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가 피어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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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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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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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12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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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승선하고 만다

DUMMY

성국에서 종교적 직책을 받는 순간 그들은 자신의 이름을 버리게 된다.


성녀와 같은 고위 직책을 지닌 인물은 스스로를 성녀라 부르지 않고 신의 말씀을 듣는 이와 같은 추상적인 표현으로 자신을 소개한다.


그보다 어째서 미래의 성녀가 여기에 올 것이라 생각을 단 한 번도...



"아, 탄성제..."



니키타는 그제야 조간지에서 읽은 탄성제에 관한 내용을 떠올렸다.



"오늘 신문을 읽어보셨나 보군요."



그녀는 은은한 미소를 띄우며 자리에 앉았다.



"맞습니다. 오늘 올라온 뉴스임에도 불구하고 제가 오늘 이곳에 나타난 이유는 여러분들께 부탁을 드리고 싶어 온 것입니다."



그녀는 조용히 자리에 앉았다.


앉는 법부터 사소한 습관 하나하나가 전부 섬세함이 느껴질 지경이었다.


저런 인물이 사람을 학살하던 모습에서 큰 충격이, 그리고 그녀가 협력하는 인물이 누구인지 깨닫게 되었을 때의 두 번째 충격이 잊혀지지 않는다.



"그래서, 후보님께서 어찌 이곳에 오셨는지 말씀을 해주셔야지."



"맞네요. 그걸 잊고 있었군요."



그녀는 슬며시 웃어 보이며 자신의 품 속에서 무언가를 꺼내 보였다.


잘 말린 작은 종이 두루마리였다.



"이건 벨 가문이 해온 일에 대한 혐의 및 증거 품목들입니다."



성녀는 아무렇지 않게 웃어 보였다.


그녀의 목적은 사실 명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웠다.


정적의 제거가 목적이라 함은 이미 무너진 벨 가문에게 어떤 가치가 있을까.


그들에게 가장 큰 문제를 고르라 한다면 벨 가문이 아니라 무너진 두 중립 국가가 더욱 핵심일 터.


니키타는 게임 할 적 그 성녀에 대하여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타락한 존재가 아닐까, 라는 의문을 품은 적 있었다.



"이에 대한 증거가 필요할 것이라 판단하여 가져와 봤습니다만...어떠신지?"



하지만 그녀는 처음부터 타락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의 본질이 그러했을 뿐.



"어찌 이 자료가 필요하다 생각하신 것인지 의문이 드는군요."



"저 또한 그저 주신의 말씀에 따라 움직였을 뿐. 그분께선 여러분 또한 참석해주시길 바라시는 마음을 전해드리기 위하여 왔습니다."



헛소리.


성녀 후보는 지금 어떠한 말을 들을 수 있을 리 없다.


성국의 체계가 가장 비밀스러운 만큼 다른 이들이 알지 못할 지라도 니키타 만큼은 확신하여 말할 수 있었다.


성녀 후보라는 명칭에서 '성녀'라는 단어에만 심취하여 사람들이 우대해줄 뿐, 꼬리처럼 따라붙은 후보라는 단어에 주목해야 한다.


눈 앞의 그녀는 오직 후보일 뿐, 진짜 성녀는 성국에 따로 존재한다.


오로지 한 명에게만 말을 건네는 신이 어찌 두 명에게 말을 건단 말인가.


다만 정말로 그녀가 신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면 이는 또 다른 문제가 될 수 있었다.


그 신은 그녀가 섬기는 신이 아닐 수 있으니까.



"탄성제에 저희가 참가했을 때의 이점은 오직 이 뿐입니까."



에리카가 먼저 입을 열었다.


그 말에 성녀는 여전히 미소를 띄운 채 말하였다.



"그럴리가요. 성국은 제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싶습니다. 그 대표로 제국 황실과 협상을 통하여 여러분들을 초대하기로 결정했답니다."



순간 그 말에 니키타는 공작을 바라보았다.


그녀는 니키타를 향해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허나 직접 움직여야 하는 여러분들의 의견을 묻는 것이 중요하므로 켈 공작님께 양해를 받아 이곳에 오게 되었답니다."



이해되지 못하는 점은 많다.


성국에서 상황에 대한 파악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정보만 가져온 상황도.


성국에서 저자세로 제국에 나타난 이유도.


니키타는 최대한 머리를 굴렸다.


성국이 이렇게 나올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는가.


그 원인이 무엇일까.



"그렇다면 조건이 있습니다."



