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가 피어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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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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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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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17 2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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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선을 해야 하냐고

DUMMY

"제가 어둠숲에서 어찌 살아남았는지 보여드릴 생각입니다."



조식을 마친 이후, 니키타는 공작에게 말하였다.


이제 자신이 보여줄 차례라 생각한 그는 연무장에 서서 긴장을 풀었다.


혹여나 잘못되면 어떡하지?


내 생각보다 훨씬 이익에 눈 먼 이들이면 어떡하지?


이미 끝난 일이다.


그 생각 한 번에 모든 걱정은 파도에 휩쓸린 모래성마냥 녹아내렸다.


이미 저지른 일이다.


저들이 모든 일을 다른 이들에게 말하지 않기로 약속하지 않았나.



"비밀 계약을 맺자."



"계약을 말씀이십니까?"



아리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숨기는 데에 이유가 있을 것 아니니. 그럼에도 네가 이를 우리에게 보여준다는 것은 믿어준다는 뜻이니 우리 또한 이에 답해주어야 한다 생각한단다."



그녀의 말에 동의한다는 듯 가르시아 공작도, 에리카도, 지그문트에 다른 가문의 일원들까지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한 명 한 명 계약을 맺었기에 그는 지금 걱정을 덜 수 있었다.



"그렇다면 보여드리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그게 꺼낸 것은 바로 소총이었다.



"파이프?"



에리카의 의문 가득한 한 마디는 이내 침묵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니키타는 표적을 향해 곧장 방아쇠를 당기자 표적은 큰 충격음과 함께 구멍이 뚫렸다.



"...맙소사."



이 순간 가장 먼저 입을 뗀 이는 공작이었다.


표적은 그냥 밀짚 표적이 아니었다.


정예 병사들을 위해 제작된 대마법용 풀 플레이트 흉갑이었음에도 금방 관통당한 것이었다.



"갑옷을 뚫어버리다니, 그게 가능하단 말인가?"



"마법으로 뚫기 어려운 갑옷을 이리 쉽게 관통하다니..."



그들은 충격으로 오로지 관통당한 갑옷만을 바라보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니키타에게 말을 건 이는,



"그래, 역시 너라면 너만의 수단이 있었을 것 같았다니까!"



에리카였다.



"자네 말대로 비밀을 엄수해야 할 이유를 알 법 하군. 이런 무기를 양산하게 되는 순간..."



"대륙 간 힘의 균형이 무너지며 이 순간 대륙은 거대한 활화산처럼 터지고 말 것입니다."



공작은 그 무기의 심각성을 단번에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 무기는 전쟁의 판도를 단번에 뒤바꾸고도 남을 무기로 국가간 힘의 균형이 단번에 무너지고 남을 무기이다.



"무언가 강한 힘을 이용해 작은 구슬을 내보내다니. 거기에..."



발사된 탄환은 어느새 사라져 흔적조차 남지 않았다.



"흔적이 남지 않으니 들킬 일도 없겠군."



다만 공작은 과연 이 뿐일까, 라는 의문을 자신에게 던졌다.


이 무기 하나만 가지고 어둠숲을 탐방했을리 없다.


빛이 감히 침범하지 못하는 어둠의 성역 속 빛에 의존하는 존재가 능숙하게 그곳에서 살아남은 비결이 존재할 것이다.


알고싶다.


그 비결은 무엇인가.



"전 학교에서 이를 사용할 생각은 없습니다."



"호오?"



"이것에 의존하지 않고 저 자신을 직접 부딪히고 싶습니다."



당연한 말이지만 니키타에게 그 정도로 당찬 생각이 있지 않았다.


자신이 평범하다는 것을, 어떠한 위협도 되지 않는다는 것을 학교 내 '단체'에 각인시킬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본편 초반에 가장 먼저 마주하는 존재이자 동시에 제국의 마지막을 장식한 이들 중 하나.


[비블리아].


순수 마법우월주의인 저들은 제국 국군 내에 기사가 존재한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기사 등용을 하는 것 자체를 제국의 치욕으로 생각하는 이들이다.


