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가 피어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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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리온
작품등록일 :
2024.03.1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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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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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5.04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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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지는 없다고

DUMMY

"켈 공작이 어째서 우리와 만나고자 하는 거에요?"



에리카의 의문에 벨리타는 조심스레 눈짓을 보냈다.


그녀의 시선 끝 인물이 누군지 깨닫자마자 에리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식사는 언제..."



"30분 뒤. 지금부터 준비해야 해."



에리카는 이에 고개를 끄덕인 뒤 그 둘은 조용히 객실 내 드레스룸에 들어갔다.


예장용 의복의 개념이 레투아니르 공작가에 없을 지라도 깔끔한 모습으로 마주하여 예를 갖출 생각이었다.


니키타 또한 자신의 옷을 깔끔하게 정돈한 뒤 칼의 띠돈을 바로 잡아 묶었다.


켈 공작이 어떤 인물인지 아는 바가 없지만 공작을 마주하는 것이기에 니키타 또한 염치없는 행동을 할 생각은 없었다.


에리카와 벨리타가 단정히 나오자마자 방 밖으로 빠르게 걸어나갔다.


니키타는 그런 그들의 뒤를 따라 식당으로 걸어갔다.


확실히 귀족 전용 기차라 그런가, 객실 하나에 방이 두 개 뿐인 형태로 약 20호차까지 있는 긴 기차였다.



"자, 들어가자."



잘 걸어가던 벨리타가 앞의 문을 열어 보이자 커다란 식당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은은한 촛불들이 한가득 모인 객실 내부는 옅은 불빛과 금빛 장식들에 반사되는 빛까지 합쳐져 고급스러움이 느껴졌다.



"아, 왔군. 만나서 반갑네."



식당 안쪽, 어느 남성이 자리에서 일어나 작은 목례를 해보였다.


에리카와 벨리타는 그가 켈 공작이라는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다만 니키타만 그가 켈 공작이 맞는가, 에 대한 의심을 하였다.



"자, 마침 조금 전 음식을 주문했으니 마음껏 식사를 즐기기만 하면 된다네. 그리고..."



그의 시선이 순간 니키타에게 향하였다.



"자네가 니키타로군! 만나서 반갑구나."



니키타는 조용히 고개를 숙인 뒤 자리에 앉았다.



"레투아니르 공작가에서도 학교 입학을 위해 이동하는 것인가 보군."



"그렇습니다. 이번에 에리카와 니키타 두 아이가 입학하기에 수도에 가는 것입니다."



"그런가, 잘 되었군! 마침 우리 자식 또한 입학하는데 같이 움직여줄 수 있나?"



켈 공작의 말에 그의 옆에 앉아있던 여성이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하였다.



"우리 막내딸, 리네아도 함께 입학하는데 내 같이 돌아다닐 수 없으니 부탁을 하겠네. 대신 자네들에게 몇 가지를 추천해주고 싶네만, 어떤가?"



"그리 할 수 있다면 저희야말로 영광입니다."



"그래, 그리고 자네들의 마법에 대하여 궁금한 점들을 물어봐도 괜찮다네!"



음식이 차례대로 나오고 귀족들은 음식의 맛보다 대화의 풍미를 즐겼다.


니키타는 조용히 음식을 하나하나 접시에 담아 천천히 맛보았다.


지금 이 장소에는 나 자신 뿐이다.


그러한 생각 속 그는 오랜만, 아니 이 몸으로 처음 먹어보는 수산물들을 즐겨보았다.


제국 국토의 북쪽이 바다와 인접해있지만 레투아르 도시는 정 반대에 위치해 있다.


해산물을 즐길 리 없었으며 주변에 널린 것들이 짐승인 만큼 강에서 수산물을 채집할 필요가 없는 만큼 니키타 또한 먹을 기회가 없었다.


확실히 짐승 고기와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오랜만에 먹는 수산물임에도 모든 요리가 너무나 고급져서 니키타는 작게 한 입 씩 잘라 천천히 맛봐가고 있었다.


