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가 피어날 때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게임

새글

리메리온
작품등록일 :
2024.03.14 20:08
최근연재일 :
2024.09.18 23:32
연재수 :
35 회
조회수 :
1,156
추천수 :
4
글자수 :
166,901

작성
24.05.05 17:34
조회
26
추천
0
글자
12쪽

그렇게 떠밀려진 그는

DUMMY

다음날 아침, 기차에서 일어나는 아침은 오로지 니키타만 개운하게 느껴졌다.


홀로 아침 5시에 일어나 식당으로 향하여 차와 간단한 다과를 먹으며 그는 창 밖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학교 입학 전까지 일어나게 될 사건 중 니키타가 아는 바가 전혀 없었기에 지금은 몸을 사리는 것이 최선이라 판단할 뿐이었다.



"금일 조간지입니다."



그렇게 받아 든 신문 1면에는 제국이 전쟁에서 승리했다는 뉴스였다.


이렇게 빠르게 승리하다니.


공작의 존재가 얼마나 제국에게 큰 존재인지 알려주고 있었다.


국가의 언론 기관은 황실의 권위를 추락시키는 내용이 아닌 이상 검열하지 않기에 나름 객관적인 내용이 들어오는 편이다.


천천히 신문을 넘겨가며 오늘의 뉴스들을 하나하나 느긋이 살펴보았다.


<벨 가문의 뒷배의 정체>, 이건 이미 알고 있는 사항이다.


<귀농 신화 "농촌에 와서 삶이 느긋해져...">, 이건 도시의 인구 집중을 분산시키려는 의도겠지.


<대전사 카르둠, 그는 누구인가.>, 이 자는 본 편에 알아서 만나게 될 인물이니 상관없고.


<개최될 탄성제, 미리 알아보자.>, 이 사건은 본 편에 나온 적 없는...



"응?"



사실 니키타가 신문에서 확인하고자 한 소식은 바로 디페리시드 가문에 관한 내용이었다.


그에게 두 가지의 가설이 존재했기에 이를 위함이라 봐도 무방하였다.


세레이오, 만일 그녀가 빙의당하거나, 기억을 되찾았다는 이야기엔 전혀 관심이 없었다.


오로지 그녀에게 드러난 기억이 누구의 것 인지가 문제였기 때문이었다.


기존 게임 속 주인공의 기억이면 상관없다만 문제는 자신과 같은 유저의 기억이 들어간다면?


전자의 경우라면 나름 대처가 가능할 것이다.


적어도 그 존재가 앞으로 움직일 방향에 대하여 쉽게 파악이 가능할 것이고 대처 또한 가능하기 때문이다.


거기에 그 존재에게 자신의 영향이 어느 정도인가, 에 관한 것만 들키지 않으면 그만이니 상대적으로 쉬운 편이다.


다만 다른 존재, 유저나 유저조차 아닌 제 3의 존재가 자리하게 된다면?


이는 상당히 버거울 수 밖에 없는데 모든 스토리의 향방을 알 방도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그녀가 만일 깨어났다면 어떤 선택을 할 지 알고자 신문을 찾는 중이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요소를 발견하였다.



"탄성제에...초대를?"



바로 성국 탄성제에 디페리시드와 레투아니르 가문을 초대했다는 것이다.


성국, 분명 자신들 또한 피해를 입고도 남았을 것인데 어째서 이를 초대한 것일까.


아니, 지금은 프롤로그 시점이구나.


순간 니키타는 한 가지의 높은 가능성을 떠올릴 수 있었다.


프롤로그 시점이라면 지금 성국은 파벌이 나뉘어 대립 중인 시기일 것이다.


전기 세레니즘과 후기 세레니즘의 대립.


이는 본편 기준으로 완벽하게 마무리 된 상황이겠지만 이번 레투아니르 공작의 정벌에도 성국에서 반응이 없는 이유는 이 때문임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다.


성국에서 세레니즘은 태양신 세레나의 부름과 그녀의 뜻에 따라 받아들이고 행동하는 사상을 뜻한다.


이는 그저 종교적인 활동을 넘어 모든 생활 습관마저 종교적 색채가 강하게 띄게 만든, 일종의 도덕적 척도이다.


