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가 피어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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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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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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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24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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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항을 알리노라

DUMMY

"탄성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레투아니르 공작가 여러분."



탄성제의 전경은 그야말로 화려함 그 자체였다.


백색, 적색, 금색이 찬란하게 뒤섞인 모습은 화려함과 절제됨이 공존하는 기묘한 분위기를 뽐내고 있었다.


니키타 일행은 지금 성국에서 보낸 전용 마공함에 올라타 있었기에 이러한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었다.



"첫날부터 3일차까지 자유롭게 축제를 즐기시면 됩니다. 4일차부터 있을 연회날엔 저희 쪽에서 찾아뵐테니 마음 놓고 축제를 즐겨주시길 바랍니다."



그 말에 누가 마음 놓겠냐고.


니키타는 자신의 주머니 속 향초갑을 만지작거렸다.


이번 축제날 마음 편하게 지낼 순 없다.


이번 축제에 관한 내용에 대하여 당시 가이드북에 작성된 내용은 오로지 한 줄.



[탄성제는 3일간 피의 성전이 일어나게 되어 후기 세레니즘이 권력을 잡게 되었다.]



3일간 벌어진 '성전', 즉 혁명은 4일차부터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타국의 귀족들을 전원 한 자리에 모아둔 뒤, 그 외의 전기 세레니즘 인물들을 즉결 처형 및 새로운 교황 선포에 좋은 무대가 되어줄 것이니 말이다.


남은 시간은 오늘부터 약 4일.


니키타는 주머니에서 향초를 꺼내 자신의 입에 물었다.


실제로 니키타가 할 일을 나열하라 한다면 어느 무엇보다 단순명료하다.



"아, 또! 향초를 입에 물고!"



그저 성녀 후보에게 위협을 가할 존재들을 찾아 막으면 되는 일.


다만 이를 어찌 막는단 말인가.


그 세력이 어느 정도로 널리 퍼져있는지 알 방도조차 없는 지금 어디서부터 막아야 한단 말일까.


고생 길이 훤히 보이는 만큼 니키타 개인이 나설 방도는 없었다.


심지어 이곳은 타국, 제국의 레투아니르 공작가의 비호가 없는 만큼 뒷배 하나 만으로 나설 수 없는 장소임은 분명하였다.


그렇게 고민하는 사이 마공함은 정류장에 착륙하였다.



"그럼 니키타, 가자! 뭐가 있는지 봐야 할 거 아니야!"



고민하며 천천히 걷고자 했던 그의 바램과 달리 에리카와 벨리타는 니키타를 끌고 그대로 축제 현장으로 달려나갔다.


니키타는 그녀들에게 끌려가며 조용히 자신의 머릿속에 두 가지를 새겨두었다.


멀어지며 희미하게 흘려온 성녀 후보의 말,



[저들은 신경 쓸 필요 없을 것입니다. 그래도 불안하면 안내역을 붙이죠.]



그리고 자신이 가진 탄환 수를 말이다.



* * *



"뭐야, 시끌벅적할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네?"



"종교적 축제니까 당연한 거지."



예상대로 에리카는 풀 죽은 채 식당에 앉아 가만히 음료를 마시고 있었다.


성국의 법은 지엄하다.


한낱 인간이 무시할 수 없는 교리들로 이루어진 말씀은 곧 하나의 길이 되어 미천한 이들을 이끌어 주는 길이 되었으니.


그것이 이 국가의 법이요, 도덕이다.


니키타는 가만히 주위를 둘러보았다.


성녀 후보, 아니 후보가 여럿이니 이렇게 묘사할 필요는 없을 것이지.


그는 그녀를 마녀라 부르기로 하였다.


마녀는 자신들에게 감시역을 붙일 생각이니 티 나지 않게 둘러보았다.


그저 축제가 신기하다는 듯, 지나가는 사람들이 신기하다는 듯이.


모두가 같은 옷이다.


이방인을 제외한 국민의 옷은 같은 옷 만을 입고 다닌다.