이러한 모습을 자주 본 에리카와 벨리타는 그러려니, 하고 넘길 수 있을 테지만 켈 공작과 리네아에겐 신기한 장면이었다.


이리 얌전히, 예의범절을 지키며 식사를 하는 반수라니.



"자네, 니키타였나. 음식은 입에 맞는가?"



니키타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하하, 그래! 그렇다면 다행이구나! 자네는 그렇다면 어느 학과로 입학하지?"



"연금학과입니다."



"연금학? 그거 놀랍군."



그는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니키타를 바라보았다.



"자네라면 마법학에 입학할 줄 알았건만. 숨기기 위함인가?"



"아닙니다."



맞는 말이다.


자신을 감추기 위함이니까.


허나 그 말을 공작에게 들을 것이라 생각지도 못했다.


마법학으로 입학하지 않느냐는 말이 아닌 숨기기 위함인지 묻는 부분이 의외였다.


애초에 공작 또한 자신을 '감추고' 있었기에.



"그래, 선택은 자네의 몫이니 굳이 뭐라 말할 필요가 없겠지. 학교 내부에서도 학과 이동은 자유로우니 직접 경험해보고 결정해봐도 되니 걱정말게나."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니키타는 다시 조용하게 음식에 집중하였고 그런 니키타를 켈은 유심히 바라보았다.


저 존재의 눈빛에는 분명 자신의 '무언가'를 투영한 듯 하였다.


감.


황제의 무한한 영광을 곁에서 오랫동안 지켜볼 수 있게 만들어준 감.


그저 반수의 시선에 불과할 뿐인데 어째서 저 눈이 기이하게도 깊은 것일까.


그 깊이가 너무나 깊어 끝조차 보이지 않을 만큼 짙은 어둠만이 한가득하였다.


사실 오늘 그가 굳이 레투아니르 공작가 아이들을 부른 이유는 본디 자신의 아이를 잘 봐 달라는 의미에 불과했을 뿐이었지만 이게 무엇인가.


어쩌면 저 반수를 통해 무언가를 얻어낸다, 라기 보다 은혜를 입혀두는 편이 좋을 것이라 생각하였다.



"니키타, 내 자네에게 주고자 한 물건이 있네."



켈은 품 속에서 작은 무언가를 하나 꺼내 주었다.


그것은 손톱보다도 작게 세공된 보석이었다.



"자네라면 분명 보관용 반지를 들고 다닐 것이라 생각되어 이를 위한 보석을 만들어 봤네. 괜찮다면 한 번 이를 끼워보겠나?"



이에 니키타는 자신의 반지를 보았다.


켈 공작의 말대로 분명 반지 중앙에 작은 구멍이 보여 이에 보석을 끼워보았다.



"그 보석은 기존 조그마한 반지 용량을 획기적으로 늘려줄 것이라네. 나중에 한 번 확인해보게나."



"감사합니다."



반지의 보석 개념은 게임에서 보인 적 없는 요소였다.


그렇기에 반신반의했다만 켈 공작은 자신의 마법 지식 따위 하찮다고 여겨질 만큼 마법에 대한 조예가 깊은 인물이다.


나중에 확인해 볼 생각으로 니키타는 다시 음식에 집중하며 밥을 먹기 시작하였다.


귀족들 간의 대화가 마무리 되어갈 때 음식 또한 마무리 되어갔다.


오랜만의 수산물은 니키타에게 그야말로 최고의 식사가 되어주었다.


특히 간이 조금 센 조개 수프가 너무 맛있어서 그것 만으로 배를 전부 채울 뻔 했을 지경이었다.



"상당히 마음에 들었던 모양이군, 다행이네!"



공작은 자신의 시가에 불을 붙이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 또한 이 이상 앉아 있어봤자 레투아니르 공작가의 아이들만 불편해 질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럼 기차역에서 만나도록 하지."



"감사드립니다, 공작님."



"아닐세. 더 먹고 싶은 음식이 있다면 계산은 내 방으로 직접 청구하라 했으니 마음껏 먹게나. 적어도 이곳 음식을 종류 별로 주문해서 먹어보길 바라네."