모든 행동은 신께서 바라보고 계시니 언제나 바른 마음가짐과 몸가짐을 해야만 한다는 사상, 이것 하나 만으로 성국은 범죄율이 10% 이하로 확인될 정도로 어마무시한 영향을 끼치게 만들었다.


허나 시간이 지나 세레니즘은 서서히 바뀌기 시작하며 변모하게 되었는데 바로 민족주의 성향이 짙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하르프교의 경전 속 묘사된 존재들이 전부 인간, 엘프, 오크임을 이용해 위대한 민족은 인간이며, 엘프와 오크는 차순위로 인정하되 이외의 종족은 신이 버린 종족이니 열등하단 주장이었다.


이러한 개인적 사상은 처음에 등장했을 땐 충돌이 일어나지 않았었다.


결국 그들 또한 뿌리가 같았기에 신념의 일치로 인하여 자연스레 어울릴 수 있었다.


그러나 차기 성녀 후보 3명이 당선되자 이러한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바로 성녀 후보에 오른 이 중 하나가 바로 엘프였기 때문이었다.


차 순위로 인정할 뿐이지 결국 그들이 내세우는 것은 인간의 위대함이기에 차 순위로 인정된 엘프가 자신들의 머리 위에 서있을 자격이 없다 판단한 것이다.


결국 합의 없는 갈등은 깊어지기만 하며 그들은 외부로 시선을 돌릴 틈이 없었다.


잠시라도 한 눈을 팔았다가 어떤 일을 겪게 될 지 모른다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런 성국에서 나를 불렀을 리가 없겠지."



그런 성국에서 자신을 초대한다?


그럴 리가.


묫자리를 파 놨으니 어서오세요, 라고 말하는 꼬라지가 아닌가.


설마 자신을 콕 집어서 불렀을까, 생각하며 니키타는 가만히 창 밖의 풍경을 감상하며 홍차를 들어 올렸다.


미약한 불안감에 떨리는 손을 감추려 잔을 쥔 손에 힘을 꾹 준 채, 그는 홍차를 한 모금 마셨다.


조금 전까지 풍부하게 느껴진 홍차의 향이 그 순간 만큼은 아무런 향도 느껴지지 않았다.



* * *



"그럼, 잘 부탁하네! 그리고 6시 즈음에 내 딸아이하고 여기로 식사하러 오게나, 내 한번 더 대접해주겠네!"



그렇게 켈 공작을 배웅한 뒤 벨리타는 자신의 품 속에 있던 종이 한 장을 꺼내 보였다.


빽빽하게 채워진 글씨들을 보며 니키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쳐다보자 그녀가 말했다.



"이게 다 구매해야 할 품목들이야."



"뭐...?"



"당연하지. 전공책에 가방에 신발은 물론이며, 옷핀, 펜, 책갈피, 등 사소한 요소들까지 하나하나 맞춤으로 제작 주문해야 한다고."



도대체 귀족의 삶이 뭐길래.


아니 그보다, 나도 그렇게 해야만 한다고?



"나도 그렇게 해야 해...?"



"당연하지, 니키타! 네가 아무리 피가 섞이지 않아도 어엿하게 레투아니르의 성을 가졌잖아!"



"아니, 난..."



"가자! 네 맞춤은 뭐가 나올지 궁금하긴 해!"



에리카와 니키타의 모습을 두 사람은 가만히 지켜보았다.


벨리타는 언니로써 장난치는 동생들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으며, 라이레인은 그런 둘을 오묘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럼 갈까? 라이레인?"



"레인이라 불러주세요. 그 편이 좋답니다."



"그럴까? 그럼 가자, 레인. 천천히 구경 한번 해보자고."



"네, 벨리타님."



그렇게 기차역을 나와 그들은 하나하나 물품들을 살펴보고 신중하게 구매하기 시작하였다.


귀족들에게 맞춤 물품은 상당히 중요한데, 이는 그 귀족이 가문을 제외할 상징과도 같은 물건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특히 이는 펜, 옷핀 등 사소한 물품에 드러나는데 이는 게임에서 상세히 다루는 요소가 아니었다.


