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가 피어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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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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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1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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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4.27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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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가 말한다

DUMMY

시간은 흘렀지만 니키타의 일정은 변함이 거의 없었다.


일어나면 훈련, 공부의 끝없는 반복으로 이어져 왔다.


지루함은 그의 생존 열망을 이겨내지 못했으며 일탈의 욕심은 생각할 겨를조차 없이 스스로에게 채찍질을 반복했다.


그저 끝없이 절벽을 기어 올랐다.


아리아에게 마법을, 가르시아에게 검술을, 그리고 독학으로 연금학까지.


매일 치열하게 지내던 니키타는 어느새 가을이 다가오고 있음을 깨달았다.


니키타는 작은 물방울을 만들어 보였다.


새까만 물방울.


마치 석유와 같은 색일 뿐 물임은 분명하다.


색을 본래의 투명한 물로 바꾸고 싶었지만 각인의 영향은 생각 이상으로 강력한 나머지 아리아마저 포기하고 말았다.



"고유의 색은 없애는 것이 안되나 보구나. 각인 자체에 마력 재생을 가진 것에 더불어 네 자체 마력 회복량보다 각인에서 일어나는 마력 회복이 월등히 높아 일어나는 현상으로 보이네."



그 말인 즉, 자신의 마력은 오로지 어둠 마법의 색으로만 표현이 가능하다는 뜻이나 다름없었다.


제 기능만 한다면 상관없겠거니, 하고 지금은 그대로 놔둔 상태이다.


이렇게 생성한 불을 나뭇가지에 가져다 대어 나오는 불은 선명한 붉은빛을 띄고 있었다.



"마력으로 생성한 불과 나뭇가지에 붙은 불은 촉매가 다르다, 였던가."



그는 가만히 창 밖의 노을을 바라보았다.


타오르는 듯한 붉은 빛은 서서히 시커먼 검은색으로 지평선부터 천천히 물들어가고 있었다.


하지만 이를 태양빛이라 부르지 않고 밤이라 부르는 것엔 이유가 있는 법이겠지.


니키타는 가만히 하늘을 바라보다 자신의 옷을 챙겨 들었다.


학교에 가기 전, 필요한 물품들을 사기 위해 움직여야 했다.



"...이게..."



학교에 갈 때 필요한 물품들은 중심 도시여도 외곽 마을이라도 언제나 불티나게 팔리는 법.


심지어 그 물품들이 공장에서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거의 수제작에,



"전부 구매할 물품이라니..."



종류가 80가지가 넘을 만큼 상당히 많다면?


그가 펼친 종이의 길이는 거의 50만원 어치 장 본 사람의 영수증 길이와도 같았다.


벌써 이 많은 물품들을 구매할 생각에 머리가 아파왔지만 별 수 있나.



"니키타가 화려한 것은 싫어하니까 검소하게 준비해주자."



아리아가 웃으며 말한 것을 생각한다면 이마저도 상당히 줄인 것이겠지.



"니키타! 빨리 안 내려와?"



에리카의 외침에 니키타는 한숨을 푹 내쉬며 밖으로 나갔다.


거기엔 에리카 뿐만이 아니라 곧 방학이 끝날 이들인 그녀의 자매도 보였다.



"오랜만이야, 니키타."



"오랜만입니다, 벨리타님."



벨리타 레투아니르, 그녀는 에리카의 누나이자 레투아니르 공작가의 차녀이다.


이전 니키타가 귀수를 사냥한 뒤 병실에 누워있을 때 잠시 들렀던 인물 중 한 명이었다.


에리카와 다르게 검푸른빛이 아니라 맑은 푸른빛의 머리카락이 눈에 띄었다.



"그럼 이제 가볼까? 내가 추천할 가게가 따로 있거든."



그녀는 그리 말하며 어서 마차에 타자는 듯 손짓을 해보였다.



* * *



"그러고 보니 언니."



마차 안에서 가장 먼저 입을 연 이는 에리카였다.



"정말로 황자와 약혼 하려고?"



"그럼. 장녀가 아니라면 공작가를 물려받지도 못하니 제 살길 찾아가야지."



약혼?


황자와?


순간 니키타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황자와 약혼이 어째서 에리카가 아니라 벨리타에게 간 것이지?


본래의 이야기대로 흘러간다면 에리카가 황자와 약혼을 해야 한다.


그로 인하여 황자 및 세레이오와의 갈등이 더욱 극에 치닫기 때문이다.


지금 또 하나의 이야기가 바뀌었다.



"난 네가 먼저 나설 줄 알고 경쟁이라도 해야 할 줄 알았잖아."



"걱정 마, 언니. 처음부터 할 생각은 없었으니까."



