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화가 피어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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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메리온
작품등록일 :
2024.03.1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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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20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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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6 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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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우는 그제야 작은 숨을 토해낸다

DUMMY

변절한 신성술식의 서는 이름만 어려울 뿐, 유저들은 다른 이름으로 이를 부른다.


마법 증폭서.


몸에 이를 새길 시 원하는 마법 하나를 증폭시켜 사용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식이다.


니키타는 마음같아서 즉시 이를 새기고 싶었지만 오히려 비효율적이라는 점을 알고 있기 때문에 꾹 참고 품 속에 넣어두었다.



"이제 이걸 처리해야겠지."



세레이오가 얻었던 핵심 능력 중 하나인 정신조작 스킬책을 보았다.


카세가 다스린 성국이 하나로 단결할 수 있던 이유가 지하실에서 연구하던 이 정신조작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니키타는 지붕 위에 앉아서 조용히 연초를 입에 물었다.


블랙우드 단원들에게 보물상자에 든 내용들과 엘프의 유해들을 찾아 들고 갈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다.


이러면 성국 내에서 블랙우드를 움직였다는 점에 대한 명분이 되어줄 것이다.


카세는 사지를 뜯어낸 뒤 어둠숲 짐승 중 사람과 유사하게 생긴 개체 근처에 놔두기로 하였다.


마치 제어하지 못해 폭주된 '실험체'에게 뜯어 먹힌 것처럼 말이다.



"그건 이제 내 알 바가 아니지."



책에 불을 지르자 어이없을 정도로 쉽게 불타오르기 시작한다.


너무 허무할 정도로 쉽게 말이다.


이곳에서의 스킬은 게임처럼 쉽게 얻어지지 않는다.


아무리 쉬운 마법이라 해도 1년은 투자해야 완벽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준까지 오르기 때문이다.


마법은 용량과 위력 등을 기입해야 하는 식과 회로, 위치까지 명확하게 말할 수 있어야 발동하기에 상당한 공부가 필요하다.


기술은 몸이 익혀야 하는 만큼 수없이 몸을 단련하고, 휘두르며 사소한 움직임 하나까지 전부 계산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탄생하는 것이 바로 스킬이다.


어쩌면 이 또한 그런 노력을 기울여야 익힐 수 있을 터이지만 니키타는 일말의 가능성조차 남기기 싫었다.


욕심은 물과도 같다.


절제라는 댐에 작은 틈이 생긴다면 이를 비집고 뛰쳐나가는 것이 욕심이기에 항상 관리해야 한다.


관리하지 못한 대가는 상상을 뛰어넘는 수준이 되어 버릴 것이니.



"탐욕이라 했던가."



문득 한 가지, 인터넷에서 떠돌아다니던 이론이 떠올랐다.


이곳의 등장인물들은 전부 칠죄종이 아닌가, 라는 가설이었다.


그 중 카세는 탐욕을 상징하는 인물.


영원한 젊음을, 그리고 영원한 사랑을 얻기 위해 그 어떤 행동도 서슴치 않는 인물이기에 탐욕이라는 표현에 어울린다는 가설을.


카세의 서사에 대한 것은 잘 알지 못한다.


호감도작을 진행할 때 니키타는 이벤트 씬의 경우 2번 대화를 주고 받을 때 스킵 가능했기에 언제나 스킵해왔다.


하지만 그런 아쉬움은 저 강물 바닥에 내려두고 온 참이다.


후회하면 무엇하랴, 지금의 생존이 더욱 중요한데.



"그래도 그 때 무리해가며 전투에 참가한 의미가 있네."



이번 성국에서 니키타는 얻어가는 것이 상당히 많았다.


입에 문 연초와 파이프 덕분에 미약하지만 마력이 오르는 것은 둘째치고, 체력이 확실히 늘어났다.


이제 팔굽혀펴기도 이전엔 70번이 한계였다면 지금은 150번도 거뜬하게 되었다.


물론 다른 전사들에 비한다면 하찮은 수준이지만 이리 빠른 성장을 이룩했다는 것 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가장 얻기 쉽지만 그만큼 오랜 시간을 들여야 하는 체력을 이리 쉽게 올릴 수 있게된 지금, 이제 니키타는 새하얀 도화지에 작은 그림을 그려 넣을 생각을 하였다.


총을 다른 이들 앞에서 내보일 수 없기에 차선책으로 니키타는 근접전을 염두해 두었다.


그리고 작은 체구에 다른 전사에 비하면 적은 근력으론 창을 휘두르지도, 칼의 충격을 견디지도 못할 것이라 생각해왔다.


특히 칼은 전투 중에 크게 체감되었는데, 갑옷에 막힘은 물론이고 힘이 부족하여 깊게 베어내지도 못하였다.


또한 찔러 상대를 제압할 때 뼈에 칼이 걸려 빼내는 것이 상당히 걸리적거릴 정도였다.



"검은 요령을 다루기 위해서 많은 훈련을 해야하는데, 곧 제국학교에 가야하니 어쩔 수 없지."



둔기류도 고민해 보았지만 사냥꾼으로 살아갈 미래를 꿈꾸는 나에게 둔기가 필요할까.