그는 싱긋 웃어 보이며 자신의 딸과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사라지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하자 에리카와 벨리타는 서로 눈치를 본 뒤,



"아, 드디어...!"



몸의 긴장을 풀며 축 늘어질 수 있었다.



"우리가 아직은 귀족의 일원이긴 하지만..."



"언니가 공작이 된다면 우린 평민 신세긴 하지..."



오로지 첫째가 모든 것을 가지는 귀족 문화 특성 상 나머지 자식들은 자신들 만의 살 길을 찾아 움직여야 했다.


레투아니르 공작가는 첫째가 무조건 공작위를 계승하는 것이 아니지만 장녀의 수준이 너무 뛰어난 나머지 다른 자식들은 일찌감치 포기하고 자신만의 길을 찾아 떠나는 중이었다.



"그러고 보니 지그문트 오빠, 황실 기사단 시험에 합격했다고 하네?"



"어? 지그문트 오빠가?"



"그래, 그렇다니까. 아, 우선 음식부터 주문하자. 너무 못 먹고 있었어, 우리."



그제야 그 둘은 화기애애한 모습으로 메뉴판을 천천히 바라보고 있었다.


니키타는 조금 전과 다르게 조용히 그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잔에 따라진 코냑을 홀짝일 뿐이었다.


켈 공작을 포함한 모든 인원들이 이야기에만 집중할 때, 그는 혼자 어느 누구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껏 음식을 즐겼기 때문이었다.



* * *



"...오늘 무언가 만족스러우셨나 보네요."



옷을 갈아입던 공작은 자신의 딸을 바라보았다.



"그리 보이더냐."



"입가의 미소가 평소와 다르게 숨겨지지 않으십니다."



옷을 갈아입으며 공작의 모습은 점차 변모하기 시작하였다.


머리카락은 눈에 띄게 길어져 허리까지 내려왔으며 건장하고 근육질의 신체는 어느새 가늘지만 다부진 곡선이 강조되기 시작하였다.



"그야 당연하지."



공작은 잠시 내려둔 자신의 시가를 입에 물며 답하였다.



"나의 마법을 꿰뚫어본 아이를 찾았으니 말이야."



그녀는 딸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어 보였다.



"어디서 그런 재밌는 것을 찾아온 거냐, 레투아니르."


작가의말

오타 지적은 언제나 환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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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 여우는 자신의 송곳니를 찾게 된다. 24.09.09 18 0 11쪽
30 여우는 그제야 작은 숨을 토해낸다 24.09.06 21 0 11쪽
29 선택받은 땅을 향하여 24.09.02 25 0 12쪽
28 우린 나아가리라 24.08.05 24 0 12쪽
27 석탄을 전부 넣어라 24.07.24 27 0 13쪽
26 출항을 알리노라 24.05.24 28 0 12쪽
25 결국 승선하고 만다 24.05.12 27 0 10쪽
24 그렇게 떠밀려진 그는 24.05.05 28 0 12쪽
» 선택지는 없다고 24.05.04 27 0 9쪽
22 모두가 말한다 24.04.27 27 0 10쪽
21 승선을 해야 하냐고 24.04.17 27 0 9쪽
20 소년은 물었다 24.04.16 32 1 10쪽
19 작은 선물을 안겨준다 24.04.15 32 0 11쪽
18 그를 감싸준 이는 24.04.13 36 0 10쪽
17 시선은 그에게 집중되고 24.04.11 38 0 10쪽
16 외전. 어둠은 쫒아오고 24.04.09 39 0 7쪽
15 행복해지자 24.04.07 41 0 7쪽
14 어둠 속을 빠져나가 24.04.06 40 0 8쪽
13 가슴까지 차기 전에 24.04.05 42 0 11쪽
12 발목이 잠기고 24.03.24 43 0 9쪽
11 허나 이는 가르침이라 24.03.22 43 0 9쪽
10 마주한 것은 공포요 24.03.21 43 0 12쪽
9 용기내어 다가가니 24.03.20 44 0 9쪽
8 많은 준비를 마치고 24.03.19 45 0 9쪽
7 거울을 마주하기 위해 24.03.18 46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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