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가 피어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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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리온
작품등록일 :
2024.03.1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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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6 1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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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속을 빠져나가

DUMMY

귀수를 상대하기 위해서 사전 준비가 필요하다.


자신이 챙길 수 있는 모든 물건들을 가져왔으니 이를 적극 활용할 생각이다.


그 전에 우선 귀수의 마력 순환 속도를 상당히 낮춰야 한다.


저들의 말에 따르면 마력 순환 속도가 귀수의 성장에 큰 영향을 끼치는 듯 하다.



"마력 순환은 최소한으로 조정하고...심박 또한 최저로 제한..."



다행히 처음 보는 기계임에도 너무나 직관적인 디자인 덕분에 니키타조차 쉽게 조정할 수 있었다.


조정을 마치자 기계에서 우웅, 거리는 소리와 함께 화면 속 숫자가 현저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수치가 서서히 떨어지는 것을 확인하고 이대로 귀수가 죽으면 좋겠지만 그럴 리 없다.


그는 확신했다.


저 질긴 놈은 분명 깨어나고 말 것이라고.


반드시 일어나 눈 앞에 보이는 모든 생명의 모가지를 물어 뜯고 말 것이라고.


그렇기에 사전 준비는 철저하게 진행해야 했다.


귀수는 두꺼운 외피가 특징이며, 특히 마법은 거의 통하지 않는 재질로 알려져 있다.


게임 내에서도 귀수를 사냥하기 위해선 폭탄을 던져 외피가 재생하기 전에 최대한 공격하는 공략을 가질 정도였다.


해낼 수 있을까?


수많은 의문들이 자신의 팔다리를 붙잡고 늘어졌다.


살고 싶다면 그냥 모른 척 해도 괜찮잖아.


차라리 다른 나라로 망명하는 것은 어때?


지금 넌 오히려 죽고 싶어하는 것 아니야?


수많은 의문은 자신의 몸을 느리게 만든다.


비척이는 몸은 남들보다 더 많은 열정을 쏟아내게 만들고, 남들보다 먼저 열정을 고갈낸다.


니키타는 천천히 숨을 들이쉬었다.


언제나 생각해온 의문을 이제와서 신경쓰다니.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것은 내가 더 잘 알고 있을텐데!



"해야만 한다."



그래, 해야만 한다.


도망쳐봤자 전란의 화염 속 타오를 작은 장작에 불과할 것이다.


망명해봤자 수많은 이유를 들어가며 차별받거나 노예 생활을 해야만 할 것이다.


자신이 살기 위한다면 자신을 받아준 저들을 살리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도의적인 목적으로 저들이 살아야만 한다는 거창한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살고 싶으니까.


살기 위해 벼랑 끝에 몸을 걸쳐야만 할 지라도 살고 싶으니까.


그런 이기적인 생각을 가진 채 니키타는 작업에 열중하였다.


악몽을 사냥하기 위한 준비를.



* * *



"귀수의 정확한 위치는 확인된 바가 없나?"



"그저 큰 지도에 표시되어 있을 뿐 이 이상은 없습니다!"



"쯧!"



연구실 바깥으로 달려가던 공작은 혀를 찼다.


제 아무리 대략적인 위치가 묘사되어 있다 할 지라도 어둠숲 내부를 무작정 들어가는 것은 공작마저 꺼리는 일이다.


어둠숲은 그만큼 미지의 장소이며 무엇이 나올지 모를 괴이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공작 자신에게 큰 문제되진 않았지만 같이 따라오는 이들이 문제였다.


저들을 지키면서 숲을 확인할 엄두가 나지 않았으니까.



"그래, 맞아!"



순간 에리카의 말에 모두가 멈춰서서 에리카를 보았다.


그녀는 상황이 다급하다는 것을 잘 알았기에 뜸을 들이지 않았다.



"니키타! 니키타를 찾으면 금방 알 수 있을겁니다!"



"니키타? 혹 하얀 반수를 말씀하시는 것이면 공작님의 애완..."



"백작."



목 사이에 시퍼런 무언가가 덜컹, 하고 가로지르는 듯한 느낌에 백작은 말을 멈췄다.


그것은 가벼운 충고였다.


너무나도 상냥한 공작의 작은 충고.



"그 이는, 우리 공작가의 인재라네."



그 상냥함에 백작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숙였다.



"실언했습니다...제 발언은 오로지..."



"되었네. 어느 누구도 믿지 못할 일이라 판단했으니. 그보다 추적 가능한가?"



"제가 가능합니다, 공작님."



두 귀족의 대화에 끼어든 이는 어린 여자아이였다.


찬란한 금발에 눈동자 속에 울창한 숲이 담긴 듯한 에리카 또래의 아이였다.


다만 에리카보다 더 연약하고, 하얀 피부에서 얼마나 귀중하게 커왔는지 보일 정도였다.



"그렇군. 자네가 디페리시드 백작의 자녀분인가."



"그렇습니다. 다만 원활한 추적을 하기 위하면 지상에 올라간 뒤 시작해야 하니 서두르는 것이 어떠신지요."



"좋네. 내 자네를 믿어보지."



인사치레는 나중으로 미뤄두고 달려야 했다.


귀수가 풀려났을 때 니키타만 위험해지는 것이 아니기에 공작은 달려나가는 것이었다.


공작가 일원이 없어도 공작을 중심으로 이뤄진 원거리 부대면 충분히 가능하다 판단했기에 그는 연구소 밖으로 달려나가는 중이었다.


잠깐.


그렇다면 니키타는 귀수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달려간 것인가?


갑작스런 의문이 공작의 뇌리에 스쳤다.


단순한 기우라 판단할 수 있었지만 그는 이를 놓치지 않았다.