아니, 도끼다.


뼈까지 끊어낼 수 있는 도끼가 필요하다.


니키타는 자신이 쥔 칼이 아닌 도끼를 준비할 생각이었다만 문제는 게임 속 스킬의 95%가 마법과 관련된 요소들 뿐.


그나마 남은 5%의 기술은 전부 칼이다.


그럼에도 니키타가 도끼를 선택하려는 이유는 한 가지 가설이 존재하기 때문이었다.



"잊혀진 전사의 비급이었나?"



초반, 기존의 프롤로그 퀘스트를 진행하지 않고 곧장 바닷가 절벽으로 20분 동안 고렙 몹을 상대하며 나아가면 보이는 동굴이 하나 존재한다.


그 안에는 거대한 무덤의 입구가 존재하며 그 끝에는 잊혀진 전사의 비급이 존재한다.


게임 내에서 이를 얻는다면 검에 관한 기술들만 습득이 가능하지만 핵심은 그 아이템의 설명.


바로 '검, 도끼, 창 등 여러 냉병기에 대해 500년 이상 연구된 결과물'이란 설명 하나만 믿고 가는 것이다.


이 세계에서 화이트 웨폰, 즉 냉병기란 창과 칼 뿐인 만큼 그 외의 무기인 봉, 활, 도끼, 단검 등에 대한 기술은 사장된 지 오래이다.


그렇기에 유일한 단서는 그 뿐인 만큼 니키타는 이를 찾으러 이동할 생각이다.



"적어도 그 책의 효과 하나는 끝내줬으니까."



게임임에도 현실 시간으로 하루에 6시간이나 직접 캐릭터를 조작해야 하는 훈련, 이를 무려 5개월간 쉬지않고 해야한다.


받고 읽으면 바로 익히는 마법과 다른 노가다 조건에 어느 누구도 도전할 생각을 하지 않았지만 니키타는 이를 해보았다.


퇴직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던 만큼 시간이 남아돌아 해본 결과 그 위력은 상당하였다.


게임 특성상 근력이 겨우 1 수준인 주인공이 초반부 스토리를 손쉽게 해쳐나갈 수 있게 만들어주다니.


마법을 사용할 수 없는 지금, 그리고 사용할 수 있게 되어도 격차가 심하게 벌어진 이들을 상대하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하다.



"니키타, 여기 있어?"



귀신같이 또 자신의 위치를 알아차리고 온 에리카에 어느새 익숙해졌는지 그는 손을 흔들어보였다.



"불려간 건 잘 끝난거야?"



"응. 레투아니르 공작과 '친분'을 맺고자 한다고 성왕이 공식적으로 알리더라."



"친분을?"



"자세한 건 지금 언니가 성국과 이야기 중이지만."



성국, 대륙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들이 먼저 친분을 입에 담는다니.


교류, 동맹도 아닌 친분은 단체 간에 나올 수 없는 단어이다.


영원한 친우도, 적도 없는 정치에서 그런 발언을 꺼낸다니.



"...성국이 도대체 얼마나 썩어있던거야?"



에리카는 작게 고개를 저어보였다.


깊이 관여하지 말자는 뜻이겠지.



"아, 그리고 엘프측 사신이 너를 찾고 있던데?"



"엘프?"



왜 나를, 이란 짧은 의문은 지붕 밑에서 자신을 응시하는 이들을 보자 금새 식어 확신으로 단단하게 굳어버렸다.


자신을 만나기 위함 또한 목적이었음을.



* * *



"이리 마주할 수 있게 되어 영광입니다, 어둠 숲의 사냥꾼이시여."



니키타는 무표정하게 가벼운 목례로 답해주었다.


엘프는 오만한 종족이다.


허나 그러한 오만은 근거가 있는 오만이기에 어느 누구도 불평하지 않는다.



"저희가 해야 할 의무를 대신 지게 만듦에 이 자리를 빌어 사죄의 말씀 드립니다."



"그리 말해주어 감사드립니다."



저들은 오래 살아가는 종족.


물론 오크나 반수 또한 오래 사는 편이지만 500년의 삶을 이어가는 엘프야 말로 장수의 상징이지만 핵심은 따로 존재한다.


저들이 오래 살기만 하는 것 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저들은 오래 살아가는 만큼 어떤 종족들과 비교조차 할 수 없는 지식을 축적해온 이들이다.


그렇기에 미지라 불리우는 숲을 관리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니키타는 저들을 위해 움직여 줄 생각은 없었다.



"저희 엘프 측에서는 공식적으로 어둠 숲의 관리를 해주신 니키타님께 <라 파레온>에 초청을 드리고자 합니다."



뭐?


이 상황, 이 그림.


그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모습이다.


분명 보았다, 헌데 어디서?



"이는 단순한 초대가 아닙니다. 저희의 역할을 대신 해주셨음에 대한 죄송과 감사를 담은 초대이며..."



언제 본 것이지?


어떤 상황에서 보았길래 이리도 꺼림칙한 것인가.


생각해라, 떠올려라, 제발!



