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가 피어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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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리온
작품등록일 :
2024.03.1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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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5 2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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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선물을 안겨준다

DUMMY

"차 한 모금 마셔보렴."



아리아의 권유에 따라 니키타가 한 모금 마시자 입 안이 카라맬 향으로 가득 차올랐다.


사실 아리아는 니키타의 반응이 재밌어서 그가 겪어보지 못했을 것들을 경험시켜 주는 것이었다.


최대한 무표정으로 지내는 듯 보이지만 그의 꼬리와 귀 만으로 파악이 가능했기에 호불호를 파악하기 너무나 쉬웠다.


지금도 봐라, 그의 새하얀 꼬리가 살랑이지 않나.



"마음에 들어보여 다행이네. 그럼 먹으면서 천천히 들어보렴."



그녀는 이내 손가락을 허공에 천천히 휘둘러 그림들을 만들기 시작했다.



"마력을 어디에서 끌어오는지에 따라 그 명칭이 달라진단다. 순수 자신의 체내의 마력만을 사용하는 이들은 마법사, 자연에서 빌리는 이들은 주술사, 정령의 도움을 받는 이들은 정령사, 죽은 시체로부터 마력을 받는 이들은 사령술사라 칭하지."



니키타는 그저 정령, 주술, 사령 마법의 카테고리가 있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지 이것만 전문으로 사용하는 클래스가 세분화되어 있음을 처음 알게 되었다.


게임 속 전투에서 보인 마법사들은 사령마법도 사용해왔기 때문이었다.



"마법사는 단순하지만 그만큼 태생적인 한계가 존재한단다. 결국 자신의 체내 마력만 사용해야 하기 때문이지."



"개인이 가진 마력량만으로 승부를 봐야 한다는 것이군요."



"맞아. 바로 그거란다. 그것이 마법사의 유일한 단점이란다. 그렇기에 많은 이들이 체내 마력량을 늘릴 후천적인 수단을 위해 혈안이 되는 법이란다."



맞다.


어째서 이를 까먹고 있던 것이지.


마력량의 최대치를 늘리는 아이템이 있었는데.


아니, 지금은 아니다.



"넌 마법의 기본 구조는 기억하는 듯 보이는데, 혹시 파훼하기 위한 목적으로만 마법을 익힌 것은 아니지?"



정곡이다.



"괜찮아. 어둠마법은 다른 마법들에 비해서 위력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조건도 복잡한 편이지만 네 활용도에 따라 달라지는 법이니까."



"마법식에도 응용의 개념이 존재하나요?"



아리아는 그 말에 싱긋 웃으며 니키타에게 쿠키를 건네주었다.



"그럼. 마력이 마법으로 향하는 통로와 같은 것이니 말이지."



그녀는 허공에 독특한 글자들을 적어나가기 시작했다.


이 나라에서 다수가 사용하는 글자가 아니라 오로지 마법을 위한 글자임을 알 수 있었다.


니키타가 이를 직접 보고 해제했기 때문에 기억하고 있었다.



"이는 자연을 언어로 해석한 글이라는 사실은 알고 있을테니 수식의 규칙성을 말해주자면..."



그녀는 그렇게 차근차근 니키타에게 마법의 기초를 가르치기 시작하였다.


마법식의 구조, 구성 단어부터 다양한 응용 구성 방식까지 다급하지 않고 천천히 나아갔다.


교육하는 방식이 아니었다.


그저 여유로운 분위기 속 불어오는 산들바람과 같은 대화였다.


너무 가볍지 않게, 그리고 너무 진중하지 않게.


화사한 정원 속, 은은한 햇살 사이로 니키타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쿠키를 입에 물었다.



"마법에서 중요한 것은 핵심 단어란다. 너 또한 그걸 파악하고 마법식을 해제한 거지?"



"네. 마력, 형태, 총량. 이 세 단어를 기준으로 해제했습니다."



"역시. 그럴거 같았지."



그녀는 작게 웃어보인 뒤 니키타를 향해 몸을 기울이며 말했다.



"여기서 또 하나의 핵심이 될 수 있는 단어가 존재한단다. 바로 마력의 성질이란다."



"성질...이란건 무엇을...?"



"성질이란 마력의 형태를 말하는 거란다. 마력의 속도, 회전, 균일성까지 다양한 요소들을 포함시키는 단어란다. 이는 마법의 세밀함을 결정하는 요소로 그 마법사의 실력을 파악하기 좋은 척도로 확인되는 법이란다."



그녀는 찻잔을 니키타에게 보여주며 말했다.



"찻잔 속 이 차를 저었을 때 생겨나는 회전력 또한 하나의 응용력이라 할 수 있지. 이 안에 우유를 넣으면 알아서 섞이겠지만 회전한다면..."



"더 빨리 섞이겠군요."



