는데, 그가 생각하던 목표에 접근하기 위한 조건에 가까워졌기 때문이었다.


사실 게임 속에선 기력에 대한 상세한 묘사는 나온 적이 없었다.


이는 오로지 일개 병사 또는 기사들만 사용하며 그 또한 근력 증가, 속도 증가와 같은 매우 한정적인 기술만 보여줘왔다.


거기에 기력을 배울 수 있는 수단마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연스레 냉병기의 취급이 나빠질 수 밖에 없었다.


니키타 또한 기력을 배우는 것이 처음이기에 이러한 요소들을 하나하나 익히며 동시에 서적 또한 찾아보았다.


다만 한가지 의문이 드는 요소가 책에서 발견되었는데, 이는 등급에 관한 요소였다.



[마법사는 농도로, 기사는 성취도를 기준으로 명칭을 구분지어 부른다.]



책에 따르면 마력의 농도를 기준으로 숫자로 칭하며, 심장에 마력이 얼마나 녹아있는지에 따라 이를 지정하며 측정기를 통해 등급을 지정하는 방식이라 한다.


통상적으로 9급부터 1급까지 존재하지만 이는 보편적인 마력량에 따른 명칭일 뿐, 마법 실력과는 무관하다 한다.


기사는 독특하였는데 기력의 색을 통해 그 등급을 지정한다고 한다.


기력의 색이란 처음엔 상당히 탁한 흙탕물과도 같은 색에서 시작하여 그 끝에는 새하얀 밝은 빛이 끝에 도달하게 된다고 한다.


그렇기에 마법을 우선시여기는 사람들조차 기력의 빛이 상당히 밝다면 이에 대한 존경심을 표현할 정도이다.


그런 기사의 등급은 책에선 이리 묘사하였다.



[기사는 서전트-스콰이어-리터-에런트/슈발리에-워치프로 분류된다.


서전트는 이제 막 검을 잡기 위해 훈련하는 이들을 일컬어 부르지만 그 외에 병으로 징집된 이들까지 총칭하기도 한다.


스콰이어는 기력을 이제 막 깨달은 이들을 부르며 이제 막 검을 잡게 하는 단계이다.


리터는 교관 또는 귀족에게 자격을 시험받은 뒤 인정받고 정식으로 기사라는 호칭을 부여받은 이들을 일컬어 부른다.


에런트/슈발리에는 성장에 한계가 온 이들을 총칭하는 명칭으로 방랑하는 이들은 에런트, 귀족의 기사로 남아 그의 곁을 수호하는 이들은 슈발리에로 불리게 된다.


워치프는 그야말로 정점에 오른 이들을 일컬어 부르며 자신의 명예를 드높인 이들에게만 주어지는 호칭이다.]



니키타는 자신의 등급을 굳이 분류한다면 스콰이어 수준이 아닐까 생각해왔다.


지금도 체력에는 문제가 없지만 자신의 손과 정신이 이를 견디지 못하였다.


고통은 처음부터 없었지만 이상하게 고통스럽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가 무엇일까.


고통을 느끼는 것을 당연히 생각해온 삶에 익숙해진 탓일까.


니키타는 이에 자리에 일어나 다시 자세를 고쳐쥐었다.


나약해지면 안된다.


그는 다시 검을 휘두르기 시작하였다.


다만 니키타를 가르치던 교관은 생각이 달랐다.



"그놈은 절대 스콰이어가 아닙니다."



공작은 가만히 교관을 바라보았다.


그는 거짓말하지 않는 인물이다.


실력과 안목 또한 믿을 만한 인물임은 확실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지그문트였기 때문이었기 때문이다.


레투아니르 공작가 제 1 공자인 지그문트 레투아니르, 인격과 품행에 한 치의 어긋남없는 이이다.


거기에 황실에서 황실기사의 칭호, 팔라딘의 칭호를 수여받기까지 했으니 그야말로 기사들의 귀감이나 다름없었다.