"...동시에 불법으로 자행된 실험에 대한 회의에 대한 참석 요청입니다."



'죄송합니다. 이는 저희의 불찰임을 인정합니다, 그렇지만...'


그제야 니키타는 떠올렸다.


지금 이 장소, 이 인물, 이 대화까지 전부 어디서 들었는지.


디페리시드 가문이 귀수에 피해를 입었을 때 다가온 화려한 장식의 엘프들, 그리고 이어진 대사.


'여러분께서 입으신 피해에 관한 보상을 드리겠습니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귀수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 부탁드립니다.'


그 대사는 게임 오프닝 영상에 등장하는 대사다.


지금 자신이, 디페리시드가 아니라 니키타가 라 파레온의 호의를 얻게 된 것이다.



"좋습니다. 그렇다면 언제 출발하면 됩니까?"



"괜찮으시다면 당장이라도 출발하길 희망합니다. 은인을 빨리 대접하고픈 마음이 큰지라..."



오만한 이들의 입에 나온 호의를 누가 쉽게 믿어줄까.


자신들의 체면을 위해 내뱉은 말인 만큼 니키타는 여전히 경계해둘 생각이었다.


다만 지금 바로 출발하는 것은 그 또한 찬성인 것이, 지금이라면 라 파레온에 그가 찾는 책이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 책이 동굴에서 발견된 이유 또한 설정집에서 등장하는데, 동굴 속 해골은 도둑이었다.


지식에 대한 욕망으로 인해 라 파레온에서 책을 훔쳐 달아나는 것까지 성공했지만 문제는 책이 보관된 장소에 걸린 저주였다.


바로 허가받지 않은 이의 노화를 가속시키는 힘.


엘프에게 이는 상당히 치명적이기에 결국 자신의 몸에 적응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견디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된다.


핵심은 이러한 사건이 일어나는 날이 언제인가.


바로 제국학교 입학식 일주일 전, 즉 지금부터 3달 뒤에나 일어날 예정이니 아직 처음의 장소에 있을 것이다.



"좋습니다. 그럼 그 전에 일행들에게 미리 양해를..."



"아, 걱정마시길. 제 동행인들이 이에 대한 양해를 미리 구했답니다. 거기에..."



그가 손짓을 하자 호위들이 무언가를 땅바닥에 던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덩굴들이 자라나기 시작하며 서서히 중심이 일그러지는 기묘한 현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허, 저걸 가져왔다고?


니키타는 이것 만큼은 놀란 기색을 숨길 수 없을 정도로 감탄하였다.



"저희 아버지께서 직접 이를 허가하셨기에 금일 즉시 돌아올 예정이니 안심해주시길 바랍니다."



게임 내에서도 황자가 동행할 경우에만 사용 가능했던 엘프들의 기술, 포탈.


이걸 직접 겪는 날이 이리도 빨리 다가올 줄이야.


설렘 반 불안 반의 심정으로 니키타는 포탈을 바라보았다.


순간 이동이라니, 어떤 개념인 건지 전혀 감이 오지 않는 만큼 그는 두 눈을 꾹 감고서 포탈을 향해 발을 내딛었다.


작가의말

현생 이슈로 꾸준히 올리지 못해도 올릴 수 있을 때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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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가 피어날 때 연재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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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 비로소 여우는 인정을 받고 24.09.10 18 0 12쪽
31 여우는 자신의 송곳니를 찾게 된다. 24.09.09 19 0 11쪽
» 여우는 그제야 작은 숨을 토해낸다 24.09.06 22 0 11쪽
29 선택받은 땅을 향하여 24.09.02 25 0 12쪽
28 우린 나아가리라 24.08.05 24 0 12쪽
27 석탄을 전부 넣어라 24.07.24 27 0 13쪽
26 출항을 알리노라 24.05.24 28 0 12쪽
25 결국 승선하고 만다 24.05.12 27 0 10쪽
24 그렇게 떠밀려진 그는 24.05.05 28 0 12쪽
23 선택지는 없다고 24.05.04 27 0 9쪽
22 모두가 말한다 24.04.27 27 0 10쪽
21 승선을 해야 하냐고 24.04.17 27 0 9쪽
20 소년은 물었다 24.04.16 32 1 10쪽
19 작은 선물을 안겨준다 24.04.15 32 0 11쪽
18 그를 감싸준 이는 24.04.13 36 0 10쪽
17 시선은 그에게 집중되고 24.04.11 39 0 10쪽
16 외전. 어둠은 쫒아오고 24.04.09 39 0 7쪽
15 행복해지자 24.04.07 41 0 7쪽
14 어둠 속을 빠져나가 24.04.06 41 0 8쪽
13 가슴까지 차기 전에 24.04.05 43 0 11쪽
12 발목이 잠기고 24.03.24 43 0 9쪽
11 허나 이는 가르침이라 24.03.22 43 0 9쪽
10 마주한 것은 공포요 24.03.21 43 0 12쪽
9 용기내어 다가가니 24.03.20 45 0 9쪽
8 많은 준비를 마치고 24.03.19 45 0 9쪽
7 거울을 마주하기 위해 24.03.18 46 1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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