반수가 가진 마력을 탐지하는 힘이라면 미리 그 위험을 발견했을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


다만 어째서 그가 자신에게 보고하지 않고 단독으로 달려들 수 밖에 없는 이유만큼은 설명하기 어려웠다.


무엇이 그 혼자 달려나가게 만든 것인가.


무엇이 그에게 홀로 짐을 떠안게 만든 것인가.



"니키타, 넌 무엇을 본게냐..."



공작은 이 이상 추론을 이어나갈 수 없었다.


이제 막 연구소 바깥으로 빠져나와 위치를 특정하기 위한 마법을 시작하려던 순간,


쿠궁.



"저거...폭발 아닌가요...?"



백작가 자녀가 가리킨 곳에 어마무시한 크기의 폭발이 터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 * *



"그만 좀 지쳐주라, 개 같은 자식아."



니키타는 얌전히 나무 위에서 귀수를 겨냥하고 있었다.


그의 예상대로 풀려난 귀수는 곧장 니키타가 남긴 고기 냄새를 맡고 달려들었고, 폭탄을 밟았다.


그리고 잠깐 갈라진 외피를 향해 니키타는 소총을 쏴 상처를 남겼다.


그리고 이를 끝없이 반복하는 중이었다.


귀수가 아직 어린 개체라 그런지 본능에만 몸을 맡긴 채 움직여준 덕에 당장은 편안했다.


다만 니키타는 지금 저 귀수가 자신이 아는 귀수인지 의문이 들었다.


크기가 작은 건 그렇다 치지만 기이하게 자신의 몸집만한 크기에 불과 했으며 외형은 마치,



"...반수잖아, 완전."



기묘했다.


귀수의 생태를 파악한 수준에서 그친 것이 아니란 말인가?


귀수를 만들어내는 수준까지 도달했다는 것인가?


도대체 어떻게?


책에서도 당시 귀수에 관해 자세히 묘사되어 있던가?



"아니, 그런 적 없었지."



지금 자신이 마주하는 존재는 게임 속에서 조차 파악되지 않은 존재.


그런 존재를 무작정 혼자 사냥하러 나오다니.



"괜히 성급하게 나왔나."



아니, 여기서 후회해도 늦는다.


이미 일어난 일, 지금은 오히려 이를 해결해야 한다.


지금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내가 가지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증명해야 한다.


이는 너무나 중요한 과정이자, 첫 시험의 마지막이 되어줄 것이다.



"...으....으으...."



계속된 폭발과 공격으로 귀수의 움직임이 상당히 둔해졌다.


지금 움직여야 하나?


제 아무리 어린 귀수라도 방심은 금물이다.


딱밤 한 대면 자신의 머리가 풍선마냥 팡, 하고 터질 테니까.


틱.



"...이런."



하지만 운명은 지금 니키타에게 움직이라 말한다.


만든 탄환의 수가 전부 동나버린 것.


이제 이 연약한 짐승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둠 속에서 비열하게 승부를 보던 존재는 이제 자신의 송곳니를 드러낸다.


조그만 짐승이 아담한 송곳니를 드러내며 이제 모습을 드러내야 할 순간이다.


이 얼마나 하찮은가.


이 얼마나 어리석나.


감히 폭군의 앞을 가로막는 이가 한낱 여우라니.



"좋아...할 수 있다."



여우는 작게 중얼거렸다.


자신이 가진 송곳니를 뽑아들고, 그는 나무 위를 뛰어내렸다.


작가의말

오타 지적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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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지금 필요한 것은 NEW 12시간 전 3 0 11쪽
34 그녀가 기억하는 방법 24.09.14 8 0 12쪽
33 힘차게 발을 내딛는다 24.09.12 9 0 11쪽
32 비로소 여우는 인정을 받고 24.09.10 15 0 12쪽
31 여우는 자신의 송곳니를 찾게 된다. 24.09.09 15 0 11쪽
30 여우는 그제야 작은 숨을 토해낸다 24.09.06 19 0 11쪽
29 선택받은 땅을 향하여 24.09.02 23 0 12쪽
28 우린 나아가리라 24.08.05 22 0 12쪽
27 석탄을 전부 넣어라 24.07.24 25 0 13쪽
26 출항을 알리노라 24.05.24 26 0 12쪽
25 결국 승선하고 만다 24.05.12 25 0 10쪽
24 그렇게 떠밀려진 그는 24.05.05 26 0 12쪽
23 선택지는 없다고 24.05.04 24 0 9쪽
22 모두가 말한다 24.04.27 25 0 10쪽
21 승선을 해야 하냐고 24.04.17 25 0 9쪽
20 소년은 물었다 24.04.16 30 1 10쪽
19 작은 선물을 안겨준다 24.04.15 30 0 11쪽
18 그를 감싸준 이는 24.04.13 34 0 10쪽
17 시선은 그에게 집중되고 24.04.11 36 0 10쪽
16 외전. 어둠은 쫒아오고 24.04.09 37 0 7쪽
15 행복해지자 24.04.07 39 0 7쪽
» 어둠 속을 빠져나가 24.04.06 39 0 8쪽
13 가슴까지 차기 전에 24.04.05 40 0 11쪽
12 발목이 잠기고 24.03.24 41 0 9쪽
11 허나 이는 가르침이라 24.03.22 41 0 9쪽
10 마주한 것은 공포요 24.03.21 41 0 12쪽
9 용기내어 다가가니 24.03.20 42 0 9쪽
8 많은 준비를 마치고 24.03.19 43 0 9쪽
7 거울을 마주하기 위해 24.03.18 44 1 10쪽
6 피어날 준비를 마친 이이다 24.03.17 4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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