"그렇지. 바로 그런 것이란다. 마법 속 대부분의 응용력은 여기서 나온다 생각하면 된단다. 이를 조작한다면 이론 상 상대의 마법을 원하는 형태로 바꿀 수 있단다."



그녀는 니키타를 보고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니키타는 어느새 아리아의 찻잔을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눈빛은 흥미와 탐구가 한데 섞인 눈빛임을 그녀는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마력의 속도는 마법의 구현 속도에 영향을, 회전은 마법의 밀도를, 균일성은 마법의 안정성을 담당하는 건가요?"



"정확해! 금방 알아챘구나! 바로 그거란다. 그렇기에 마법사간의 싸움에서 실력있는 이들은 이러한 마법식 속 틈을 찾아 무력화시키는 이들도 존재한단다."



바로 그것이 니키타가 추구하는 싸움법이다.


마법을 다채롭게 사용하지 못하는 자신이 꿈꿔온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방법은 아닐수도 있단다."



"예?"



그녀는 찻잔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네가 아직 이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상황에서 내린 성급한 결정일 가능성이 높단다."



맞는 말이다.


니키타의 기억 속 전투법은 게임 시스템을 그대로 따르고 있었다.


이를 맹목적으로 바라본 결과가 무엇인가.


어린 귀수를 사냥하다 그대로 죽을 뻔하지 않았던가.



"그러니 난 네가 다양한 마법을 경험할 수 있으면 좋겠구나."



"마법을...말입니까?"



"그래. 적어도 기초 마법이라 불리는 속성 마법을 최대한 익혀보도록 하자꾸나."



"제가 이를 익힐 수 있을까요?"



당연한 불안감이다.


자신의 마력량을 알고 있기에 그는 당장 희망을 품을 생각 따위 없었다.


마력의 총량을 늘리는 약은 특수한 레시피가 존재한다.


그것은 흔하게 보이는 약초를 특수한 방식으로 재배한 뒤 이를 냉동시켜 재배 후 마법으로 가공해야 비로소 약이 완성된다.


재배법이 얼마나 까다로운지 약 2년간 약초를 봐주지 않을 경우 곧장 죽어버리는 바람에 결국 유저들 사이에서 매우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곤 하였다.


그렇기에 니키타는 먼 미래의 가능성보다 당장의 현실을 직시하고 받아들이는 선택을 한 것이다.


그 미래에도 약초가 재배될 것이란 확신은 없으니...


아리아는 고민하는 니키타를 가만히 바라보며 싱긋 웃어보였다.



* * *



"상황은?"



"현재 두 국가에 항복 권유를 수차례 보냈음에도 답이 없었습니다."



공작은 가만히 눈 앞의 성을 응시하였다.


이전부터 제국의 발전을 막기 위해 수많은 노력을 해온 두 국가, 켈라데온과 레덴 왕국은 역사 깊은 국가였다.


제국은 물론, 성국이 탄생하기 이전부터 존재해온 국가였지만 지금의 모습은 어떠한가.


이제 켈라데온이란 이름과 레덴이란 이름은 역사에 마지막 방점을 찍게 될 운명이 아닌가.



"황군에게서 연락은?"



"네, 방금 도착했습니다! 내용, 지금 시작한다입니다!"



"그렇군. 결국 켈라데온은 산자의 도시일 수 없겠군."



공작은 슬쩍 웃으며 성문을 계속 응시하였다.


마치 무언가를 기다리는 듯 자신의 칼자루를 만지며 응시하였다.



"공작님, 연락이 왔습니다! 즉시 공격하라는 명입니다!"



"일단 알겠다는 답을 보내라."



"명, 받들겠습니다!"



언제냐.


언제 시작할 것이냐.


공작은 순간 성문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을 보았다.


그는 확신하였다.


지금이라고.



"모든 갑옷과 무기를 예장용으로 갈아입도록!"



"전원, 입성 준비!"



"입성 준비!"



공작은 가만히 성을 바라보았다.


그는 쉬운 방법을 선택하였다.


굳이 여기서 병사들을 소모하기 보다 최대한 쉬운 방법으로 레덴 왕국 수도의 성문을 개방시킨 것이었다.


공작이 모든 병력을 이끌고 그 수도에 입성하자 성 내부에 있던 자신의 첩자가 다가왔다.



"조건을 수락했느냐."



"그렇습니다. 공작님의 제안을 전부 수용했습니다."



"호재로군. 여기서 버텨 우리가 물러난다 해도 희망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것이겠지."



"그렇다면 라덴 왕국은..."



"이뤄질 협정에 따라 레투아니르 공작령으로 배정될 것이다. 일종의 군사 지역으로 우리가 관리하게 되겠지."



에리카는 수도 입성의 광경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너무나 기이했다.


