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가 피어날 때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새글

리메리온
작품등록일 :
2024.03.14 20:08
최근연재일 :
2024.09.18 23:32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1,157
추천수 :
4
글자수 :
166,901

작성
24.04.05 17:41
조회
40
추천
0
글자
11쪽

가슴까지 차기 전에

DUMMY

그것은 정해진 형태가 없다.


어느 누구도 그 모습을 보고 살아남은 이들이 없었으며,


도망쳐도 대적해도 미개한 자들은 그저 간식거리로 전락당할 뿐이다.


해를 가리고,


바다를 들이키며,


산을 짓뭉개는,


그 존재는 귀수라 칭한다.



"니키타...어디로 가는 거지?"



빛이 삼켜지는 지금, 어두운 세상 속 새하얀 짐승 하나가 숲으로 달려가는 것이 보였다.


작은 저 빛이 어둠 속으로 어찌 혼자 들어가는 것일까.


그 의문은 절대 사소한 의문이 아니었다.


어느 누가 이성을 지닌 채 빛 한 줌 없는 어둠 속으로 달려들어 갈 것인가.


그가 어떠한 언질도 없이 달려나감은 무언가 일어날 지 모른다는 막연한 걱정 속,



"공작님께서 일검을 명하셨습니다."



일검.


공작가 전체에 위협이 가해졌을 때 사용하는 소집령.


어쩌면 니키타는 알리지 못할 정도로 다급한 사항을 감지한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공작의 부름에 응하였다.


문득 바라본 창문 너머의 세상에서, 작은 빛은 이미 사라져 가라앉은 어둠만이 고요히 기어다니고 있었다.



* * *



"공작님. 니키타는..."



"그만. 이미 그가 남겨둔 쪽지를 확인했다. 어둠숲에서 무언가 발견하여 급히 나간다더군. 집사, 지금 시각은?"



"현재 시각 1258입니다."



"좋다. 1300에 정확히 봉투를 개방하겠다."



겨우 2분.


겨우 2분의 시간이 어찌나 길던지.


자주 만나온 오빠부터 최근 마주한 적 없던 누나와 동생들까지 한 자리에 모여 침묵을 이어갔다.


방 안에 물이 가득찬 듯 숨조차 쉬기 벅찬 침묵에 삼켜진 지 얼마나 지났을까.



"1300, 확인하였다."



공작이 침묵을 가장 먼저 쫒아내었다.


그는 봉투를 뜯어 문서를 천천히, 그리고 신중하게 확인하였다.



"지금부터 중요사항을 전달하겠다."



공작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레투아니르 영지와 디페리시드 영지 인근에 불법적인 실험을 자행하는 무뢰한들이 확인되었다는 첩보가 들어왔다. 전 인원들은 지금부터 이번 작전을 수행할 것이다."



"명, 받듭니다."



그 즉시 공작이 밖으로 나가자 모든 인원이 그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천재라 불리우는 지그문트를 포함하여 뛰어난 암살로 암검이라 불리는 에카리온, 마법사를 죽인 루니아까지.


상당한 실력자들이 지금 공작의 뒤를 따라 걷고 있었다.


그 선두에 선 이는 레투아니르 공작이었다.


거창하지 않지만 단 한 글자로 불리우는 존재.


그는 검이다.


그는 가르시아 레투아니르다.



"현 상황은 움직이며 전파해주지. 적은 제국의 자작가였던 벨 가문으로 연구 목적은 불명이되 두 영지에 해를 끼치려는 것은 분명하다."



"살상 명령은 무엇입니까?"



공작은 저택 밖으로 나오며 낮고, 굵게 한 마디 하였다.



"디페리시드를 제외한 몰살."



"충!"



한 명을 제외한 모든 인원들은 빠르게 앞으로 달려나갔다.


오로지 한 명을 위하여, 그리고 검의 길을 위하여.



