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가 피어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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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리온
작품등록일 :
2024.03.1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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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09 1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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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어둠은 쫒아오고

DUMMY

어둠숲은 그야말로 암흑과 같은 숲이다.


숲 자체부터 사람들이 발을 들이기 꺼려하는 장소인데, 어떤 사건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는 미지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하물며 빛에 의존하는 모든 생물들에게 빛의 축복마저 삼켜 어느 누구도 살려 보내지 않는 어둠숲은 그야말로 금기시되는 장소.


미지의 숲임에도 어느 누구도, 심지어 레투아니르 공작가에서조차 발을 들이지 않는 데에는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렇기에 니키타가 어둠숲에서 나왔을 때 공작가는 그를 눈여겨 본 것이었다.



"그나마 대략적인 위치를 찾을 수 있다는 것 만으로도 다행이군."



디페리시드 백작의 자녀 덕분에 그들은 길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그래도 에리카님께서 니키타님과 연관있는 물건이 있어서 다행입니다."



니키타의 위치를 찾는 매개체는 에리카가 가지고 있었던 던전 공략에 사용했던 귀마개였다.


어째서 그녀가 이를 가지고 있었을까, 라는 의문은 의미없는 질문이었다.


그녀는 이를 버릴 생각없이 그대로 주머니에 집어넣고 다녔기 때문이다.



"이대로 직진하면 보일 것 같습니다."



그녀의 말이 맞다면 분명 가까울 터.


허나 기이하게 아무런 소리가 나지 않았다.


빛이 없는 이곳에서 소리마저 잡아먹힌 듯 들려오는 것은 어떠한 것도 없었다.


조우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그런데 이 불안감을 무엇인가.


자신을 휘감아 오르는 불안감은 어찌 설명할 수 있단 말인가.



"...뭔가 이상합니다."



"확실히...기이하게 한 곳에 오래 머무르고 있습니다. 설마..."



넷은 순간 뭔가 잘못되었음을 직감하고 이내 달리기 시작했다.


어둠숲에선 최대한 소리를 내선 안된다는 사실조차 망각하고 미친듯이 달렸다.


특히 에리카는 어느 누구보다 필사적으로 달려나갔다.


제발.


아니기를.


부디 이 불안감이 기우에 불과하길.


빨라지는 발걸음과 요동치는 마음에 그녀는 순간 환각을 보고있다 생각했다.


그녀의 앞엔 빛이 존재했다.


어느 누가 믿겠는가, 어둠숲에 빛이 들었다는 말을.


그 빛은 찬란한 태양의 빛이 아니었다.


그 빛은 처량하게 추락하는 잿빛이었다.


무엇이 추락하기에 저리 쓸쓸한 불빛이 이 숲에 드리우는 것인가.



"안 돼..."



그녀는 이를 두 눈으로 목도하였다.


추락한 것은 작은 짐승이었다.


새하얀 털빛을 자랑하던 조그마한 짐승 말이다.



"안 돼, 안 돼...!"



그럴 리 없다.


이럴 수 없다고 그녀는 부정했다.


하지만 눈 앞의 광경을 어찌 설명할 수 있겠는가.



"제발 일어나, 니키타...! 제발..."



그녀는 피범벅이 된 짐승을 껴안은 채 울었다.


어째서 모르고 있었을까.


그 또한 결국 자신과 동년배인 사람일 뿐이었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너무나 어른스러운 그 모습이 떠올라서,


던전에서 꿋꿋하게 그런 존재와 마주해도 나아가는 모습이 떠올라서,


그녀는 니키타를 다른 존재로 믿어왔었다.


그러지 말껄.


이런 위험한 일에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모습을 보며 그녀는 이상하게 안심해왔다.


그라면 해낼 것이다.


그라면 침착하게 해결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돌아올 것이다.


근거없는 믿음은 그를 이렇게 사지로 내몰고 말았다.


모든 원인은 나 자신 때문이리라.



"미안해...제발..."



뒤늦게 도착한 이들은 이 광경에 온 몸이 굳어버렸다.


팔다리 하나씩 처참하게 뜯겨나간 니키타의 모습 뿐만이 아니었다.


몸이 꿰뚫린 채 누워있는 반수형 귀수조차 놀라운 모습이었다.



"혼자...해낸건가?"



"정황상 그리 보이는군."



"저런 형태의 귀수라, 정말 저들이 귀수를 만들어낼 수 있게 되었나보군."



"더욱 빠르게 이를 알아차리지 못한, 좋지 못한 모습을 보여 죄송합니다."



"아니네. 최악의 사태는 막았으니 그게 어디인가."



분명 최악으로 번지기 직전임은 분명하였다.


귀수의 존재는 국가가 압도적인 피해를 입을 것임을 감안하고 이를 대비하는 법이다.


아무리 국력이 대륙 내에서 손꼽을 수 있을 수준인 반데이르 제국이라도 위태로울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이는 국가 반란죄에 해당하는 행위일세. 이번 분기 회의 때 상세히 보고되어야 하네."