다만 니키타의 기억 속 에리카의 옷핀 문양은 분명...



"니키타, 이거 봐! 난 '오르스' 문양이다!"



에리카는 환하게 웃으며 니키타에게 옷핀을 보여주었다.


그녀의 문양이 바뀌었다.


본디 그녀는 독수리와 비슷한 '오호트' 문양으로, 단독 사냥을 주로 하는 짐승의 무늬였지만 지금은 가장 영리하고 잔인한 단체 활동의 늑대와 비슷한 '오르스' 로 바뀌었다.


이러한 문양은 2시간에 걸친 복잡한 감정과 테스트를 거치며 정해지는 요소이기에 원하는 문양을 고를 순 없다.


범고래와 유사한 짐승이라, 어쩌면 어울릴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자꾸 들었다.



"아, 니키타. 넌 뭐가 나왔어?"



에리카의 질문에 니키타는 자신의 옷핀을 보여주었다.


루비가 박힌 붉은 눈, 새하얀 오팔로 빚어낸 털이 돋보이는...



"여우네."



"응, 여우네."



"여우네요."



세 명 모두 같은 답을 내놓았다.



"확실히 니키타님을 말했을 때 떠오르는 짐승이긴 하네요. 잘 어울려요."



"그럼 레인, 넌 뭐가 나왔어?"



레인이 보여준 문양은 독특하였다.


그것은 용이었다.


푸른 빛이 도는 새까만 비늘은 월장석일 것이지만 눈은 푸른 빛이, 날개는 3쌍의 묘사가 도드라졌다.



"육익룡? 엄청 예쁘다!"



"네, 어머니 또한 용이 상징이라는 말을 들어서 그런지 더 기쁘네요."



"그러게. 이제 문양도 각자 받았겠다, 이제 펜도 받고 무기 장식도 달아야지! 빨리 끝내고 밥 먹으러 가자!"



"네. 어서 가죠!"



만난 지 하루 지났다고 금세 친해지다니.


에리카의 친화력이 조금 무서워질 지경이지만 어떠한가.


문득 니키타는 게임 속에서 켈 공작의 딸 중 레인이란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던가, 의문이 들었지만 자신이 기억을 못할 정도라면 그리 큰 문제는 아니겠지.


지금은 빨리 이 물품들을 전부 수령하는 일을 끝내자는 생각으로 에리카를 따라 움직였다.



* * *



"허, 이런 재료는 오랜만에 보는데..."



폭이 얇은 니키타의 세검을 보며 대장장이들은 신기하다는 듯 쳐다보았다.



"아니 왜 무기가 검은 빛인 것이여, 문양은 하얀색인데!"



투덜거리는 대장장이들을 가만히 쳐다보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투덜거리는 와중에도 이미 그들은 견적을 전부 짜 놓은 뒤 이미 장식을 만드는 중이었기 때문이었다.



"혹시...저 칼의 재료가 귀수의 외피인가요?"



"응. 니키타가 잡았으니 니키타의 소유가 된 것이거든."



잠시 생각에 잠긴 레인부터 차례대로 각자의 무기를 받기 시작하였다.


제국의 국장인 사자와 교차된 두 개의 칼 무늬를 중심으로 각자의 상징인 용, 오르스, 여우의 디자인이 나왔다.


니키타는 당연히 이게 여우라고, 싶은 디자인이었는데 손잡이가 상당히 길어져 양 손으로 잡아도 매우 길어져 있었다.


새하얀 상아라도 사용한 것인지 손잡이와 칼집은 전부 새하얀 색이었으며 가드, 즉 코등이는 손잡이의 끝까지 길게 내려온 디자인의 형태를 띄고 있었다.



"여우의 민첩함을 생각해서 한번 디자인 해봤네."



다행인 점은 손에 착 감긴다는 점과 무게의 균형 또한 잘 맞는다는 것.


니키타가 자신의 무기를 바라보는 모습은 모든 이들의 시선을 고정하게 만들었다.


감출 생각이었는지 표정에는 크게 변화가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의 꼬리는 너무나 힘차게 흔들고 있었다.