"니키타라고 했던가...감이 좋은건지..."



공작은 자신의 손에 쥐여진 쪽지를 펼쳐보았다.


이는 니키타가 공작에게 남긴 쪽지였다.



[어둠숲에 이상한 기류가 흘러 위급하다 판단, 즉시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들어가보겠습니다.]



공작은 이를 불태운 뒤 천천히 자식들이 달려나간 길을 따라 걸었다.


그가 죽든 살든 상관없었다.


죽으면 그 정도인 인물인 것이며, 산다면 가치를 증명한 것이니.


오로지 제국의 적만을 생각하며 자신의 검자루에 손을 올렸다.


검은 주인을 지키는 무기이니까.



* * *



"...마력이...!"



어둠숲에 들어가 외곽을 기준으로 빠르게 움직다 숲에서 기괴한 존재를 발견했다.


검붉은 무언가가 나무와 땅에 붙어 말라있었다.


이 숲에서 지내며 단 한 번도 본 적 없던 물질이었다.


슬쩍 만져보자 그는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이건 자연스레 생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 마력은 존재해선 안될 마력이 분명했다.


이 세상에 살아가는 생물들이 가지지 못하며 느껴선 안될 마력.


이건 귀수의 마력이다.


니키타는 근방에 귀수가 둥지를 틀었을 것이라 판단할 수 밖에 없었다.


이제 이 물질의 마력을 집중적으로 파악하기 시작했다.


저 시커먼 무언가의 흔적을 찾아 조심스레 움직였다.


최대한 자신의 머리와 꼬리를 가린 뒤 발자국도 남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소총을 견착시킨 채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스읍, 하.


작은 숨소리마저 거칠게 들려오는 지금, 니키타는 마침내 도달할 수 있었다.


기묘한 돔 형태의 마력을 확인, 그는 이에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마력장이구나."



빛을 굴절시키는 기묘한 마력장을 펼치는 기술은 난생 처음 보았다.


니키타는 이를 함부로 건들지 않고 차근차근 분석해나갔다.


식의 주요 단어, 꾸밈식, 구조, 마력량을 하나하나 분석하고 저들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파악해 나갔다.


식은 문장이며 마력에게 해주는 말이다.


마력이 나아갈 길과 나아갈 양, 용도 등의 글귀를 작성해낸 것이 바로 식이다.


그렇기에 이를 알 수 있다면 마법을 파훼하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니키타는 차근차근 식을 옮겨 적으며 이를 변환시켜 나아갔다.


새롭게 식을 변형시키자 니키타 앞에 작은 눈구멍이 생겨났다.


그곳을 통해 들여다 본 내부의 모습은 난생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상태는?"



"심박 370, 마력 순환 속도는 80km/h로 상당히 거칩니다."



"좋아, 마력 순환 속도에 박차를 가하게나. 급성장의 최대 효율을 위해서라면 적어도 160km/h에 근접해야하네."



"네, 마력 순환을 가속시키겠습니다."



저들이 하는 말을 완전하게 이해할 순 없었다.


다만 분명한 것은 저들이 행하는 것은 귀수를 다루기 위한 연구임은 분명해 보였다.


저 거대한 통 속에 잠긴 시커먼 것은 지금껏 봐온 어떤 짐승들과 사람들의 마력과 겹치는 것 하나 없었다.


단 한 발로 통 속의 무언가를 제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니키타는 잔탄을 확인, 빠른 제압을 위해 내부 인원을 빠르게 확인하였다.



* * *



"태양을 거스른 반역자들에게 죽음을!"



이번 반란에 대한 모의는 오래전부터 준비한 듯 보였다.


내부는 상당히 정교하였고, 규모 또한 거대하여 어디가 이 연구소의 끝일지 알 길이 없었다.



"아, 백작. 오랜만입니다."



"이번 작전에 동행해주셔서 영광입니다, 공작님."