에리카는 슬그머니 웃으며 답해주었다.



"데온 황자의 약혼자를 찾을 예정이라 던데, 혹 도전하고 싶은 딸아이가 있니?"



아리아의 말에 손을 든 이는 오로지 벨리타 뿐이었다.


에리카 또한 예전과 같았다면 망설임 없이 손을 들었을 것이다.


오로지 첫째만, 통상적으로 장녀만이 가문을 세습하기에 막내인 자신에게 떨어지는 것은 전혀 없는 에리카에게 최고의 기회가 되어줄 것이었다.


지금의 레투아니르 공작가 가주가 남성인 점이 특이할 뿐, 검술이 가장 뛰어난 장녀 루시가 기존의 관습에 따라 차기 공작이 될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새로운 길을 바라보고 말았다.


이를 보여준 이는 의도한 바가 아니지만 니키타였다.


조용하고, 어느 누구에게도 치이지 않는 삶을 살길 바란 그의 모습에서 에리카는 동경이란 단어를 떠올리게 되었다.


그와 같이 다닌다면 더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그렇기에 그녀는 약혼 제안에 선뜻 나서지 않게 된 것이었다.



"그게 네 선택이면 별 수 없지. 도전한다 해도 확정이란 법은 없으니 시도는 해보지."



"괜찮아. 처음부터 할 생각은 없었어."



"그래? 아쉽네."



그렇다면 세레이오는 어찌 되는 것이지?


그녀는 약혼 경쟁에 뛰어든 인물이 아닌 약혼이 결정된 이후 끼어든 인물이었다.


다시 말해 불청객이란 뜻.


다만 그가 불청객이 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에리카의 영향력이 거의 없다시피 했기 때문.


지금 레투아니르 공작이 굳건한 지금, 에리카가 뛰어들지 않은 약혼은 누가 될 지 짐작조차 가지 않았다.



"근데 내 약혼도 이뤄질 거 같진 않더라."



"어? 그래?"



그녀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황자님을 뵈니까 알겠더라고. 이미 그 사람 눈에는 정해진 사람이 있는 것 같더라."



정해진 사람이라니.



"빨리 다른 사람도 찾아봐야지, 어쩌냐."



"그러게. 우선 어머니께 말씀드렸어.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고."



도대체 황자가 고른 약혼자는 누구일까.


부디 그 존재가 세레이오와 협력하는 존재가 아니길 비는 수 밖에 없는 것일까.


지금의 고민이 탁상공론에 불과할 지라도 걱정되는 것은 어쩔 수 없던 모양이다.


그 고민이 어찌나 깊던지, 에리카가 니키타를 불러서야 그는 마차가 도착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제서야 그는 자신이 도착한 장소가 낯선 장소임을 깨달았다.



"...여기가 어디야?"



"응? 여기 당연히 수도지."



수도?


수도까지 왔다고?


니키타가 하늘을 올려다보자 해가 완전히 저물어 있었다.


이 마차의 말이 마공학으로 만들어진 기계말로 시속 80km라 들은 적 있다.


아침 7시에 출발해서 어느새 시간이 이 정도나 지나있다는 것은...



"여기 수도는 아니지?"



"여긴 수도에 가기 위한 철도역 도시지. 이제 기차를 타고 수도로 향할 꺼야."



"나 그런 말은 들어본 적 없는데?"



"그런데 그거 말하면 너 안 갈 거잖아."



맞는 말이지.



"네 물건을 고르는 자리에서 네가 없으면 어떡하라는 거야? 좋은 거 골라야 하니까 빨리 따라와."



"맞아! 빨리 가자고! 지금 아니면 언제 수도 구경해보겠어?"



아무런 생각 없이 저 둘과 함께 이 마차에 올라탄 순간부터 잘못되었던 것일까.


니키타는 여기까지 와버린 이상 돌아가긴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조용히 그 둘의 뒤를 따라 움직였다.



* * *



"203호 객실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기차 직원의 안내를 받아 들어간 객실은 상당히 넓었다.


흔히 말하는 침대차의 형태로 배정 받은 객실은 3인실이었다.



"도착은 내일이니까 도착 전까지 편하게 쉬자. 먹고 싶은 건 전부 내가 사줄 테니까 푹 쉬고 수도에서 돌아다니자고."



"그러고 보니 여기 기차가 수산물로 유명한 기차구나!"



"그럼. 먹기 힘든 수산물, 지금 아니면 언제 먹어보겠니."



"식사는 언제 하면 되는 거야? 빨리 먹고 싶은데?"



벨리타는 니키타의 표정에서도 기대하는 모습이 도드라지는 모습을 보자 괜스래 뿌듯하였다.