새하얀 양복에 푸른 넥타이, 하얀 중절모를 쓰고 검은 망토를 두른 이들 뿐이었다.


복장에 대한 자유가 없는 것인가, 생각했지만 이 또한 저 국가의 규율일 것이다.


외부와의 교류가 이리 활발함에도 어느 누구도 외부의 문물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것.


그만큼 저들이 얼마나 신실한 지 알 수 있었다.



"아니, 무슨 축제가 이렇게 재미없냐고!"



"국가 차원의 종교적 행사야. 시끌벅적한 분위기와 거리가 많이 멀지."



"아니, 아무리 그래도!"



니키타는 조용히 귀를 기울였다.


인간의 귀가 아닌 짐승의 귀를 말이다.


마력을 보아야 한다.


시신경없는 이 귀를 이용하여 마력을 찾아야 한다.


종족에게는 고유의 마력이 존재한다.


마력 자체가 발달하지 못한 반수를 제외한다면 분명...



"니키타!"



니키타의 집중이 깨진 것은 에리카가 탁상을 내리치는 소리 때문이 아니었다.


그녀가 작은 짐승의 얼굴을 빤히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 아니었다.


책상을 내려친 충격으로 인해 다리에 음료가 흘러내리기 때문이 아니었다.



"이제 뭐할지 고민하고 있던 거야?"



"아, 응. 나도 성국은 처음이니 전혀 아는 바가 없어서..."



"그럴 만 하지. 성국은 엄격한 법도를 매우 중시 여기는 국가인 만큼 상당히 엄격하지."



"도대체 얼마나 엄격한 건데?"



벨리타는 빙긋 웃으며 말해주었다.



"성국은 과도한 식사량을 억제하기 위해 뼈와 내장을 섭취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어. 또한 도시 내 이동은 걸음 만으로 움직여야 하며 일상은 해가 떠있을 때만 지속되며..."



"...어마무시하구나."



"그럼."



니키타는 그녀들의 대화에 다시 집중할 수 없었다.


그는 보았다.


흩날리는 수많은 마력 속 실낱 같은 독특한 마력을.


마력에 대한 것은 오감으로 표현하기가 너무나 복잡하다.


선선한 바람과 같은 마력, 상큼한 허브의 향과 옥과 같은 맑은 청록빛.


니키타는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바로 그녀임을.


바로 엘프 임에도 성국의 성녀 후보로써 추앙받은 인물이자, 대륙에서 가장 거대한 숲인 <위더우드>를 관리함과 동시에 모든 숲의 관리를 통제하는 <라 파레온>의 엘프.


이다 라 위더우드.



"그러면 관광 명소라도 구경하러 가자!"



"그럴까? 그럼 슬슬 일어나자."



니키타는 곧장 그녀의 옷자락에 작게 자신의 마력을 새겨 넣었다.


언제든 그녀의 위치를 알기 쉽게 파악하기 위함인데, 이는 그 음험한 성녀 후보가 다급해질 만한 사건을 만들기 위한 준비이다.



"우선 숙소에 가서 짐부터 풀고 움직이자."



"가자, 니키타! 빨리 구경해야지!"



그리고 니키타는 테이블에서 일어났다.


자신이 표식을 남긴 이에 대하여 얼굴을 볼 생각 없이 그는 자연스럽게 에리카를 따라 숙소로 향하였다.



* * *



어느새 해가 저물고 검은 천이 무대를 뒤덮어 가릴 때 니키타는 그제야 자신의 방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리고 니키타는 곧장 자신의 무기들을 챙겨 들었다.


낮 시간 동안 돌아다닐 때 주변에서 들려온 정보들을 종합 해보았을 때 세력이 결코 밀리는 수준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오히려 전기 세레니즘에 대한 지지 또한 월등하게 높으며 후기 세레니즘에 심취한 이들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사실 또한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후기 세레니즘은 어떻게 정권을 잡을 수 있었을까.


기습적 반란에서 나왔을 것이라는 정답이 니키타의 머릿속에서 도출되었다.


