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가 피어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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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리온
작품등록일 :
2024.03.1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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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3.19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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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준비를 마치고

DUMMY

공작가에 와서 사계절을 전부 겪게 되었다.


칼을 쥔 손은 어느새 투박하고 단단하게 굳으며 자신의 생각대로 몸 또한 따라 움직여주기 시작하였다.


기본에만 충실해지기보다 다양한 상황에서의 변칙성을 위해 칼의 궤적과 움직임, 레슬링까지 하나하나 익히고 몸으로 배워나갔다.


물론 겨우 1년 만에 이 정도의 성취를 이루는 것이 정상인지에 대한 의문이 있지만 아무렴 어떠한가.


목표치에 빠르게 접근했다는 사실이 더욱 기쁜 일인 법이지.


그 덕에 니키타 또한 리터 시험을 치룰 수 있는 자격을 얻게 되었다.



"이 정도면 리터 시험도 손쉽게 볼 수 있겠구만. 처음 칼을 잡았을 때가 떠오르지 않을 지경이야."



"혹시 리터 시험은 정확하게 어찌 치르는지 알고 계십니까?"



"리터 시험? 생각보다 별 거 없어. 리터 이상이냐, 아니냐의 여부는 견갑의 유무지."



"견갑 말입니까?"



"그래. 시험을 감독한 이의 문장이 새겨진 견갑을 수여하지. 순수 실전용으로 수여될테니 걱정하지 마라."



아하, 그런 것인가.


시험을 보는 이의 인정을 받았다는 것은 그들이 뒷배가 되어줄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한다는 뜻이다.


에란트가 되어 세상을 누비든, 슈발리에가 되어 귀족의 곁을 지키든 무엇을 하건 그들의 행동이 곧 시험관의 소속 단체의 의지나 다름없단 말이다.


공작이 처음 니키타에게 옷과 무기를 맞춰줄 때 했던 말인,



"이제 난 너를 사람으로 대하겠다."



이 말이 이런 뜻인 것인가.


평범한 사람처럼 대하는 것이 아닌 사람으로 대할 것이니 이를 증명하란 뜻도 포함되어 있을 줄이야.


사실 그건 자신의 알 바는 아니라 생각해왔기에 앞으로 있을 시험에 대한 준비만 해둘 생각이었다.


거울 던전.


기본 설정은 타락한 황실 마법사의 계획으로 인해 도시 전체의 생명이 부패되는 대가로 이곳의 시간만 멈추는 마법을 걸었다고 한다.


그로 인해 던전 내부는 모든 생물이 말라 비틀어진 채 간신히 걸어다니는 기괴한 공간이 되어버렸다.


공략에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아이템은 총 다섯, 하나는 던전 초입에만 구할 수 있기에 나머지 네개를 구해야 한다.


니키타는 이에 마을로 나가 아이템을 구해야 했기 때문에 교관에게 내일 외출할 의향을 밝혔으며 이에 허가까지 받았다.



"애초에 그 옷을 입은 시점부터 넌 다른 이들의 눈엔 레투아니르 공작가 소속으로 보일 터, 그 점만 명심하면 된다."



당연한 말은 잠시 제쳐두고 니키타는 그 동안 자신이 받은 돈을 확인해보았다.


이곳에서 지내며 월마다 꼬박꼬박 월급처럼 받은 금액은 무려 10금화, 대략 1000만원에 육박하는 금액이었다.


도대체 발록을 잡던 그 마법사는 얼마나 부자였던 걸까.


그 유해의 과거는 굳이 알 필요 없이 지금 자신의 손에 들어온 금화 양이 상당하다는 것만 기억하면 되니까.


이제 금화 1닢만 챙긴 뒤 마을로 나갈 준비를 마쳐야 한다.


던전 내에 발생할 모든 위험 요소에 대비하는 것은 불가능이지만 공략에 있어서 치명적인 요소에 대한 대비만 해도 된다.


공략에 대한 필수요소인 5가지 아이템과 위험 요소 4가지, 총 7가지의 요소를 위한 아이템을 미리 선별해두었다.



"체력 대비용 물약, 상태 이상 제거 연고, 면역 3개 재료들을 전부 구매해야 하니...아니 2닢 챙길까?"