국민들이 적군인 자신들을 환영하며 꽃가루를 뿌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녀가 살면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한 광경이었다.



"잘 봐두거라, 에리카."



공작이 말했다.



"국가를 구성한 대다수가 누구인지, 그들의 지지를 얻지 못한 국가의 말로를 말이다."



그녀는 그 날, 처음으로 제국 이외의 국가를 보게 되었다.


그 국가의 속이 얼마나 썩어 부서지는지, 그리고 그 최후의 순간을 말이다.


그렇게 전쟁이 발발한 지 겨우 20일 뒤, 앞으로의 역사에서 켈라데온과 레덴 두 국가는 기록되지 못하게 되었다.



* * *



"내가 네게 줄 선물이 있단다."



그녀는 작은 병 하나를 니키타의 손에 올려주었다.


기묘하게 번져나가는 푸른 빛의 액체가 담긴 통.


니키타는 처음 이를 알아보지 못했다.



"네 마력을 늘려줄 약이란다."



그 말을 듣고 니키타는 비로소 이 약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마력의 총량을 늘려주는 약.


후반 때도 얻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힘든 그 약이,


마법에 대한 모든 것을 내려놓게 만든 그 약이,


지금 자신의 손에 들어온 것이다.



"이거...설마..."



"무엇 때문에 당황하는지 모르겠지만 내 정원에서 기르던 약초를 가공한 것 뿐이란다."



길렀다고?


거기에 가공까지 했다고?


그 말을 이리도 쉽게 내뱉다니, 그 정도만으로 충분하지 않을텐데!


진심으로 기르는 것에 대한 애정이 없다면 불가능일 그 일을 쉽게 해냈다 말하다니.



"연금학에 대하여 공부했던 모양이구나, 그 반응을 보이는 것을 보니..."



당황해서 이 이상 말을 꺼내지 못하는 니키타의 머리를 천천히 쓰다듬으며 그녀는 말했다.



"이건 내가 네게 주는 선물이라 했잖니. 그냥 받으면 되는 것이란다."



그 호의가 어찌나 달게 느껴지던지.


그는 입을 꾹 다문 채 가만히 고개를 푹 숙였다.


고개를 들기 힘들었다.


어째서일까.


이전 세계의 삶도 기억하고 있는데 어째서 지금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 것일까.


신체 연령만큼 정신 연령 또한 어려진 탓일까.


분명 그럴 것이다.


그래야만 한다.



"내가 그저 너에게 주고 싶어 주는 것일 뿐이니 부담가지지 마렴."



아리아는 느긋하게, 그리고 따뜻하게 말해주었다.



"그러니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해보렴."


작가의말

오타 지적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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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그녀가 기억하는 방법 24.09.14 8 0 12쪽
33 힘차게 발을 내딛는다 24.09.12 9 0 11쪽
32 비로소 여우는 인정을 받고 24.09.10 15 0 12쪽
31 여우는 자신의 송곳니를 찾게 된다. 24.09.09 15 0 11쪽
30 여우는 그제야 작은 숨을 토해낸다 24.09.06 19 0 11쪽
29 선택받은 땅을 향하여 24.09.02 23 0 12쪽
28 우린 나아가리라 24.08.05 22 0 12쪽
27 석탄을 전부 넣어라 24.07.24 26 0 13쪽
26 출항을 알리노라 24.05.24 27 0 12쪽
25 결국 승선하고 만다 24.05.12 25 0 10쪽
24 그렇게 떠밀려진 그는 24.05.05 26 0 12쪽
23 선택지는 없다고 24.05.04 24 0 9쪽
22 모두가 말한다 24.04.27 25 0 10쪽
21 승선을 해야 하냐고 24.04.17 25 0 9쪽
20 소년은 물었다 24.04.16 30 1 10쪽
» 작은 선물을 안겨준다 24.04.15 31 0 11쪽
18 그를 감싸준 이는 24.04.13 34 0 10쪽
17 시선은 그에게 집중되고 24.04.11 36 0 10쪽
16 외전. 어둠은 쫒아오고 24.04.09 37 0 7쪽
15 행복해지자 24.04.07 39 0 7쪽
14 어둠 속을 빠져나가 24.04.06 39 0 8쪽
13 가슴까지 차기 전에 24.04.05 40 0 11쪽
12 발목이 잠기고 24.03.24 41 0 9쪽
11 허나 이는 가르침이라 24.03.22 41 0 9쪽
10 마주한 것은 공포요 24.03.21 41 0 12쪽
9 용기내어 다가가니 24.03.20 42 0 9쪽
8 많은 준비를 마치고 24.03.19 43 0 9쪽
7 거울을 마주하기 위해 24.03.18 44 1 10쪽
6 피어날 준비를 마친 이이다 24.03.17 4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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