"명심하겠습니다. 모든 자료들을 취합하여 정리하겠습니다."



공작은 벨 가문의 만행에 진심으로 분노하고 있었다.


백작은 자신의 딸이 미세하게 떨고 있는 것을 보고 어깨를 토닥여주었다.


레투아니르 공작가 이외의 다른 귀족 자제들은 이런 광경이 익숙치 않은 것은 당연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꿋꿋하게 앞으로 걸어 에리카에게 다가갔다.



"괜찮으시다면 제가 치료해드려도 되겠습니까?"



"치료...?"



그녀는 품 속에서 작은 막대기를 하나 꺼낸 뒤 니키타의 가슴에 가져다 대었다.


이내 밝은 빛이 그의 몸을 천천히 휘감으며 없어진 신체 부위가 서서히 자라나기 시작하였다.



"호오, 회복 마법이라. 자네는 정말 축복받았구먼."



"감사합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딸이지요."



마법 중에서 가장 알려진 바가 없으며 동시에 가장 희귀한 마법이 바로 회복마법이기 때문이었다.


이르면 30년에 한 번, 늦으면 100년에 한 번 나타난다는 재능인 만큼 희소성은 어마무시하다.


평민 중 회복마법에 눈을 뜬 이가 있다면 관할 영지의 귀족이 양자 또는 양녀로 들인 뒤 그들의 부모에게 평생 돈을 지급해줄 만큼 귀하게 대접한다.


그런 이가 백작가에 태어나니 얼마나 축복이 아닌가.



"이제 괜찮으실 겁니다. 한동안 안정을 취하며 무리한 활동은 하시면 안될 겁니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아뇨, 이런 상처를 입으셨음에도 불구하고 숨을 쉬고 계셔서 가능했습니다."



에리카는 니키타의 얼굴을 꼭 껴안은 채 작게 흐느꼈다.


상당한 마력을 소모했는지 옆 나무에 등을 기대어 휴식을 취하였다.


살아나지 못할 상처였음에도 의식을 부여잡다니, 얼마나 끈질긴 생명력인가.


저 작은 존재가 어디까지 나아갈 지 궁금해져 지켜보고 싶어질 정도였다.



"그보다, 내 자네의 딸아이 이름을 물어본 적 없더군."



"그랬군요. 이름은..."



니키타의 의식은 아직 돌아오지 못한 상태였다.


다만 그의 바램과 다르게 이미 사건은 흐르고 있었다.


이미 자신의 곁까지 다가온 그 존재를 눈치채지 못했을 뿐.



"'세레이오 디페리시드' 입니다."



제 아무리 뒤틀리게 되었을지라도 그 흐름을 막은 것은 아니었다.


사건의 국면은 새로운 활로를 찾아 흐르게 되었으며,


의식없는 니키타는 저항없이 이에 떠내려 갈 뿐이었다.


작가의말

오타 지적은 언제나 환영입니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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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지금 필요한 것은 NEW 12시간 전 3 0 11쪽
34 그녀가 기억하는 방법 24.09.14 8 0 12쪽
33 힘차게 발을 내딛는다 24.09.12 10 0 11쪽
32 비로소 여우는 인정을 받고 24.09.10 15 0 12쪽
31 여우는 자신의 송곳니를 찾게 된다. 24.09.09 16 0 11쪽
30 여우는 그제야 작은 숨을 토해낸다 24.09.06 20 0 11쪽
29 선택받은 땅을 향하여 24.09.02 24 0 12쪽
28 우린 나아가리라 24.08.05 23 0 12쪽
27 석탄을 전부 넣어라 24.07.24 26 0 13쪽
26 출항을 알리노라 24.05.24 27 0 12쪽
25 결국 승선하고 만다 24.05.12 25 0 10쪽
24 그렇게 떠밀려진 그는 24.05.05 27 0 12쪽
23 선택지는 없다고 24.05.04 25 0 9쪽
22 모두가 말한다 24.04.27 25 0 10쪽
21 승선을 해야 하냐고 24.04.17 26 0 9쪽
20 소년은 물었다 24.04.16 30 1 10쪽
19 작은 선물을 안겨준다 24.04.15 31 0 11쪽
18 그를 감싸준 이는 24.04.13 34 0 10쪽
17 시선은 그에게 집중되고 24.04.11 36 0 10쪽
» 외전. 어둠은 쫒아오고 24.04.09 38 0 7쪽
15 행복해지자 24.04.07 39 0 7쪽
14 어둠 속을 빠져나가 24.04.06 39 0 8쪽
13 가슴까지 차기 전에 24.04.05 41 0 11쪽
12 발목이 잠기고 24.03.24 41 0 9쪽
11 허나 이는 가르침이라 24.03.22 42 0 9쪽
10 마주한 것은 공포요 24.03.21 41 0 12쪽
9 용기내어 다가가니 24.03.20 43 0 9쪽
8 많은 준비를 마치고 24.03.19 43 0 9쪽
7 거울을 마주하기 위해 24.03.18 44 1 10쪽
6 피어날 준비를 마친 이이다 24.03.17 4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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