벨리타의 말에 성녀 후보는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



"무엇이든 말씀해주시길."



"그저 저희는 눈에 띄지 않게 조용히 축제를 즐기고 싶군요."



"조용히...말씀이신가요?"



"그럼요. 첫째가 아닌 이상 저희는 그저 레투아니르에 소속되어있을 '뿐'인 이들입니다.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알겠습니다. 이에 대한 결정은 성국과 상의 후 말씀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성녀 후보는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여 인사한 뒤 자리를 떴다.


그녀가 사라질 때도 조용했던 분위기 속 가장 먼저 입을 연 이는 공작이었다.



"대담하군. 그녀가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하자마자 이를 전면에서 부정하다니."



"과찬이십니다. 그저 조용히 학교를 다니고 싶어서 그랬을 뿐입니다."



"그래, 그러면 그런 것으로 해두지."



니키타는 에리카가 말해주는 축제에 대한 설명 덕분에 그제야 성국의 의도가 무엇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성국은 레투아니르 공작가의 자녀들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탄성제, 그 축제는 대륙에서도 손꼽힐 만큼 1월 첫 주 동안 이뤄지는 거대한 축제이다.


축제의 규모가 상당한 만큼 각 국의 언론 또한 대거 참석하기에 귀족들은 이를 축제가 아닌 사회의 전쟁터로 여길 수준이다.


심지어 새로운 한 해의 시작과 거의 동시에 이뤄지는 첫 대규모 축제이기에 한 해의 이미지가 여기서 결정된다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래서 사실 우리들도 그 축제에 가는 것 자체를 고려하지도 않았었거든."



에리카는 조용히 니키타에게 알려주었다.


그렇다면 성녀 후보가 바란 것은 귀족의 한 해 동안 명성이 좌지우지 될 수 있는 곳에, 뒤에서 동맹 맺은 두 국가를 무력화시킨 레투아니르 가문의 일원을 초대한다니.


굳이 첫째가 아닌 학교에 곧 입학할 이들을 초대 받아 가게 된다면 직통 후계자에 비해 그 힘이 약한 만큼 돌려지기 좋은 구조가 나올 것이다.


그렇기에 벨리타가 그 부분을 예민하게 받아들인 모양인 듯 하였다.


하지만 굳이 그런 방법을 선택할 필요가 있을까.


경제적 문제라면 그럴 수 있다 생각되지만 이는 별개로 받아들이는 편이 좋은 점이 아닌가.



"유치해 보이지 않나, 니키타?"



공작은 술을 한 병 더 주문하며 말했다.


감정을 숨기지 못하는 니키타의 모습 만으로 그가 의아해 하고 있다는 것을 쉽게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고작 직통 후계자가 아닌 이들을 불러내는 방법을 선택한 이들의 방식이?"



"...그렇습니다."



"그게 귀족들이 사는 방식이란다."



그녀는 술을 죽 들이킨 뒤 말을 이었다.



"고상한 척 하지만, 결국 본질은 바깥의 짐승들의 생태나 다를 바 없는 법이란다."



밥그릇 싸움이란 말이겠지.


니키타는 조용히 자신의 음식에 포크를 찔러 넣었다.


그래서 귀족들과 엮이기 싫었던 것인데.



"이미 지난 일이니 어쩌겠나. 우선 밥부터 먹여야겠지!"



이 찝찝함은 식사가 끝나갈 무렵까지 이어졌으며 결국 에리카와 벨리타, 니키타는 레투아르에 돌아가지 못하게 되었다.


성녀 후보의 대답을 기다리란 레투아니르 공작의 말에 결국 인근 숙소를 잡아 묵을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었다.



* * *



"성국에서 여러분의 조건을 수용한다 말씀하셨습니다."



성녀 후보는 웃으며 그리 말하였다.


그것도 겨우 단 하루 만에 돌아온 대답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출발은 언제 하면 되겠습니까?"



"내일 즉시 출발할 예정입니다. 축제 또한 얼마 남지 않았기에 최대한 빠르게 움직여야 하므로 양해 바랍니다."



"알겠습니다."



벨리타가 어제 성녀 후보에게 한 말은 분명 거절의 의사가 상당히 강했을 터.


그럼에도 성국에서 조건을 받아들인다는 점이 기묘하였다.



"그럼 전 잠시 향초를 사러 상점에 가보겠습니다."



"그거 습관이야, 니키타. 누가 보면 환각제인 줄 안다니까?"



니키타는 혹시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대비를 해둘 생각으로 상점으로 몸을 움직였다.