물론 그러한 반란 또한 누군가 배후에 있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그 정도 구분은 쉽지."



게임 속 성국의 주요 인물들은 기억하고 있었다.


아무리 스토리를 경시하고 플레이 했다 할 지라도 자신이 게임에서 마주한 적대 NPC에 주요 NPC 정도는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레투아니르 공작가가 아직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이 어떤 변수로 작용할 지 모르지만 어쩌면 이는 불가피한 요소가 아닐까 생각된다.


기존에 알던 흐름의 물길을 틀었으니 당연히 새로운 길을 향해 흐름이 이어지겠지.


그럼에도 불안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는 멈출 생각은 없었다.


그는 자신의 총을 어깨에 걸친 채 밖으로 나섰다.



"진짜 어둡네."



성국의 밤은 낮의 찬란하게 화사한 모습과 정 반대로 깊은 어둠으로 물들어 있었다.


어느 도시보다 찬란한 낮을 가진 도시의 밤은 어느 도시보다 깊은 어둠을 보여주었다.


이러한 어둠은 오히려 니키타에게 너무나 친숙하였다.


낮 시간, 자신이 미리 살펴본 도시의 전광을 떠올리며 이다 라 위버우드를 추적하였다.


추적의 끝, 그는 그녀가 현재 저택에 머무르고 있음을 확인하자마자 그는 꽤 거리가 있는 건물 지붕에 멈춰섰다.


그리고 총을 꺼내든 뒤 견착 자세로 그는 그녀 주변의 인물들을 천천히 탐색해나가기 시작했다.


아는 얼굴들이 하나하나 보였다.


성국과의 전쟁 때 가장 먼저 마주했던 인물인 제 1번대 성전 기사단 단장.


기습 작전 때 마주한 제 4번대 징벌 기사단 단장.


수도 진입 때 마주한 성자.


전부 후기 세레니즘 신봉자들이었다.


니키타는 자신의 망원경을 내린 뒤 그들의 위치를 확인해두었다.


그리고 총을 집어 들었다.


그가 오늘 이곳에 굳이 온 이유는 단 하나였다.


그는 방아쇠를 당겨 자신의 목표를 완수하고자 했다.



"....사람이...!"



"경비...! 사람이....!"



니키타는 확인된 인원 셋을 곧장 사살했음을 멀리서 확인한 뒤 바로 자리를 떴다.


그리고 곧장 방에 들어간 뒤 그는 향초에 불을 붙였다.


적어도 게임 내에서 본 후기 세레니즘의 대표격 되는 인물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다혈질에 꽉 막힌 성격인 그가 지금 상황을 어찌 받아들일까.


숨을 들이마시자 설화향의 시원한 향이 몸 속 전체에 퍼져나가는 것이 느껴졌다.


내일은 어떨까.


그는 슬며시 웃어 보였다.



* * *



다음 날, 축제는 변함없이 진행되었다.


전 날과 다른 점을 굳이 찾아보라 하면 경비들이 매우 분주해 보인다는 점.



"무슨 일이 있었나?"



"글쎄. 외부인인 우리들에게 알려주지 않을 것 같은데."



알리기 싫을 것이다.


하르프 총본산은 물론이며 특히 후기 세레니즘이라면 더더욱 숨길 테니까.


성국의 높은 이들이 너무나 쉽게 암살 당했다는 소식은 그야말로 치부와 다를 바 없는 사실이니 말이다.



"어? 저거 빵을 포장마차에서 판매하네요?"



에리카가 가리킨 곳은 작은 길거리 노점상이었다.


이런 절제된 모습의 국가에서 노점상이 보이다니, 정말 언벨런스한 모습이다.



"저건 캉파뉴네. 성국 사람들의 주식이야."



벨리타는 그리 말하고 노점상에서 빵 3개를 구매해왔다.


그냥 커다란 빵 통째로 받아올 줄 알았지만 잘려진 빵 사이에 햄이 한가득 끼워져 있었다.