당장 작전 중인 만큼 두 귀족은 가벼운 인사만 한 뒤 즉시 업무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저희가 조사한 바로는 지하 12층까지 이어진 구조로 파악됩니다. 이 중 벨 자작은 가장 지하에 위치해있음이 확인되었습니다."



"그렇담 제가 어찌 해주심이 좋으신지요."



"몰살, 대신 시설 내 자료들은 최대한 보존 부탁드립니다."



"좋지. 제국에 도움이 된다면 내 기쁘게 이행하리라."



"확인된 병력은 이러하며 실험 내용 또한 전부 파악되었습니다."



"실험 내용을? 대단하군! 그래서, 그 내용은 무엇인가?"



"귀수를 세뇌시키는 실험이라 합니다."



"귀수를? 그게 가능하단 말인가?"



귀수가 무엇인지 가장 잘 아는 인물이 누구인가.


최전방에서 제국의 영토를 수호하는 검이 몇번 상대해 본 존재니 당연히 잘 알 수 밖에 없었다.



"다만 그 내용이 가장 우선적인 목표일 뿐, 최종 목표는 다른 것입니다."



"그것은 무엇이지?"



순간 백작은 망설였다.


자신이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나 허무맹랑한 목표 아닌가.


그런 것이 어찌 가능할 것이란 말인가.



"허, 당최 무슨 목적이길래 그리 말을 더듬으신가."



"...반수의 귀수화 및 군대화입니다."



"...뭐?"



공작은 그 말에 당혹감을 감출 수 없었다.


임의로 귀수화를 일으킨 뒤 이를 군으로 부릴 생각이라니.


정신이 멀쩡한 이라면 어느 누구도 그런 상상을 할 리 없었다.



"레투아니르 전원, 전부 몰살하되 자료는 온전하게 남겨둘 수 있도록!"



"명 받듭니다!"



"정보원 전원, 저료 확보가 우선이다! 전투원이 정리되면 그 즉시 자료들을 이곳으로 가져올 수 있도록!"



"옙!"



연구소는 그렇게 하나하나 정리되기 시작했다.


에리카 또한 적들을 빠르게 베어내고 마법으로 정리하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이전 거울 던전에서 겪은 공포감과 무력감으로 주눅들지 않고, 오히려 이를 이겨내고 말겠단 그녀의 의지는 그녀를 과감하게 만들어주었다.


그리 이동하던 그녀는 문득 어느 벽에서 어딘가 위화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다른 벽과 다르게 위치가 미묘하게 다른 듯 보이는 기묘한 벽 앞에서 그녀는 가만히 관찰하였다.


니키타라면 이를 어찌 확인했었던가.


거울던전에서 그가 보여준 모습들을 더듬어가며 벽을 하나하나 살펴보았다.



"찾았다."



그녀는 이내 독특한 구멍 하나를 발견했다.


근처에 널부러진 이들을 하나하나 뒤져 발견한 기이한 막대를 구멍에 넣자 문은 조용하게 열리기 시작하였다.


그 내부는 자료들로 가득한 공간이었다.



"뭐야, 이런 곳을 굳이 숨겨야 하는 이유가 있었나?"



수많은 자료들 중 에리카는 테이블에 펼쳐진 자료를 집어들어 살펴보았다.



"...귀수...성공...테스트...?"



글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래보여도 공작가의 기본 소양으로 어릴 때 글은 전부 익혔기 때문이다.


다만 그녀 눈 앞에 보이는 글들이 전혀 믿어지지 않는 내용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에리카는 그 즉시 곧장 그 자료를 챙겨든 채 달렸다.


거꾸로 달리고 또 달려 공작과 백작이 이야기하는 곳에 도달하였다.



"말씀 중에 죄송합니다! 다만 너무 다급한 내용인지라 무례를 용서해주십시요!"



"괜찮다. 그 자료가 본론인가?"



"그렇습니다!"