"2시간 뒤니까 조금 기다리자. 여기 수산물은 기차에서 막 잡아 올려서 되게 신선하다 하더라고."



니키타는 그 말에 남은 두 시간, 그 동안 읽을 책 한 권을 꺼내 들었다.


마법식의 구성 요소의 응용력 및 사례에 대한 고찰.


읽기만 해도 벌써 머리가 아파오는 제목이지만 이는 니키타가 읽기 위해 구매한 책이 아니었다.



"니키타, 이 책을 반드시 가방에 넣고 다니며 읽으렴."



"이...이 책을요?"



니키타가 당황할만한 이유는 책의 첫 인상부터 압도적이기 때문이었다.


괜히 논문과 같은 제목과 더불어 무려 1,000 페이지를 넘기는 압도적인 두께는 니키타를 위축시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그럼. 너도 이제 어린아이는 아니잖니. 내년이면 학교에도 입학하고 졸업할 때 즈음이면 성인일텐데 벌써 겁먹으면 안되지."



아리아의 말에 어찌 반박할 수 있을까.


자신을 위해 추천해준 책이라는 사실은 머리로 이해하고 있었지만 그의 마음은 이 책에 정을 붙이기 싫다 발버둥치고 있었다.



"마법의 기초는 이를 읽어 전부 자신의 것으로 만든 순간 이뤄내는 법이란다. 많은 마법사들이 그러했지."



할 수 있는 말이 없었다.


니키타는 결국 그 책을 받아들여야 했다.


지금 이 기차 안에서 할 수 있는 것이 이 책을 읽는 것 뿐이라는 사실에 니키타는 결국 책을 펼쳐 차근차근 읽어나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니키타에게 3시간과도 같았던 30분이 지났을 때였다.



"에리카. 지금 우리 옆 방에 계신 분들과 같이 식사해야 할 것 같네."



"응? 무슨 일이길래, 언니?"



벨리타는 고개를 저으며 답해주었다.



"켈 공작님의 요청이야. 우리 옆 방이 켈 공작님이었어."



제국 마법의 대가라 불리우는 존재인 켈 공작.


주인공이 작 중 후반부에 가서야 만나게 될 그 존재가 지금 후반부가 시작되기 전 니키타와 대면하게 되었다.


이 만남은 니키타 자신의 삶이 얼마나 피곤하게 바뀌게 될 지 알지 못한 채 말이다.


자신의 가치를 지금까지 파악하지 못한 이 어린 반수는 그저 눈 앞의 책에 끙끙댈 뿐이었다.


작가의말

오타 지적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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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그녀가 기억하는 방법 24.09.14 8 0 12쪽
33 힘차게 발을 내딛는다 24.09.12 10 0 11쪽
32 비로소 여우는 인정을 받고 24.09.10 15 0 12쪽
31 여우는 자신의 송곳니를 찾게 된다. 24.09.09 16 0 11쪽
30 여우는 그제야 작은 숨을 토해낸다 24.09.06 20 0 11쪽
29 선택받은 땅을 향하여 24.09.02 24 0 12쪽
28 우린 나아가리라 24.08.05 23 0 12쪽
27 석탄을 전부 넣어라 24.07.24 26 0 13쪽
26 출항을 알리노라 24.05.24 27 0 12쪽
25 결국 승선하고 만다 24.05.12 25 0 10쪽
24 그렇게 떠밀려진 그는 24.05.05 27 0 12쪽
23 선택지는 없다고 24.05.04 25 0 9쪽
» 모두가 말한다 24.04.27 25 0 10쪽
21 승선을 해야 하냐고 24.04.17 26 0 9쪽
20 소년은 물었다 24.04.16 31 1 10쪽
19 작은 선물을 안겨준다 24.04.15 31 0 11쪽
18 그를 감싸준 이는 24.04.13 34 0 10쪽
17 시선은 그에게 집중되고 24.04.11 37 0 10쪽
16 외전. 어둠은 쫒아오고 24.04.09 38 0 7쪽
15 행복해지자 24.04.07 40 0 7쪽
14 어둠 속을 빠져나가 24.04.06 39 0 8쪽
13 가슴까지 차기 전에 24.04.05 41 0 11쪽
12 발목이 잠기고 24.03.24 41 0 9쪽
11 허나 이는 가르침이라 24.03.22 42 0 9쪽
10 마주한 것은 공포요 24.03.21 42 0 12쪽
9 용기내어 다가가니 24.03.20 43 0 9쪽
8 많은 준비를 마치고 24.03.19 43 0 9쪽
7 거울을 마주하기 위해 24.03.18 45 1 10쪽
6 피어날 준비를 마친 이이다 24.03.17 46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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