레시피는 이미 공작가의 서재에서 찾아 따로 메모해 두었기에 최대한 하루 안에 대부분 재료들을 찾아야만 했다.


일부 재료는 어둠숲 내부에서 구할 수 있었기에 그 안에서 구하기 힘든 요소들은 반드시 구해야만 했다.


마을 내에서 전부 팔고 있기를 기도하며 니키타는 큰 가방을 하나 챙겨둔 뒤 나갈 채비를 마쳤다.


금화, 가방, 칼, 메모까지.



"아, 채집용 칼도 구매해야지."



일반적인 칼과는 다르게 채집용 칼은 섬세한 각인이 새겨져있다.


그렇기에 일반적인 칼처럼 함부로 다룰 수 없어 정확한 용도에 맞게 섬세하게 작업해야만 한다.


그렇기에 그런 칼 만큼은 세심하게 하나하나 살펴보고 골라야만 했다.


이상한 일만 일어나지 않는다면 좋겠다, 생각하며 니키타는 등불을 킨 뒤 어둠숲에서 부터 지금까지 작성해온 노트에 일기와 계획을 작성해나갔다.



* * *



"금일 22시 전까지 들어오면 된다."



"네, 알겠습니다."



니키타는 대문 밖으로 걸어 나왔다.


이제 구매해야 할 요소들이 산더미같아 빠르게 상점가로 가야만 했는데...



"그래서 어디갈껀데?"



동행자가 생길 줄이야.



"에리카님은 무슨 일로 나오셨습니까?"



"너 이번에 나가는 목적이 애초에 리터 시험 때문 아니야?"



"네, 맞습니다만..."



"그냥 궁금해서 같이 나온 거야. 굳이 나가봤자 할 것도 없을텐데 궁금하잖아."



맞는 말이라 할 말이 없긴 하다.


니키타는 결국 에리카에게 이끌려가며 마을로 가는 마차에 몸을 실었다.


그렇게 이동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마을에 도착하게 되었다.


니키타가 이내 메모를 꺼내들어 주변을 살피기 시작하자 에리카는 조용히 니키타의 뒤를 따라다녀 보았다.


끝까지 본 그녀의 감상은 그저 신기하다, 이 단어 뿐이었다.


저 반수는 무엇을 위해 저렇게까지 다양한 재료들을 구매하는 것일까.


흔하게 사용되는 말린 해초는 물론이고 잘 사용되지 않는 흡혈귀 가루까지 구매하는 모습이 의아했다.


설마 연금술에 대해서 알고 이렇게 구매하는 건가?


연금학을 따로 배울 기회가 있었을까?


심지어 니키타는 능숙하게 뒷골목까지 들어가 암시장을 살펴보기까지 하였다.


증폭되는 호기심은 주체하기 어려워지고 밀려오는 질문이 이제 입까지 도달할 때 니키타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저녁은 따로 드시고 싶으신 음식이 따로 있나요?"



"음, 나?"



머릿속에서 밀려오던 호기심이 밀물에서 썰물로 바뀌어 후퇴하게 됬다.


예상치 못한 니키타의 질문에도 에리카는 능숙하게 답하였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많이 먹는 음식?"



"그런 거라면 대표적인 음식이 있지요."



니키타가 안내해주는 대로 따라간 장소는 쉽게 지나칠 법한 작은 가게였다.


술집인 듯 술잔 그림이 그려진 간판을 지나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옅은 탄내와 짙은 알콜 향기가 코 속을 찌르듯 파고 들었다.


주점을 겸한 시끌벅적함 속에 파고드는데 혼란스러우며 이상하리만치 정감이 느껴지는 복합적인 감정이 얽히는 장소에 앉았다.



"여기 잡고기 스튜 두 개랑 감자 모듬 튀김 하나 주세요."



능숙하게 니키타가 주문한 음식들은 생각 이상으로 금방 나왔다.


스튜의 양도, 감자 모듬 튀김의 양도 많을 뿐더러 서비스로 주는 독특한 빵의 양 또한 상당했다.


양이 당황스러울 정도로 많았는데 니키타가 건네준 액수에도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겨우 은화 2닢(한화로 약 2만원)에 불과했기 때문이었다.



"뭐야, 여기 왜 이렇게 싸?"