공작이 고개를 끄덕이자 백작은 이를 집어들어 자료를 읽어보기 시작하였다.



"...상황이 너무나 심각합니다, 공작님."



"심각하다?"



"그렇습니다."



백작은 자료에 눈을 고정한 채 말을 이어나갔다.


그럴 리 없다 믿어왔지만, 이미 자료가 틀렸다 답해주지 않는가.


백작의 정보에 오류가 생겼다는 사실을.



"귀수 하나를 최종적으로 제조하는데 성공, 금일 어둠숲에서 테스트를 앞두고 있다 합니다."



"...뭐?"



"공작님! 어둠숲에는 니키타가 홀로 들어가 있습니다!"



공작은 문득 니키타가 적은 쪽지를 떠올렸다.


어둠숲에서 '무언가' 발견했다.


그게 현재 실험중인 귀수라면?



"에리카! 지금 즉시 나를 따라 표기된 장소로 향한다!"



"명 받듭니다!"



"공작님! 저와 제 딸도 같이 동행하겠습니다!"



백작의 그 말에 공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4명은 그 즉시 표기된 장소를 향해 달려나갔다.



'니키타, 제발...가만히 있어 줘!'



소녀의 간절함은 안타깝게도 소년에게 닿지 못했다.



"...이제 시작해야겠지?"



마력장 내부의 모든 연구원을 몰살시킨 니키타는 이제 사냥을 준비하고 있었다.


레투아니르를 몰락하게 만든 귀수를 사냥할 준비를.


작가의말

오타 지적 언제나 환영입니다!/1, 2, 12화 수정 및 현실 문제로 인해 업로드가 늦었습니다...죄송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국화가 피어날 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5 지금 필요한 것은 NEW 12시간 전 3 0 11쪽
34 그녀가 기억하는 방법 24.09.14 8 0 12쪽
33 힘차게 발을 내딛는다 24.09.12 10 0 11쪽
32 비로소 여우는 인정을 받고 24.09.10 15 0 12쪽
31 여우는 자신의 송곳니를 찾게 된다. 24.09.09 16 0 11쪽
30 여우는 그제야 작은 숨을 토해낸다 24.09.06 20 0 11쪽
29 선택받은 땅을 향하여 24.09.02 24 0 12쪽
28 우린 나아가리라 24.08.05 23 0 12쪽
27 석탄을 전부 넣어라 24.07.24 26 0 13쪽
26 출항을 알리노라 24.05.24 27 0 12쪽
25 결국 승선하고 만다 24.05.12 25 0 10쪽
24 그렇게 떠밀려진 그는 24.05.05 27 0 12쪽
23 선택지는 없다고 24.05.04 25 0 9쪽
22 모두가 말한다 24.04.27 25 0 10쪽
21 승선을 해야 하냐고 24.04.17 26 0 9쪽
20 소년은 물었다 24.04.16 30 1 10쪽
19 작은 선물을 안겨준다 24.04.15 31 0 11쪽
18 그를 감싸준 이는 24.04.13 34 0 10쪽
17 시선은 그에게 집중되고 24.04.11 36 0 10쪽
16 외전. 어둠은 쫒아오고 24.04.09 37 0 7쪽
15 행복해지자 24.04.07 39 0 7쪽
14 어둠 속을 빠져나가 24.04.06 39 0 8쪽
» 가슴까지 차기 전에 24.04.05 41 0 11쪽
12 발목이 잠기고 24.03.24 41 0 9쪽
11 허나 이는 가르침이라 24.03.22 42 0 9쪽
10 마주한 것은 공포요 24.03.21 41 0 12쪽
9 용기내어 다가가니 24.03.20 43 0 9쪽
8 많은 준비를 마치고 24.03.19 43 0 9쪽
7 거울을 마주하기 위해 24.03.18 44 1 10쪽
6 피어날 준비를 마친 이이다 24.03.17 46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