"근거는?"



"검술의 이해력은 상당히 뛰어났습니다. 베는 동작과 반격 동작 또한 군더더기없는 움직임을 보여 앞으로의 성장을 기대할 만 합니다. 그런데..."



그는 잠시 말을 멈추었다.


공작은 보챌 생각조차 들지 않았던 것이 지그문트는 지금 스스로를 의심하고 있었다.


저 아이가 스스로를 의심할 정도라니, 그만큼 믿기지 않는 무언가를 보았단 말인가?



"그 녀석은 자신의 핏빛 기력을 자유자재로 다루고 있었습니다. 자각도 없이 말입니다."



"허, 기력을?"



보통 기력을 익히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짧게 잡아야 2년은 넘는다.


선천적인 마력과 달리 지금까지 느껴보지 못한 감각을 꺼내기 위해선 기존의 상식을 버려야만 하기 때문이었다.


그런 기력을 겨우 2달만에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다니.


공작은 문득 섬찟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가 특별한 것이면 괜찮겠다만 만일 모든 반수가 그렇다면?


아니, 이는 너무 비약된 망상에 불과하다.



"지도 수준을 높이며 경과를 지켜보도록 하거라. 특히 실전 비율을 높여 그에게 감각 또한 가르치는 것이 좋다 본다."



"그리 하겠습니다."



에리카는 가만히 그 말을 밖에서 듣고 있었다.


그런 말은 에리카에게 하나의 불씨가 되어 타오르게 만들어주었다.


음침한 질투의 불씨가 아닌 열정의 붉은 불꽃이 되어 그녀의 마음에 크게 번지기 시작하였다.


곧 있을 리터 시험을 대비하기 위한 훈련에 집중하러 그녀는 훈련장으로 달려나갔다.



* * *



니키타는 훈련의 강도가 강해진 덕분인지 자신의 기력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알아가는 듯 하였다.


그의 기력은 어느 서적에서도 찾아보지 못한 붉은 혈색을 띄고 있었다.


가끔은 진짜 내 피인가, 싶을 정도로 액체와 같은 모습을 띄기도 하였다.


이러한 형태는 니키타는 당연하지만 교관과 더불어 훈련장에서 같이 훈련하던 다른 이들까지도 마찬가지였다.


많은 이들이 니키타가 훈련할 때 마다 이를 곁눈질로 구경하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젠 이 정도는 느낄 수 있어."



타인의 시선을 명확하게 느낄 수 있게 되었다.


감각을 더욱 예리하게 갈고 닦아야 한다.


언제까지 총에 의지하며 살아갈 수 없는 것이기에, 그리고 총만으로 전투하기에 한계가 명확했기에 이를 더욱 열심히 갈고 닦아야 했다.



"니키타."



옆에서 들려오는 푸르고 청량한 목소리.


오랜만에 들려온 그 목소리에 그는 고개를 돌려보았다.



"에리카님."



그녀 또한 훈련복을 입고 땀을 흥건하게 흘린 모습임을 보아 훈련을 하던 중인 듯 보였다.


그녀는 기력을 다루는 이이긴 하지만 그 뿐만 아니라 마력도 함께 다루는 마검사이다.


어느 누구도 가지 않는 길을 꿋꿋하게 나아가는 그녀의 모습은 게임 속에서도, 지금 여기서도 다를 바 없었다.


다른 것은 지금 그녀의 모습은 15살에 걸맞는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는 점 뿐.



"네 성장 속도면 너도 곧 시험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시험 말입니까?"



시험을 본다고?


교관조차 해주지 않은 말을 에리카에게 들으니 당연히 이해되지 않는 니키타였다.



"응. 기력을 다룰 수 있게 된다면 보통 리터 시험을 치루게 해. 너도 나와 같은 15살이니 공작님이 자격을 부여해 주실 건데?"



리터 시험을?


오히려 기회가 될 수 있다.