그들의 마법 수준은 상당하여 자체적으로 마법공학 기술을 활용한 병기를 제작할 정도의 수준을 지녔다.


저들은 마법에 뛰어난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한 수단으로 선택한 장소 중 하나가 바로 제국학교였다.


극단적이고 호전적인 그들의 시선을 피해 다녀야만 한다.


이를 위해 그는 자신을 숨길 생각이었다.



"좋은 마음가짐이구나."



다만 공작은 달랐다.


그의 눈 앞에 있는 이 어린 반수가 대견해 보일 지경이었다.


뛰어난 존재들조차 감히 도전할 엄두를 내지 못하는 업적을 세웠음에도 스스로를 낮추지 않는가.


끝없이 배움의 입장에 서서 배움을 갈구하는 모습에서 열정이 확고히 느껴지지 않는가.



"좋다, 그리 하겠다면 그리 해야지!"



공작은 호탕하게 웃으며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그리고 니키타는 입학식 날 예기치 못한 공작의 호의로 인해 그의 계획이 다시 무너질 것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 * *



"이게 교복이구나."



니키타는 자신의 손에 쥐어진 옷을 바라보았다.



"네 꼬리를 편하게 빼낼 수 있도록 뒤에도 단추 달았다 하더라."



확실히, 나름의 편의가 보이긴 하다.


문득 떠오른 말이 있었다.



[교육에는 오로지 배우고자 하는 이들만 있을 뿐입니다.]



게임 내에서 잊혀지지 않은 말 한마디.


학교를 전쟁의 촉매로 삼으려던 황자를 가로막은 어느 노인이 남긴 한 마디.


그는 제국 학교의 교장이었다.


제국 학교의 교장은 오로지 실력과 인품으로만 평가하여 오를 수 있는 자리이다.


신분과 관련 없이 오를 수 있는 이 학교의 교장은 특이하게도 마력 적성이 높은 여성이 아닌 남성이었다.


그것도 기력 일절 없이 마법 만으로 그는 교장의 자리에 취임할 수 있었다.


니키타가 이 세계로 올 때 까지 어느 누구도 밝혀내지 못한 미지의 마법을 만들어낸 인물로 많은 수수께끼의 중심에 서있던 존재였다.


오죽하면 그에 관한 영상만 나와도 조회수가 적어도 10만은 가뿐했을 지경이니.



"내 교복도 받았으니 이제 가자!"



에리카는 니키타를 끌고 의류점 밖으로 나갔다.



"너 이거 먹어봤어? 미트 파이인데 여기 엄청 맛있게 만드는 곳이란 말이야!"



"그, 그러네?"



"먹을 거 좀만 더 먹고 다시 옷 보러 가자! 너 옷 애초에 몇 없는 거 내가 모를 줄 알았지?"



천진난만한 웃음.


활기차고 과한 몸짓까지.


14살의 아이와 같은 모습이 보여졌다.


처음 보았던 강인한 눈빛은 에리카의 일부이겠지.


이 모습 또한 그녀의 다른 모습인 것이다.


역시 아무리 봐도 그녀는 사람이 맞다.


그렇게 니키타는 에리카에 이끌려 시내를 돌아다녔다.


맛있어 보이는 음식을 사 먹어보고, 옷가게에서 옷을 한번 살펴보다 힘들 땐 잠시 카페에 앉아 이야기를 했다.


아무런 의미 없고 그저 웃고 공감할만한 실없는 이야기들 뿐.


하지만 니키타는 지금이 이상하게 좋았다.


혼자 지낼 생각을 해왔던 그에게 지금은 너무나 달콤한 솜사탕과 같이 느껴졌다.


순간의 달콤함 뒤로 느껴지는 진한 여운과 아쉬움.


지금 이 순간을 잊지 못한다면 자신은 혼자 살지 못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막연한 불안감은 지금의 달콤함에 파묻혀졌다.



"아, 맞아! 그러고 보니 곧 한정으로 판매하는 빵이 나온다 들었는데!"



에리카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니키타의 손을 잡아 끌었다.