"그거야 이 도시가 자리잡은 땅과 연관이 크지요."



레투아니르 공작령의 땅은 다른 반데이르 제국령 영토에 비해 상당히 척박하다.


그렇기에 감자를 주요 작물로 기르는데 감자 이외에 먹을만한 재료가 바로 어둠숲에서 튀어나오는 짐승들의 고기 및 부산물들이었다.


그렇기에 감자와 짐승 고기 및 부산물들을 활용한 음식이 주식이 되는 것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그 중 당연히 인기가 많은 음식이 바로 이런 짐승 지방을 활용한 잡고기 스튜와 감자 모듬 튀김이 인기가 많은 법이지요."



"그건 알고 있는 사실이긴 한데 넌 그걸 어디서 들은거야?"



"네? 아, 그거야 당연히 책으로..."



니키타는 괜히 레투아니르 공녀 앞에서 그런 말을 꺼낸 것부터 잘못했다는 사실을 인지했다가 그녀의 말에 이상함을 감지했다.


그럼 어째서 왜 이렇게 가격이 싸다는 의문을 제기한 것이지?"



"난 그저 이 정도로 낮은 물가는 들어본 적 없어서 그래. 보통 이 정도 양을 주문하면 대략 은화 5닢은 필요하거든? 근데 2닢 뿐이라니, 뭔가가 있는 것인가?"



뭔가가 있다, 그 말은 그저 그녀 자신의 직감에 따른 혼잣말에 가까운 말이었지만 니키타는 달랐다.


역시 '그 징조'를 눈치채다니.


사실 니키타가 그 던전에 가는 이유는 매혹 스킬의 처분 뿐만이 아니었다.


공작가의 몰락으로 이어지는 두 가지 요소 중 한 가지, 그것은 오래도록 관리되지 못하는 던전 속 마물들이 과포화 상태 지경에 이르러 던전을 탈출하는 현상,


'던전 범람 현상' 때문이었다.


작가의말

오타 지적은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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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가 피어날 때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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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지금 필요한 것은 NEW 12시간 전 3 0 11쪽
34 그녀가 기억하는 방법 24.09.14 8 0 12쪽
33 힘차게 발을 내딛는다 24.09.12 10 0 11쪽
32 비로소 여우는 인정을 받고 24.09.10 16 0 12쪽
31 여우는 자신의 송곳니를 찾게 된다. 24.09.09 16 0 11쪽
30 여우는 그제야 작은 숨을 토해낸다 24.09.06 20 0 11쪽
29 선택받은 땅을 향하여 24.09.02 24 0 12쪽
28 우린 나아가리라 24.08.05 23 0 12쪽
27 석탄을 전부 넣어라 24.07.24 26 0 13쪽
26 출항을 알리노라 24.05.24 27 0 12쪽
25 결국 승선하고 만다 24.05.12 25 0 10쪽
24 그렇게 떠밀려진 그는 24.05.05 27 0 12쪽
23 선택지는 없다고 24.05.04 25 0 9쪽
22 모두가 말한다 24.04.27 26 0 10쪽
21 승선을 해야 하냐고 24.04.17 26 0 9쪽
20 소년은 물었다 24.04.16 31 1 10쪽
19 작은 선물을 안겨준다 24.04.15 31 0 11쪽
18 그를 감싸준 이는 24.04.13 34 0 10쪽
17 시선은 그에게 집중되고 24.04.11 37 0 10쪽
16 외전. 어둠은 쫒아오고 24.04.09 38 0 7쪽
15 행복해지자 24.04.07 40 0 7쪽
14 어둠 속을 빠져나가 24.04.06 39 0 8쪽
13 가슴까지 차기 전에 24.04.05 41 0 11쪽
12 발목이 잠기고 24.03.24 42 0 9쪽
11 허나 이는 가르침이라 24.03.22 42 0 9쪽
10 마주한 것은 공포요 24.03.21 42 0 12쪽
9 용기내어 다가가니 24.03.20 43 0 9쪽
» 많은 준비를 마치고 24.03.19 44 0 9쪽
7 거울을 마주하기 위해 24.03.18 45 1 10쪽
6 피어날 준비를 마친 이이다 24.03.17 47 0 1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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