"여긴 이 음식이 주식이야. 이런 식으로 햄을 끼워먹는 방식이 보편적이지."



"어째서 이런 빵을 먹게 된거죠?"



벨리타는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성국은 곡식 재배량이 대륙에서 두 번째로 높기에 빵을 자주 만들어 먹거든. 넘치는 것이 곡식이니 곡식을 많이 넣은 빵을 많이 섭취하는 것은 당연하지."



곡식이라.


확실히 성국은 후기 세레니즘이 나타나며 평민들이 농노의 신분으로 바뀌었던 기억이 있다.


군대의 병사와 싸운다면 그 병사의 보직이 NPC명으로 나오지만 성국은 농노로 표시되었었다.


그들에 대한 그래픽 묘사 또한 굶주린 인물로 묘사되었던 만큼 국가 상태가 말이 아니란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실례하겠습니다, 레투아니르 공작가의 여러분."



캉파뉴를 먹던 니키타는 고개를 들어 말을 건 인물을 보았다.


드디어 만났다.



"성녀 후보님께서 뵙고자 하십니다."



성녀 후보라는 명칭은 같지만 그녀가 칭하는 성녀 후보는 다르다.


니키타의 앞에 서있는 인물은 가정교사, 성녀 후보에게 예절과 격식, 문화와 종교에 관한 것들을 가르치는 입장으로 성녀 후보와 어느 누구보다 가까운 인물이다.


그런 가정교사가 칭하는 성녀 후보는 마공함에서 우리를 안내한 인물과 다른 이를 칭하는 명칭임을 니키타는 알 수 있었다.



"혹 지금 즉시 이동해도 불편하지 않으시겠습니까?"



또 하나의 변화점이 나타났다.


작가의말

오타 지적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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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가 피어날 때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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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지금 필요한 것은 NEW 12시간 전 3 0 11쪽
34 그녀가 기억하는 방법 24.09.14 8 0 12쪽
33 힘차게 발을 내딛는다 24.09.12 9 0 11쪽
32 비로소 여우는 인정을 받고 24.09.10 15 0 12쪽
31 여우는 자신의 송곳니를 찾게 된다. 24.09.09 15 0 11쪽
30 여우는 그제야 작은 숨을 토해낸다 24.09.06 19 0 11쪽
29 선택받은 땅을 향하여 24.09.02 23 0 12쪽
28 우린 나아가리라 24.08.05 22 0 12쪽
27 석탄을 전부 넣어라 24.07.24 26 0 13쪽
» 출항을 알리노라 24.05.24 27 0 12쪽
25 결국 승선하고 만다 24.05.12 25 0 10쪽
24 그렇게 떠밀려진 그는 24.05.05 26 0 12쪽
23 선택지는 없다고 24.05.04 24 0 9쪽
22 모두가 말한다 24.04.27 25 0 10쪽
21 승선을 해야 하냐고 24.04.17 25 0 9쪽
20 소년은 물었다 24.04.16 30 1 10쪽
19 작은 선물을 안겨준다 24.04.15 30 0 11쪽
18 그를 감싸준 이는 24.04.13 34 0 10쪽
17 시선은 그에게 집중되고 24.04.11 36 0 10쪽
16 외전. 어둠은 쫒아오고 24.04.09 37 0 7쪽
15 행복해지자 24.04.07 39 0 7쪽
14 어둠 속을 빠져나가 24.04.06 39 0 8쪽
13 가슴까지 차기 전에 24.04.05 40 0 11쪽
12 발목이 잠기고 24.03.24 41 0 9쪽
11 허나 이는 가르침이라 24.03.22 41 0 9쪽
10 마주한 것은 공포요 24.03.21 41 0 12쪽
9 용기내어 다가가니 24.03.20 42 0 9쪽
8 많은 준비를 마치고 24.03.19 43 0 9쪽
7 거울을 마주하기 위해 24.03.18 44 1 10쪽
6 피어날 준비를 마친 이이다 24.03.17 4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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