성국의 지금 상황은 내분에 가까운 상황일 것이다.


본 편이 시작할 때, 성국의 정세가 안정되는 상황이었던 점, 그리고 그들이 상당히 호전적이었던 점을 든다면 결론은 하나겠지.


이번 축제 때, 성국 내 권력 다툼이 일어날 것이다.


종교적 갈등에 대해서 나설 방법이 없을 수 있다 하지만 후기 세레니즘을 미리 막아낼 수 있다면 앞으로의 사건들은 위험도가 상당히 낮아질 것이다.


이를 위한다면 성녀 후보 중 전기 세레니즘이 밀고 있는 엘프의 암살을 막아야 한다.


그녀는 성녀 후보라는 점 이외의 지위를 가진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인물이기에 반드시 살려야 할 존재이기도 하다.


니키타는 큰 상점이 아니라 도시 외곽의 작은 상점으로 향하였다.


그의 발걸음에는 일말의 망설임조차 없는 발걸음이었다.


사실 이를 지금 해야 할 생각을 해본 적 없어서 고려해본 적 없는 요소였지만 지금은 성공하길 기도해야 하는 요소였다.



"향초를 구입하러 왔습니다."



"흐음, 향초라...어떤 향으로 찾는가?"



"그렇다면 호수의 시원함을 찾고 있습니다."



그 말에 순간 상점 주인은 니키타를 바라보았다.



"이런, 그리 추상적으로 말씀하시면 제가 아는 바가 없기에..."



"그렇군요. 그렇다면 묵직하고 씁쓸한, 거기에 짙은 고목의 향과 청량함이 가득한 호수의...그렇지, 위더우드의 향으로 정하지요."



순간 상점 주인은 후드를 벗어던짐과 동시에 그의 목에 칼을 겨누었다.



"너...!"



"어둠 숲의 관리자, 니키타가 엘프의 기연을 확인함을 보고하기 위해 왔다 알려."



그와 동시에 니키타는 자신의 가슴에 새겨진 각인을 보여주었다.


각인을 살펴본 상점 주인은 니키타의 몸에 새겨진 각인에 충격을 받은 듯 순간 주춤거리며 한 발 물러났다.



"너...아니, 당신이 어떻게 그걸...?"



"그리고."



니키타는 그녀에게 동전을 건네며 말을 이어나갔다.



"설화향 향초 한 통도 주문하지."


작가의말

오타 지적은 언제나 환영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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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그녀가 기억하는 방법 24.09.14 7 0 12쪽
33 힘차게 발을 내딛는다 24.09.12 9 0 11쪽
32 비로소 여우는 인정을 받고 24.09.10 15 0 12쪽
31 여우는 자신의 송곳니를 찾게 된다. 24.09.09 15 0 11쪽
30 여우는 그제야 작은 숨을 토해낸다 24.09.06 19 0 11쪽
29 선택받은 땅을 향하여 24.09.02 23 0 12쪽
28 우린 나아가리라 24.08.05 22 0 12쪽
27 석탄을 전부 넣어라 24.07.24 25 0 13쪽
26 출항을 알리노라 24.05.24 26 0 12쪽
» 결국 승선하고 만다 24.05.12 25 0 10쪽
24 그렇게 떠밀려진 그는 24.05.05 26 0 12쪽
23 선택지는 없다고 24.05.04 24 0 9쪽
22 모두가 말한다 24.04.27 25 0 10쪽
21 승선을 해야 하냐고 24.04.17 25 0 9쪽
20 소년은 물었다 24.04.16 30 1 10쪽
19 작은 선물을 안겨준다 24.04.15 30 0 11쪽
18 그를 감싸준 이는 24.04.13 33 0 10쪽
17 시선은 그에게 집중되고 24.04.11 36 0 10쪽
16 외전. 어둠은 쫒아오고 24.04.09 37 0 7쪽
15 행복해지자 24.04.07 39 0 7쪽
14 어둠 속을 빠져나가 24.04.06 38 0 8쪽
13 가슴까지 차기 전에 24.04.05 40 0 11쪽
12 발목이 잠기고 24.03.24 41 0 9쪽
11 허나 이는 가르침이라 24.03.22 41 0 9쪽
10 마주한 것은 공포요 24.03.21 41 0 12쪽
9 용기내어 다가가니 24.03.20 42 0 9쪽
8 많은 준비를 마치고 24.03.19 43 0 9쪽
7 거울을 마주하기 위해 24.03.18 44 1 10쪽
6 피어날 준비를 마친 이이다 24.03.17 4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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