그 또한 그런 그녀를 따라 밖으로 뛰어나갔다.


숲에 자연의 향기가 난다면 도시엔 사람의 냄새가 가득하다.


무엇 하나 확실하게 말하기 어려운 다채로운 향기가 억지로 섞이는 것이 아닌, 칵테일과 같이 오묘하게 섞여 들어온다.


지금을 잊지 못하겠지.


이 순간 만큼은 잊지 못하겠지.


여느 다를 바 없는 14살의 흔한 삶을 누릴 수 있던 지금을.



* * *



평소와 같은 날, 니키타는 아침에 일어나 훈련을 시작하였다.


상당히 무거운 칼을 휘두르고, 기초 체력 훈련을 마치는 것을 시작으로 니키타는 여러 공부를 이어나갔다.


연금학 재료 채집법의 기초나 연금 조합식의 기초를 숙달하며 아리아를 통해 마법의 기초부터 차근차근 공부해나갔다.


그는 학교에 입학하기 위한 준비를 차근차근 준비해 나갔다.


자신만의 송곳니를, 발톱을 갈아 놓을 생각이었다.


물려 죽기 싫다면 달려들어야 한다.


약자가 강자를 이기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나는 살아남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에리카가 통 보이질 않네?"



"에리카 아가씨께선 디페리시드 후작가로 향하셨습니다. 최근 후작님의 아가씨께서 몸져누우신 뒤로 통 일어나지 못한다 하신다 들었습니다."



"어머, 애가 말도 안하고 나가다니..."



순간 니키타는 자신의 표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 누구도 그의 표정을 보지 못했지만 그의 표정은 굳어있었다.


세레이오가 쓰러졌다.


이제 곧 시작이란 뜻이다.


모든 종말을 향해 나아가는 흉악하고 기괴한 함선이,


지금 출항의 뱃고동을 울렸다.


작가의말

오타 지적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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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가 피어날 때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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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지금 필요한 것은 NEW 12시간 전 3 0 11쪽
34 그녀가 기억하는 방법 24.09.14 8 0 12쪽
33 힘차게 발을 내딛는다 24.09.12 9 0 11쪽
32 비로소 여우는 인정을 받고 24.09.10 15 0 12쪽
31 여우는 자신의 송곳니를 찾게 된다. 24.09.09 16 0 11쪽
30 여우는 그제야 작은 숨을 토해낸다 24.09.06 19 0 11쪽
29 선택받은 땅을 향하여 24.09.02 24 0 12쪽
28 우린 나아가리라 24.08.05 22 0 12쪽
27 석탄을 전부 넣어라 24.07.24 26 0 13쪽
26 출항을 알리노라 24.05.24 27 0 12쪽
25 결국 승선하고 만다 24.05.12 25 0 10쪽
24 그렇게 떠밀려진 그는 24.05.05 26 0 12쪽
23 선택지는 없다고 24.05.04 24 0 9쪽
22 모두가 말한다 24.04.27 25 0 10쪽
» 승선을 해야 하냐고 24.04.17 26 0 9쪽
20 소년은 물었다 24.04.16 30 1 10쪽
19 작은 선물을 안겨준다 24.04.15 31 0 11쪽
18 그를 감싸준 이는 24.04.13 34 0 10쪽
17 시선은 그에게 집중되고 24.04.11 36 0 10쪽
16 외전. 어둠은 쫒아오고 24.04.09 37 0 7쪽
15 행복해지자 24.04.07 39 0 7쪽
14 어둠 속을 빠져나가 24.04.06 39 0 8쪽
13 가슴까지 차기 전에 24.04.05 40 0 11쪽
12 발목이 잠기고 24.03.24 41 0 9쪽
11 허나 이는 가르침이라 24.03.22 42 0 9쪽
10 마주한 것은 공포요 24.03.21 41 0 12쪽
9 용기내어 다가가니 24.03.20 43 0 9쪽
8 많은 준비를 마치고 24.03.19 43 0 9쪽
7 거울을 마주하기 위해 24.03.18 44 1 10쪽
6 피어날 준비를 마친 이이다 24.03.17 4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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