니키타는 무심코 지나친 책의 내용이 떠올랐다.



[...자격을 시험받은 뒤 인정받고...]



혹시, 그 자격을 시험하는 방법이란...



"자격을 시험? 공작님이라면 아마 토벌과 관련된 내용이지 않을까? 특히 너라면 어둠숲에 관한 내용일지도 모르지."



기회다.


니키타는 그제야 자신이 어둠숲에 처음 들어왔을 때 새운 계획을 실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았다.


<그대 앞 길에 축복을>에 나오는 주인공의 핵심 스킬.


그리고 세상을 멸망시킬 트리거가 될 매혹 스킬을 제거하는 계획이었다.


그리고 매혹 스킬을 불태우기 위해선 그것이 존재하는 어둠숲의 미발견 던전이자 공작가가 몰락하게 된 두 가지 원인 중 하나인 던전에 들어가야 했다.


[팔크란의 뒤집어진 도시], 통칭 거울 던전.


게임에서 중, 후반부급 던전이지만 스토리상 샛길을 통해 가장 처음 얻게되는 스킬인 만큼 가능한 빠르게 처리해야 했다.


니키타는 위험을 감수할 각오 따위 이미 새로운 삶의 여명에 맹새한 지 오래였다.



"뭐, 괜찮을거야. 훈련 열심히 해!"



에리카는 그렇게 자신의 훈련에 매진하러 떠났다.


니키타는 에리카의 마지막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괜찮을거야, 라...



"그런 적이 있던가?"



괜찮을 리 없다.


그래도 자신 없으면 안된다.


자신 있어야 한다.


니키타는 다시 자신의 칼을 잡고, 휘두르기 시작하였다.


작가의말

오타 지적은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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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가 피어날 때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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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지금 필요한 것은 NEW 12시간 전 3 0 11쪽
34 그녀가 기억하는 방법 24.09.14 8 0 12쪽
33 힘차게 발을 내딛는다 24.09.12 10 0 11쪽
32 비로소 여우는 인정을 받고 24.09.10 15 0 12쪽
31 여우는 자신의 송곳니를 찾게 된다. 24.09.09 16 0 11쪽
30 여우는 그제야 작은 숨을 토해낸다 24.09.06 20 0 11쪽
29 선택받은 땅을 향하여 24.09.02 24 0 12쪽
28 우린 나아가리라 24.08.05 23 0 12쪽
27 석탄을 전부 넣어라 24.07.24 26 0 13쪽
26 출항을 알리노라 24.05.24 27 0 12쪽
25 결국 승선하고 만다 24.05.12 25 0 10쪽
24 그렇게 떠밀려진 그는 24.05.05 27 0 12쪽
23 선택지는 없다고 24.05.04 25 0 9쪽
22 모두가 말한다 24.04.27 25 0 10쪽
21 승선을 해야 하냐고 24.04.17 26 0 9쪽
20 소년은 물었다 24.04.16 31 1 10쪽
19 작은 선물을 안겨준다 24.04.15 31 0 11쪽
18 그를 감싸준 이는 24.04.13 34 0 10쪽
17 시선은 그에게 집중되고 24.04.11 37 0 10쪽
16 외전. 어둠은 쫒아오고 24.04.09 38 0 7쪽
15 행복해지자 24.04.07 39 0 7쪽
14 어둠 속을 빠져나가 24.04.06 39 0 8쪽
13 가슴까지 차기 전에 24.04.05 41 0 11쪽
12 발목이 잠기고 24.03.24 41 0 9쪽
11 허나 이는 가르침이라 24.03.22 42 0 9쪽
10 마주한 것은 공포요 24.03.21 41 0 12쪽
9 용기내어 다가가니 24.03.20 43 0 9쪽
8 많은 준비를 마치고 24.03.19 43 0 9쪽
» 거울을 마주하기 위해 24.03.18 45 1 10쪽
6 피어날 준비를 마친 이이다 24.03.17 4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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