"마음에 든 거야, 니키타?"



"응, 그러네. 잘 사용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무기를 마지막으로 드디어 쇼핑이 끝났다.


아침 7시부터 시작한 쇼핑은 11시간이나 이어져 6시에 끝마치게 되었다.


일행은 그리 만족하며 식당에 들어가 기다리던 공작을 위하여 하루 있던 일들에 대해 말해주었다.



"하하, 용의 문양을 받다니, 대단하구나 레인!"



그녀는 호탕하게 웃으며 자신의 딸을 칭찬해주었다.


기차에서 대면했을 때와 다르게 지금은 본모습으로 제국식 코트를 입은 그녀를 보며 니키타는 자연스레 있으려 했지만 당연히 공작은 이를 눈치챘다.



"그보다 자네들을 만나고 싶다는 이가 있다더군. 꽤 재밌는 일에 엮인 듯 보이더만!"



그녀의 미소 뒤로 뚜벅이는 발걸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였다.


묵직한 발걸음 소리와 공기 속 느껴지는 상쾌할 정도로 맑은 마력의 향.


마력에서 향이 나는 경우는 매우 드물지만 이런 향이 난다고 묘사된 인물이 몇 존재했었다.



"반갑습니다, 레투아니르 공작가의 자제분들."



새하얀 바탕의 예식용 로브에 주황빛 팔망성이 새겨진 배지를 지닌 여성이었다.


공작을 제외한 모든 이들의 몸이 굳었지만 니키타 만큼 당황한 이가 있을까.


게임의 본편, 제국 멸망의 원인이 아닌 직접 이를 실행시킨 장본인.


거대한 시체 산 위에서 피로 목욕한 살인귀인,



"엘리오르 신성국에서 신의 말씀을 들을 준비 중인 어린 종입니다."



성녀다.


작가의말

오타 지적은 언제나 환영입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국화가 피어날 때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35 지금 필요한 것은 NEW 12시간 전 3 0 11쪽
34 그녀가 기억하는 방법 24.09.14 8 0 12쪽
33 힘차게 발을 내딛는다 24.09.12 10 0 11쪽
32 비로소 여우는 인정을 받고 24.09.10 15 0 12쪽
31 여우는 자신의 송곳니를 찾게 된다. 24.09.09 16 0 11쪽
30 여우는 그제야 작은 숨을 토해낸다 24.09.06 20 0 11쪽
29 선택받은 땅을 향하여 24.09.02 24 0 12쪽
28 우린 나아가리라 24.08.05 23 0 12쪽
27 석탄을 전부 넣어라 24.07.24 26 0 13쪽
26 출항을 알리노라 24.05.24 27 0 12쪽
25 결국 승선하고 만다 24.05.12 25 0 10쪽
» 그렇게 떠밀려진 그는 24.05.05 27 0 12쪽
23 선택지는 없다고 24.05.04 25 0 9쪽
22 모두가 말한다 24.04.27 25 0 10쪽
21 승선을 해야 하냐고 24.04.17 26 0 9쪽
20 소년은 물었다 24.04.16 30 1 10쪽
19 작은 선물을 안겨준다 24.04.15 31 0 11쪽
18 그를 감싸준 이는 24.04.13 34 0 10쪽
17 시선은 그에게 집중되고 24.04.11 36 0 10쪽
16 외전. 어둠은 쫒아오고 24.04.09 37 0 7쪽
15 행복해지자 24.04.07 39 0 7쪽
14 어둠 속을 빠져나가 24.04.06 39 0 8쪽
13 가슴까지 차기 전에 24.04.05 40 0 11쪽
12 발목이 잠기고 24.03.24 41 0 9쪽
11 허나 이는 가르침이라 24.03.22 42 0 9쪽
10 마주한 것은 공포요 24.03.21 41 0 12쪽
9 용기내어 다가가니 24.03.20 43 0 9쪽
8 많은 준비를 마치고 24.03.19 43 0 9쪽
7 거울을 마주하기 위해 24.03.18 44 1 10쪽
6 피어날 준비를 마친 이이다 24.03.17 46 0 11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